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배움의 여행
수필 배 화 열
이번 추석은 여행이었다.
요사이는 B도서관에서 청강을 여러 날을 계속한다.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일 2시부터 4시까지 두 시간의 강의를 듣는다. 그리고 수요일과 목요일은 밤에 7시부터 9시까지 두 시간의 강의를 재미있게 듣는다. 문학강의는 거의 없고, 철학이나 건축과 취미를 강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소위 노인대학(수성도서관 부설인 사회문화대학. 2008월 2월부터 등록. 한주에 2회씩. 16년간 청강)에는 시간이 맞지 않아서, 못나가다가 올 여름에 그만 두었다.
한편 평소에 가진 생각은, “인생에 남는 것은 여행뿐이다.”라고 생각하고 충고한다. 과거에는 해외연수와 해외여행이 중심이었다면, 이젠 국내여행도 힘에 부친다.
막내딸 식구들 4명과 충청북도 단양에 가기로 했다. 과거(75년도)에 영주의 풍기에서 교사생활을 할 때, 하숙생 교사 7명이 단양8경을 구경하려고 갔다. 기차로 잠시 이동하였으나, 역에 내리자 텁수룩한 총각들을 무장공비로 오해하여, 역에 끌려갔다. 통사정하였으나 오랜 시간을 붙들려 있었다. 나중에 풀려나서 시장구경만 하고, 기분이 나빠서 모두 풍기로 되돌와 와버렸다. 나중에 고등학교 동창들이 서울과 대구의 중간지점으로 만났고, 그 후에 어느 단체에서 8경을 구경하였다.
이번 여행 2박 3일의 일정을, 소노 문(Sono Moon. 과거의 대명콘도)으로 잡았다. 중부고속도로로 이동하는데, 고속으로 가다가 저속으로 가기를 반복해서, 많이 지체하였다. 식당도 초만원이라서 자리잡는 데도 한참이나 걸렸다.
사는게 고통이요 스트레스의 연속인지라, 힘든 이동도 참고 견디게 된다. 고인이 되신 부모님 산소의 벌초는 동생 3명이 해결하였고, 성당의 미사는 맏이에게 맡기고, 올해는 여행으로 떼웠다.
추석날에 막내식구들은 수영장으로 이동하였고, 나는 가져간 최남선의 『단군론』을 약간 읽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야시장에 들러서, 간단한 쇼와 식사를 겸했다. 가수겸 사회자는 흥겨운 노래였고, 따라부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거의 모르는 노래였으나, 박수를 쳤다.
다음날 페러 글라이딩 장소(가꼭면 사평리 246 – 33)로 산꼭대기까지 이동하였다. 과일주스를 마시는 외손자(중학생)와 카페에서 라떼 한잔 후에, 다른 몇 사람이 뜨는 장면을 구경하였다. 카페 뒤쪽에서, 사위와 막내 손녀가 뜨는 장면은 카톡으로 보내왔다.
오는 도중에도, 의성에서 8km까지 큰 사고로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침 점심을 단양에서 갈비탕과 꿀밤묵을 시켜서 먹으면서, 외손주들에게 미국소설가 존 스타인 벡의 『에덴의 동쪽』의 도토리 따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하는 『분노의 포도』처럼, 북쪽의 살리나스 계곡에 도토리따는 장명이 처음으로 나온다. 아이들에게 도토리 한 포대에 1만원씩 준다면, 아이들이 노동이라고 거부한다. 그러나 제일 많이 따는 사람에게 자전거 한 대를 준다면, 나무에 메달리면서 따온다. 전체 금액은 적게 들면서도, 경쟁심리로 수확량이 훨씬 많이 따올 수가 있다.
집으로 오는 날은, 가는 날부터 속이 메스꺼운 상태를 벗어났다. 잠시동안이지만 낯선 지역으로 이동하고 생활한다는 것은, 이제 많이 힘들다. 옛말에도 집떠나면 고생이라더니, 여러 지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는, 집만한 곳은 없다.
지인들 중에는 노년의 인생이 지루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읽어야 할 책이 넘쳐난다. 예를 들면 B도서관의 강연에 맞추어서, 사들이는 책을 읽고 질문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부족하다. 책만 읽거나 강의만 듣거나 글만 쓰는 것보다는, 세 가지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시간의 사용에서 더 능률적이다. 나이가 들면 읽는 시간이 느리고 강의도 귀에 반밖에 들려오지 않고 글로 연결이 쉽지 않다. 모두 다 극복할 수가 없는 장애로 남아있다. 그러나 인생에서 포기는 절대로 할 수가 없다. 나에게 간접여행인 독서는, 직접여행의 이미지를 제공하는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깊이 이해하는 길잡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