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1933-1997)
일본 도코에서 태어났으나, 삼천포로 이사와서 이곳에서 자랐다. 고려대 국문과에서 공부하였다. 1955년에 ‘현대문학’에 유치환 추천으로 〈섭리〉를, 서정주 추천으로 〈정숙〉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62년에 첫 시집 《춘향이 마음》(신구문화사)을 낸 이래 시선집을 포함하여 열대여섯 권의 시집을 세상에 펴냈다. 1955∼1964년 월간 《현대문학사》 기자를 거쳐서 1965∼1968년 《대한일보》 기자, 1969∼1972년 《삼성출판사》 편집부장, 《문학춘추》 기자, 월간 《바둑》의 편집장을 지내기도 했으며, 1974년에 한국시인협회 사무국장과 1993년에 새로이 창간된 계간 《한겨레문학》 초대편집위원을 역임했다. 1997년 지병에 시달리다 향년 65세로 세상을 떠났다.
2016년 12월에 치러진 2017학년도 중등교원임용시험 국어과 1차 시험에서 그의 시 '봄바다에서'가 출제되었다.
그는 서정주의 전통적 서정성과 청록파가 자연을 시적으로 인식한 시 경향을 자연스레 계승하였다. 그의 시는 일상적인 삶의 애환을 향토적인 자연과 결합하여 서정성을 담아냈다.
그의 시가 일상의 경험과 진실성을 담았다는 점에서는 서정주와 다르고, 토속적인 자연을 주체의 내면으로 끌어들인 점에서는 청록파와도 다르다.
박재삼의 초기부터 중기까지의 시는 대체로 지나간 세월을 회상하는 감상적인 어조로 쓴 경향이 있다. 박재삼의 정서는 여기서 비롯한다고 하겠다.
박재삼의 초기 시를 대표하는 작품으로는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이 있다.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 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집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 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산골 첫사랑 산골 물소리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며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이하는 생략합니다.)
이 시는 박재삼의 초기 시이다. 이 시에 나타나는 ‘울음’과 ‘눈물’ 이미지는 ‘가을’ ’강물‘ 등 자연 이미지와 결합하여 시의 표현을 더 섬세하게 하였다. 시인은 노을이 타는 가을 강의 숨막히는 아름다움을 통해 삶에서 겪었던 서러운 사랑과 한을 정서로 승화시켰다.
이 시는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을 시에 담으려 하지 않았다. 개인의 정서를 깊이 있게 파헤치면서, 삶의 근원에 대한 성찰을 나타냈다.
사회 저항시나, 비판 시에서 조금 벗어남을 보여주는 시이다.
박재삼은 일상의 삶과 그 속에 내재한 허무 의식,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비애의 정서를 언어로 읊조리면서 나타냈다. 그렇다고 하여 그의 시는 삶 자체를 부정하거나, 삶에 절망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박재삼은 김소월(金素月)의 서정주의 시세계를 계승한 것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1950년대 이후 한국 전통 서정시의 세계를 생동감 있는 구어를 구사하여 모국어의 질감을 눈부시게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마지막으로 박재삼의 대표적인 시집 ’춘향이 마음‘을 보자.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가난에서 비롯된 눈물과 한(恨)을 ‘흥부’를 통해 형상화하고, 구원의 임을 ‘춘향’을 통해 구축하고 있다. 즉, “가장 슬픈 것을 노래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시인의 생각을 시로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우물집이었을레’·‘아니었을레’(「수정가」), ‘실로 언짢달 것가’·‘기쁘달 것가’(「봄바다에서」), ‘눈물나고나’(「울음이 타는 가을 강」)와 같은 말투의 어미를 구사하여, 슬픔의 정서를 환기하여 주고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일반적으로 시인의 초기 대표작에 해당하는 작품들로 평가되고 있으며, 민족의 전통이라고 설명될 수 있는 슬픔의 미학(美學)을 세련되게 표현하고 있다. 즉, 한의 정서라고 할 수 있는 슬픔과 울음을 지극한 아름다움으로 응결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한(恨)」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감나무쯤 되랴/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가는/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이라고 읊고 있다.
이 시는 시적 화자가 간직하고 있는 사랑의 열매를 ‘감나무’와 ‘노을빛’이라는 시각적인 자연 대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그것들이 간직하고 있는 정서는 ‘서러운’ 것임을 밝히고 있다. 시인은 이런 시를 통하여 슬픔을 동반하는 우리 인간들의 삶의 본질과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시기에 이르면 박재삼과 정서를 같이 하는 시인들이 나타났다.
삼천포 시에 박재삼 문학관이 있다.
첫댓글 박재삼 시인...
삼천포에 있는 그의 문락관에 들렸던 기억이 납니다...
삼천포를 그렇게 사랑하다 떠난 시인 박재삼...
그처럼 대구를 죽도록 사랑하는 많은 시인이 나왔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