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치
조선사람은 짐치를 먹어야 속이 개운해진다
지름
얼굴이 개지름이 질질 흐른다
성님
심
심봤다
‘짐치’가 시골 촌사람이 말의 뿌리를 제대로 살려 쓰는 말이고 ‘김치’가 서울 촌 사람이 잘못 쓰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표준어가 돼버렸다.
시골에서는 ‘ㅈ’자로 발음하는 것을 서울에서는 ‘ㄱ’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고
시골에서는 ‘ㅅ’으로 발음하는 것을 서울에서는 ‘ㅎ’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시골에서는 ‘질(道)’이라고 하는 데 서울에서는 ‘길’이라고 하고, ‘지둥’, ‘(참)지름’, ‘짐(난다)’, ‘져드랑이’, ‘짐치’를 각각 ‘기둥’, ‘(참)기름’, ‘김(난다)’, ‘겨드랑이’, ‘김치’로 한다.
시골에서는 ‘성님’, ‘심’도 서울에 올라와 보니, ‘형님’, ‘힘’으로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이를 보아온 시골사람이 서울에 올라와서 시골티를 안 내려고 ‘지읏자’를 ‘기역자’로 ‘시옷자’를 ‘히읏자’로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오래된 문헌이나 우리말의 문법을 보면 ‘김치’의 원래 말의 뿌리는 ‘짐치’였다.
그러나 서울에 오니 서울 사람들은 시골에서 ‘질’을 ‘길’이라 하고 ‘져드랑이’를 ‘겨드랑이’라 하고 솥단지에서 ‘짐’이 펄펄나는 것도 ‘김난다’라고 한다.
서울에 와서 촌놈 취급당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김치, 겨드랑이, 길, 김난다라고 말하다보니 김치의 원래 뿌리가 ‘짐치’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김치’가 서울말이 돼버리고 결국 표준말이 돼버린 것이다.
표준어가 되려면 말의 뿌리(語原)를 정확히 아는 사람의 말이 표준말이 되어야 하는데 말의 뿌리를 모르고 쓰는 여러 사람의 틀린 말이 표준말이 돼버린 것이다. 이런 현상을 문법적으로 ‘부정회귀현상(不定回歸現狀)’이라 한다. 말의 뿌리를 찾아 제대로 가야하는 데 잘못 가버린 것이다.
최세진의 훈몽자회(訓蒙字會) 등 여러 책을 보면 김치의 원래 조선 초기의 말은 ‘딤체(아래아)’였는데 단모음화 되면서 ‘딤치’로 됐다가 구개음화현상으로 ‘짐치’가 됐다. 이것이 잘못 가서 ‘김치’가 돼버렸다.
어떻게 보면 사투리에도 진실이 있다. 그런데 자꾸 우리 말의 뿌리가 한자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소위 배운 사람인 척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우리 말을 배운 사람들이 얼토당토않은 한자로 바꾼 경우가 참 많다. 문경의 ‘새재’보다 ‘조령(鳥嶺)’으로 말해야 배운 사람인가?
경상도 지명에 장항리가 있다. ‘노루목’이라하면 촌사람이고 ‘장항(노루獐목亢)’이라고 해야 유식하고 배운 사람인가?
우리나라 해안가에 조선시대부터 왜구들이 처들어와서 이를 물리친 곳을 조선시대부터 퇴왜지(退倭地)라고 불렀는데 일제 강점기를 거쳐 무식한 한자주의자 때문에 이곳이 저기리(猪基里)가 됐다.
이들이 일제시대에 역사적인 뜻도 제대로 모르다가, 퇘왜지, 돼왜지, 돼야지, 돼지하다가 저기리(돼지 猪, 터基)가 돼버렸다.
가관은 요즘 지역해설사들이 그곳에 멧돼지가 자주 나타나서 저기리로 부르게 됐다고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