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않습니다.
◈산소개
오봉산은 경주시 서쪽 건천읍과 서면 사이에 자리잡고 있으며, 낙동정맥이 지나는 단석산 줄기와는 약 1.5㎞거리에
있는 산이다. 오봉산보다는 여근곡(女根谷)으로 더 알려진 산이다. 여근곡은 산의 형상이 여성의 음부와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가운데 작은 계곡이 흐르고, 좌우로 작은 능선이 계곡을 감싸듯이 아래로 뻗어있다.
제대로 보려면 산 전체가 푸르른 여름보다 적절히 단풍이 든 계절이 좋다. 가까이에서는 형상을 볼 수 없으며, 마을
입구인 신평리 들판에서 봐야만 그 생김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예부터 산 아래 마을주민들은 이 희귀한 지형을 신성시해왔다. 삼국유사 ‘선덕여왕 지기삼사 善德女王 知幾三事’에
앞날을 예지하는 능력을 가진 신라 선덕여왕과 관련된 일화가 기록돼 있다. 선덕여왕은 영묘사(靈廟寺)의 옥문지
(玉門池)에서 개구리가 3일 동안 울었다는 보고를 받고는 신하에게 “정예병사 2천명을 모아 서쪽의 여근곡을
찾아가라. 그곳에 반드시 적병이 숨어 있을 것이니 습격해서 죽이라”고 지시했다.
이에 2천의 날쌘 병사들이 여근곡에 가보니 여왕의 말처럼 과연 백제군사 500명이 매복하고 있었다. 신라군은 이들
을 모두 죽이고 남산에 숨어있던 백제 장군 우보와 부하들까지 모조리 무찔렀다. 백제군사가 여근곡에 숨어있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해 하던 신하들에게 여왕은 “개구리는 눈이 불거진 모양이 성난 형상이니 군사를
상징하고, 옥문이란 여근이며, 여자는 음(陰)인데 그 색은 희고 흰색은 서쪽을 상징한다. 그래서 서쪽의 여근곡임을
알았으며, 남근(男根)은 여근 속에 들어가면 반드시 죽으므로 쉽게 잡을 수가 있다”고 했다.
여근곡이 있는 마을인 신평리 일대의 들판은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샙들’로 표기돼 있다. 그러나 이 마을주민들
은 여근곡 아래의 들이라 하여 듣기에 민망한 ‘X들’이라 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