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
시각장애인 보행 앱 ‘지아이’ 만든 엘비에스테크
- “차별 없는 정보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화면 낭독 프로그램 센스리더, 전자도서 파일을 읽어주는 책마루, 바코드를 음성정보로 변환하는 인쇄물음성변환출력기. 다양한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해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은 많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보행만큼은 난제로 남아 있다. 흰지팡이와 안내견이 있고, 점자 유도블록 등이 설치돼 있지만 시각장애인은 이따금 방향을 잃고 거리에 멈춰 선다. 늘 지나다니던 길이 돌연 낯설어지는 그 순간, 아연한 표정을 짓는다.
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는 시각장애인의 이동권과 이용권을 높이기 위해 보행 애플리케이션 ‘지아이’를 개발했다. 위치 기반 내비게이션 기능에 주변 상가나 음식점의 주문 결제 서비스를 더한 앱이다. 그는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지체장애인, 청각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의 자립을 돕는 발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Q. 엘비에스테크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A. 엘비에스테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내비게이션을 만드는 기업입니다. 2017년 창업한 이래 보행약자 및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향상하는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어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지아이’를 바탕으로 매장이나 카페에서 키오스크 결제를 지원하는 ‘지아이키오스크’, 저시력장애인을 위한 ‘지아이로우비전’, 휠체어 내비게이션 서비스 ‘지아이휠’, 보행 장애물 정보 수집을 위한 플랫폼 ‘로드스캐너’ 등을 개발했습니다. ‘지아이’를 통해 2018년 공공데이터 활용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습니다. 현재 세종특별자치시와 ‘규제 샌드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지아이’는 어떤 시스템인가요?
A. 지아이는 ‘GPS’와 ‘EYE’를 합성한 명칭입니다. 전맹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 내비게이션 및 비대면 주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앱스토어에서 ‘G-EYE’를 검색하면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어요. 지아이는 반경 3km 내의 보행로상 위험물이나 신호등을 알려주고, 건물에 다다르면 출입구의 위치는 물론 출입문이 자동인지 수동인지도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진동 모드를 통해 좌·우회전, 직진, 위험 회피 등 세 가지 신호를 실시간으로 보내줍니다. 지아이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 경험이 곧 데이터가 된다는 것인데요, 지역의 랜드마크나 유도블록의 파손 등 크고 작은 현장의 데이터들이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 정보가 됩니다. 4인의 시각장애인 컨설턴트와 함께 주 1회 이상 거리로 나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어요. 이들 외에도 제품 테스트에 도움을 주시는 장애인들이 많습니다. ‘G-EYE Wheel’은 휠체어 이용자의 안전한 이동을 돕는 앱으로, 보행로의 폭과 경사로를 고려하여 진입 가능한 보행로로 안내하고, 건물 출입구 접근성 정보를 통해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Q. 이 사업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A.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도 IT 인프라가 잘 구축된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중도실명을 한 사촌 동생으로부터 시각장애인의 고충을 듣게 되었어요. 목적지를 찾지 못해 오랜 시간 한 자리에 머무르거나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을 찾아갈 때, 위험물 때문에 보행의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잦다는 이야기였죠. 처음에는 내비게이션 지팡이나 포인터형 음성 지원 반지를 구상했습니다. 그런데 사촌 동생이 “반지는 빼놓았다가 잃어버리기 쉽고, 지팡이는 너무 무거울 것 같다”며 “늘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게 어떠냐”고 하더라고요. 이때부터 시각장애인 스마트폰 보급률, 시장 진입의 시기 등의 자료를 상세히 분석했습니다. 점자를 사용하지 않는 인구가 90% 수준에 육박한다는 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이 80% 수준에 이른다는 점, 전 세계 2억 5천만 명의 시각장애인이 가장 큰 일상의 제약으로 ‘위치 찾기’를 선택했다는 점 등을 알게 됐죠.
Q. 개발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겠습니다.
A. 처음엔 욕심이 좀 과했던 것 같아요. 장애인, 노약자 등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메뉴와 기능을 앱에 탑재했거든요. 무려 46가지의 터치 동작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활용 방식이 복잡해졌고, 곧 시각장애인 이용자의 접근성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최대한 간결하게’라는 원칙을 세웠고, 터치 동작을 실제 사용 편의에 더 적합하도록 6가지로 줄였습니다. 주춧돌이 튼튼해야 집이 무너지지 않듯, 기본이 잘 잡혀 있어야 응용도 수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비즈니스로서 이윤을 보기 어렵지 않느냐”고 우려하기도 해요. 그러나 가장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서비스를 다른 영역에도 활용하면 사회에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 믿습니다.
Q.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마치 이정표를 얻은듯한 반응을 보입니다. “지아이를 통해 가보고 싶었던 카페의 위치를 알게 됐다”, “앱 터치가 복잡하지 않아 쉽게 익힐 수 있다”, “길을 덜 헤매게 되어 기쁘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낍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력이 있다 할지라도 세부적인 컨설팅이 없었다면 이런 결과를 얻기 어려웠을 거예요. 4인의 컨설턴트와 피드백을 주는 이용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Q.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A. 서비스를 어떻게 하면 확대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키오스크 설치가 증가하면서 시각장애인에게는 또 다른 장벽이 생겼어요. 키오스크 결제를 지원하는 ‘지아이키오스크’를 개발했는데, 이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상점들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서울 일부 지역과 세종시 등에만 자리를 잡은 상태라 아쉽습니다. 지아이는 장애인뿐 아니라 노약자나 유아차 사용자에게도 유용한 기술이고, 무인 배달 로봇에도 접목 가능한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무장애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자체적인 기술 고도화와 다른 국가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추진할 것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만들고 싶은 것 이전에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먼저다’라는 원칙입니다. 기술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활용하는 것도 사람이므로, 사람을 향한 따뜻한 기술력을 잃지 않겠습니다.
김수정·신혜령 기자
* 기사: <손끝으로 읽는 국정> 제175호에서 발췌
* 사진: 동의 하에 촬영한 개인의 스마트폰 이미지
첫댓글 어무이 보행 도우미 역활이 줄어지는 그날까지
그대들의 열정에 박수 보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