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뭔지
점방도 잘 안 되고, 날은 덥기만 하고 마침 큰 아이가 시간을 낼 수가 있다고 해 온 가족이 같이 비행기타고 여행이나 가자고 의견이 모아져 가깝기도 하고 그래서 돈도 제일 적게 들것만 같아 중국 상해로 여름휴가를 갔었다. 머리가 큰 후로 늘 아버지와 같이 휴가를 안 간다던 작은 아이도 외국으로 여름휴가를 간다니까 자진해 따라 나섰고, 얼마 전 미국과 일본을 논문 발표하러 갔었던 큰 아이도 중국에도 가보자며 좋아 했었다. 문득 “야박한 아버지 밑에서 살아서 그 흔한 외국 구경도 한 번 안 시켜줬구나!” 하는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저렇게 아이들이 좋아 하는데 가끔이라도 외국구경을 시켜줄 걸!” 하면서.. 하하!
257. 어떤 여름휴가 (중국,상해)
뭐 중국이야 다들 사정을 잘들 알겠지만, 올해는 특히 상해는 무지하게 더웠다. (섭씨 39도 40도..), 그리도 더운데 찬물이란 개념이 없는 건지 식당에서 어름도 잘 안주고 물이 석회수라서 그런다나 그저 더운 차만.., 거기다 더 견디기 힘든 건 상해 뒷골목에서 나는 도저히 참기 힘든 알 수 없는 이상한 냄새가 나 그래서 식사조차도 역겨운 상황이었고.. 물론 너무 더워서 그렇겠지만 마주치면 민망하고 당황스러운 웃옷을 훌러덩 벗은 사람들도 거리에 많았었다. 간간이 손 벌리며 돈 달라며 구걸을 하는 거지들과도 마주쳤고.. 겨우 호텔에 들어선 후에야 그 냄새가 없어져 그리고 에어콘 덕에 살만 해졌었다. 송나라 때 수도였다는 항주엔 달랑 호수 하나, 무슨 다른 유적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동양에 베니스라고 떠든 주각각이란 곳은 달랑 5분정도만 배에 태워주고는 내리라 해서 황망한 생각이 다 들었다. 역시 거리 전체가 온통 그 이상한 냄새가 나서 머리가 돌 지경이었다. 돈 좀 아끼려 싸구려 여행을 가서 그런 건지 여행 처음부터 끝까지 가이드는 돈 달라고 마치 거지가 구걸하듯이 심지어는 애 우유값 핑계를 대면서 돈을 좀 달라며 지겹게 떠들었고.. 아무튼 중간에 그저 비행기 태워주면 그냥 돌아오고픈 마음만 들었었다. 거기다 중국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는 건지 마주치는 대부분의 공항 관리들은 은근한 자부심이 넘쳐 심지어는 무례하고 거만한 것 같기도 했고, 돌아오는 비행기를 탄 순간 어찌나 좋던지, 내 나라 공항이 얼마나 깨끗하고 쾌적하던지.. 중국 상해 여행 덕분에 내나라 좋은 것도 절로 알게 됐다. 후후!
그래도 돌아 와 다시 생각해 보니 참 좋았었던 것은 오랜만에 꼬박꼬박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같은 상에서 아이들과 했고, 물병 하나씩 들고서 마치 사우나를 한 것처럼 땀을 뻘뻘 흘리며 상해거리 골목들을 같이 헤매고 다녔었던 기억이다. 주각각에서의 뱃놀이와는 달리 항주의 서호에서는 유람선도 고즈넉하게 무척이나 한가하게 탔었고, 여행 내내 큰 아이의 믿음이 절로 생기는 책임감 있어 보이는 행동들.. 달랑 부채 하나 사면서 말도 안 통하는 중국 상인과 흥정을 심각하게 하는 작은 아이의 모습도 얼마나 귀엽고 명랑해 보였었는지.., 양자강 유람선 위에서 깔깔거리며 웃으면서 강 옆의 번화가를 배경으로 수많은 사진도 찍었고, 간간히 그간에 각자 아이들이 살아왔었던 서로의 말들도 했었고.. 그 무엇보다도 서로 서로가 배려해주는 마음을 확인 할 수가 있어서 무척이나 좋았었던 것 같다.
갔다 온지가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중국이야 어떻든 누가 “살면서 언제가 가장 행복했었냐?” 고 물으면 지금 당장은 "아이들과 중국 상해에 갔었을 때!"라고 말 할 것만 같다. 후후! 아무튼 아이들에게 “다음 여행은 베트남 하롱베이거나 터키와 그리스다!”라고 벌써부터 주지를 시키고 있다. 또 같이 들 떠나,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느껴보려고! 하하!
글 고 사리
첫댓글 영국에는 벌써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축배를 들던데....
어찌되었던 좋은 날이 오겠지요!
그날이 오면 따님들하고 아낌없이 추억 만드세요ㅎㅎ
어찌 됐든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