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소공자 김청예
소공자 少公子는 조금 떨어진 곳이라 자세히는 아니지만, 석늑 형제들의 대화 내용 중 일부는 들을 수 있었다. 석늑의 얘기를 일부나마 듣고는 이중부와 한준이 대단한 녀석들이란 걸 알았다.
아니 자신도 무술에 관해서는 일가견 一家見이 있다고 자부 自負하고 있었다.
부여의 전통 무예인 수박도 手搏道가 흉노의 지도층으로 전파되면서, 이를 개량시킨 가전 家傳의 비법 秘法 금수철각술 金手鐵脚術을 일찍부터 익혀, 또래에는 대적할 적수가 없다. 소공자는 그러한 자긍심이 가슴속 가득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육 초식 만에 이중부에게 쓰러지는 참패를 당했으니 본인이 겪었지만, 이해되질 않는다. 이중부의 수법 手法이 가전의 금수철각 초식과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이중부의 수법은 몸놀림이 부드러워 보이면서도, 상대 타격 시점에서는 찰나적 刹那的으로 재빠르게 변화하여 그 파괴력이 더 위맹스러워 보인다.
각 角이 살아있다.
아마도 수련도 修練度가 높거나 일신의 타고난 완력이 강해 그 위력이 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난생처음 당하는 패배다.
그런 참에 석늑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소공자는 이중부에게
“좀 전에 허락도 없이 창을 만져 미안해”하면서 사과하니, 중부도 멋쩍다.
석늑과도 잘 아는 듯한 대장간 소년을 보고
“괜찮아, 내가 오히려 미안해” 시원하게 답한다.
그러자 소년은 석늑과 중부 일행을 보며
“자~ 오랜만에 아저씨도 오셨으니, 모두 안에 들어가서 차나 한잔 드시지요” 하고 집안으로 안내한다.
그제야 대장간 앞마당에 모였던 구경꾼들은 모두 제 갈 길로 가고,
대장간 일꾼들도 제자리로 모두 돌아간다.
금성부 내부는 바깥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상당히 넓었다.
본래, 부여 예족의 부족장이 사용하던 관부 官府였는데, 동이족이 이주하면서 임시로 금성부와 대장간으로 활용하게 되었었다.
관부의 출입구와 건물의 각 모서리에는 날렵해 보이는 젊은 병사들이 창을 들고 엄숙한 차림새로 두 명씩 보초를 서고 있었다.
이를 본 중부와 한준은 자신도 모르게 등에 땀이 배에 나옴을 느낀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마구 나대었던’ 자신들의 치기 어린 행동이 부끄럽기만 하다.
대청으로 오르던 한준과 중부는 서로를 힐끗 바라보며,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뇌 쉰다.
대청 마루에 올라 청예가 권하는 자리에 앉아,
시녀 侍女가 따라주는 녹차를 마시고 있으니, 소공자는 이중부에게 한 번 더 사과한다.
“주인 허락도 없이 좀전에 창을 만진 것은 철창의 날이 무척 예리하게 보여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갔다”라며 미안해한다.
자신의 배경이 무소불위 無所不爲의 큰 힘을 갖고 있으나, 이를 이용하지 아니하고 인간적인 소탈한 감성으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남달랐다.
거만스러워 보였던 첫인상과는 달리 배포 排布가 큰 친구라는 생각이들었다.
그러자 이중부는 마당으로 다시 내려가, 마당의 헛간에 묶어 놓았던 나귀 안장의 철창을 끌러서 소공자에게 건네준다.
“며칠 전에 십칠 선생님께서 선물로 주신 것인데, 한번 봐”
소공자는 창날을 이리저리 자세히 살펴보더니, 검지 손톱과 중지 손톱으로 번갈아 가며 퉁겨보기도 하고, 몇 번이나 창날 이쪽저쪽을 두드려본다.
“이 창날은 강철 鋼鐵과 연철 鉛鐵을 합금시킨 것으로서, 우리 대장간에서도 만들기 어려운 물건인데….”라며 석늑을 바라본다.
‘이렇게 좋은 물건을 어디에서 구했냐?’라는 의미다.
석늑은 “나도 잘 모르는 창날인데, 얼마 전에 십칠 선생님께서 두 자루를 갖고 오셨는데, 아마 부여 예족 夫餘 濊族부락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고 있소”라고 한다.
소년은 중부가 소지하고 있던 부여의 철제 창날을 우연히 보고, 크나 큰 깨달음을 얻는다.
선철과 연철의 합금술 合金術에 대한, 합금비율 合金比率과 그 제조 기법 製造技法을 어느 정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날,
벌어진 창날 사건이 흉노 소년에게는 후일, 크나큰 도움이 된다.
그 철제 창날이 인생의 이정표 里程標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만든 그 철제 창날을 만져보고,
선철 銑鐵과 연철 鉛鐵의 합금술 合金術을 대략적으로나마 깨닫게 되어,
제철 제조 기술이 비약적 飛躍的으로 발전하게 된다.
후일, 그 선진 제철 기술을 앞세워, 신천지 新天地로 도래 渡來하여,
당당하게 일국 一國의 국왕 國王으로 추대 推戴받게 된다.
그러자 소공자는
“창날 얘기는 나중에 십칠 선생님께 여쭤보기로 합시다” 하더니 이중부와 한준을 보더니 “우리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데, 나는 올해 13살이야 너희는?”하고 묻는다.
“우리는 12살이야”
“어~ 한 살 차이네, 그럼 이제 우리 친구로 지내자”라고 한다.
소공자의 어투에는 이제 거만스러운 기는 사라지고 없다.
“내 이름은 청예 靑裔야, 수릉이라고도 부르지, 성은 금 金이고”
“나는 이중부고 얘는 한준이야.”
“그래, 반갑다, 앞으로 자주 만나자”
“응 그래, 한 번씩 놀러 올게”
“내일 오후에는 조용하니 둘이 놀러 와”하더니,
“참, 아까 준 도끼보다 더 좋은 새 도끼도 별도로 줄게, 가져가”
“아니, 도끼는 한 개만 있으며 돼”
“새로운 도끼 한 개는 중부 너로부터 말로만 들어오던 전설적인 삼족오, 복 원앙각을 견학 見學하였는데, 그 댓가야”
금청예의 진솔함이 느껴진다.
잠시 후, 석태가 날이 날카롭게 벼린, 철 도끼를 가져온다.
과연, 지금까지 보아왔던 일반 도끼와는 다르다는 것을 한 눈에 알아 볼수 있었다.
중부는 석태를 보기가 계면적다.
“아저씨 좀 전에 일은 죄송합니다.”
“하 하 아니다. 자네들 무술 실력이 대단하더군"
덩치 만큼 성격도 시원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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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신천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