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幽靈)들의 회의
에도가와란포(江戶川亂步)(1894~1965)의 유령(幽靈)
글 김광한
1800년대 중반에 일본에서 도꾸가와 막부(德川幕府) 성립 이래 약 260년 동안 계속되었던 봉건제도를 타도하고, 최초의 통일국가인 천황제(天皇制) 절대주의국가(絶對主義國家)를 수립했던 일본 역사상의 큰 변혁이 바로 명치유신이다..이 당시 유신의 첫걸음으로 한 것이 바로 번역 사업이었다.외국, 특히 서양의 저작물들을 일본어로 번역하다보니 여기에 들어가는 낱말이 부족해서 만든 것이 바로 조어(造語)였다.우리가 쓰는 민주주의 봉건적 사상 합리적 사고 등등 우리가 흔히 쓰는 말들은 바로 이들이 만든 조어들이다.이 당시 소설가들은 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아 명작이라 일컫는 거의 모든 작품들을 번역했다.
그 가운데의 하나가 에드거 엘렌 포우라는 미국의 추리 소설가의 작품이 있는데 그가 쓴 <모르그가의 살인>을 흉내 내어서 여러 작품을 썼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 추리소설의 시작이었다.명작으로 알려진 다꾸가와 류노스께(芥川龍之介)의 나생문(羅生門)도 일종의 추리소설류에 속한다,
1천 8백년도 후기에 태어난 작가들 가운데 추리물로 유명한 세 사람이 있으니 그 가운데 에도가와 란포, 마스모도 세이초,요코미조 세이시 등이다.특히 에도가와란포는 에드가 알렌 포우를 너무나도 존경해서 본명 대신 필명으로 에도가와란포로 개명하기도 했다.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으스스하고 괴기 스럽고 잔인하고 엽기적인 것들이 많은데 결국은 악인이 아무리 좋은 머리로 꾀를 써도 잡혀서 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작가마다 생긴게 우스꽝스런 탐정들을 내세웠는데 긴다이 쿠스케(요꼬미조).에더가와 란포(아케치코고로)등 일테면 코난도일의 소설속 주인공인 샬록홈스나 모리스 루블랑의 루팽(도둑)아가사 크리스티의 뽀아르 엘리아 퀸 (퀸 경감) 등이다. 아무리 지능적인 범죄자라도 이들에게 걸리면 꼼짝없이 잡히게 된다.
에도가와란포의 단편에 <유령>이 있는데 이 유령은 그의 단편중 백미에 속한다.고리대금업자가 채무자에게 너무 가혹하게 해서 채무자는 병으로 죽을때 내가 유령이 되어서 너를 반드시 죽이고 만다하는 유언을 남긴다.고리대금업자는 그 말을 듣고부터 정신착란증을 일으켜서 가는곳마다 그이 얼굴이나타나고 심지어는 휴양지에서도 나타나 그를 놀라게 한다.결국 그 악질 고리대금업자는 유령에게 시달려 죽고 나중에 안 사실은 채무자가 일부러 꾸민 연극이었다는 것이다.사람들에게 너무 악착같이 굴지 말고 웬만하면 너그럽게 살라는 메시지인 것이다.유령이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허상인데 이 허상에게 인간의 힘이란 미약하기가 그지 없다. 그것은 인간이란 반복해서 죄를 짓기 때문이다.
유령을 등장 시키는 작품은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머스 캐롤,세익스피어의 햄렛에 나오는 함렛의 부친의 유령,조선조 매월당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나오는 여러 유형의 유령들이 있다.찰스 디킨스의 단편에서 주인공인 구두쇠 스쿠르지에게 꿈에 나타난 머레이의 유령은 피도 눈물도 없는 오직 돈밖에 모르는 구두쇠 스쿠르지에게 감화를 시키는 스승이 되었다.햄렛의 부친의 유령은 자신의 귀에 독약을 넣고 죽인 동생의 모습을 재현시킴으로서 햄렛에게 복수의 칼날을 쥐게 했고 모든 것이 비극으로 끝난다.김시습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유령들은 당시 조카를 죽이고 임금에 오른 세조의 더럽고 추악한 행태에 분노를 느껴 세속을 떠나면서 금오신화를 남겼는데 이 안에는 인간의 허망한 삶에 대해 교훈을 주는 내용들이 많다.
에도가와 란포나 마스모도 세이초 등 추리작가들은 인과응보를 바탕으로 깔고 줄거리를 전개해나간다.그러기 위해 가금 유령들이 등장한다.이 유령들은 선량한 인간들을 괴롭히는 자들에게 우군으로 등장한다.유령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자들은 돈이 많거나 야비한 수단으로 정권을 잡아 정치도 모르는 자들이 전횡을 일삼아 하늘에서 비를 내리지 않게 하고 그 개인들과 졸개들에게 당대에 피해자의 편에서 복수를 실현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사족(蛇足)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말도 안되는 죄를 뒤집어 쓰게 하고 재판을 한답시고 언론에 수갑찬 모습을 공개하면서 망신을 주는 추악한 인간들을 응징하기 위해 유령 세계에서 회의를 진행중인데 유령의 최고회의에서 이 자들에 대한 응징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한편 한국의 천주교 사제들의 고약한 행태에 분노한 유령들은 비록 종교적 차원은 다르나 공분의 입장에서 이 자들을 응징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유령들을 무시하지 말라!.인간답게 살라.많이 배운 자는 그 배운 것을 올바르게 써먹어야한다.그렇지 않을때 유령이 나타난다. 이때의 유령은 악령(惡靈)이 되는 것이다.
유령들의 구호가 있다.마스모도 세이초(松本淸張)의 <모래그릇> 속의 한귀절
그들에게는 지옥이 있다는 것을
저 타오르는 겁화(劫火)를
저 타오르는 겁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