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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물결 자동문
저 물결 갈피 사이 고기들이 숨어든다
스르르 문을 여는 물 갈피 자동문들
국적도 여권도 없이 프리패스 바닷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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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를 먹으며
토마토는 그 대궁과 줄기에서 떨어져도
발갛게 익어간다 별일 아니라는 거다
가지에 머물던 生이 끝이 아니라는 거다
토마토를 베어 문다 과육이 달콤하다
내가 몸에 무덤을 짓고 주검으로 사는 동안
죽음을 모르는 토마토 다른 생을 통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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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의 말 1
처음엔 몸이 떠서 가라앉지 않는 거야 물속이 컴컴하여 아무것도 뵈질 않아 한 열흘 둥둥 떠올라 머리 처박고 발버둥 쳤지
바닥을 바라봐야 물밑에 내려가데 물속이나 물 밖이나 세상사 매한가지 고개를 쳐들었다간 물이 몸을 밀어내지
물속에 들어보면 생과 사가 환히 보여 한 호흡 내뱉고는 들이쉬지 못하는 거 들숨과 날숨 사이에 생사가 갈리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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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부
시집올 때 넣어주신 무명실 몇 타래 이불을 꾸밀 때마다 할머니를 당겨써요 할머니 침을 발라서 바늘귀를 꿰어요
바늘을 보관할 때 실에 꿰어 놔야 한다 이불에 스며들면 찾을 수가 없는 거다 남자도 바늘 같으니 실에 꿰어 놓아라
잠결에 잡은 실을 한 번씩 당겨 봐요 할머니 꿈속으로 왈칵 등장해요 팽팽한 실 한 쪽 끝에서 자브시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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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인큐베이터 1
거대한 양수를 가진 우포 항상 배란 중 물안개 자욱하여 습도까지 안성맞춤 생명이 발아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까
이 늪에 탯줄 달고 눈물 같은 늪에 빠져 흙 반죽 소꿉놀이 다시 한 번 놀아볼까 눈감은 술래가 되어 사랑 찾아 헤매볼까
가물치 미꾸라지 물풀 속 올챙이 알 그 무슨 인연으로 알알이 영롱하나 저어새 점벙거리며 한 번 훑고 지나간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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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랑 숟가락 - 자화상
호박 속을 파내다가 손가락을 베었다
비늘치고 무나 긁고 함부로 쓰인 이력
닿아서 날선 칼이 되어
살갗을 베인 것이다
입안의 혀처럼 굴며 살던 시절 있었건만
은수저 금수저는 닦아서 올려놓고
무뎌진 날을 긁으며
칼이 되는 숟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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