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숭숭 뚫린 보드라운 속살, 은은한 허브 향을 맡으면 입안에 절로 침이 고인다. 사랑스러운 맛과 은은한 향기를 지닌 포카치아는 피자의 원류이자 치아바타와 사촌 격으로 중세시대부터 즐겨 먹던 정통 이탈리아 빵이다. 오월의 종 정웅 셰프와 함께 도전하는 오리지널 포카치아.
촬영협조: 오월의 종 단풍나무점(02-749-9481) / 감수: 정웅 셰프(오월의 종) / 포토그래퍼: 김나윤 / 어시스트: 최지은 / 에디터: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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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메리 포카치아
이탈리아 빵, 치아바타와 포카치아 무엇이 다르지?
이탈리아 빵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치아바타와 포카치아. 유럽 지역의 다른 빵에 비해 얇지만 적당한 크러스트를 지닌 겉껍질, 기공이 뻥뻥 뚫린 보들보들한 속살, 가벼운 질감이 언뜻 비슷하다. 실제로 치아바타와 포카치아는 사촌 관계로, 들어가는 재료와 배합도 거의 비슷할 뿐 아니라 한 가지 반죽으로 치아바타와 포카치아를 동시에 만들 수도 있다. 차이가 있다면 반죽의 크기와 성형 방법, 굽는 시간 등이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것과 달리 맛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는데, 치아바타는 조금 퍽퍽하거나 아니면 아예 쫄깃쫄깃한 속살을 보이는 반면 포카치아는 보송보송하고 부들부들한 질감을 가지며 보통 허브를 넣어 향을 낸다. 레스토랑의 식전 빵을 생각해보자. 치아바타는 발사믹오일 등을 찍어 먹는데 포카치아는 그 자체로도 먹는다. 그러한 차이로 인해 치아바타는 샌드위치용으로 많이 애용되고 포카치아는 샌드위치로도 이용하지만 다양한 토핑을 올려 마치 피자처럼 즐기기도 한다.
포카치아에 양파를 잔뜩 슬라이스해 올린 것을 '제노바피자'라 부르기도 한다. 또 치아바타의 기공이 포카치아의 기공보다 큰 것도 차이점이다. 치아바타와 포카치아를 이해했다면 이탈리아의 식사 빵 전반을 이해한 것과 다름없다. 프랑스나 독일보다는 빵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이탈리아의 식사 빵 대부분이 치아바타와 포카치아처럼 가볍고 담백한 풍미에 올리브유와 허브를 즐겨 사용한다. 물론 디저트나 간식용으로 먹는 경우는 또 다르다.
천연 발효종과 인스턴트 이스트의 중간, 비가(Biga)
천연 발효종을 사용한 빵의 장점은 그만의 풍미가 있다는 것, 인스턴트 이스트의 경우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고 외부 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이 둘의 장점을 섞은 것이 '전 반죽'을 만들어 이스트 대신 사용하는 것인데 실제로 세계의 많은 베이커리에서 '전 반죽'을 이용한다. 인스턴트 이스트를 사용하면서도 천연 발효종의 풍미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이 비가를 개발했다는 설이 있다.
'전 반죽'이란 물과 밀가루를 비슷한 비율로 섞고 여기에 인스턴트 이스트를 소량 섞어 하룻밤 숙성시킨 뒤 다음 날 빵을 만들 때 섞어 사용하는 것. 프랑스의 전 반죽 종류로 바게트에 즐겨 사용하는 '폴리시'가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비가'가 있다. 액체처럼 아주 묽은 폴리시보다는 되직한 반죽에 산도가 강한 비가는 시큼하면서도 견과류 향을 내는 깊은 풍미가 특징이며 치아바타나 포카치아처럼 기공이 크고 가벼운 질감을 내는 빵을 구울 때 사용한다. 인스턴트 이스트를 사용한 것보다 빵의 풍미가 상대적으로 길게 유지되는 장점도 있다.
Baking D-1day 전 반죽, 비가(Biga) 만들기
재료: 강력분 800g, 물 600g, 인스턴트 이스트 3.5g
1 보통 비가는 밀가루, 물, 인스턴트 이스트의 비율을 100:50~60:0.5의 비율로 만든다.
* 정웅 셰프는 100: 75:0.5의 비율로 물 양을 상당히 늘렸다. 드물기는 하지만 실제로 해외에서도 '비가'의 물 비율을 100에 가깝게까지 끌어올려 사용하기도 한다. 정 셰프는 홈베이킹을 할 때 물 비율이 높은 것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 이런 레서피를 내놓았는데, 그 결과는 자신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2 강력분과 물, 인스턴트 이스트를 큰 볼에 담아 날가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 섞어 식용 랩을 씌어 상온에서 15시간 발효한다.
* 이날 온도는 23도가량 되었는데 저녁에 만들었기 때문에 다음 날 아침까지 발효시킬 때 온도가 더 올라갈 걱정은 없었다. 만약 비가를 숙성시키는 시간대가 온도가 올라가는 낮이라면 반죽 상태를 체크하며 발효 시간을 줄이든지 아예 냉장고에 넣고 발효 시간을 한참 늘리든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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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메리 포카치아 반죽 및 1차 발효
Baking D day 로즈메리 포카치아 반죽 및 1차 발효
재료: 비가 1400g, 강력분 900g, 올리브유 200g, 소금 18g, 말린 로즈메리ㆍ오레가노 4g씩
1 볼에 강력분과 소금, 오레가노를 담고 비가, 올리브유를 붓는다. 원래 레서피에는 물이 있었지만 반죽을 하고 보니 높은 온도와 습도 때문인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묽어 물은 빼기로 하였다.
2 반죽을 충분히 섞는다. 반죽이 묽기 때문에 따로 치대는 등 글루텐을 형성하는 과정이 없어 간편하다. 다만 이렇게 '액체'에 가까운 반죽일 때에는 밀가루가 미처 다 풀리지 못하고 작은 멍울이 생기기 쉬우니 멍울이 없게 충분히 섞어야 한다. 반죽에 찰기가 돌면 랩을 씌어 상온(18~24℃)에서 상태를 보아가며 1시간 30분가량 발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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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메리 포카치아 성형 및 2차 발효
Baking D day 로즈메리 포카치아 성형 및 2차 발효
1 반죽이 1.5~1.8배로 부풀어 오르고 거미줄과 같은 모양을 보이면 충분히 잘 발효된 것. 발효 전보다 농도가 되직해진다.
2 포카치아를 구울 팬에 반죽을 붓는다. 가정용 오븐이라면 크기가 작은 팬을 사용하는데, 이때 팬의 깊이가 너무 얕거나 그와 반대로 깊이는 깊되 너비가 짧은 것도 피한다. 3~7cm 두께로 반죽을 붓는 것이 좋다.
3 말린 로즈메리를 윗면에 고루 뿌린다. 취향에 따라 올리브나 드라이드 토마토, 버섯 등을 올려도 좋다. 단, 무게감이 있는 재료를 올릴 때에는 재료가 푹 꺼지지 않게 밑에서 잘 받쳐줄 수 있도록 너무 묽은 비율의 반죽은 피한다. 드라이드 토마토나 버섯, 양파 등 채소를 올리면 수분이 빠져나오기
때문에 빵의 윗면이 약간 질척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하고 보관 기간도 짧아진다.
4 반죽을 상온(18~24℃)에서 상태를 보아가며 40분가량 발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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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메리 포카치아 굽기
Baking D day 로즈메리 포카치아 굽기
1 반죽이 1.5~1.8배로 부풀어 오르면 그대로 210℃로 예열한 오븐에 넣는다. 이때 다른 빵처럼 공기를 뺀다고 밑면을 탁탁 치는 과정을 거치면 기껏 발효시킨 반죽이 다 주저앉으니 절대 금물.
2 빵의 윗면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14분가량 굽는다. 반죽의 높이에 따라 오븐 시간을 조정한다.
3 오븐에서 꺼낸 빵을 식힘 망 위에 올리고 1시간 이상 식힌 뒤 먹는다. 포카치아의 경우 구운 뒤 4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그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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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메리 포카치아 완성
정웅 셰프도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한 묽은 반죽의 포카치아, 결과는 근사했다. 굽는 내내 환상적으로 풍기는 로즈메리와 오레가노의 향에 이미 취했었음에도 빵을 코에 대니 시큼한 향과 함께 진한 치즈의 내음이 풍긴다. 이것이 '비가'에서 난다는 견과류의 풍미인 걸까? 레시피 자체에 올리브유의 비율이 높았는데 이것과 비가와 섞여들어 잘 숙성되어 풍미 가득, 치즈에 버금가는 향을 내는 것 같다.
오븐스프링(굽는 과정에서 부풀어 오르는 것) 자체는 이스트를 사용한 것에 비해 낮게 나왔지만 그래서 조금 묵직해진 살결만큼 존재감이 뚜렷한 중독의 포카치아다. 포카치아는 다음 날 까지 먹을 것을 제외하고는 지퍼락 등 밀폐용기에 넣어 냉동 보관하면 2주까지는 그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단, 양파와 토마토 등 채소가 올라간 포카치아는 만든 날 바로 먹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