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여러 역을 들린다는 것에 의미를 두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
서 내려갈때도 열차를 끊어타는 버릇이 생긴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통영이지만 수원-남원-옥곡-마산-통영이면 상당히 멀리
돌아가는 여정이죠.
이번 여행의 계기는 어느 홈페이지에서 찾아낸 통영시에서 '봉숫골 꽃 나
들이'를 개최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진해는 아무래도 아직 군항제도 가
보지 못하였지만 다른 곳도 충분히 괜찮은 곳이 많다고 생각도어 통영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하게 바로 내려간다는 것이 재미 없을 것도 같아 앞에서 말
한 코스로 잡게 되었습니다.
4월 5일 저녁, 일을 끝마치고 10-3번을 타고 바로 수원역을 향하였습니
다. 오늘 수원역에서 타게 될 열차는 여수행 #771 무궁화호 열차, 구특
전 열차라 더 편하게 갈 수 있겠죠. 개표를 받고 홈으로 나와 #771열차
에 탑승합니다. 일단은 내일의 여행을 위해서 잠을 청해봅니다. 용케도
남원역 도착할 때 쯤 남원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을 들으며 잠에서 깨
어납니다.
내리는 분들이 제법 되는군요. 제가 탄 객차는 앞에 있어서인지 홈을 한
참 걸어나옵니다. 남원역 광장에는 관광버스들이 쌍계사 관광객을 기다리
는지 아직 너무 이르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새벽 4시부터 시동을 걸고 숨
을 고르고 있습니다.(그날 서울역에서는 남원행 특별관광열차가 있었습니
다.) 저는 예약해 둔 #489 승차권을 옥곡역까지 발권합니다. 나중에 인식
한 사실이지만 스템프를 깜빡잊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다시 개표를 받고 나간 홈에는 저밖에 없습니다. 새벽에 혼자 홈에 서있
는 것도 나만의 기차여행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홈을
전세냈다는 기분을 만끽하기도 전에 #489 진주행(순천경유) 무궁화호 열
차는 기관차의 노란 불빛을 앞세우며 남원역 구내로 들어섭니다.
열차안에는 앞에 의자를 돌려 다리를 뻗고 갈 수 있을 정도로 한산합니
다. 곡성-압록-구례구를 거치는 동안 그 아름다운 섬진강변의 철길은 추
억속으로 사라지고 터널이 계속되는 구간을 지나갑니다. 지금도 섬진강변
을 어렵지 않게 볼 수는 있지만 전보다는 훨씬 못하죠. 어느샌가 깜빡잠
이 들었는데 이번에도 옥곡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과 함께 깨어나고 내
릴 채비를 합니다. 처음 가는 곳인데도 이렇게 잠이 저절로 깨는 것을 보
면 인간의 잠재적인 무의식이 신비하게 느껴집니다.
옥곡역은 전형적인 정겨운 시골역입니다. 한편으로는 구형입장권을 판매
하는 역이죠. 입장권이..77년도에 발행된 것이니까, 그야말로 많은 세월
을 옥곡역에서 잠자고 있던 것이죠. 지금의 입장권 크기보다 세로의 길이
가 짧습니다. 2.5cm입장권이라고 하죠. 이를 구형입잗권이라고도 하는데
현재는 30원권에서 150원권까지 전국의 일부 시골간이역에서 발매되고 있
습니다. 가격은 장당 400원씩이죠. 시골역이다보니 요즘에는 타는 사람
도 그다지 많지 않고 또 아는 얼굴이라 입장권 발매하기도 어색하다보니
입장권이 20년에서 30년동안 역에서 잠자게 되는 것이죠. 저희 같은 여
행객들에게는 반가운 일이지만요.(옛날것을 현실이서 이렇게 만난다
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요)
언제 어둠이 걷혔는지 옥곡역 홈 너머로 보이는 산마루에서 해가 떠오릅
니다. 내가 탈 #1558통일호 열차시간 까지는 시간이 약 40분정도 남고하
여 마침 옥곡초등학교에 벛꽃이 만개하여 그쪽으로 가봅니다. 이른 아침
에 학교에서 나무마다 푸짐하게 핀 벗꽃을 본다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
다. 이럴때 누군가 하나 더 있었다면 금상첨화 일텐데.ㅠ.ㅠ
아무튼 여기서도 이렇게 만족스러운데 제가 갈 통영은 어떨지 더더욱 기
대가 되는데요. 이왕 옥곡을 들른김에 아직 한산한 옥곡시내의 모습도 둘
러보고.. 광양에서온 첫차인 듯한 시내버스가 하루의 시작을 알려주는군
요. 어느덧 열차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옥곡역에 들어가 마산까지 승차권을 구입합니다. 마산이 제가 탈 #1558
통일호(순천->마산) 열차의 종착역이죠. 거리가 꽤 되는지 3000원입니다.
(100km가 넘는 거립니다.) 다시 나가본 플랫홈에는 평화롭고 한산한 모습
입니다. 잠시후 기관차를 선두로 객차를 두량만 붙인 #1558통일호 열차
가 역구내로 들어옵니다.
열차안에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군요. 어느새 객차 2량, 소화물 1량,
발전차 1량을 조촐하게 끌어온 기관차는 #1558열차를 가볍게 끌며 옥곡역
을 출발합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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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가자 철마야]남원, 옥곡, 마산, 통영 -봉숫골 꽃 나들이(2003.4.5-4.6)-1
가자 철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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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2
03.07.24 03:36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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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487 -> #771 -> #489 -> #1558 이 환상적으로 접속이 잘되는 코스이죠.. 전라선, 경전선 스탬프 찍기 참 좋은 열차들입니다.. 여름에 #489열차를 타고 경전선에 진입하면 시골의 상쾌한 아침을 구경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저도 여름에 #489열차로 진주에 잘 다녀옵니다..
흠,,그날 아침의 #1558, 그 시간대만의 경전선의 매력이 있었습니다. ^^
통일호 비전산발매 승차권도 학생할인 승차권 있는데..학생증 보여주시면 통일호도 20%할인되요..참고로 저는 영주에서 경주까지 #1221타고 가면서 4100원내야 하는 것을 할인 받고 3300원에 갔습니다..님께서 할인받았으면 그 구간을 2400원에 탔겠네요..(600원 차이는 정말 크답니다)다음 여행땐 참고하세요..
머 그건 알고 있지만 2할권이 없어 보충권으로 승차권을 끊게 되는지라..웬지 인쇄가 잘 되어있는 상비승차권을 끊고 싶었습니다.
가자 철마야 님께서 이곳에도 진출하셨네요. 그전에는 기적사에서만 볼수있었는데...^^
하하 자주 들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