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빈 외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시집, {새파랗게 운다} 출간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의 {새파랗게 운다}는 {함께, 울컥}, {길이의 슬픔}, {덜컥, 서늘해지다}에 이어서 네 번째 환경시집이며, 이서빈, 이진진, 글보라, 글나라, 정구민, 최이근, 손선희, 고윤옥, 권택용, 우재호, 세정, 글빛나, 글로별, 이옥, 글가람 등, 열다섯 명이 그 회원들이라고 할 수가 있다.
{새파랗게 운다}는 “후손을 위해 뼈를 갈아 만든 세계 최고의 한글로/ 앓고 있는 지구가 건강하고 싱싱해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찍어/ 자랑스런 한글로 쓴 기도”([머리말]) 시집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 시집은 {영주신문}에 환경 시 특집으로 연재한 시임을 밝혀둔다. ’
아름드리 소나무가 흐느낀다
언제 숨 잘릴지 모르는 시한부 어깨 들썩이며 운다
별빛도 파랗게 파랗게 새파랗게 울고
허공천에 지나가던 바람 파라람 파라람 운다
재선충 바글바글 덤벼 숨 멈춘 동족 보며어둠이 지운 해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라고 구불구불 울다목울대 툭 불거져 옹이 되도록 운다
비늘 다 벗겨져 속살 보이는 귀신 되어 운다
----이서빈, [덜컥, 서늘해지다] 부분
제주도 구좌읍 비자림
비바람 비정상 비상식 몰아낸 겸허의 숲
밤이면 달빛이 나무의 결을 고르고
새소리 벌레울음이 동심원 강의를 했다
비자숲은 비자 없이 입국을 허락한다
숲은 두통약을 제조해 무료로 나누어준다
제주산 피톤치드는
사람의 신진대사 심폐기능에 좋다며
두통약 미끼상품 삼아 판매하는 사람들
----이진진, [비자림] 부분
80억 인구의 숨을 걸러내고 있는 숲
푸르름은
물소리 성장과 짐승의 발아 촉진시키며
파란만장한 시간
애간장 새카맣게 타들어 가다
결국, 활활 타버리는 숲 숲 숲
----정구민, [파란만장] 부분
앙상한 시간에 파란빛 게워낸다
세상을 구할 비책
숲속에 숨겨놓았다
펄펄 설레는
첫눈 같은 말
----손선희, [별빛 같은 말] 부분
내 나이 육백삼십오 세천 살이 넘는 나무도 있어 난 중늙은이도 못되지살아온 날을 되돌릴 순 없지만돌이켜 보는 것도 나름 괜찮지
----권택용, [고목의 고백] 부분
아프리카 거대 메뚜기떼
동아시아 우박 폭풍
한반도 기상이변
인도양 수온 상승
숲 집어삼킨 악마의 불
지구 멸망 시나리오
신이시여
빙하를 다시 만들어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만들어 주소서
----글빛나, [신에게 올리는 기도] 부분
5개월 넘게 불타던 호주 산불
우리나라 면적만큼 숲이 재로 둔갑 되었다
야생동물 타들어 가고 하늘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이 섬 저 섬으로 불을 옮겨
생명들 죽어가며 토하는 연기
공항을 묶고 헬기를 추락시켜 소방대원들이 죽고
이웃 나라와 태평양을 건너 칠레 페루 아르헨티나
하늘 뿌옇게 만들면서
지구 한 바퀴를 돌았다
----글로별, [각혈하는 지구] 부분
푸른노래 가득하던 산이
까맣다
차창에서 밀려나는 허멀건 민둥산
가뭄 홍수 막아줄 방패
모두 사라졌다
----글가람, [빈 산] 부분
---이서빈 외, {새파랗게 운다}, 도서출판 지혜, 양장, 값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