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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한미산악회 회원들이 릿지에서 허드슨밸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번 산행에는 조성복 회원의 두살박이 아들 케빈 군도 동행했다. |
곱고 섬세한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살렸던 영랑의 시를 떠올리며 뉴욕의 가을 단풍 산행을 떠나고픈 계절이다.
뉴욕엔 단풍 명소가 여러 곳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미네와스카 주립공원의 모홍크 보호구역이다. 모홍크 보호구역에는 잘 알려진 리조트 호텔 ‘모홍크 하우스(Mohonk House)’가 있다. 1869년 미국 최초로 가족 휴양지로 건립된 호텔이다.
모홍크의 뜻은 ‘하늘 속의 호수’라 하는데, 절경인 모홍크 하우스의 산상호수를 지칭하는 애칭이다. 겅크(The Gunks)라고 부르는 샤완겅크 산맥의 일부인 모홍크 공원은 전체 면적이 약 7000에이커(850만평)의 규모로, 하이라이트는 300∼400피트의 수직고도를 유지하며 길게 펼쳐진 병풍 절벽이다.
절벽의 모양은 평판의 바위들이 차곡차곡 쌓여져 시루떡처럼 가지런하다. 약 12마일 병풍처럼 넓게 펼쳐진 절벽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암벽등반의 명소이기도 하지만, 암반 위 벼랑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등산로 밀브룩 트레일(Milbrook Trail)이 개발돼 있어 많은 하이커들이 즐겨 찾는다.
이 암반의 벼랑에서 바라보는 허드슨 계곡의 경관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모습이다. 특히 허드슨 계곡의 나무들은 대부분 활엽수가 주종을 이루고 있어 가을이 되면 자연이 빚어놓은 움직이는 디지털 예술품처럼 빨갛게 타오르는 단풍의 황홀함에 빠져든다.
뉴욕의 중심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서는 약 90마일 거리에 있어 그리 멀지 않다. 밀브룩 트레일은 비교적 평탄하여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뉴욕 주의 대표적인 단풍산행 길이다.
▶오르는 길=30분만 주차할 수 있는 겅크산맥 중심을 넘어가는 고개(Rt.44-55)에 위치한 전망대를 넘어가면 웨스트 트랩스 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에 차를 세워놓고 뒤돌아 고개 꼭대기로 올라가면 길의 왼편은 언더크리프 트레일 쪽으로 겅크 절벽 밑을 따라 모홍크 호수까지 가는 마차길이 나오고, 길의 오른편으로 가면 파랑색 표시의 밀브룩 리지 트레일이 나온다.
밀브룩 트레일의 초반 0.25마일은 갈지자로 곡선을 그리는 제법 가파른 경사의 바윗길이다. 바위는 색깔이 맑고, 바위 틈새마다 소나무도 나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어 이미 벼랑 위의 풍치를 나타낸다.
그렇게 약 15분을 오르면 널따란 전망대 바위가 나오고 허드슨 밸리의 탁 트인 풍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여기서 고개를 들면 창공을 멤 도는 매들을 구경하기에도 좋은 장소로 일명 ‘더 혹 워치 사이트’다.
여기부터가 밀브룩 산을 향한 밀브룩 리지 트레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아래에서 보면 시루떡처럼 보이는 니어 트렙 절벽의 맨 위쪽 바위를 따라 걷는 평탄한 암반 길이다.
길은 숲 안으로 들어갔다가 바위 끝으로 나왔다가 하면서 진행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단풍 든 숲 속의 풍경이 있고, 끝으로 나오면 저 아래의 먼 풍경이 펼쳐있어서 전혀 지루한 줄 모르고 걸을 수 있다.
그렇게 약 1마일 걸으면 미네와스카 공원으로 들어가는 트렙스 로드를 연결하는 빨간색의 베이야드 패스를 지난다. 이 지점을 지나 내려오면 좁게 이어지던 길을 따라 약 1마일 가면 야영지처럼 평평한 장소를 만난다.
여기가 간식이나 점심을 둥그렇게 모여서 먹기에 좋은 곳이다. 바닥은 널찍한 돌판 바위고, 소나무가 그늘을 드리고, 낮은 풀들이 쿠션을 제공하여 달콤한 가을의 오수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잠시 후 오른편에 상단의 콕싱 트레일을 연결하는 또 다른 빨간색 트레일을 만난다. 여기서 다시 약 1마일 더 걸으면 오른 쪽에 세 번째 빨간색의 밀브룩 마운틴 트레일을 만난다.
밀브룩 리지 트레일은 약 60여미터 더 나아가 독수리가 둥지를 틀은 바위 위의 밀브룩 마운틴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출발지에서 악 3마일 거리가 된다. 좀 가파른 바윗길이다.
하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오던 길을 되돌아 가도 되고, 아니면 빨간색의 밀브룩 마운틴 트레일에서 왼쪽으로 돌아 미네와스카 호수 쪽으로 0.2마일 가다가 콕싱 트레일-트랩스 로드-주차장으로 타원 모양으로 한 바퀴 도는 순환산행을 해도 된다.
전자는 내려가면서 다시 한 번 천천히 허드슨 계곡을 구경하면서 갈 수 있고, 후자는 전망의 경관은 없지만 새로운 길을 따라 가는 재미가 있다. 추석도 지났으니 완연한 가을이다.
▶가는 길=조지워싱턴브리지(GWB)-Rt.4 West-Rt.17 North-Rt.87 North-Exit 18-Rt.299 좌회전-Rt.44-55 우회전-겅크 웨스트 트랩스(West Trapps) 주차장.
글=조남목(뉴욕한미산악회 http://cafe.daum.net/nykralpine)
첫댓글 조남목씨. 산에 다니기 시작한지가 얼마안되는거 같은데 글도 잘 쓰시고, 노인네 뒷 바라지도 잘 하시고, 보통 일이 아님니다. 산에서 자주 만나요. 글 잘 봤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