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외 2편 이옥자
세월이 보약인가
염라대왕 비서인가
할머니,
그 말만 들어도 가슴이 덜컥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죄인인 양
거울 앞에서도 두 손 가리고 돌아서는
모나리자,
행방 묘연한 그 눈썹처럼
촘촘한 학사증 철자 위에
늦게 핀 서릿 속 국화가 무슨
胡蝶文이 되었나.
소용돌이처럼 역류하는 청춘의 마지막 날에
파릇파릇 봄배추도
바득바득 기를 쓰는 늘그막 영어공부
영 발음은 콧속을 헤매어도
제1과 제1장 포스트모더니즘 새 물결
유치원생 외손주 꽃다발이 짜르르 박수를 친다.
인생은 개똥밭에 살아도 이승이 낫다
꾸어온 희망이 봄추위에 떨어도
며느리 밑 씻게 개불알꽃도
제철 만나 한 세상 흐드러지게 폼 잡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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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담 집
비워둔 집
주인은 멀리 객지 삶 떠나고
앞뜰에 떨어진 낙엽이
손님으로 찾아든다
잔칫집 모양
휑하니 바람이 찾아와
제 혼자 놀다가고
도둑고양이 한 마리
야홍 순시차 들려가는
한낮
구름도 슬쩍 엿보고 가는
빈집 낙엽이 데굴데굴
저희끼리 뒹굴며
바람과 어우러져 논다
우체부 아저씨 오토바이
부릉부릉 빵빵
무슨 통지서
문 사이 찌르고 가고
한지 찢겨나간 창문 앞에
단풍나무 혼자서 활활 타고 있다
주인 없는 빈집
낮달이 슬그머니
사립문을 엿보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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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안에 보금자리
우리 집 앞 벽면
사진 속 들여다보니
튼실한 조롱박이 주렁주렁 열렸네
강남에서 돌아온 제비
박씨 받아 양지쪽 심었더니
여섯 통이나 뽀얀 은빛 같은
눈망울 초롱초롱 반짝이며
큰 일꾼으로 쓰임 받고
앞날에 세계로 주름잡는
둥글둥글 보름달처럼
함박으로 피어나리
내 사랑 복 바가지들
장하여라 희망이 싹 트네
보면 볼수록 정 넘치고
어여뻐서 행복에 찬 그리움 타오른다
해가 갈수록 내 집안에 알알이 향기 그윽하고
솔솔 부는 살 냄새 푸르름으로 빛나고
하얀 박속에 박씨도 금 은 보화로 가득 일세
아리아리 우리부부 가슴에 아로새긴
꿈을 수놓아 환한 미소뿐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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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자
전남 순천 출생
조선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 수료
송원대학 재학 중
서은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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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하늘이 더 높고 청명해 보이는 계절….
저에게 있어서 2011년 가을은 천고마비의 풍성함과 같이 문단에 첫걸음을 내딛는 아름다운 계절로 남을 것입니다.
11월 신인상 당선은 제 인생에 큰 기쁨입니다. 평소에 문학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해서 조선대학교 평생교육 문예창작반을 찾았고 문병란 교수님의 가르침에 늘 감사하며 올 들어 4년째 배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매진하렵니다. 문교수님을 비롯하여 격려와 관심을 보여주신 문우님들께 감사드리고 미흡한 저에게 이런 행복을 주신 심사위원님께 머리숙여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항상 저의 부족함과 모자람을 알기에 초심으로 돌아가 詩心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