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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가입방 반갑습니다 ♡존재 ♧문학 ☆시 @창작
스등밝 추천 0 조회 194 25.05.25 07:25 댓글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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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25.05.25 15:43

    첫댓글 준회원이 올릴 게시판은 여기 밖에 없군요

    <진정한 여행>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러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 작성자 25.05.31 14:07

    어느 평론가의 말

    사람들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사로잡기 위해 시인, 예술인은 감성적이어야 한다. 진정한 감성이란 논리적 사유가 뒷받침 되어 줄 때라야 가능하다.
    논리를 확보함으로서 감성이 깃들 수 있는 튼튼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리적 토대가 결여되어 있는 감성적 사고란 아무리 무지갯빛으로 아름답게 빛난다 할지라도 한낱 소녀의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작품이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에 젖게 하는 것은 작품이 지닌 지당한 설득력 때문이다.

    설득력이란 전후좌우 타당성을 가짐으로 해서 상대방을 나의 편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다. 시적,예술적 설득력이라고 하는 것도 알고 보면 전후좌우 타당성을 갖는 논리적 사고와 별반 다름없다. 논리의 압축과 비약이 곧 예술적 감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자아도취형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눈을 안과 밖으로 돌려 자신의 분수를 헤아릴 수 있는 논리적 사고가 약하고 빈곤하다 보니 우선적으로 드러나는 폐단이 상대방의 존재 이유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다.

    감성도 논리다. 그러니 밑도 끝도 없는 감성주의에서 벗어나 최소한 논리적 사고를 할 줄 아는 성숙한 감성의 시인, 예술인이 되어야 한다.

  • 작성자 25.05.27 20:36

    [과식] / 한성희
     
    누군가 식탁 곁을 떠날 때마다
    나는 당신 몸에 숨는다
     
    식욕에 대해
    오래 들여다본다 배가 터지도록
     
    나는 나를 먹는다
    무기력한 그림자를 들여다보며
    어딘가로 둥글게 휘어지며
     
    당신은 나를 사육하고
    나의 무덤 속
    따뜻한 허기를 감싼다
     
    당신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한 움큼씩 머리카락이 떠날 때마다
    나는 무언가를 채운다
     
    죽을 때까지 불룩해지려는
    죽음 뒤에서도 나를 먹어 채우는
    이것들은 등의 반대편 슬픔
     
    누가 혀를 몸 밖으로 뻗는다
    온 힘을 다해 선뜩한 공복을 끌어올려
    당신의 입에 삽목한다
     
    입술에서 숟가락 하나가 자란다

  • 작성자 25.05.28 07:34

    瞻星臺(첨성대) / 圃隱 鄭夢周(정몽주)

    瞻星臺兀月城中 첨성대올월성중
    玉笛聲含萬古風 옥적성함만고풍
    文物隨時羅代異 문물수시나대이
    鳴呼山水古今同 명호산수고금동

    월성안 첨성대 우뚝솟아
    옥피리 소리에
    만고의 바람이 일어
    시대가 흘러감에
    신라의 문물이 달라졌지만
    아아!
    산과 물은
    예나 지금이나 같고녀.

  • 작성자 25.05.28 05:22


    '동방의 등불' 타고르

    "시를 쓰면 시에 미쳐야 한다"

    스물두 살에 결혼한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2남 3녀의 자식을 두었으나,
    자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자상한 아버지는 아니었다.

    큰 아들 라딘드라나트는

    "아버지는 자식들보다
    문학을 더 사랑한다고 생각할 만큼 많은 시간을 글쓰기로 보내셨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차츰 아버지의 그 열정이 아버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버지는 우여곡절이 많은 인생을 사셨지만 자신의 소명을 완전히 실현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 작성자 25.05.28 20:46

    짧은 시 형태의 전통으로 유명한 나라는 일본과 중국, 한국이다.

    일본:고대부터 전해져 온 와카(和歌), 특히 하이쿠(俳句)와 단카(短歌) 형태는 전 세계적으로 ‘짧은 시’의 대표적인 예로 알려져 있다. 하이쿠는 특히 5-7-5의 음절 구조로 짧지만 깊은 울림을 지닌다.

    중국: 오언절구(五言絶句), 칠언절구(七言絶句)와 같은 짧은 형식의 시들이 매우 오래전부터 발전했다.

    한국:향가나 시조로 짧은 형태의 시문학으로 전통을 이어왔다. 시조는 특히 3장 6구 형식으로, 짧지만 깊은 울림과 정서를 담았다.

    짧은 시의 전통은 동아시아 전반에 걸쳐 공통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짧은 시 하면 일본의 하이쿠가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그 영향으로 세계에서 일본을 "짧은 시의 원조"라고 생각하고 있다.

  • 25.05.28 22:04

    심오한 내용들
    짧은시는,,역시 일본
    김훈의 칼의노래에 보면
    토요토미히데요시가 죽기전에 남긴말
    일본인이 환장하는 단카
    몸이여
    이슬로 와서 이슬로 가니
    오사카의 영화여
    꿈속의 꿈이로다

  • 작성자 25.05.29 00:16

    은유-류시화
    문학은 은유에 있다. 은유는 그 안에 많은 의미의 층을 담고 있다. 그래서 읽을 때마다 해석이 달라진다. 문학이 주는 울림과 깊이가 은유에 있다. 직설적 표현이 지배하는 사회는 획일적이고 얕다. 사람들이 은유를 이해할 인내와 상상력을 잃어 버릴 때, 지도자들은 직설적인 구호를 남발한다. 은유는 풀꽃이고, 찔레장미이고, 블랙베리의 검붉음이다. 어린아이일 때부터 우리의 마음과 영혼의 세계는 은유로 가득했다.

  • 25.05.29 12:11

    시가 그대에게 위로나 힘이 되진 않겠지만…

    '우리 자신을 가지고
    꽃을 피울 수 있다면
    불완전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꽃을
    불완전한 것조차 감추지 않는 꽃을'

    독일 시인 파울 첼란은
    "시는 '유리병 편지'와 같다"고 했다.
    그것이 언젠가 그 어디인가에,
    어쩌면 누군가의 마음의 해안에 가닿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시인이 유리병에 담아 띄우는 편지.

    나는 내가 누구이며 어디쯤 서 있는지 알기 위해 시를 읽는다.
    삶은 불가사의한 바다이고,
    시는 그 비밀을 해독하기 위해 바닷가에서 줍는 단서들이다.
    그러므로 시인이 아니어도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 인생학교에서 시읽기 중에서)

  • 작성자 25.05.30 20:21

    신성(神性) 이승헌

    어느 날 캄캄한 밤이었노라
    갑자기 찬란히 빛나던 별 하나
    내 머리에 들어와서 내게 속삭이는 말
    반짝이는 저 하늘의 별이
    보이는 것은 눈이 보는 것이오
    창 밖에 흐르는 빗방울 소리를
    듣는 것은 내가 듣는 것이 아니고
    귀가 듣는 것이다.
    예전에 나는 별을
    내가 보았고
    창 밖에 흐르는 빗방울 소리를 듣는 것을
    내가 듣는 것으로 알았노라.
    이제 내가 눈을 한 번 더 뜨고
    귀를 한 번 더 열고
    바라보니
    내가 곧 별빛이요,
    내가 곧 빗방울이어라.
    아아, 찬란한 빛이
    한번 더 빛나매
    나는 별빛도 아니고
    빗방울도 아닌 것을
    참으로 내가 모든 것을 알고
    나를 깨달으매
    나는 스스로 홀로 존재하는
    영원한 생명인 것을..
    하늘에,
    창 밖에
    별 빛은 반짝이고
    빗방울은 하염없이 내리는구나
    -------------
    이 시를 읽고 또 읽으며 하염없이 울었던 그 때가 생각납니다.

  • 작성자 25.05.31 20:40

    바쇼하이쿠(짧은 시) 선집/마쓰오 바쇼(1644~1694)

    ◇보이는 것 모두 꽃
    생각하는 것
    모두 달

    ◇내리는 소리
    귀도 상큼해지는
    매실 장맛비

    ◇꽃 아래서도
    열 수 없어 슬프다
    시의주머니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매미 허물은

    ◇눈 내린 아침
    파만이 채소밭의
    유일한 표시

    ◇의지할 곳은 언제나
    잎사귀 하나
    벌레의 노숙

    ◇손에 잡으면 사라질
    눈물 뜨거운
    가을의 서리

    ◇ 나팔꽃은
    솜씨 없이 그려도
    애틋하다

    ◇바람의 색깔
    어지럽게 심어진
    뜨락의 가을

  • 25.06.02 22:38

    [어디까지 어떻게 살 것인가?] 니체
    독실한 크리스찬이던 프리드리히 니체가
    '신은 죽었다'에서 사람은 3가지의 삶이 있다고 합니다
    ● 낙타의 삶
    ● 사자의 삶
    ● 아기의 삶

    <인간은 지평을 넓히는 인생이 되어야 한다>
    ★ You Should~ (낙타)
    ★ I will~ (사자)
    ★ I am~ (아기)

    ● You Should~
    (너는 이렇게 살아야 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산다고 합니다.
    종교가 가르치는대로 따라가는 삶.
    부모와 스승, 선배멘토가 가르쳐 주는 대로 사는 삶.
    세상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삶.
    어릴 때는 그렇더라도 성인이 되어서도 이러면 자기의 삶은 무엇일까요?
    이런 삶을 낙타의 삶이라고 합니다.

    ● I will~~
    (나는 이렇게 살거야~~ 반드시 이렇게 살거야~~)
    세상 인구의 일부는 이렇게 산다고 합니다.
    정상에 서 있는 훌륭한 리더들은 모두 이런 삶을 산다고 합니다.
    자기주관적인 의지와 나름대로 모험에 도전하며 사는 인생입니다.
    이런 삶을 '사자의 삶'이라고 합니다.

    ● I AM.
    (나는 나다.나는 존재한다.)
    낙타와 사자의 삶을 깨우치고
    자아를 발견하고 실현할 때 자기를 찾는다고 합니다

  • 작성자 25.06.03 09:46

    자비는 도덕적 승인을 받아야 하는가 /법사가화

    자비로운 사람을 도덕적으로 선한 사람으로 이해되고, ‘선한 인간'은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이상을 실천하려는 존재로 간주된다.

    이 전제는 자비를 윤리적 자격으로 변환시키며, 자비(사랑)를 실천할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구분짓는 도덕적 위계 구조를 형성한다.

    그래서 자비는 단지 감정이나 반응이 아니라 도덕적 승인을 획득한 자만이 소유할 수 있는 특권으로 간주된다.

    자비가 도덕적 승인을 전제하게 될 때, 그 자비는 더 이상 살아 있는 응답이 아니라 도덕적 자아를 연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우리는 종종 기부나 자원봉사 같은 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선한 인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나는 도와주는 사람이다”
    “나는 착한 시민이다”라는
    자기 규정을 획득함으로써
    사회적 승인과 도덕적 정당성을 함께 얻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선불교에서 그러한 자비는 이미 자비가 아니다.

    그것은 감응이 아니라 계산된 정체성, 즉 ‘선해지려는 자기’의 구축 프로젝트에 불과하다.

  • 작성자 25.06.06 09:14

    [AI는 자가용이 된 세상]

    “‘클루엘리(Cluely)’가 출시됐습니다. 모든 것을 속입시다.”

    ‘부정행위(不正行爲)를 돕는 인공지능기술(AI)’ 을 핵심으로 내세우는 클루엘리의 최고경영자는 로이 리(한국명 이정인)다.

    이 소식에 당신이 세상의 진보라기 보다 불쾌감을 느낀다면
    이는 AI기술을 여전히 윤리적 금기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구시대적 사고발상의 고정관념을 가진 꼰대일 것이다.

    ‘치팅(cheating)’이라는 단어의 도발적 사용은 역설적으로 AI 사용이 더 이상 부정행위로 간주되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하는 방식이다.

    이제 AI는 자가용 자동차처럼 일상의 도구가 되었다는 의미다.

    누군가와 약속을 잡을 때 “왜 자가용을 타고 오느냐”고 묻지 않듯이
    과제를 수행함에 있어
    AI를 사용했는가의 여부는 더 이상 본질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활용되었는가이다.

    AI는 더 이상 치팅의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자율성과 창의성을 열어주는 더욱 더 높은 수준의 기술적 기반이 되어가고 있다.

    AI를 타고 가지 않는다면,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공부할 수 있는 세상에 당신은 혼자 여전히 별만 쳐다보며 걸어갈 것이다.

  • 작성자 25.06.06 22:28

    편집부에서 온 편지 /헤르만 헤세

    ‘귀하의 감동적인 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당신의 옥고는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지면에는 약간 어울리지 않음을
    무척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편집부에서 오는 이런 거절 편지가
    거의 매일 날아온다. 문학잡지마다 등을 돌린다.
    가을 내음이 풍겨 오지만, 이 보잘것없는 아들은
    어디에도 고향이 없음을 분명히 안다.

    그래서 목적 없이 혼자만을 위한 시를 써서
    머리맡 탁자에 놓인 램프에게 읽어 준다.
    아마 램프도 내 시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말없이 빛을 보내 준다. 그것만으로 족하다.



  • 작성자 25.06.08 00:16

    괴테는 60살이 넘어서 하는 사랑이 진정한 진짜 사랑이라고 말했다.

    모든 감각을 경험한 노년에 이르러서 빠지게 되는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하피즈는 쓴다.

    오늘밤의 주제는 사랑
    내일밤의 주제도 사랑
    우리가 나눌 대화의 더 좋은 주제를
    나는 알지 못하네.
    우리 모두 이곳을 떠날 때까지.

  • 작성자 25.06.09 21:30

    한 여자의 육체 / 파블로 네루다

    한 여자의 육체, 흰 언덕들, 흰 넓적다리,
    네가 내맡길 때, 너는 세계와 같다.
    내 거칠고 농부 같은 몸은 너를 파 들어가고
    땅 밑에서 아들 하나 뛰어오르게 한다.

    나는 터널처럼 외로웠다. 새들은 나한테서 날아갔고,
    밤은 그 강력한 침입으로 나를 엄습했다.
    살아남으려고 나는 너를 무기처럼 버리고
    내 화살의 활처럼, 내 투석기의 돌처럼 버렸다.

    그러나 이제 복수의 시간이 왔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
    벗은 몸, 이끼의, 갈망하는 단단한 밀크의 육체!
    그리고 네 젖가슴 잔들! 또 방심(放心)으로 가득 찬 네 눈!
    그리고 네 치골의 장미들! 또 느리고 슬픈 네 목소리!

    내 여자의 육체, 나는 네 우아함을 통해 살아가리.
    내 갈증, 내 끝없는 욕망, 내 동요하는 길!
    영원한 갈증이 흐르는 검은 하상(河床)
    그리고 피로가 따르며 가없는 아픔이 흐른다.

  • 작성자 25.06.10 14:13

    주신(酒神)의 노래/푸시킨

    어찌 기쁨의 목소리는 잠잠해졌는가?
    울려퍼져라, 주신의 노래여!
    가난한 처녀들이여,
    그리고 우리를 사랑했던 젊은 아내들이여 만세!!
    잔을 더 가득 채워라!

    경쾌한 소리 울리는 술잔 바닥으로
    독한 술 속으로
    거룩한 반지를 던져버려라!
    잔을 들자꾸나, 잔을 모두 함께 부딪쳐보자꾸나!
    뮤즈여 만세, 이성(理性)이여 만세!!

    그대, 신성한 태양이여 불타오르라!
    환하게 떠오르는 새벽 노을에
    이 촛불이 희게 희미해지는 것처럼,

    거짓된 현명함이 지혜의 영원한 태양 앞에
    가물거리며 어렴풋이 빛을 내는 것처럼.
    태양이여 만세, 어둠이여, 숨어버릴지어다!

  • 작성자 25.06.11 12:14

    시는 시대로 산다

    <나무의 나이> 정낙추

    나무가 늙어 스스로 생을 거두는 걸 딱 한 번 봤다
    아무도 그 나무가 몇 살에 목숨을 거두었는지 모른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운동장에 버티고 섰던 아름드리 양버즘나무는
    한 번의 벼락에 팔이 잘려나갔고
    또 한 번의 벼락에 가슴을 반쯤 도려냈다
    그래도 나무는 죽지 않고 무성히 잎을 피워
    매미와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마을의 노인이 죽을 때마다 바뀌는
    나무의 나이를
    초등학교 때는 나무의 둘레로
    조금 자라서는 나무의 그늘로
    사랑에 눈뜰 때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으로 어림했다
    나무는 거대한 일기책이었다
    나이테마다 마을의 역사를 꼼꼼히 기록한
    그 나무 아래에 모이면
    옛 이야기가 살아나서 같이 웃기도 하고 언쟁도 했다

    아무도 진짜 나이를 모르는 그 나무가
    생을 거두는 순간은 장엄하지도 화젯거리가 되지 않았다
    가을이 오기 전에 잎이 지기 시작하더니
    봄이 와도 잎이 피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톱에 잘려 어디론가 실려 나갔다
    마을의 일기책이 사라졌어도
    마을 사람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 작성자 25.06.16 23:23

    베다와 우파니샤트는 고대인도의 종교서이다.

    베다는 신화적인 우주관을 가지고 있는 고대 인도의 문헌으로 초창기는 확실히 다신교였다.

    태풍,폭풍이 불 때는 태풍의 신이 있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는 태양의 신이 있는 등 자연계의 여러 현상들을 신격화 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신들이 무한한 숫자로 생겨나게 되고 인간들은 신에게 예배드리는 일이 필요했다. 그러다 나중으로 가면서 신들에 대한 깊은 회의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에'무유찬가'라는 노래 즉 무(無)와 유(有)에 대한 찬가가 나타난다.

    "태초에는 무도 없고 유도 없었다. 무엇이 이 허공을 뒤덮었을까. 저 밑없는 깊이를 가지고 있는 물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었을까.
    그는 알리라
    이 모든 것을 창조한 그 유일자는 알리라.
    그러나 어쩌면
    그도 또한 모르리라."

    다신교에서 신들의 성격이 바뀌는 교체신교를 거쳐서 유일신교로 이르는데, 나중에는 이 유일신까지 의심한다.
    과연 유일신이 모든 것을 창조했다면 그 창조자의 이전에는 누가 있었는가 라고 의심한다.

  • 작성자 25.06.20 03:38

    놓아라
    또 내려놓아라

    지금 여기 있는
    나 그대로가
    깨달음 자체인데

    어느 곳에서
    다시 깨달음을
    구하는가?

    집착하는 생각을
    바로 내려놓아라

    얻으려는 욕망을
    그냥 내려놓아라

    내가 인간이라는
    몸이 나의 것이라는
    착각을 놓아라

    배워서 알고 있는
    개념과 관념을
    내려 놓아라

    시간이 없고
    공간도 없으니

    깨닫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고

    깨닫는데
    공간적인
    거리가 없으니

    이동할 수단과
    다양한 방편이
    필요하지 않다

    변하지 않고
    움직임이 없는
    내가 바로 그것

    나 그대로 나
    지금 이대로가 진리인 걸.

  • 25.06.21 21:33

    '나'

    나는 나를
    본 적이 없다
    거울 속 얼굴이
    내 전부는 아닐거고
    어느 결의 숨결로
    나는 나를 말하다가
    숨어진다
    생각은 늘 흐르고
    감정은 파도로 일렁이며
    기억은 뿌연 수면 경계를
    맴도는 언저리 부근에
    무너지지 않는 바람으로
    나는 걸어간다
    나를 찾기 위해
    나는 나를
    지우고 지운다
    찰나에 깃든 순간
    나는 나였고,
    아니었고,
    그 사이였다
    물처럼,
    모양 없이 담기고,
    비추고,
    스며들다가
    다시 흘러간다
    나는 늘
    나를 찾으러 다닌다

  • 작성자 25.06.24 00:02

    인연 통장

    이수만

    사람들은 누구나
    소중한 인연 통장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한때는 유명 인사들이
    내 인연 통장에 계좌를 트려
    전화 연락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기대에
    못 미쳐서인지 슬며시
    계좌를 해지하고 떠나갔다.

    또 어떤 이들은 계좌만 남긴 채
    거래 없이 휴면 상태로 남아 있다.

    인출해 간 이들 중에는
    생을 마감한 사람도 있고,
    내가 싫어 떠나간 사람도 있다.

    내 소중한 인연 통장에
    수익과 무관하게 묻어둔
    예금 잔고는 지금 얼마나 될까?

  • 작성자 25.06.27 15:49

    [저녁강에서] / 복효근

    사는 일 부질없어
    살고 싶지 않을 때 하릴없이
    저무는 강가에 와 웅크리고 앉으면
    내 떠나온 곳도
    내 가야 할 그 곳도 아슴히 보일 것만 같으다

    강은 어머니 탯줄인 듯
    어느 시원(始原)에서 흘러와 그 실핏줄마다에
    하 많은 꽃
    하 많은 불빛들
    안간힘으로 매달려 핀다

    이 강에 애면글면 매달린 저 유정무정들이
    탯줄에 달린 태아들만 같아서
    강심(江心)에서 울리는 소리
    어머니 태반에서 듣던 그 모음만 같아서
    지금은 살아있음 하나로 눈물겹다

    저문 강둑에 질경이는 더욱 질겨
    보일둥말둥 그 끝에 좁쌀 같은 꽃도 부질없이 핀다
    그렇듯
    세상엔 부질없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어
    오늘 밤 질경이 꽃 한 톨로
    또한 부질없는 것이 하나도 없다

    아직 하류는 멀다
    언젠가 이 탯줄의 하류로 하류로 가서
    더 큰 자궁에 들어 다시 태어날 때까지는
    내일도 나는 한 가닥 질경이로
    살아야겠는 것이다

    저 하류 어디쯤에 매달려
    새로이 돋는 것이 어디 개밥바라기별뿐이겠느냐
    나는 다시 살고만 싶다

  • 작성자 25.06.30 16:30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김용택 시인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 작성자 25.07.01 10:42

    믿음직한 독서/이경임 시인(1997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때로는 이름만 보고서도 값을 치르는
    믿음직한 시인이 있다 그런 시집이 있다

    고요한 음역을 가져 더 아름다운 까닭이다

    늦은 밤 잠 못 들고 일어나 앉은 시각

    연애편지 뒤적이듯 책장을 펼쳐 든다

    예전에, 누구를 그토록 사랑한 적 있던가
    그 사랑에 상처 입어 흐려지는 행간으로

    환하게 건너오던 따뜻한 문장들

    한없이 어둡고 깊은 밤을 견디는 기도였다

  • 작성자 25.07.02 05:16

    『농담』/ 이문재 시인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 25.07.02 23:20

    세상에 날 사랑할 이가 있겠습니까
    세상에 날 사랑한 이는 세상에 이미 없거든요
    세상이 날 사랑해서 내가 세상에 온게 아니고
    내가 세상을 사랑해서 세상에 온게 아닐까요
    세상에 날 사랑할 이가 없으니까 세상이 보이지 않거던요
    그러니 세상에서 사랑 받을려고만 하지 마세요

  • 작성자 25.07.02 23:31

    그런데 아시나요?
    사랑이 없으면 세상에 올 수 없다는 걸...

  • 작성자 25.07.04 06:01

    어디 우산 놓고 오듯 / 정현종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어디 나를 놓고 오지도 못하고
    이 고생이구나

    나를 떠나면
    두루 하늘이고
    사랑이고
    자유인 것을

    정현종 시집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문학과지성사,2018
    정현종(鄭玄宗, 1939년 12월 17일 ~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서울 출생으로 대광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였다. 1982년부터 2005년까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일했다

  • 작성자 25.07.06 15:12

    너의 이름을 부르면/신달자

    내가 울 때 왜 너는 없을까
    배고픈 늦은 밤에
    울음을 참아내면서
    너를 찾지만
    이미 너는 내 어두운
    표정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같이 울기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부를수록
    너는 멀리 있고
    내 울음은 깊어만 간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 작성자 25.07.07 13:23

    여보 비가와요/신달자

    아침에 창을 열었다
    여보! 비가 와요
    무심히 빗줄기를 보며 던지던
    가벼운 말들이 그립다

    오늘은 하늘이 너무 고와요
    혼잣말 같은 혼잣말이 아닌

    그저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소한 일상용어들을 안아 볼을 대고 싶다 

    너무 거칠었던 격분
    너무 뜨거웠던 적의
    우리들 가슴을 누르던 바위 같은 무겁고 치열한 싸움은
    녹아 사라지고

    가슴을 울렁거리며
    입이 근질근질 하고 싶은 말은
    작고 하찮은
    날씨 이야기 식탁 위의 이야기 

    발끝에서 타고 올라와
    가슴 안에서 쾅 하고 울려오는
    삶 속의 돌다리 같은 소중한 말
    국이 싱거워요?
    밥 더 줘요?
    뭐 그런 이야기

    안고 비비고 입술 대고 싶은

    시시하고 말도 아닌 그 말들에게

    나보다 먼저 아침밥 한 숟가락 떠먹이고 싶다.

  • 작성자 25.07.07 20:41

    내 영혼아, 바람을 닮은 너여 /조광현

    내 영혼아
    너는 왜 자꾸 저녁 하늘 끝에 기대어
    노을빛으로 스러지는가

    너의 눈은
    한 번도 빛난 적 없는 별을 담고
    너의 손은
    닿지 않는 것들만을 향해 뻗는다

    나는 너를 품었지만
    너는 늘 나보다 먼저 울었다
    가장 깊은 고요 속에서
    먼저 젖는 것은 너였다

    내 영혼아
    넌 어쩌면
    눈물보다 더 투명한 생을 살고 있는지도 몰라
    말 대신 흐르는 것,
    빛 대신 남는 그림자

    밤의 가장자리에 앉아
    너는 나를 부른다
    다 타버린 이름으로,
    다 타지 못한 기도로

    내 영혼아
    바람을 닮은 너여
    세상 끝에도 너는
    끝내 지우지 못할 한 점 떨림으로 남아라

  • 25.07.07 21:00

    당신이 저의 도반입니다

    [도반] / 김덕권시인

    도반은 함께 수행하는 벗으로서, 도(道)로서 사귄 친구란 뜻입니다. 우리의 모든 인연도 세상을 맑고 밝고 훈훈하게 만들어 가는 도반이고 동행입니다.

    인생은 머 언 길
    혼자 가지 마옵소서.
    임 아니시면
    내 영혼 또다시 유랑하여
    정처 없이 떠도는
    설운 나그네.

    산 넘으면 물
    강 건너면 또 산
    산 막으면 두 손 끌고
    물 만나면 업어 건너

    임과 함께 가는 길
    피안(彼岸)의 길
    인생은
    머나 먼 길
    홀로 가지 마옵소서.

    임과 함께 가는 길
    이생을 마다하고
    또 어느 생을 기다려
    성불하리요


  • 작성자 25.07.08 23:36

    송인(送人) / 정지상

    正殿一葉落 (정전일엽락)
    上下百蟲悲 (상하백충비)
    翛翛不可止(홀홀불가지)
    悠悠何所之(유유하소지)
    片心山盡處 (편심산진처)
    孤夢月明時(고몽월명시)
    南浦春波綠(남포춘파록)
    君休復後期(군휴부후기)

    뜰 앞의 나뭇잎 하나 떨어지더니
    평상 밑에서 온갖 벌레 슬피 우네
    홀연히 떠남을 말릴 수 없는데
    유유히 그대는 어디로 가는가?
    나의 마음은 산모퉁이에 가 있고
    달 밝은 밤에는 외로운 꿈을 꾸네
    남포에 봄 물결이 푸르러지면
    그대는 뒷날의 기약을 저버리지 마오


  • 작성자 25.07.09 23:08

    송인(送人) / 정지상

    雨歇長堤草色多
    우헐장제초색다
    비 개인 긴 둑에 풀빛 더욱 푸른데

    送君南浦動悲歌
    송군남포동비가
    남포로 임 보내는 구슬픈 노래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수하시진
    대동강 물이야 언제 마르리

    別淚年年添綠波
    별루년년첨록파
    해마다 이별 눈물 보태는 것을  『東文選』 卷之十九

     

  • 작성자 25.07.14 07:52

    빛이 되어 머물던 너 /조광현

    해 질 무렵,
    가장 오래 머문 그림자가
    꽃잎보다 먼저 젖는다

    숨은 소리로 번진다
    이름 없던 떨림이
    풀잎 끝에 내려앉을 때

    돌이 잠드는 시간에
    흙 아래선 한 점 빛이 자란다
    입술이 한 번도 닿지 않은 너

    멀리 떠난 것이 아니라
    단지 깊어진 것이다
    물속에 가라앉은 별처럼

    이 세상에 없는 말로
    누군가를 오래 기억한다는 건
    눈을 감고 빛을 만지는 일

    눈물은 없다
    그러나 젖은 기도는 있다
    지워지지 않는 나의 가슴에

  • 작성자 25.07.15 11:14

    인생 / 나태주

    소낙비를 나무라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요

    날씨 탓만 하며 날씨한테 속았노라
    말하고 싶지도 않아요

    좋았노라 그마저도 아름다운 하루였노라
    말하고 싶어요

  • 작성자 25.07.15 11:25

    행복 / 나태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 작성자 25.07.24 11:43

    [죽기 직전의 7분]/뇌과학

    죽기 직전에 뇌가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파노라마 장면이 있다고 한다.

    먼저 뇌는 행복했던 기억부터 꺼낸다. 심장이 멈춘 뒤에도 약 7분간, 생전 가장 따뜻했던 순간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과학에서는 이것을 '마지막 보상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다음으로 영화 장면처럼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임종 직전 뇌파 실험에서 꿈을 꿀 때보다 훨씬 더 큰 뇌파가 강력하게 폭발했다. 뇌는 죽음의 순간 그 끝까지 삶의 의미를 되새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살면서 '가장 사랑한 순간'이 떠오른다고 한다.
    가장 사랑 받았던 순간, 가장 웃었던 순간, 행복이라 느꼈던 장면들이 마지막 필름이 된다.

    그래서 더 많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받으며, 더 많이 행복해 하며 살다 가라는 것이다.
    이게 인생의 의미라는 거다.

  • 작성자 25.08.02 15:34

    시인이네 / 권지영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전화가 와서 밖으로 나갔다. 받았더니 나태주 시인이셨다.

    "근데 왜 울었어?"
    "모르겠어요. 그냥 눈물이 나더라구요. 죄송해요."
    나직이 읊조리듯 하시는 말씀 ㅡ
    "시인이네."

    아이쿠,
    이런저런 얘기로 통화가 끝나고서 풀잎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 울적하던 마음을 달래주는 아이인가 보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건 없다. 작은 순간도 빛나고 있다. 사랑이어도, 아니어도 빛난다.

  • 작성자 25.08.05 22:30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너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낮과 밤을 여행해
    눈보라와 사막의 열기를 뚫고
    급류를 건너고
    좁은 길들을 지나.

    하지만 그는 알까,
    어디서 너를 찾을지.
    그가 너를 알아볼까,
    너를 보았을 때.
    너에게 건네줄까,
    너를 위해 그가 갖고 있는 것을.

    – 존 애쉬베리, 「북쪽 농장에서」 일부

  • 작성자 25.08.09 16:32

  • 작성자 25.08.14 10:14

    [나’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법사가화

    불교는 일찍부터 ‘나’라고 내세울 만한
    고정불변의 실체는 없다고 선언했다.
    이것이 바로 무아(無我, Anatta) 사상이다.

    붓다는 ‘나’라고 부르는 것을
    다섯 가지 요소의 일시적인 집합체

    형체를 지닌 몸(色)색
    외부 자극에 대한 느낌(受)수
    개념과 생각(想)상
    의지적 작용(行)행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분별하는
    마음(識)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다섯 가지 무더기(오온, 五蘊)는 마치
    레고 블록처럼 인연(因緣)에 따라
    잠시 모여 ‘나’라는 형태를 이루었다가
    조건이 다하면 흩어질 뿐이다.

    그 어디를 들여다봐도 ‘주인’이라 할 만한
    영원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고정된 명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흘러가는 강’과 같은 동사다.

  • 작성자 25.08.17 15:19

    [오늘이 가면]

    백운거사 이규보(李奎報)

    平生我所悲 평생아소비
    今日逝成昨 금일서성작
    昨積便成昔 작적편성석
    應戀今日樂 응연금일락
    欲爲後日忘 욕위후일망
    今日極歡謔 금일극환학

    내 평생에 슬픈 일은
    오늘이 흘러 어제가 되는것
    어제가 모이면 곧 옛날이 되어
    즐거웠던 오늘을 그리워 하리
    훗날 오늘을 잊지 않으려거든
    오늘을 한껏 즐겨야 하리

  • 작성자 25.08.17 17:22

    [양주역]

    눈 내리는 양주역에
    바람이 일어
    님이 내리시려나
    정처없이
    기다리는 사랑
    오늘도 가슴속에
    그리움만 남기네

    아아아
    기약없는 세월아
    흘러가는 흰구름아
    내 님곁에 나를 데려다 주오

    바람부는 양주역에
    인적은 없고
    해만 저물어가네
    언제 올지
    기약없는 사랑
    눈물이 가슴속에
    추억처럼 쌓이네

    아아아
    기약없는 세월아
    흘러가는 흰구름아
    내 님곁에 나를 데려다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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