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 후배와 3년 열애 끝에 부산에서 결혼식을 올린 김모(여·28)씨는 첫날밤을 여행지가 아닌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보냈다. 결혼식과 피로연 직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비행기를 타는 대신 결혼식 당일의 피로를 먼저 풀고 싶어서다.
김씨는 "신혼여행을 배낭여행으로 계획했기 때문에 첫날부터 바쁘게 허둥대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년새 달라진 '결혼 풍속도' 때문에 결혼시즌의 시작과 함께 호텔업계가 희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결혼식을 마친 신혼부부들이 공항으로 직행하는 대신 인근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여행지로 떠나는 경우가 3, 4년전부터 증가하더니 올해는 지난해보다 최대 배 가까이 늘고 있는 것이다. 결혼식이 봄, 가을에 집중되기 때문에 호텔로서는 '비수기'에 뜻밖의 호재를 만난 셈이다.
부산지역 호텔가와 여행사 등에 따르면 올들어 13일 현재까지 첫날밤을 호텔에서 보내는 커플의 숙박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호텔별로 20~100%가량 늘었다.
부산 메리어트호텔 관계자는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 커플이 그 호텔에서 첫날밤을 보내는 경우는 거의 배로 늘었다"며 "시내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린 후 해외 여행을 가기 전 첫날밤만 보내기 위해 오는 경우도 올들어 큰 폭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웨스틴조선호텔도 올들어 4월까지 신혼 첫날밤을 보내는 고객들의 예약률이 지난해보다 20%가량 늘었다.
이 호텔 관계자는 "호주 유럽 등지로 떠나는 장거리 해외여행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여행에 앞서 피로를 풀고 상쾌하게 떠나려는 젊은 부부가 많아지고 있다"며 "여유와 실속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의 가치관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산 롯데호텔의 경우 월~금요일에 호텔결혼식을 올리는 신혼부부에게 식사 음료 및 사진 드레스 등을 할인하고 있고,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은 결혼식 당일 디럭스 룸에서의 1박 숙박을 기본특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허니문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들도 부쩍 바빠졌다. 부산지역 최대 여행사중 하나인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해 자사 상품을 이용한 1800쌍의 신혼부부 중 300쌍이 현지에서 하루를 머물렀으나 올해는 600여쌍이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신혼부부들이 결혼식 직후 국내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신혼여행지로 출발하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여행업계마다 특급호텔의 객실확보에 애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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