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음 봉사의 날이 구민회관에서 매월 셋째주 화요일마다 있다.
약 400 여명의 노인분들이 아침 일찍부터 구민회관에 오셔서 공연도 보시고 건강검진도 하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면서 혈압 당뇨 체크와 머리 이발까지 여러가지로 봉사자들의 봉사를 받는 날이기도 하다.
강동구 새마을 부녀회에서는 이 날 중식을 제공하는 봉사일을 해 오고 있다.
불편한 몸으로 줄을 서서 한참 동안 기다려야만 점심식사를 하고 또
급히 다른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자리를 내줘야한다.
그때마다 부녀회원들은 뒷정리를 한 후에 다시 상을 차려 드리고 정신이 없이 바쁘다.
나이 드셔도 건강하신 분들도 많지만 대부분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다.
파킨슨 병으로 손을 떨면서 식사를 하시는 어르신을 보는 순간 돌아가신 시아버님이 생각났다.
그당시는 그런 증상이 파킨슨병이라는 것도 모르고 지켜만 보았었다.
밥그릇을 달달 때리면서 숟가락 질을 해야한다는 건 얼마나 본인은 힘겨운 가눔인가?
늙는 건 어쩔수 없지만 정말 건강하게 늙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왜 그리 음식은 또 흘려가면서 먹어야 하는가?
바지위에 떨어진 음식들을 미처 털지도 못하고 어눌한 몸짓으로 의자에 앉고 일어서는 거 조차 힘겨운 모습을 보면서
내가 휴지를 들고 바지위에 떨어진 물을 닦아 드리니까 고마워 하신다는 표정이었다.
자그만 배려에 친절에도 고마워하는 모습들, 그리고 빨리 먹지 못하여 늦도록 앉아서 밥한그릇 먹는거조차
눈치가 보일까봐 주위를 정리하면서도 천천히 드시라고 일부러 편안하게 대해드려야 했다.
늙어서 서러운 게 아니라 병이 들어서 서러운 거다.
봉사자로서 일할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어쩌면 커다란 축복이 아닐까?
나중에 내가 어르신들 처럼 늙었을때, 나도 그 누군가의 봉사를 받으면서 지금 내가 봉사하여 왔던 것들을
마치 무용담처럼 들려주면서 보람을 느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 3시에 일어나 거의 날밤을 샜으니 오늘 오전중 서빙을 한다고 왔다갔다 세시간을 하고 나니
동안 좀 잠잠했던 발목이 다시 아파왔다.
점심 식사도 못하고 바로 일어공부하러 가서 수업을 하고 나니 온몸은 녹초가 되고 힘들었다.
사실 이렇게 힘들땐 왜 내가 이런 일로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 봉사장에는 구청장님 사모님하고 국회의원 사모님들도 앞치마를 입고 봉사를 참여해 주었다.
정치하는 분들 부인들의 내조 역시도 만만치 않은거 같다.

(할머니의 입을 닦아 드리고 있는 한정아 강동구청장 사모님)
요즘 젊은 이들은 봉사보다는 나 자신의 취미생활, 내 가족이 우선이고 남을 위한 봉사에는 외면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먹고 살기 바빠서, 사람들 만나서 운동하고 여행하고 그런게 우선이면서도 늘 시간이 없어서 봉사를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1주일에 하루가 안되면 한달에 한번이라도 진정 남을 위하여 봉사를 한다는 정신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그러고 보면 봉사도 꼭 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하고 있는 추세이다.

엊그제 친구는 골프를 100 타 쳤다고 자랑스럽게 나에게 문자로 알려왔다.
좋은 아파트에 살면서 파출부를 쓰고 골프를 하고 자랑스럽게 나에게 말하는 그 친구를 보고 굳이 이러저러하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어쩌면 나와는 정말 대조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일찍 결혼하여 아이들 다 자라고 곧 며느리를 볼거라는데, 나는 아직 초등생 영선이가 있고 이것저것 아직
사십대처럼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지금 젊고 건강해서 봉사를 할 수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계산하지 말고
남을 위한 봉사를 하면서 보람있는 삶을 살고 싶다. 결코 그런 친구들이 부러운 적은 한번도 없었다.
여고시절에 언젠가 추운 겨울에 길거리에 있는 거지를 보면서 나중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헌신하며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때 그 길거리에서 만난 거지의 눈빛이 역력하다.

첫댓글 아름다운...참으로 아름다우신..한시인님....감사합니다._()_
아하하! 우리 한상림시인님이 맨 밑에 있엇군요. 아름다워요. 마음이 너무 멋져요.
아름다운 마음이....멋지고 대단하시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