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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토대로 '중원계곡주차장 → 중원폭포 → 도일봉 → 싸리봉 → 싸리재 → 단월산 → 중원산 상봉 → 중원산 → 용문산 버스정류장'의 12.5km 구간을 6시간 30분 동안 즐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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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일봉[道一峰]
높이: 864m
위치: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용문면과 단월면의 경계를 이루는 높이 864m의 도일봉은 부근의 용문산, 중원산, 백운봉과 함께 웅장한 산세를 나타내고 있다.
등산로 입구인 상현마을에서 30여 분 거리에 있는 중원폭포는 도일봉과 중원산을 오르는 갈림길과 휴식처가 되고 있다. - 한국의 산하
단월산
높이: 778m
위치: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단월산은 용문산 줄기에 있으나 많이 알려지지 않아 경기도 양평에 이런 산이 있었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산악동호인이 많을 것이다. 산음리 산음초등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남쪽을 올려다보면 왼쪽 비슬고개에서 시계방향으로 하늘금을 그리며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데 그 중 단월산은 오른쪽인 정남향으로 껑충 솟아 있는 산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진한 수풀 향이 산길을 인도하고 발밑에 굵직한 산 더덕도 심심치 않게 밟힌다. 수림이 무성하여 정상의 조망은 트이지 않았으나 정상에서 남서쪽 평지 길로 조금만 내려서면 산음리 마을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단월산은 용문산 줄기에 걸쳐있으며 동으로 싸리재 넘어 도일봉을 두고 남쪽으로는 중원산이 버티고 서있다. 남서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용문산이 자태를 자랑하나 꼭대기는 출입 통제지역으로 구경만 하는 산이므로 용문산을 못 오르는 대신 주변 산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맞아준다.
단월산에서부터 패여 내려간 중원계곡에는 중원폭포가 물보라를 일으키고 서북쪽 삼천골 맞은편에는 산음자연휴양림이 조성되어 있으며 단월산 허리 도막을 가로지르는 임도를 따라서 삼림욕을 겸한 산오름도 가능하며 산오름 도중 길을 조금만 벗어나도 더덕(더덕)과 산나물이 널려 있다. - 한국의 산하
중원산
높이: 800m
위치: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중원산은 경기 양평 용문면과 단월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주 능선의 왼쪽에 용계계곡과 오른쪽에 중원폭포와 중원계곡을 끼고 있으며, 계곡에는 기암과 울창한 숲사이로 맑은 물이 흐른다.
중원산은 주변에 있는 용문산, 백운봉, 도일봉의 산세와 더불어 웅장한 절경을 이루어 경기의 금강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중원산은 소나무와 암봉이 조화를 이루고 중원폭포 계곡의 머루, 다래밭이 유명하다.
산행은 주차장에서부터 시작한다. 계곡을 따라 10분쯤 오르면 중원폭포가, 40분쯤 더 가면 치마폭포가 있다. 정상에 서면 도일봉과 용문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 한국의 산하
휴일만이 아니라 평일에도 산행할 수 있게 되면서, 몇 가지 테스트를 해본 바, 산행 후 이틀 쉬고 다음 산행을 진행하는 게 몸에 가장 잘 맞는다는 걸 알았다. 말인즉 사흘 단위로 산에 가야 무리가 없지, 이틀 이상을 쉬어도, 하루만 쉬어도 다음 산행에서 힘든 걸 느낀다. 그런데. 백두대간, 100 명산, 천고지 등 이미 등산객에게 잘 알려진 산은 거의 다녀온 후라, 안내산악회를 이용해 사흘 단위로 미지의 산에 오르는 건 쉽지 않다. 정확히는 일주일 한 번도. 다행히 중소 안내산악회 또한 비슷한 처지라, 미지의 산을 많이 개발하지만, 성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해서 그런 산행이 공지될 때마다,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지 다방면으로 연구했다. 물론 근교 미지의 산도. 그렇게 만들어 놓은 계획이 꽤 된다.
아쉽게도 대중교통을 이용한 당일 산행은 인구감소로 지방 소멸이 급격히 빨라지는 요즘 지체하면 교통편이 사라져 못 갈 수도 있어, 가능한 한 빨리 다녀와야 한다. 하지만, 이미 안내산악회라는 마약에 취해 번거로운 대중교통보다는 쉽고 싼 안내산악회를 이용하는 산행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 일쑤다. 어쨌든 안내 산악회를 이용해 지난 토요일 문경 작약산[산행기], 화요일 영암 월출산[산행기] 다녀왔고, 다음 주 월요일 문경 도장산에 오를 예정이다. 고로 이번 금요일만 산에 오르면 사흘 단위 산행에 정확히 맞아 들어간다. 하지만 그날 안내산악회가 진행하는 산행에는 적당한 게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산행 중 중원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사실 그동안 몇 번 중원산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나, 다른 사정이 생겨 못 가, 중원산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중원산이 최우선이 됐다. 와중에 이번에도 문제가 있어 갈 수 있을지는 당일 알 수 있다.
이미 교통편과 시간은 몇 번씩 확인한 후라 시간만 잘 지키면 산행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최근 산행 중 폭염에 고생했는데, 이번 중원산도 그렇지 않을까 걱정이다. 기상청 산악날씨의 가까운 용문산 예보를 보면, 기온은 18도를 넘지 않는데,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바람은 1m/s라, 더운 건 피할 수 없을 거 같다. 그나마 다행은 지난 월출산과 같은 햇살을 막아줄 나무나 숲이 없는 암릉이 아니라, 울창한 숲으로 유명한 산이라는 거다. 그럼, 조망이 좋지 않겠지만, 암봉 또한 유명하다고 하니, 기대할 만하다. 산행 준비는 평소와 같고 다만 점심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을 못 했다. 라면이나, 김밥 중 출발 직전에 결정할 예정이다. 아니며, 비상식으로 때우고, 날머리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 것도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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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문제가 해결돼, 중원산에 갈 수 있게 됐다. 하루 전 산행 준비를 마치고, 다른 산행과는 달리 아침 6시경 기상해,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6시 50분경 집을 나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누라가 일찍 출발해 일찍 다녀오지, 왜 늦게 가냐고 물어, 그러고 싶지만, 대중교통이 언제든 있는 게 아니라, 그 시각에 맞춰야 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점심은 번거로운 라면은 포기하고, 얼마 전 구산역 구내에 새로 생긴 가게에서 김밥을 사거나 없으면, 용문역에서 중원계곡으로 가는 버스를 2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그때 주변에서 김밥을 구할 생각이다. 그것도 없을 것에 대비해 평소 챙기지 않던 구운 달걀 하나를 챙겼다.
구산역 개찰구 직전 새로 생긴 무인 밀키트 가게로 가서 김밥이 있는지 확인했다. 새벽에 출근하는 직장인이 다 사 간 건지 아직 준비가 안 된 건지 김밥이 없다. 골판지에 김밥 가격을 적어 놓은 걸 보면, 준비가 안 된 거 같지는 않고, 매진인 거 같다. 이제 기대할 건 용문역 부근의 김밥집이다. 개찰구를 통과해 6시 59분 열차를 타고, 디지털 미디어 씨티역에서 용문행 열차로 갈아탔다. 열차를 갈아타고 책에 몰두해 있는 사이 용문역에 도착했다. 2시 15분가량 걸렸다. 역에서 나와 지도 앱의 도움을 받으며 나와 430m가량 떨어진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며 주변을 둘러봤으나, 주택가 골목이라, 별다른 건 없다.
역에서 중원계곡으로 향하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을 찾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9시 25분경 도착해, 먼저, 버스 시간표가 있는지 찾아봤다. 예상대로 있어,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용문 터미널 기준 9시 40분 버스를 타면 되나, 터미널과 이 정류장 사이의 거리를 모르니, 어젠 도착할지 예측이 안 된다. 그럼에도, 시간은 충분해 김밥집을 찾기 위해 버스가 오는 방향으로 걸어가며 좌우를 둘러봤다. 그리고 정류장에서 8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김밥집을 발견해, 문을 열고 들어가 메뉴를 보니, 모든 게 다 있는 집이다. 다른 손님의 주문을 받는 주인장이 있는 주방으로 가, 김밥 한 줄 포장해 달라고 얘기하고 늦어질까 봐 속으로 걱정했다. 하지만, 다른 손님의 주문을 처리하더니, 계산대가 있는 곳으로 가기에 따라갔더니, 이미 포장된 김밥 10여 개가 쌓여 있다. 그리고 그중 하나를 검정 비닐봉지에 넣어준다.
고민하고 있던 점심을 해결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가, 노인네들이 주고받는 인생사를 들으며 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초행인데, 통신상태가 좋지 않아 인터넷의 도움을 받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언제든 확인할 수 있도록 코스와 버스 시간표는 캡처해 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했다. 그리고 9시 50분경 도착한 중원계곡행 7-5번 버스를 탔다. 승객이라곤 예닐곱에 불과하나 그중 셋이 등산복 차림에 배낭을 멨다. 상황상 중원산이 목표라는 건 알겠는데 어떤 코스를 선택했는지 궁금해 물어볼까 하다가, 그만두고 열차에서 읽던 책을 계속 읽었다. 물론 가끔 정신을 차리고 버스의 정류장 안내를 주의 깊게 들었다.
10시 7분경 다음 정류장은 '중원계곡'이라는 안내 방송에 책을 보고 있던 태블릿의 전원을 끄고 힙색에 넣었다. 이어 바람막이도 벗어 넣은 후 등산화의 끈을 조이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자리에서 일어날 시점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안내방송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번 정류장 '중원계곡'이라는 방송에 내릴 준비를 하는데, 다음 정류장도 '중원계곡'이다. 응? 어디서 내려야 하나? 혹시 다음 중원계곡 정류장까지 걸어야 할지도 모르나, 걷는 건 자신 있어 이번에 내리기로 했다. 다만, 멀지 않기를 빌었다. 위로 올라가는 버스를 보고, 주변을 둘러봤으니, 중원산이나 계곡에 관련된 정보는 어디에도 없다. 그래도 일단 등산 앱을 기동하고,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199m, 오차를 고려하면 170m 정도다. 가장 높은 봉우리가 800m가 넘었던 거로 기억하니, 표고차가 600m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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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차도 확인했고, 내리쬐는 햇살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수건을 꺼내 둘러쓰고, 버스가 올라간 방향으로 갔다. 그리고 조금 지나자, 버스가 내려온다. 혹시 위에서 회차해서 내려오는 거라, 같은 정류장을 반복해서 안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버스가 옆으로 지나는 순간 창으로 안을 보니, 타고 올라갔던 두 등산객이 없다. 고로 위에서 내렸다. 괜히 먼저 내려, 뜨거운 아스팔트를 걸어 올라가는 수고를 하고 있다. 결과적인 얘기나, 산행 후 두 정류장 사이의 거리를 확인해 봤는데, 300m가 조금 넘었다. 어쨌든 속으로 투덜거리며 위의 정류장으로 올라가는데, 두 등산객 중 한 명이 내려온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가 내가 내린 곳에서 내려야 했던 거 같다. 어쨌든 그렇게 올라가, 코스 계획에 산행 들머리로 잡혀 있는 중원계곡 주차장에 10시 15분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아스팔트가 끝난 게 아니어서 좌우의 펜션을 구경하며 계속 그 길을 따라 올라가, 10시 20분 중원산과 중원계곡 갈림길에 도착했다. 지도에 있는 갈림길이자, 이번 산행에서 처음으로 본 중원산 관련 이정표다. 중원산까지의 거리는 2.35km, 중원산 최단 코스다. 이정표를 지나, 2분가량 올라가자, 물소리가 요란해 소리의 근원을 찾아보니, 펜션 수영장에 물을 받고 있다. 응? 평일인데, 그리고 생각해 보니, 평일이기는 하나, 금요일이다. 서울에서 가까우니, 퇴근하자마자 달려와도 그리 늦지는 않을 위치다. 그 펜션을 지나자, 다시 주차장이고, 그 끝에 중원산 안내도와 산을 소개하는 안내문이 서 있어,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안내도를 보며 계획된 코스를 다시 검토했다. 그런데, 그 안내도에는 싸리재에서 이어지는 단월산과 중원산 상봉에 관한 정보가 없다.
안내도를 지나자, 등산로는 중원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그리고 계곡을 건너자, 오프로드 애호가들이 좋아할 만한 임도 수준의 길이다. 분위기를 보니, 그 길이 싸리재까지 이어질 거 같다. 산행 후 결과적인 얘기나, 싸리재에서 확인한바, 고개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그 아래 어디선가에서 끝나는 거 같다. 왼쪽의 계곡을 감상하며 올라가며 보니, 붐비는 건 아니나, 소가 좋은 곳에는 한두 사람씩 물놀이하고 있다. 가족도 있고. 그리고 버스로 주차장까지 간 나머지 한 명의 등산객도 소에서 나와 위로 올라가는 게 보인다. 그도 나와 같은 코스? 그런 생각을 하며, 위로 올라, 10시 32분경 중원폭포에 도착했다. 아래에서 올라가면 계곡을 가로질러, 이중삼중으로 테이프로 접근을 막고 있어 처음에는 공사 중으로 알았다. 하지만 도착해서 보니, 익사자 발생 지역이라, 물에 들어가는 걸 막는 금줄이다.
폭포 직전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잔뜩 기대를 안고, 전망대이자 등산로인 갑판 계단으로 올라 폭포를 내려다봤다. 첫인상은 '아니, 이게 폭포?', '익사자는 애당초 물에 들어가며 안되는 사람이었네?!'이다. 결과적인 얘기나, 상류의 ‘치마폭포’를 보면, 아예 할 말을 잃는다. 이게 폭포면, 지리산과 설악산의 계곡은 그냥 폭포로 이어진 거다! 그래도 계곡으로 이름을 내세우려면, 폭포 한둘은 있어야 하니, 그랬을 거라고 이해하고 계속 위로 올라, 다시 계곡을 건넜다. 그리고 조금 더 올라가니, 이정표가 있는 중원산 갈림길이다. ‘중원산 1.89km’, ‘도일봉 2.22km’, 싸리재를 거치는 ‘중원산 8.8km’! 그런데 이 글을 쓰다가, 중원산 8.8km가 싸리재를 거쳐 올라갔을 때라는 걸 알았지, 당시에는 도일봉과 싸리봉을 다 들려서 갔을 때 8.8km로 받아들였다. 물론 싸리봉 다음 싸리재도. 어쨌든 짧게 중원산만 오를 생각이라면 아래, 마을에서 본 등산로로 중원산에 오른 후 여기로 하산하는 게 가장 좋아 보인다. 가장 짧은 코스고, 산행 후 알탕도 할 수 있고.
도일봉을 시작으로 중원산까지 호리병과 비슷한 산세다. 호리병의 입구랄 수 있는 도일봉에서 중원산까지 이어 달리는 게 목적이라, 도일봉 갈림길까지 계속 위로 올라, 10시 45분 '치마폭포' 이정표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른쪽 계곡에서 폭포를 찾았다. 그것도 치마처럼 활짝 펼쳐진! 그런데, 없다. 좌우 앞뒤를 다 찾아봤는데, 없다. 혹시나 하고 계곡을 유심히 보니, 중원계곡에서는 그나마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곳이 있기는 하다. 아래의 폭포를 '중원폭포'라고 부를 정도의 계곡이면, 저걸 치마폭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찍었다. 동영상으로 찍을만한 가치는 없어, 사진으로. 그리고 위로 오르자, 등산로는 다시 계곡을 건너, 도일봉 갈림길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해서, 지도를 확인하니, 맞다. 그럼, 계곡은 여기서 끝나니,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햇살을 막기 위해 머리에 쓰고 있던 수건을 계곡에 던져 넣어 빨았다. 정확히는 물에 적셨다.
젖은 수건을 머리에 쓰고, 계곡을 건너, 2분가량 올라가니, 도일봉 갈림길이다. 그리고 이정표가 있다. 중원산에 오기 전 길을 찾아 헤매는 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접해, 당연히 이정표도 없고, 길도 희미할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이정표도 잘 되어 있고, 등산로도 양호하다. 여기서 길을 잃는 게 신기할 정도다. 산행기를 쓴 산꾼의 산행이 중원계곡이 개발되기 전이 아닐까 생각된다. 도일봉 방향으로 우회전해 위로 올라가는데, 등산로가 지금까지 와는 다르다. 예상과는 달리 계곡 옆으로 난 등산로로 돌길인 건 같으나, 급경사로 본격적인 산행이다. 갈림길에서 7분가량 오르자, 길은 왼쪽으로 꺾이고 직진 방향에는 '등산로 없음' 경고문이 나무에 매달려 있다. 등산 앱을 보면, 과거에는 저 ‘등산로 없음’ 방향이 주 등산로였다. 울창한 숲 사이의 작고 마른 계곡으로 난 길이라, 급경사의 상태가 좋지 않은 등산로로 호흡을 조절하며 올라, 11시 20분 '도일봉 1.02km' 이정표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능선이다. 그런데, 아래 이정표는 1.3km였는데, 그럼, 20분 동안 고작 0.28km, 280m 왔다는 얘기?
애초 국립공원이 아니면, 이정표는 방향 지시 외에는 신뢰하지 않으니 문제 될 게 없고, 마른 계곡 길이 아닌 능선에 도착했다는 것에 안도했다. 그리고 방향을 틀어 능선 위로 난 등산로로 가려는데, 무언가 빠르게 움직이는 게 보여 쳐다보니, 살무사다. 그놈이 등산로 상의 돌 밑으로 기어들어가 꼬리와 머리만 내놓고 쳐다본다. 산에서 독사 한두 번 만나는 것도 아니나, 등산로 길목의 돌 아래에서 삼각형 고개를 내밀고 노려보고 있다는 게 문제다. 등산로로 가면 바로 공격할 태세다. 해서 그놈을 쫓기 위해 소음도 내보고, 나뭇조각도 던져 봤으나,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럼 내가 돌아가야지. 해서 그놈을 주시하며 등산로에서 벗어나,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내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던 그놈이 돌에서 나와 꽁지가 빠져라, 아래로 도망간다. 어렸을 때 뱀도 많이 잡았지만, 이렇게 빠른 건 처음 본다. 그 모습을 보니 그놈이 도망갈 길목을 막고 있어, 나오지 못했던 거다.
살무사와 조우는 서로가 피하는 선에서 합의를 보고,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가자, 울창한 숲사이로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던 건너편 능선이 보인다. 끝의 봉우리가 중원산으로 보이는데, 그게 맞으면 중원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기복으로 봤을 때, 일단 도일봉에 도착하면, 나머지 산행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11시 31분경 이번 산행 첫 번째 전망대를 발견하고, 등산로에서 벗어나 그 바위로 갔다. 이번 산행에서 가야 할 중원산 능선이 아무런 방해 없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산세를 보니, 도일봉에서 중원산까지는 호리병 모양이다. 모양이야 어떻든 그 모습을 파노라마로 남겼다. 능선 뒤로 철탑이 있는 봉우리가 용문산이고, 능선의 끝이 중원산, 능선상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중원산 상봉이라 생각된다. 대게 산들이 가장 높은 봉우리인 상봉을 정상으로 삼는데, 중원산은 끝 봉우리를 정상으로 삼는 걸 보면 다른 산과 다른 특이점이 끝 봉우리에 있다. 물론, 그걸 확인하러 중원산에 왔다.
전망대에서 나와 다시 도일봉 정상을 향해, 호흡을 조절하며 올라, 11시 41분경 '도일봉 0.69km' 이정표를 통과했다. 꽤 많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400m도 안 된다. 그런데, 그 이정표에서 7분가량 가니, 안부고 그 중간에 경고문인지 안내문인지 모를 입간판이 서 있다. 그리고 그 앞은 두 번째 전망대라 그리로 가, 건너편을 보니, 아래 전망대와 보이는 대상은 같으나, 고도를 높이만큼 용문산 봉우리뿐만 아니라 능선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뒤로 돌아, 그 입간판이 있는 곳으로 가서 보니, 안내도다. 중원계곡 등산로 입구는 안내도와 안내문 두 개가 서 있었다면, 여기는 같은 내용을 하나로 합쳐 놓았다. 현 위치 표시만 다를 뿐 다른 게 없으니, 따로 참고할 것도 없다. 어쨌든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정상으로 향해 3분 정도 가자, 등산 앱이 도일봉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마침 그 위치가 전망 바위라, 가던 길을 멈추고 아래의 절경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으로 가는데,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생각지도 못한 암릉이다. 물론 우회로가 있지만, 피해 갈 인간이 아니라, 암릉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정상으로 향했다. 결과적인 얘기나, 중원산은 흙산과 암봉이 절묘하게 어울린 산으로 암릉 전망대, 암봉이 곳곳에 있어 기대 이상의 재미를 주는 산이다. 암릉의 재미를 즐기며 정상으로 향해, 12시 7분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거로 보이는 헬기장인 정상에 도착했다. 10시 11분 첫 번째 중원계곡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했으니, 도일봉까지 1시간 56분이 걸렸다. 안내문에 있는 2시간 30분보다 34분을 단축했다. 어쨌든 그 헬기장 끝에 정상석이 있고, 반대편에는 전망대로 제격인 너럭바위가 있다. 먼저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기고,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찍었다. 그리고 전망 바위로 올라가, 주변을 감상한 후 사진으로 남겼다.
도일봉에서 해야 할 일을 마치고, 싸리봉을 향해 내려가는데, 배가 고파 시계를 보니, 12시간 넘어 손을 뒤로 뻗어 힙색에서 김밥을 꺼냈다. 그리고 먹으려는데 이정표라, 일단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별로 신뢰는 하지 않으나, 가야 할 봉우리들까지의 거리를 확인했다. 중원산 정상까지 6.69km로 정확하다면, 유유자적해도 3시간 조금 안 걸린다. 현재 시각 12시 13분 그럼, 15시 즉 3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이다. 머릿속으로 그걸 계산하고 꺼낸 김밥 하나를 먹은 후 서울 김밥과 뭐가 다른가 보니, 김밥이 다 그렇듯 내용물은 대동소이하고 쌀이 다르다. 그렇게 내려가자, 중원폭포 갈림길이다. 응? 여기에 갈림길이 있었나? 해서 이런 때를 대비해 미리 캡처해 뒀던 지도를 보니, 도일봉 바로 아래 중원계곡으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있다. 의외로 이정표와 등산로가 잘 되어 있어 놀랐다.
중원계곡 갈림길을 지나 4분가량 내려가자. 등산 앱이 싸리봉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줘, 동영상으로 기록하며 올라, 12시 34분경 도착했다. 정상은 삼거리로 왼쪽은 산음리, 오른쪽은 중원산과 싸리재 방향이다. 중원산까지는 5.76km. 당연히 정상석 따위는 없고, 이정표 기둥에 '싸리봉' 명패가 박혀 있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싸리봉에서 0.64km 거리의 싸리재로 향하며, 제발 고도 700m 아래로 내려가지 않기를 빌며, 싸리봉에서 0.64km 거리의 싸리재로 향해, 12시 45분 도착했다. 싸리재에는 이정표가 두 개로 하나는 군에서, 다른 하나는 119가 세운 거로 119 이정표가 위치 표시는 확실하다. 하긴 재난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조직이니 정확한 위치 파악이 중요할 거다. 당연히 싸리재는 삼거리로 왼쪽이 중원계곡 주차장으로 향한다. 다만, 여기까지 임도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그냥 등산로다. 그리고 고도를 확인해 보니, 725m로 오차를 고려해도 700m가 넘는 게 꽤 높은 고개다.
고개로 내려왔으나, 다시 봉우리로 오르는데, 암릉이 있었나? 할 정도로 전형적인 흙산의 능선을 따라 호흡을 조절하며 힘겹게 올라, 12시 53분경 중원산까지 4.86km가 남은 이정표를 통과했다. 그리고 50m 정도 더 올라가니, 등산 앱이 단월봉(단월산)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당연히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으로 향해, 3분을 넘게 가며 몇 개의 작은 봉을 넘었으나, 어디에도 정상 표지가 안 보이고, 좀 전에 지나온 봉우리가 정상인 거 같아, 촬영을 중단했다. 단월봉 기록은 포기할 생각으로 전진하는데, 앞에 봉우리가 또 있다. 그걸 보니, 느낌이 이상해 다시 동영상을 찍으며 갔다. 맞다. 여기다. 이름 모를 산꾼이 만들어 나무에 매단 '단월봉 778m' 명패가 있다. 그런데, 이 봉우리를 단월산과 단월봉으로 기록마다 달라 헷갈린다. 내 생각에는 단월봉이 아니라 단월산이 맞아 보인다. 작은 봉우리들이 연속으로 이어져 마치 병풍을 펼쳐 놓은 듯하니!
먼저 단월봉 명패를, 이후 오른쪽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이름 모를 산을 사진으로 남겼다. 이후 삼각대를 이용해 표지를 배경으로 인증을 찍었다. 그리고 단월산을 떠나, 중원산으로 향하는데, 갈증도 나고 배고 고파, 오이 한 조각을 꺼내 먹으며 전진했다. 그런데, 그걸로 모자라, 평소라면 손도 대지 않을 구운 달걀을 꺼내 마저 먹었다. 그렇게 배를 채우며 3분 정도 가자, 중원폭포 갈림길이다. 지도에서 본 기억은 없으나, 중원폭포로 내려가는 길이 많다 보니, 이젠 그러려니 한다. 중요한 건 중원산까지 2.07km 남았다는 거! 정상적인 속도로 가면 1시간 거리가 못 된다. 현재 시각 1시 11분 그럼, 2시면 도착이란 얘기다. 그 갈림길에서 13분가량 가자, 갈림길은 아니나 중원산까지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다. 남은 거리는 4.14km! 나쁘게 생각하면 지자체에서 개판으로 일한 거고, 좋게 생각하면 전자는 중원산 상봉까지고, 후자는 중원산 정상까지다. 후자가 맞아 보이고, 그럼, 중원산 도착이 2시가 아니라, 3시 반경이 된다.
이정표를 지나, 무언가 이상해 뒤를 돌아보니, 갈림길이다. 이정표 뒤로 길이 있다. 그리고 그 앞에 쓰러진 나무로 그 방향으로 가지 못한 게 막아 놓았다. 정체가 궁금해 등산 앱의 지도로 확인해 봤으나, 그 방향으로 길은 없다. 반대쪽에서 진행했던 많은 등산객이 아무 생각 없이 능선을 따라갔다가 만들어진 길로, 여기가 앞선 산꾼들이 길을 잃고 헤맨 지점으로 보인다.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흙산의 전형인 능선을 따라 상봉으로 향하는데, 가끔 울창한 숲 사이로 반대편 도일봉의 모습이 보이나, 사진으로 남기기에는 아주 부족하다. 그렇다고 계속 가 봐야 상황이 좋아질 거 같지 않아, 올라가기 쉬워 보이는 나무로 올라가 도일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결과적인 얘기나, 중원산에 도착할 때까지 이보다 조망이 괜찮은 전망대가 몇 있었으나, 도일봉에서 중원산 방향을 조망할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열악했다. 어쨌든 나무로 올라가는 와중에 시계줄이 빠지면서 시계와 줄이 분리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신경이 조금만 무디면 시계가 떨어진 걸 느끼지 못할 정도다. 그래서 산에서 시계를 잃어버리는 거다.
나무에서 내려와 분리된 시계와 줄을 주워 다시 결합한 후 손목에 차고, 4분 정도 가자, 등산 앱이 상봉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당연히 동영상을 찍으며 상봉으로 향했다. 그런데, 상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에 도착했는데, 정상석은 기대도 안 했으나, 산꾼이 만든 표지조차도 눈에 띄지 않아, 정상 주변을 빙빙 돌며 찾았다. 그리고 이정표 기둥에서 찾았다. 이름 모를 산꾼이 이정표 기둥에 검정 매직? 펜으로 '상봉'이라 적어 놓았다. 그리고 그 이정표에 의하면, 중원산까지 남은 거리는 2.77km다, 예상이 맞았다. 앞선 이정표는 상봉과 중원산을 구분하지 않고 같은 중원산이라 표기해 혼란을 초래한 거다. 정상은 따로 있지만 중원산에서 가장 높은 상봉이니, 높이가 궁금해, 등산 앱의 현 위치 고도를 확인했다. 854m다. GPS 오차를 고려하면, 830m 내외! 도일봉이 864m니, 그보다 30m가량 낮다.
인증을 남길만한 봉우리가 아니라, 이정표만 사진 찍고, 정상으로 향해, 1시 48분경 지금까지는 중원계곡 방향 갈림길이었으나, 그것과는 다르게 용문산 방향 갈림길이 나타났다. 당연히 이정표가 있고, 거기에 의하면 신점리(조개골) 삼거리다. 중원산까지는 1.57km, 신점리는 3.070km가 남았다. 그리고 중원폭포는 1.7km다. 그 이정표를 지나, 뒤로 보이는 중원산 상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며, 5분가량 가니, 전망대로 보이는 바위가 있어 올라갔다. 하지만, 울창한 숲이 방해해 보이는 건 한정적이나, 그나마 여기까지 오는 동안 최고의 조망인 건 틀림없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바위를 넘어갔다가 잠깐 길을 잃고 헤매는 해프닝이 있었다. 나무 기둥에 얇은 비닐을 감은 게 길을 표시하고 있다는 감이 들었으나, 돌다리도 두들겨 가라는 생각에 뒤로 돌아가 길을 찾아갔다. 그래봐야 바위 전망대를 우회해 그 비닐을 감고 있는 나무 옆으로 갔지만. 역시 감이 맞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조심성이 많아진다.
어쨌든 능선을 따라 계속 가자, 바위가 나타난다. 당연히 왼쪽으로 우회로도 있지만, 그걸 무시하고 암을으로 가자, 용문산 방향 전망대다. 그 모든 걸 동영상으로 남기고, 아무런 방해 없이 보이는 용문산의 전경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암릉을 따라 조금 더 가자, 왼쪽으로 도일봉부터 싸리봉, 싸리재, 단월산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조금은 위험한 전망대다. 와중에 나뭇가지가 약간 방해하기도 하지만. 다섯 번째 사진의 왼쪽부터 단월산, 싸리재, 싸리봉, 도일봉이다. 그 모든 전경을 기록으로 남기고, 전망대를 떠나, 중원산 정상으로 3분가량 가자, 다시 신점리(조개골) 갈림길이다. 중원산까지 남은 거리는 0.52km, 현재 시각 2시 17분 정상적으로 간다면, 2시 반 전 정상에 도착한다.
울창한 숲 사이로 보이는 도일봉의 모습을 감상하며, 정상으로 향해, 2시 23분 중원폭포 갈림길에 도착했다. 거기 있는 이정표에 의하면, 중원폭포까지는 1.77km에 불과하고, 정상은 0.41km다. 생각지도 못한 이정표와 거리를 보자, 갑자기 계획을 변경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에서 용문산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것보다, 중원계곡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게 더 짧아 보인다. 중원계곡 주차장까지 거리가, 2.39km에 불과하고, 정상 왕복 거리를 포함해도, 3km가 조금 넘을 뿐이라, 1시간 반이면 갈 수 있다. 다만, 중원계곡에서 용문역으로 가는 버스 시간이 문제다. 그때 정류장에서 시간표를 찍은 게 기억났다. 문제는 전원을 끄고 힙색에 넣은 태블릿으로 찍었다는 거. 해서 정상으로 향하며, 태블릿을 꺼내 전원을 켜고, 버스 시간이 있는 사진을 확인했다. 용문터미널 기준 남은 버스는 16:00과 18:30 두 대가 있다. 용문터미널 출발 시각이니, 중원계곡 주자장에는 빠르면 20분 늦으면 30분 후 도착이다. 고로 중원계곡 기준 16:30과 19:00 출발 버스일 확률이 높다.
물론 처음 계획대로 용문산 주차장으로 내려가도 된다. 하지만, 중원폭포에서 알탕을 해 보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고, 중원계곡 기준, 환 종주가 더 의미 있는 산행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중원폭포에서 알탕을 해도 오후 4시 30분 버스는 충분히 탈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 그 버스를 놓치면 두 시간 반 후인 7시 차를 나도 된다. 하지만, 일단 정상에 도착해 환경을 다시 검토해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결론짓고 정상으로 향하는데,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현재 시각 2시 34분. 당연히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으로 향했는데, 암릉의 재미가 보통이 아닌 게. 이 맛에 중원산을 오르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2시 38분경 정상에 도착해 보니, 헬기장으로 용문산 방향으로 정상목이 있고, 그 오른쪽에 중원산 안내도가, 그 맞은편에 피뢰침이 있다. 정상에 있는 이정표에 의하면, 중원폭포를 거쳐 주차장으로 가는 건 2.8km, 바로 주차장으로 가는 건 2.64km, 그리고 용문산 주차장은 4.5km 거리다. 그 모든 걸 확인하고 중원폭포 알탕으로 결정했다.
이미 많이 찍은 용문산의 전경은 빼고,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긴 후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찍었다. 이후 정상을 떠나, 중원계곡 갈림길로 돌아갔다. 가는 중 빠르게 내려가야 해, 태블릿의 전원 내리고, 다시 숄더힙색에 넣은 후, 등산화의 이물질을 빼는 등 복장을 재정비했다. 그리고 오면서 지나친 암릉으로 갈림길로 향해, 2시 55분경 도착했다. 조금 위는 도일봉으로, 그 아래가 중원계곡으로 향하는 길이다. 당연히 중원폭포 방향으로 내려갔는데, 마른 계곡에 낸 등산로로 급경사 돌길이라 약간 위험하기까지 했다. 그래서인지, 급경사 구간에는 안전시설로 밧줄 가드가 있어, 잡고 갈 수 있도록 했다. 그 길을 내려가 3시 1분경 등산로가 좌로 방향을 트는 곳에 도착해 한숨 돌렸다. 거기 있는 이정표에 의하면, 등산로 입구까지 2.6km로 한 시간이면 충분히 내려갈 수 있다. 알탕은 10분이면 충분하니, 10분 이상 시간이 남는다. 그리고 남은 하산길의 경사도가 궁금해 등산 앱으로 고도를 확인했다. 680m, 오차를 고려하면, 660m 정도로 급경사가 기다린다.
이정표를 떠나, 3시 6분 등산로 입구까지 2.02km 거리의 이정표를 통과하고, 바위너설도 지나고, 약간의 쉬운 등산로를 지나자, 마른 계곡 너덜이 계속된다. 발목이나 무릎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조심하며 너덜을 내려가는데, 돌로 둥글게 쌓은 무언가가 눈에 띄어, 가서 살펴보니 숯가마 터다. 두 개의 숯가마 터를 지나 300m가량 가자, 마른 계곡에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조금 더 내려가니, 그 소리가 요란해진다. 수건에 다시 물을 적시고, 병에 차가운 계곡물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라,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먼저 병을 씻은 후 거기에 물을 받아 마셨다. 이후 여기까지 오는 동안 바짝 마른 수건도 물을 적셔 다시 머리에 뒤집어썼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해 3시 34분경 아침 10시 40분경 통과했던 중원산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 삼거리를 기준으로 도일봉, 싸리봉, 싸리재, 단월산, 상봉, 중원산을 거치는 원을 그리는데, 4시간 54분이 걸렸다.
이제는 알탕만 하면 이번 산행의 목표는 다 달성한다. 해서 중원폭포로 가려다가, 거기는 등산객이 아니라 관광객도 찾는 폭포라 알탕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멀리 갈 거 없이 삼거리 부근 적당한 수영장에서 하기로 하고, 계곡을 봤다. 수영장이 너무 많아 고르기가 힘들 정도라, 접근이 가장 쉬운 곳을 택해서 내려갔다. 그리고 바지만 벗고 속옷 차림으로 물에 들어가 먼저, 산행 중 흘린 땀과 뒤엉킨 먼지를 깨끗이 씻은 후, 대략 5분 동안 물놀이를 즐겼다. 이후 속옷과 윗도리를 깨끗이 빨아 꽉 짜서 다시 입은 후 바지를 입고, 양말과 등산화를 신은 후 계곡에서 나왔다. 개운한 기분으로 수영장을 떠나, 3시 58분경 중원폭포를 지나고, 4시 2분에 구름다리를 건너, 주차장으로 향하며, 주변의 식당을 기록으로 남겼다. 여름 정기산행지 중 하나로 중원계곡이 적당할 거 같아, 미리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내려가 버스 회차지인 주차장에 4시 13분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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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계곡 주차장에 도착해 햇살을 피할만한 곳이 있는지 주변을 살폈다. 주차장 옆 펜션 식당의 외부 테이블 그늘막이 가장 좋아 보이나, 남의 영업장에 무단으로 앉기도 뭐해 그나마 약간의 그늘이 이 한 몸을 햇살로부터 지키기는 충분해 보이는 주차장 가운데 그늘막 쉼터로 갔다. 거기 앉아 짐을 정리하며, 버스가 오는 방향을 주시하고 있는데, 도착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는지, 노년의 마을 주민이 버스 타러 오는 게 보인다. 그런데, 쉼터로 오지 않고 계속 내려간다. 응? 여기가 버스 정류장이 아닌가? 저 밑이었나? 생각하며 그이 움직임을 주시했다. 여차하며, 짐을 들고 바로 따라가기 위해. 그런데, 주차장을 지나칠 거 같더니, 끝 건물 그늘에 가 앉는다. 그걸 보자 정확한 버스 정류장의 위치를 알 수 없어 초조했던 불안이 사라졌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이번에는 위에서 등산객이 내려온다. 아침에 같은 버스로 왔다가, 중원폭포 상류에서 사라진 그 사람이다. 산에서는 못 봤는데, 계속 계곡에 있었나? 어쨌든 그도 주차장 앞을 가로지르더니, 그 노년의 마을주민 옆에 가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음악을 들으며 그들의 모습을 주시하고 있자, 4시 28분경 지금까지 들리던 소형차 엔진 소리가 아닌 대형차 엔진 소리가 아래로부터 올라온다. 버스다. 예상대로 용문터미널 기준 30분 정도 걸렸다. 엔진 소리에 언제든지 차를 탈 수 있도록 테이블에 올려놓았던 힙색을 들고 입구를 지켜봤다. 7-5번이 아니라 77-5번 버스다. 그리고 그 버스는 내가 앉아 있는 그늘막 쉼터를 빙 돌아 방향을 바꾸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곳에서 정차해, 승객을 내려주고 태운다. 물론 그 모습을 보고 그리로 가 버스에 탔다.
당연히 여기가 종점이라 생각했는데, 버스에 타고 보니, 내리지 않은 승객이 있다. 버스가 출발해, 좁은 도로를 지나더니, 직진이 아니라, 우회전해 위로 올라간다. 계곡 주차장이 종점이 아니었다. 두세 정류장을 올라가더니, 도로 가운데서 차를 돌린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동안 주차장에서 내리지 않은 두 명의 승객은 내렸다. 그리고 양평을 향해 달려, 4시 50분경 아침에 떠났던 맞은편 정류장에 내렸다. 용문에서 문산으로 가는 전철은 5시 16분, 5시 40분, 6시 11분에 있다. 당연히 가장 빠른 건 16분 차나, 배를 채워야 해 40분 차를 타기로 했다. 먹느라 시간이 더 걸리면 6시 11분 차를 타고. 아침에 식당 간판에서 보고 '아, 여기가 양평이지!'라고 깨닫게 한 양평해장국에 빨갱이나 이슬이를 한산주로 마시기로 했다. 해서 정류자와 용문역 주변을 샅샅이 뒤져, 양평해장국을 파는 식당 두 곳을 찾았으나, 둘 다 영업을 안 한다.
해장국 식당이 영업을 안 해 그와 가장 비슷한 순댓국집으로 들어가, 얼큰순대국과 빨갱이를 주문했다. 늦은 점심을 겸해 하산주를 6시 40분 전철 시각에 맞춰 6시 33분까지 깨끗이 비우고, 식당을 나와 역으로 가서 보니, 누가 설계한 역사인지, 정문이라 생각한 곳은 엘리베이터만 있고, 역 구내로 들어갈 방법이 없다. 2층의 개찰구로 가려면, 양옆의 계단으로 올라가게 했다. 뭐 이런…, 속으로 설계자를 욕하며, 열차 시간에 늦지 않게 서둘러 역사로 올라가, 개찰한 후 다시 승차장으로 내려가며 보니, 이미 열차는 승차장에 대기 중이다. 곧 떠나지 않을까 초조해하며 뛰어내려가 가장 짧게 갈아탈 수 있는 제일 뒤차의 제일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차가 출발을 안 한다. 용문이 종점이라, 대기하고 있었던 거다.
6시 40분 정시에 출발한 열차에서 올 때와 같이 책을 보며, 가다가 가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면, 승객이 서서히 늘어나더니, 서울에 진입할 때쯤에는 만원이다. 용문에서 서울로 향하는 승객이 내리면 서울에서 문산 방향으로 향하는 승객이 타는 구조라 끊임없이 승객은 타고 내리나, 내부는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은 만원 상태가 계속이다. 그나마 기점에서 타 자리를 잡은 것에 안도하며, 7시 48분경 문산행 전철에서 내려, 3호선으로 갈아타고 집으로 향해, 8시 20분경 도착하는 거로 중원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처음 계획과는 달리 '중원계곡 버스정류장 → 중원폭포 → 중원산 갈림길 → 도일봉 → 싸리봉 → 싸리재 → 단월산 → 중원산 상봉 → 중원계곡 갈림길 → 중원산 → 중원계곡 갈림길 → 중원계곡 주차장'의 13.5km 구간을 6시간 3분 동안 환 종주했다. 이동 5시간 48분, 휴식 15분!
중원계곡을 기준으로 한 환 종주 구간이 길지는 않으나, 즐길만한 암릉이 꽤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린 산행이다.
도일봉이나, 중원산에서 용문산 방향의 조망은 훌륭하나, 반대도 단월봉에서 중원산에 이르는 능선에서 도일봉 방향은 울창한 숲이 방해하는 바람에 조망이랄 게 없어 아쉬웠다.
무더운 여름이면 중원계곡이 만원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럴만한 계곡이다. 생각보다 계곡이 깊고 물이 맑고 차다. 해서 중원계곡을 기준으로 다양한 환 종주가 가능한 산이라, 한여름 중원계곡 물놀이를 겸해 등산방 정기산행으로도 괜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