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달 19일 새벽 유성기업이 고용한 용역 직원이 몰던 대포차량에 치인 유성기업 노동조합 조합원이 쓰러져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지회 |
대학 못 가면, '나라 걱정'도 못 한다
이 대통령처럼 평생 '펜대 굴리며' 살아왔던 이들이 보기에, '기름밥 인생'은 그저 굶지만 않으면 만족하는 존재다. '기름밥 인생'도 때론 고상한 감정에 젖고, 때론 심오한 고민을 하며, 때론 나라 걱정을 한다는 사실은 그들의 머릿속에 없다.
당연하다. 대학 구경을 못한 사람은 '나라 걱정'도 못 하는 게 한국이다. 중ㆍ고등학생이 정치적 소신을 품으면, 비웃음을 산다. 하지만 아무리 책을 안 읽어도, 일단 대학생이면 제법 고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격증을 얻는다.
이러니 다들 대학에 가려고 할 밖에. 하지만 보수언론은 정치권에서 나온 반값 등록금 주장에 "대학 정원이 너무 많다"며 맞받아쳤다. 그걸 누가 모르나. 대학에 가지 않아도,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차별받지 않은 날이 온다면, 대학 구조조정은 저절로 된다. 이 나라에서 '사람대접'을 받기 위한 안전판을 얻으러 대학에 가는 이들이 사라진다면, 그래서 '진짜 학문'을 하려는 이들로 대학 정원이 채워진다면, 자연스레 교육도 정상화된다. 보수언론은,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걸 모를까. 그럴 리는 없다. 그들 역시 "고등학교만 나와도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등록금을 마련하려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결국 술집에 나가게 됐다는 여대생에 관한 기사를 보며, 한숨을 쉰다. 하지만 그뿐이다.
"고졸도 살기 좋은 나라, 우선 '최저임금 인상'이다"
서울 청계광장에서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집회가 한창이던 7일 저녁, 그 근처에서 다른 작은 집회가 열렸다. 현행 4320원인 최저임금(시급 기준)을 내년까지 동결해야 한다는 재계의 주장에 맞서는 노동단체들의 집회였다. 그러나 바로 옆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집회와 달리, 기자들은 드물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최저임금 기준은 대졸자보다는 고졸 이하 학력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또 명문대 출신보다는 비명문대 출신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사람대접을 받는 사회로 가기 위해 우선 고를 수 있는 해법이 최저임금 인상이다. 그러나 보수 언론은 최저임금을 지금 수준으로 묶어두자는 재계의 주장 앞에서 입을 다문다. 그리고는 "한국은 다들 대학에 가려고 해서 문제"라며 혀를 찬다.
이게 얼마나 우스꽝스런 장면인지를 알기 위해 대학 강의실을 찾을 필요는 없다. 옆집 중학생도 낄낄대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