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학생들과 본당 신자들이 십자가의 길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어렵진 않았지만 쉬운 일도 아니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만든 작품이라 잘 만들었는지 확인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만든 십자가의 길 14처가 지난해 8월 신설된 교구내 한 본당에 걸렸다.
충주성모학교(교장 이순복 수녀)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만든 십자가의 길 14처가 신둔성당(주임 임익수 신부)에 걸린 것이다.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만든 십자가의 길이 본당에 걸리게 된 것은 말 그대로 ‘우연’이였다.
건축사인 본당의 한 신자가 지난해 서울 평화화랑에서 열린 학생들의 전시회에 참가, 이들의 작품에 감명을 받아 본당 주임 임익수 신부에게 전했다. 본당은 얼마간 상의를 거쳐 학교 측에 십자가의 길 제작을 의뢰했다.
이후 시각장애인 남녀학생 7명(초4~중1)과 담당 이영신 수녀(사랑의씨튼수녀회)는 십자가의 길 제작에 매달렸다.
문제는 십자가의 길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데 있었다. 이수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과 매번 작업에 앞서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고 기도했다. 이만큼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적절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작업에 매달린 지 4개월 후, 드디어 이들이 만든 십자가의 길이 완성됐다. 황토색 옹기토로 빚은 가로 27㎝, 세로 38㎝ 크기, 각 처에는 부조 십자가와 점자로 쓴 ‘사랑’이라는 단어를 새겼다.
그리고 지난 7일 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십자가의 길이 걸린 성당을 찾았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작품이 성당에 걸린 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와서 만지고 느껴 본 후 연신 벙글 거렸다.
본당 신자들도 이들의 방문을 기뻐하며 정성스런 음식으로 학생들을 대접했다. 학생들은 “작업을 하면서 깨지거나 금이 가 여러 번 작업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며 “저희의 작은 정성이 본당 신자 분들이 신앙생활을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녀는 “이번 작업을 통해 교회의 한 부분에 있어 시각 장애인 학생들이 속해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작업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본당 측에 감사하다”고 했다.
한편 본당 측은 2010년 새 성당 착공 후 이들에게 작품을 의뢰할 계획이다.
유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