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단식이 있는 새벽에
동고동락(同苦同樂)은 누구나 다 아는 사자성어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항상 함께 한다-.
동기상구(同氣相求)라는 말도 있다.
마음이 맞는 사람은 서로가 찾아서 모여든다는 말로
마음맞는 사람끼리라는 역경에 나오는 말이다.
삶을 돌아본 새벽이다.
모였던 무리들이 뜻을 이뤄 해체하는 해단식이 정오에 있다.
강원문학 후보를 위한 후원회-.
일원으로 특별한 바람을 체험한 이번 모임이었다.
불문곡직(不問曲直)하고 강원수필문학이라는 모임은
20년이상 수필이란 약수를 함께 퍼마시는 회원이 아닌가!
박종숙님은 언젠가 20여년간을 만나고 발표하고 체험하는 모임이
진정한 문우라고 잘라 말했다. 역사를 송두리째 알고 있으니까-.
이번 후원회에서 참으로 평생 소중한 체험을 체득한 게 큰 수확이다.
苦海같은 삶을 헤쳐오면서 용케도 난 서늘한 바람이 스치고 간게 크게 없었다.
그렇다고 귀공자나 금수저도 아니지만 섬뜩한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우는 실상 없었다.
아니 철이 들지 않아 그런 바람이 불어도 느끼지 못해서인지는 몰라도-.
가슴이 서늘하다. 섬뜩하다. 모골이 송연하다는 것은 전신에 무서운 전율들이-.
언젠가 아내와 영화를 보다가 뛰쳐나온 일이 있다. 렛미인이란 공포영화-.
12살의 영약한 뱀파이어 소녀가 이사오면서 벌어지는 시한부 사랑이야기,
햇볕에 노출되면 불에 타고 피를 오랫동안 마시지 않으면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는 ㅎ
때문에 한곳에 오래 살수 없어 이사다니며 벌어지는 공포, 왕따, 순수,독창적인
사랑과 성장의 이야기를 다루어 좋은 영화라고 평을 받았지만 싫다,
왜 값비싼 시간에 가슴 조이는 섬득한 寒氣를 느끼며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며 조여야 하는가!
용혜원의 선운사 동백이란 시가 생각난다.
가슴 저린 恨이 얼마나 크면 /이 환장하도록 화창한 봄날에 피를 머금은 듯/
피를 토하듯이/보이기에도 섬득하게/ 피어있는가?
구남매의 누님 여섯 중에 막내로 자라서인지 고약한 피바다는 경험 못했다.
때문에 섬뜩한 바람은 한번도 내 여윈 가슴을 스치고 간 게 손꼽지 못하다.
2/16일 우수절기를 앞두고 횡성 청소년 수련관에서
고희를 맞은 내 여윈 가슴에 한줄기 섬뜩함이 스친 체험이 값지다,
나만의 과장이나 비약은 아니리라. 우주왈 모두 토하는 단어들-.
전날 네 표의 소중함으로 눈비 흩날리는 심야에 누군가 불러내도
마다하고 손사레친 것도 모두 용해되어 결국은 한표로 당선되다니?
참으로 月下德님이 어금니 물고 힘차게 주먹 쥐시고 敗者유구무언이니
철저하게 선거전략을 짜라는 엄명이야말로 이제 수긍이 된다.
동물처럼 편히 식권을 내고 와 자리해 보니 개표가 한창이다.
엄지를 뒤로 젖힌다고 낙관하시던 月下德님, 草談님 표정이 사뭇 경직되어
근거리에서 주위를 오락가락해도 초점을 맞추려 하지 않으니??
그런 순간 흰머리칼 날리며 식장을 배회하며 만면에 미소짓는 원주 후보!
결국 한 표-.순간 섬뜩했다. 내 가슴을 타고 넘던 바람 한줄기-.
60대 40 아니 중간 도중하차란 봄내에서 안일했던 생각들은 杞憂였다.
한 표, 한 장의 벽돌이 모여 거대한 궁을 만든다.
한 표의 소중함 -. 걷기조차 힘겨운 원로작가들도 자긍심을 느끼던 날
그래-. 나 때문에 이겼어-, 내가 오기 잘했어-.
함께 참여하고 함께 느끼고 함께 환호하는 모임이 멋지다.
언제까지 이렇게 가슴 조이며 苦海를 건너야 하는지 -.
오늘 해단식을 하며 평소 느끼지 못했던 湧希님의 치밀한 계획에
후원금 출처를 얼마나 양파껍질 벗기듯 속삭이실까.
모두 가슴이 서늘함을 느끼게 해준 지난 반공일-.
소동파는 적벽부를 쓸 때 파지가 한 삼태기 나왔다고 하지만
진전 한 표라는 수필을 쓴다면 나 역시 그 이상 나오리라.
가슴이 섬득한 인생공부를 체험케 해준 박쌤께 감사드리고
손자병법에서 지피지기(知彼知己)는 백전 불태(白戰不殆)라는 말에
크게 실감하지 못하니 고전이야말로 難解하기 그지없도다.
웅크리고 있는 미세먼지 사이로 중화루는 잊지못할 곳으로
우뚝 팔호광장에 역사를 간직한 채 존재하리라.(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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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德田 이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