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산을 가다
대구 산모임은 1월 15일 금요일 2010년 첫 번째 산행을 마천산에서 했다
마천산은 대구지하철 2호선 종착역 옆에 있다
1. 모처럼 만의 단잠
속담에 안 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나는 작년 12월 초 안동시골에서 밭에 심어둔 麻가 있는데 공짜이니 마음대로 케 가라는 연락을 받고 공짜에다 오래 살 욕심으로 찾아가 한 고랑을 켔는데 그 옆 콩을 심었던 자리에 많은 콩들이 밭고랑 검불 속에 떨어진 것을 보고 왜 이러냐고 하였더니 손이 모자라 추수가 늦는 바람에 콩알이 솟아져버렸단다.
이것도 공짜로 주어가라는 바람에 콩을 줍기 위해 장갑 낀 손을 갈퀴삼아 엎드려 뒷걸음질하며 밭고랑의 검불을 긁어낸 일 밖에 없었는데 그 후 의자에 앉으면 마치 고환 밑에 정구공 하나를 고아놓고 앉은 느낌이 나더니 12월 23일 부터는 본격적으로 왼쪽 고관절 속이 몹시 쓰라리며 동시에 좌측 고환을 누가 힘껏 움켜쥐고 있는 것 같이 아프기 시작한데다가 좌측 옆구리와 무릎 종지뼈마저 아프고 쓰려 하여 한발을 제대로 내딛을 수 없었고 3일 밤을 한잠 자지 못하는 고통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병원도 쉬는 연말과 연초를 보내고 있었으므로 이번 산행에는 참석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파티마의 김상철 동문의 안내로 겨우 진정을 찾아 가기 시작하였으나 아직은 온전치 못하지만 치료의 효과를 시험 삼아 산행에 참석하게 되었다.
산행 후 마을에 돌아와 목욕을 하고 병원을 찾아가 물리치료를 하고나니 심신이 가쁜 한데 저녁을 먹고 나니 달콤한 졸음이 밀려와 일찍 자리에 누우니 꿀맛 같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번일로 마음 깊이 터득하게 된 말은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라는 속담이었다.
여러분들도 평소 안하던 일은 절대 무리하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
2. 산행준비
원래 대구 산모임은 1월 8일이 예정일 이었으나 바둑모임 때문에 15일로 미루었단다.
그러나 내가 산행 통지문을 받을 당시에는 이번 산행은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어 아침 10시 30분까지 2호선 전철 종점 문양역으로 나오라는 곳까지만 읽고 그 다음, 오후 1시 하산하여 매운탕을 준비했다는 부분은 읽어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동안의 치료덕분에 상당히 호전되었으므로 산행 당일 오늘 아침 최저기온 영하 7도라는 뉴스를 보고도 힘들면 중도포기하기로 하고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치료의 효과를 시험 삼아 가보기로 하여 점심까지 준비하여 배낭에 넣고 문양역에 도착해 보니 안승완 회장과 강민본 대장 등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배낭을 메지 않았다
왜 가방이 없느냐고 하니 점심을 준다는데 가방에 넣을 뭐가 있어야지 라고 했다
오나가나 덜렁댄다.
참석한 인원을 점검해 보니
강민본, 강석호, 곽동환, 김덕, 김우홍, 서기성, 조병로, 조용수, 조순희, 박재언, 박종근, 박주식, 안승완, 이영수, 한상훈, 황영일, 나 최영진 이렇게 17명이었다.
3. 마천산 등산로
마천산은 대구 지하철 2호선 종착역 문양역 옆에 있는 데,
아마도 摩天山이라고 쓸 것 같은데 산은 지금까지 우리가 찾은 산 중 가장 낮았다.
4. 산행길
평탄하고 넓은 등산로가 능선을 따라 솔밭 속으로 오르락 내리락 했는데 산행시간은 약 3시간 정도이다.
지하철이 공짜인데다가(노인에게) 부근은 낙동강 지류가 흐르고 있고 달성군에서 부근 일대를 향토음식 먹거리촌으로 조성한 곳으로서 매운탕 집이 줄을 지어 서 있고, 2만 원짜리 매운탕 하나이면 4명이 족히 먹을 수 있어 1인당 5,000원씩이면 하루를 즐기고 건강을 지킬 수 있어 노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란다.
등산로 입구에서 약 30분을 걸으니 가볍게 능선을 오를 수 있었는데, 나는 왼쪽 다리에 무게를 주지 않으려고 지팡이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왼 팔이 상당히 힘들었으나 오를 만 했다.
5. 가뭄
서울 중부지방과 서남해안 쪽으로는 많은 눈이 내렸다고하는데 대구의 눈은 온듯 만듯하여 이따금 멀리 잔설의 흔적만 보일 뿐 산은 메말랐고 등산로는 걸을 때마다 먼지가 풀풀 일었다.
6. 어느덧 둘 째 휴식처
다시 약 30분 걸으니 어느덧 둘째 휴식처가 나타났다.
같이 휴식하고 있는 홍 이점은 우리 일행이 아니다. 우연히 동행하게 되었는데 노인들의 기에 눌려 잠시 후 어디론가 사라졌다.
여기서 안승완 회장이 지난달 산행시에도 가져왔던 구기자주를 내 놓아 산행하는 우리들의 입안과 정신을 더욱 산뜻하게 해 주었다.
조병로 동문은 사탕을 돌리며 나에게 잘 보여야 사진을 잘 찍어준다며 농을 한다.
사진이 잘 나온 것은 모두들 인물이 잘 났기 때문이지만
오늘은 내 발걸음이 늦은 탓에 당최 앵글이 잡히지 않는다.
7. 등산로
지팡이 의지하고
솔밭과 잡목 사이를 걸으면
불편한 몸의 발걸음은 무거워도 마음은 즐거운데
하늘도 반겨주며
맑고 푸르며 바람도 잠잤다.
8, 셋째 휴식처
예전엔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터인데
휴식처가 나타날 때마다 쉰다.
덕분에 나도 오늘 살게 되었지만....
여기쯤이 오늘 산행할 전체거리의 절반 쯤 되는 지점인가보다.
강민본 대장이 준비해 온 인절미와 박종근 동문의 꼿감, 또 누군가가 사과 그리고 귤 등속을 내어 놓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나의 점심으로 준비해 온 인절미를 내 놓아 모두들 오후 1시 매운탕을 먹을 때까지 잠시의 허기를 메우는 요기를 했다.
9. 남의 유택에 관심을 가질 나이
마지막 휴식처 부근에 이르렀을 때 아주 잘 다듬어진 무덤을 보았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남의 유택에 관심을 보인다.
모두들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10. 마지막 휴식
위의 유택을 지나자 마자 마지막 휴식처가 나타났다
여기서 베낭을 메고 간 사람들은 가방을 열어 다 털어내고 마지막 커피를 마셨는데 우리 강석호 동문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떡을 먹거나 커피 마시는 등 입맛을 다실 때만 잠시 담배를 끊었다(그걸 끊었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ㅎㅎㅎ)
멋은 있지만 건강을 위해서 담배 좀 줄이는 것이 좋겠다.
11. 출발점 회귀
출발 점에 회귀하니 시간은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1시 30여분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저 멀리 문양 종착역사가 보인다.
12. 원점에서
그 동안 지팡이에 의지하였던 나는 처음의 염려를 날려 보내며 안도했다.
출발점에 도착하여 역사 건물 밖에 설치된 등산객들을 위한 압축공기 먼지떨이로 옷과 신발의 먼지를 털고나니 매운탕 집에서 보내온 승합차가 우리들을 마중하고 있었다.
13. 논메기 매운탕
지하철 2호선 종착역이 있는 문양리는 행정구역상 달성군 소속인데 달성군에서 이웃 문산리와 부곡과 함께 그 일대를 향토음식 먹거리촌으로 조정하여 홍보하고 있으며 특히 메기매운탕으로 유명하다.
문양역에서 남쪽으로 15분 정도를 걸으면 낙동강이 흐르는데 강 건너는 성주 쪽이다
강변에는 매운탕 집이 줄을 지어 서 있는데 오늘 우리들이 예약해 놓은 집은 강변은 아니지만 논메기로 유명한 식당이란다.
메기매운탕을 보더니 평소 맥주 아니면 상대를 하지 않던 조용수 동문마져 전통주 막걸리를 찾았다.
그러자 황영일 화백이 새해 첫 산행기념으로 오늘의 매운탕 만찬을 전부 소겠다 했다
난데 없는 복이 굴러떨어지는 바람에 모두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14. 문양과 문산의 강과 하늘
아래 사진은 지난 가을 내가 처음 문양을 찾았던 날 저녁의 문양의 강과 하늘이다.
그 때는 강변을 산책했고 오늘의 등산로가 있다는 사실 조차 몰랐는데 이번 두 번째 방문에서 마천산을 찾게 된 것이다.
4명이 1인당 5000원 정도만 있으면 하루를 즐기며 건강을 지킬 수 있으니 노인들을 위한 좋은 곳이라 할만하다.
첫댓글 이번 山行記 보는것 포기 했는대. 문양역 내리자마자, 아! 聽岡왔구나... '됐다'
고맙고 또고맙다. 빠른快愈 하시게. 馬川山으로 어디서 본듯한데 나도 잘 모르겠다. 安寧~~~
청강선생! 금년들어 대구 산행 처음 보는 것 같구나. 재미있게 밝은 모습들도 잘 보고 아래 해 지고 아름다운 노을도 잘 보았다만 고생 많이 하셨구나. 그래도 많이 좋아 지셨다니 만만다행이구나. 건강에 유의하시고 하루 속히 옛날 모습대로 불편한 곳은 없기를 바란다.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