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에 동강초백년사편찬위가 우체국 이층에서 있다.
10시 50분 군내버스는 다른 때와 다르게 3분정도 늦게 덕촌정류장에 도착한다.
동강식당에 앞에서 내려 부지런히 걸어 사무실로 가니 아직 회의 시작 전이다.
병섭 형님이 일이 있어 참석치 못하니 회의는 조금 겉돈다.
부위원장이라도 있었으면 나았을지도.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탓인지 난 발언을 자제한다. 비겁하다.
흐린 하늘 아래 동강초ㅗ 운동장에 가 양교장 등을 불러 내 사진을 찍는다.
동강면계인지 사전회의인지 식당들은 손님이 많다.
동강식당에 가 점심을 먹는데 오랜만에 참석하셔 앞에 앉으신 송재겸 선배님이 소주를 몇 잔 하신다.
응현이는 마시지 않고 술을 따뤄 주면서 꼬막을 까 준다.
양교장도 접시에 까 내 앞에 둔다.
송원하 회장님은 신교장 송박사 고맙다며 술을 따뤄 주신다.
난 마음 속으로 꼭 죄를 짓는 것 같지만 소주는 마신다.
마동 매구 공연하러 동네로 가면서 같이 가자는 신현식의 제안을 사양하고 사무실로 간다.
재겸 선배께 부탁해 받은 대강 마을지 파일을 출력해 본다.
난 마륜지를 펴낼 수 있을까?
마지막 교정을 좀 더 봐야할 듯 하지만 이제 인쇄소와 위원장께서 하실 일이라고 손을 대지 않는다.
정리하고 나오는데 송회장꼐서 인쇄소라며 교정본을 확인해 달라해 다시 들어갔다 온다.
교회옆을 따라 사서를 지나 원등을 걷는다.
넓고 곧은 찻길보다야 더 멀겠지만 훨씬 편하다.
등산화 아닌 신발에 양말을 두개 껴 신었어도 발바닥에 충격이 온다.
원등에서 매화밭을 들렀다가 마동을 지나지 않고 저수지 쪽으로 계속 올라간다.
원등저수지 제원을 찍어둔다.
마당바구를 지나 배나물골을 거쳐 안나절로 오니 트럭 한대가 서 있다.
이양댁 아들 용환이다.
오석 형님이 묵은 논밭을 정리하여 두릅을 심으는데 땅을 골라달래 해 하는 중이란다.
돌이 많아 서로 불만인 모양이다.
봄에 나무를 심으려는데 누군 왜 돌이 많냐, 이리 돌이 많으니 일감만 많다 이런 모양이다.
제복이 규철이랑 함꼐 오라고 한다. 마륜지 이야기도 살짝 한다.
고개를 넘어오니 마동 매구 소리가 가깝다.
팔영산을 찾는데 나무 사이로 버드샘으로 오는 매구 행렬이 보인다.
나나 마동매구를 축하하지도 못하다. 아마 일동이도 왔을텐데 조금 아쉽다.
나의 세상살이는 이렇게 옹색하고 각박하다.
4시에 한다던 보름맞이 웃골 윷놀이는 소식이 없다.
5시가 넘어 박서방 전화로 나가니 병우 아재 마당에 사람이 없어 다시 전화해
선아 집으로 내려간다.
추워서 실내 경기로 결정했단다.
'취업한 재균이와 순주 그리고 언니가 10만원씩 내어 장을 보았어요.'라고 선아가 말한다.
문성훈이가 탱자가지로 윷을 잘 쪼갰는데 덕석은 구하지 못했단다.
교실 뒷판에 깔던 부직포를 순주가 가져와 윷판을 편다.
하나만 나가면 낙이라고 해 모 윷을 했다가도 막판에 낙을 하곤 한다.
병우 아재가 말을 잘 쓰신 탓인지 마지막에 모 윷 걸을 한 바보의 멍청이 윷 탓인지
그 팀이 나와 정우 아짐 팀을 꺾고 우승을 한다.
바보는 밤내 우승에 젖어 기쁨을 누리고 난 말도 모르는 멍청이하고 게임을 했다고 억울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