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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협동의 정신 ‘마을공동체’를 <9> | ||||||
여민동락 사회변혁의 꿈을 농촌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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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이 인간의 참다운 행복의 터전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저소득과 중노동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바탕위에 마을공동체의 다양한 문화를 부활시켜야 한다. 마을공동체는 주민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존중되며, 상호 대등한 관계속에서 마을에 관한 일을 주민이 결정하고 추진하는 주민 자율공동체이다. 영광 묘량의 ‘여민동락’과 같이 전국적으로 대안적 삶을 꿈꾸는 다양한 형태의 마을공동체들이 운영되면서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영광에서도 또 다른 ‘여민동락’을 희망한다. <편집자주>
자립의 원칙으로 설립한 여민동락공동체 대학시절 함께 꿈꾸었던 ‘더불어 행복한 세상’에 대한 열망을 졸업과 동시에 증발시키는 우를 범하고 싶지 않았던 세부부가 농촌의 부흥과 재생을 목표로 여민동락공동체를 설립했다. 세 부부가 돈 있는 사람은 돈을, 관계가 풍부한 사람은 관계를, 행정능력이 있는 사람은 행정능력을 출자하면서 시작했다. 세 부부 여섯명의 최초 출자가 이제는 15명의 대식구로 확장되었다. 그리고 올해 꼬박 7년이 되었다.
여민동락공동체는 국가보조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기 지갑부터 열어 먼저 나누자는 원칙, 스스로 농민이 되어 밭 한 평이라도 노동하고 경작하자는 소신, 복지 안에 갇힌 복지가 아니라 지역민의 일원이 되어 지역사회에 완벽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지역일체형 생활공동체와 일터공동체를 만들자는 철학을 이뤄가고자 했다.
저마다 “보조금 없이 어찌 운영하느냐”고 의아해 하기도 했다. “나랏돈 누가 써도 쓰는 건데, 왜 그렇게 순진하냐”고 타박하기도 했다. 모두 일리 있는 조언이지만, 아마 처음부터 보조금으로 시작한 여민동락이었다면, 현재의 여민동락은 꿈조차 꿀 수 없었을 것이다.
여민동락공동체는 처음부터 협동조합의 원칙과 취지에 맞게 설립됐고, 지금도 그 헌법대로 활동하고 있다. 첫째 노동과 생산을 통하지 않은 모든 외부의 기부와 후원은 반드시 그 십분의 일을 쪼개, 더 가난하고 후미진 지역과 단체와 시설에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둘째 국가의 보조금과 인건비 지원을 받지 않는다. 다만 국가의 보조금과 인건비는 재정적 독립과 경제적 자립을 완벽하게 이룬 뒤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업에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규모의 감당 가능한 자금만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셋째 아이들을 도시로 유학 보내지 않는다. 마을공동체 활동의 기본은 지역에 ‘사는’ 것이고, 동시에 지역사회의 작은 시골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주민들과 함께 더불어 함께 교육과 문화를 살려가야 온전히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뜻을 실천하는 것이다. 넷째 농촌주민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밥을 먹으며 농부로 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마을활동가 혹은 지역운동가라 자칭하면서 주민들 속에서 ‘헌신’만 하는게 아니라 이웃으로 함께 살며 주민들의 살림 모양을 닮아가고 농민들에게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하면서 온전히 마을구성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협동조합 정신에 기반한 농촌공동체 만들기 영광군 최초의 면 단위 노인복지시설이자 국가 보조 없이 주민들의 신뢰와 지지로 운영이 되던 돌봄 중심의 여민동락노인복지센터, 사무실에 안에 갇힌 기존의 관행적 복지, 시장주의의 유입으로 파생된 비즈니스 복지를 넘어 현재는 마을 주민과 함께 농촌공동체의 실핏줄인 마을복지를 살리기 위해 독특한 방식의 마을회관 거점형 복지를 확장 해가고 있다.
마을 곳곳마다 문어발처럼 마을복지센터를 두고 있다. 무려 24개나 되는 농촌마을 경로당과 마을회관을 마을복지센터로 활용해 마을학교인 ‘품앗이 학교’를 열었다. 주민 자치 조직인 마을복지위원회(이장, 노인회장, 부녀회장 등이 위원장과 위원을 맡고 있다.)를 통해 마을 복지의 대상자부터 참여자를 결정하고 마을 주민이 마을 내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을 모시고 있다.
여민동락공동체는 마을 스스로 이루는 공동체경제, 이른바 마을(행정리별)마다 마을기업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는 농산물 생산 협동농장인 행복농촌일자리, 농산물 가공사업인 할매손 모싯잎송편 공장, 생필품을 구매하고 지역 농산물을 도시민에게 판매하는 마을 유통사업단 동락점빵을 해당되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운영해 가고 있다. 모두 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협동조합형 사회적경제 조직을 만들고 협동과 선의 경제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여민동락공동체가 지역의 학부모들과 함께 시작한 ‘작은 학교 살리기’는 농촌의 위기, 교육의 위기를 극복하는 대전제이자 실천적 대안이다. 학교를 빼고 돌아오는 농촌을 이야기 하고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논할 수 없다. 여민동락공동체는 지역의 젊은 학부모들과 주민들, 학교와 함께 4년째 작은 학교 살리기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 살리기를 시작했던 2010년 학생 수 12명에서 현재 45명까지 늘어나는 기적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농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동력들이 생기고 귀농 귀촌한 가정에게는 직장을 나누면서 마을의 선순환적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여민동락은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밖으로 나가 문화적 욕구를 채우지 않고도 지역에서 각종 다양한 문화예술공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와따 징하게 오져부요’ 문화복지난장이다. 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마술, 판소리, 민요 등등 비싼 입장료를 내야만 TV에서만 볼 수 있었던 각기 다양한 공연을 섭외하기 시작했고, 독거어르신들 위한 안과, 치과, 내과, 침뜸 등의 의료봉사를 펼칠 단체를 모셔오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학생들의 소꿉장난으로 끝나버리기 일쑤였던 학교 체육대회는 지역민과 어르신, 학생들과 젊은 학부모들이 모두 모여 실력을 뽐내는 묘량가족한마당이 되고 있다. 여민동락이 묘량에 자리 잡은 초기에는 감히 상상도 못했던 모습들이다. 농촌마을 주민들은 스스로 마을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먼저 손 내밀어 지역을 살리고 학교를 살려내고 있다.
복지와 교육을 누릴 수 있는 농촌을... 마을공동체가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일은 행정의 과욕과 과속이다. 협동조합 등의 사회적경제와 마을공동체 만들기는 단순 이익조합이나 영리기업 차원의 속도전이나 마을경관조성사업 등의 일회적인 이벤트가 아닌 만큼 주민의 소통과 관계의 강화로부터 자연스럽게, 더디 가더라도 함께 가는 과정의 민주주의가 중요하다.
우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마을학교’를 지속적으로 열고자 한다. 마을학교가 마을의 자생력을 키우는 중간지원센터 구실을 하는 것이다. 서너 명부터 천천히 생각을 키워가야 한다. 무엇보다 자립의 원칙을 확고히 세워 규모가 작고 소박한 일부터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해결해야 한다. 가령, 고사 직전의 마을기업을 인수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고 친환경급식센터를 만들거나 현재 사실상 방치되어 있는 묘량의 문화역사자원을 활용한 도농체험교류센터를 만들 수도 있다. 지역에 늘어나는 젊은 학부들과 함께 밤마다 월요영화관, 화요독서회, 수요연주회, 목요토론회, 금요막걸리파티를 열어 관계를 이루고, 그 관계망 안에서 주민 스스로 운영비를 마련할 방도를 찾아볼 수도 있다.
여민동락공동체는 농촌공동체의 한국적모델 연구와 마을복지, 마을공동체의 강화를 위해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해나가고 있다. 농촌의 삶터를 새롭게 살리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지역민들과 한 몸을 이루어 지역일체형공동체를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설립초기부터 지금까지 늘 그랬던 것처럼 21세기문명의 중심인 농촌을 가장 살기 좋은 공동체의 거점으로 세우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귀농·귀촌인들에게 따뜻한 농촌, 외부세계인 도시에 당당한 농촌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새로운 농촌르네상스를 이루는데 작은 역할이라도 담당하고 싶다. 땅을 지킨 농민들이 도시로 유배당하지 않고도 천수를 누릴 수 있는 농촌이어야 옳다. 복지와 교육을 충분히 누릴 수 있고 경제와 문화가 꽃을 피울 수 있는 농촌 이어야 산다. 그 가장자리에 여민동락공동체가 늘 서 있고자 한다. /신창선․ 최미선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인터뷰 / 이은경 공동체경제팀장 “나눔과 협동의 선을 이뤄야 행복한 공동체”
문제는 사람이고 방향이다. 현재 협동조합이니 사회적기업이니 농촌공동체 회사니 여러 형태의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유행하고는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지적처럼, ‘대부분의 마을개발 사업은 주민들의 주도가 아닌 정부나 마을을 계획하고 개발하는 업자들이 주도하고 시혜하는 하향식·일방적 역학구도’라는 게 맹점이다. 주민참여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한 운영주체를 잘 세워 개별영농을 통한 반복된 실패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선의의 협동을 통해 경제 너머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을은 관광과 조경의 대상이 아니다. 오래도록 정주해 왔던 사람, 그 사람이 사는 터전이다. 체험용이나 전시용 마을을 만들기 위해 꽃 심고 관광단지 조성하고 자본과 인력을 동원해서 마켓팅하고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마을에 사는 사람이 행복하고 더불어 어깨걸고 손맞잡고 생활하는 공동체로서 그 일차적 기능이 있다는 얘기다. 이제 ‘협동조합과 마을기업’의 씨를 뿌려야 한다. 거대한 공장유치로 마을을 없애버리는 노력보다, 오히려 마을마다 ‘협동조합과 마을기업’을 만들어 오래도록 살아온 터전을 지키고 더불어 행복한 공동체를 일구는 편이 진보적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작게 곳곳에 가능한 마을부터 추진하고자 한다.
*원문출처 : 영광신문 http://www.yg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60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