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36회 등산 식장산(598m) 2003-84
2003년 10월 26일(일) 맑음. 원성연 단독등산
꿈속에서 어머니를 보았다. 아주 온화한 모습으로 내 손을 잡아준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에 가슴이 미어진다. 세상사 잊고 싶다. 고달픈 삶이 이어지고 있다. 배짱이처럼 살아온 업을 받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위기가 기회라는데 이렇게 주저앉고 마는 것인가! 참으로 답답하고 캄캄한 세월이다.
고산사를 향해 나있는 도로에서 고산사 왼쪽 능선을 향해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10:35) 바로 능선에 이르러 능선을 타고 산을 올라간다. 이 코스는 경사가 급하지만 등산하기에 너무도 좋은 코스이다. 산을 오르고 있지만 번뇌는 가시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발아래로 고산사가 보이고 왼쪽으론 발아래로 개심사가 보이는 곳을 지나 잠시 완만한 길로 나아가자 급경사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종종걸음으로 진행하니 산길에 땀방울이 쉴 새 없이 떨어지지만 조금도 힘은 들지 않는다. 정상까지 이어진 급경사 오르막길을 거침없이 올라가 정상에 선다.(11:23) 정상의 조망은 이리 보아도 잘나고 저리 보아도 빼어난 산들의 향연에 온갖 망상은 사라지고 부동심을 갖게 된다.
대전 언저리의 큰 산인 계룡산, 대둔산, 서대산은 뚜렷하게 조망되고 금남정맥의 맹주 운장산도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또한 세련되고 깔끔하고 화려함이 돋보이는 단풍에 식장산은 불타고 있었다. 대전시가지는 발아래 놓여 있어 내가 수많은 병사들을 지휘하는 장군이 된 기분이고 시가지 뒤로는 갑하산과 금병산이 병풍을 두른 듯 수평선을 긋는다.
정상을 뒤로하고(11:33) 만인산으로 이어진 능선 길로 나아간다. 정상에 자리 잡은 송전탑 사면의 길로 진행해서 주능선에 이른 다음 안부 삼거리로 내려선다. 이어서 오르막이 된 길로 삼각점이 박혀 있는 봉우리에 올라선다.(11:43)
다시 내리막이 된 길로 내려서다가 오르막이 돼 만인산과 독수리봉으로 산줄기가 갈리는 제2송전탑 봉우리에 닿는다.(11:53) 계속하여 급경사내리막길로 잠시 내려서니 삼거리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어 만인산 가는 길로 산을 내려간다. 10분쯤 내려서니 고산사 2.6Km라고 쓰인 이정표 푯말이 나타난다. 능선에 앉아 10여 분간 상념에 빠진 다음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고산사 가는 길로 진행한다.
7부 능선에 나있는 사면 길로 산을 가로질러 나아간다. 산길은 오르고 내림이 반복되지만 완만하고 호젓한 길이라 마음속에 기쁨이 가득하다. 얼마 후 고산사 오른쪽 능선에 닿아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한다. 이 코스는 중키의 소나무가 많고 솔잎이 두텁게 깔려 있어 아주 이상적인 산길이다.
산을 내려갈 때 많은 산객들이 산을 올라오고 있다. 급경사 길로 내려선 안부네거리엔 체육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으면 고산사를 갈 수 있다. 똑바로 직진하여 능선을 타고 진행한다. 단풍에 치장된 아름다운 산세를 보며 온갖 시름 다 잊고 산을 내려오니 오욕칠정의 사바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1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