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유럽 대륙은 때 이른 기습 폭설로 최악의 기상 이변을 겪었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도 전인 11월 말부터 서유럽에 엄청난 눈이 내렸는데 프랑스 서부 해안 지역에 최대 30cm의 눈이 쌓인 것을 비롯해 독일, 벨기에, 영국 등지에 폭설이 내리면서 “미니 빙하기가 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이상 기후의 가장 큰 원인은 환경파괴에 따른 지구온난화 때문인 것으로 지목됐다. 온난화로 인해 지난 50년 간 멕시코 만류의 양이 30%나 줄어들었는데 이로 인해 “폭설은 물론 한파, 폭염, 홍수와 같은 기상이변이 연이어 나타날 것”이라고 살몽 프랑스 환경부 기후 담당자는 경고했었다.
그리고 살몽의 경고는 그대로 들어맞았다. 지금 유럽은 미국과 함께 폭염과 전쟁을 치루고 있다.
지난 25일 스페인 남부와 프랑스 남서부, 이탈리아 북서부에서는 기온이 섭씨 35도 이상으로 치솟아 40명 안팎의 인원이 숨지고, 유럽 각국에서는 냉방수요 급증으로 심각한 전력 부족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2003년 폭염사태로 큰 피해를 보았던 프랑스 당국은 96개 행정 구역 중 53곳에 두 번째로 높은 ‘오렌지’ 경보를 발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의 가장 오래된 원자력발전소는 원자로 냉각수로 쓰이는 강물의 온도가 급등하자 전력생산을 중단했다는 소식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을 보였던 중부 유럽과 동유럽에서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섭씨 37도의 폭염으로 2명이 사망했으며, 오스트리아 등 주변 국가들은 이어지는 열대야로 인해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시아 지역에서는 지난 25일 제5호 태풍 개미가 필리핀 북부 섬에 상륙해 산사태와 홍수로 큰 물난리를 겪었다. 이어 26일에는 태풍의 영향으로 한반도에 큰 비를 몰고 와 27, 28일 300mm의 비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보다. 태풍 에위니아와 장마로 인해 이미 1조7천여 억원(정부 집계)의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더 큰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사실 올 여름 아시아의 기상이변은 지난 3월 세계기상기구(WMO)를 통해 비슷하게 예고됐었다. WMO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월 한반도를 비롯 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이상저온을 초래할 수 있는 ‘라니냐’ 징후가 포착됐다”고 발표했다.
스페인어로 ‘어린 아이’란 의미의 ‘라니냐’는 평소보다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낮은 현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WMO는 “태평양 중부 및 동부 적도권 온도가 올해 초부터 평상 온도보다 0.5~1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올 여름 기상이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그리고 이 경고는 들어맞아 7월 중 한반도 지역을 포함한 중국 남동부 지역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심각한 것은 마치 연례행사처럼 매년 기상이변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초 상하이를 포함한 중국 창강(長江) 하류지역에서는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었다. 6월 24일부터 시작된 폭염은 7월 중순까지 계속 이어지면서 최고 기온이 38.3도에 이르렀으며, 상하이 남쪽 항저우에서는 39도를 기록하기까지 했는데 상하이 기상대는 이 같은 기온이 71년 만의 최고 기온이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인도 서부 구자라트 주에서는 폭우로 큰 물난리를 겪고 있었다. 인도 당국은 7월 2일 구자라트 지역에 내린 폭우로 지금까지 적어도 123명이 숨지고 25만명이 고지대로 대피했으며, 2천500만명이 피해를 보았다고 발표했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있다면 앞으로 또 다른 형태의 기상이변이 어떻게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철저한 대비책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과하고 넘어가기 쉬운 기상에 대해 국민 모두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많은 한국인들이 기상지식을 단순한 일기예보 정도로 여기고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심각한 기상이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모두 기상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혹시 닥쳐올지 모르는 재난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로 보인다. 어찌 보면 기상에 대한 지식이 우리의 생명, 재산과 직결된 문제일 수가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지난 25일 기상청(청장 이만기)은 한국과학문화재단(이사장 나도선)과 ‘생활과학교실을 통한 기상과학 대중화 확산’을 위한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과학문화재단에서 개설하고 있는 전국 423개 생활과학교실을 통해 기상과학을 대중화하는 데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기상과학의 생활화를 위한 적절한 조치로 보여진다.
그러나 여기서 그칠 문제가 아니다. 기상이변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기상에 대한 기본 상식을 포함해 최근 기상이변이 왜 발생하고 있는지, 폭염 또는 한파시 대처 방안 등 기상과 연계된 정보를 국민 모두 이해하고 생활화할 수 있도록 방송, 통신, 그리고 제반 매개체를 통해 폭넓게 전달될 수 있는 방안이 강력히 모색돼야 할 것이다.
이강봉 편집위원
aacc40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