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 다녀온 후유증은 예상외로 엄청났다.
역시 너무 추웠기 때문이야..-_-;; 갑자기 기침이 콜록콜록 나면서 숨을 쉬는 게 괴로운 것이 감기가 온듯 싶다. 감기가 오자 비상이 걸린다. 아직까지 고산증세가 없어서 안심이었는데 여기서 잘못되 티벳구경도 다 못하고 중국으로 돌아가기는 죽어도 싫다.사실 몸을 사리기 싫어도 조금만 움직이니 숨이 차고 무기력하다.결국 가만히 호텔에 앉아서 사람들과 사교활동(?)을 열심히 하였다. 또 물도 많이 마셨다.고산증세에는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 뱁이다.
내가 맨날 컵들고 물먹는 하마 마냥 물만 마셔대니 모두들 구박모드였다..-_-;;
이렇게 한 4일은 어디 안가고 쉬기만 했다. 쉬면서 언니들이랑
놀고 내가 가져온 고추장으로 만든 떡볶이도 포식하고(뿌듯했음!) 일본인 오빠들이랑도 놀고...나름대로 굉장히 즐거웠다.
그렇지만 정든 언니들 4명이 모두 한꺼번에 네팔로 떠나버렸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좋았었는데 헤어지니 아쉬었다.하지만 헤어지기 전날 재밌는 추억도 만들었다.언니들이랑 일본인인 사하라, 타무라와 함께 놀았는데 둘 다 성격이 수더분해서 우리가 놀려도 굳건하게 잘 견딘다..특히 사하라와 윤희언니는 나이가 동갑이여서 그런지 장난치면서 쉽게 친해진다.
주로 한말은 "Are you crazy?"이런 거였지만서도... 말도 전혀 안통하는데 저렇게까지 될 수 있다니 역시 마음은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키레이호텔에서 먹은 신라면도 맛있었다.물론 몸 보신을 위하여
거의 매일같이 장선생님을 찾아가 한식을 먹었지만 이곳까지 와서 맛보는 신라면은 역시 맛있다>.<
그러고 보니 난 신라면이 아니라 팬케이크를 먹었었지만..-_-;;
또 한국어도 가르켜 주었다.가장 먼저 공부한 사람은 사하라인데 실수로 반말로 알려주었더니 바로 한국인 아줌마한테 반말로 얘기한다.
덕분에 사하라는 괜시리 '후레자식'이라는 욕만 먹었다.
다시 존대말로 가르켜 주긴 했지만...그 이후로 한국어를 알려줄때는 꼭 존댓말로 가르켜 주었다.하지만 내가 실력이 없는 탓에 엄청 버벅거렸다.그 다음에 가르켜준 사람은 타무라다.주로 먹을 것을 배워갔다.외국에 나와보니 한국음식의 인기에 새삼 놀란다.
중국인들은 별로 안좋아하지만 일본인들은 무진장 좋아한다.
특히 돌솥비빔밥의 인기는 최고!
내가 논 얘기는 나만 즐거울 뿐입니다.
다른분들을 위해 여행기에서는 대폭 생략하기로 합니다^^;;;;
(실은 문장력의 부족...재밌는 이야기가 부담스러워지는..-_-;;)
티벳,그 아름다운 도전18 - 우치다 케이,그 질긴 인연의 시작-
번호:1387 글쓴이: 파프리
조회:23 날짜:2003/03/25 11:10
우치 오빠는 가장 먼저 나와 대화한 일본인이다.
도라상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개성이 꽤 강하다.
무엇보다 얼굴부터 시작해 복장까지가"나는 일본인이예요"를
말하고 있다.얍삽하게 생겼다고 해야하나...암튼 밴드에서
베이스를 한다고 했을 때.."역시~~!!!"라는 말이 나온 사람이다. 사실 통성명하고 간혹가다 인사정도만 나누는 사이였는데
어쩌다 친해진 계기가 있었다.
1월 10일은 아침부터 분주했다.그동안 정든 은주언니,윤희언니,
희경언니,은정언니,광석이 오빠를 비롯해 남박사님과 독수리오빠가 네팔로 떠나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언니들은 자기들 가면 내가 심심하겠다고 걱정 해주었다.기념촬영을 마치고 그렇게 정말 가버리고 나니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고...
원래 여행하다 보면 이런 일의 다반사다.사실 별일 아닌 것이지만 그 당시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고 역시 여행초보다운 반응이었다-_-;;
그렇게 가고 나니 호텔이 갑작스레 조용해진다.그 밖에도 많은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있었는데 어째 이날 따라 아무도 없다.
잠깐 서성거리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치 오빠가 혼자 호텔 중앙의자에 앉아있었다.내가 외롭게 보였는지 그때부터 나랑 놀아줬다. 사실 이 오빠도 같이 놀던 일본인이 한꺼번에 증발해 버려서였던것 같다.
생긴것이나 스타일이나 전혀 공통점이 없어보이는 두사람이지만
말하다보니 통하는 데가 있다. 전에 일본을 2번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 그 경험담을 이야기해주었다.
내가 교토가 좋대니 자기도 교토가 좋단다.그런데 난 그곳을 2번 다녀왔는데 그 오빠는 수학여행때 한번 가봤단다.
우와!일본인을 이겼다!-_-;;;
또 역사를 좋아한단다.놀라운 건 우리나라의 '이순신장군'을
안다는 것이다.우리는 기껏해야 '도요토미 히데요시'인데
어떻게 이순신장군을 알수있는 것인지...정말 신기했다.
거북선으로 해전마다 왜척을 모두 몰살시킨 당대의 영웅...
분명 일본인들은 그의 그 강함에 끌려서 기억하는 것 같다.
'국화와 칼'에 보면 국화(평화)를 사랑면서도 칼(무력,강함)을
숭상하는 일본인 핏속에 흐르는 민족성에 걸맞게 이순신의 국적에 상관없이 그의 업적을 존중하고 굉장하다며 추앙하는 듯 했다. 아무튼 나야 뿌듯했다.
그런데 역시 사람은 겉보기만 보고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오빠가 불량해보이지는 않았으나 난 첫인상만 보고 좀 노는 사람이라 생각했다.그건 아주 틀린 건 아닌 듯 하지만 그래도 생각없이 사는 사람은 아니다.또 말하는 것만 들으면 엄청 어눌해 보이는데다가 한국인 언니들이 스타일 좋다고 말했을 때도 침묵으로 일관해 부끄럼이 많은 사람인줄로 나는 착각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귀여운 쪽,아니 약간 엽기쪽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막내라 좀 철이 없어보였지만 역시 오빠답게 많은 다정함을 베풀어주기도 했었다.
며칠후에 시가체에 간다는 오빠.오늘을 계기로 내가 좋게 느껴졌었는지 같이 가게 되었다.
티벳,그 아름다운 도전19 - 티벳탄을 고발한다.거지와 면학도들-
번호:1388 글쓴이: 파프리
조회:42 날짜:2003/03/25 11:11
티벳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사람이 사는 곳마다 으레 다양한 인물상이 있겠지만은.....약 18일정도밖에 티벳에 있지 않았던 내가 그 모든 사람들을 관찰하고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이다.그래도 가장 쉽게 접근할수 있는 두 타입의 티벳탄이 있으니 그들은 바로 거지와 호텔직원이다.
그외에 상점직원이나 승려가 있으나 상점 직원들은 하나같이
바가지 씌울 궁리나 하고 있고 승려들은 내가 중국어도 영어도
당연히 티벳어도 되지 않으니 대화를 하고 싶어도 못했다.
단순히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 밖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거지들이나 호텔 직원들은 그들의 사는 모습을 여과없이
모두 보여주기 때문에 어찌됬든 진실해 보인다.
특히 거지는 티벳을 여행한 누구나라면 할 얘기가 많을 것이다.
거지부터 시작한다. 거지와의 투쟁은 호텔밖을 나가면서 들어올때까지 계속된다. 거리에 앉아서 두툼한 돈다발을 들고 구걸하는 사람들은 양반(?)거지이다. 이들은 무언가를 계속 중얼중얼 거리고는 있지만 최소한 가는 길은 안막는다. 길가다가 누군가가 옷을 잡아당기는 공포스러운 느낌에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면 까무잡잡한 얼굴의 말짱한 젊은 놈이 세상 다 포기한 얼굴로 돈을 달라고 구걸한다.
이렇게 사지 멀쩡한 놈이 돈 달라고 그러면 괜시리 기분이 꿀꿀해진다. 거지들의 연령층도 가지각색이다.할머니,할아버지부터 해서 말짱한 젊은 사람들..이들의 손자,손녀,아들,딸로 예상되는 아이들이다.특히 이 아이들의 구걸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 순수한 눈빛으로 "셰셰닌"을 외치며 줄때까지 따라 붙는데
줄수도 없고 안 줄수도 없고....심한 놈은 바지 가랑이까지
붙잡아 사람들 질리게 만든다.좀 무서워보이는 남자에게는 안그러지만 약해보이고 인자해보이는 사람이라면 일단 작업부터 걸고 본다.
전에 뚱뚱한 백인 아저씨가 거지아이7~8명과 같이 걷는 것을 보았다. 그 아이들에게 돈을 준것이 분명하다.그런식으로 주기 시작하면 거지세계에도 소문이 나는지 순식간에 몰려들게 된다.
심각한 문제는 어른들이 구걸을 하니 어린애들은 이게 나쁜 건지도 모르면서 자연스럽게 따라한다는 것이다.그러다보니 점점 과격해지고 수치심같은 것은 당연히 없다.
이제는 개성있는 거지를 말하겠다.식당에도 밥을 먹고 있으면
스믈스믈 다가와 시키지도 않는 노래를 부르던지 악기를 연주한다. 정말 노래도 별로고 악기 연주도 별로인데 돈을 주기전까지는 가지를 않으니 본인들이 지칠때까지 기다리며 묵묵히 밥을
먹을 뿐이다.
그래도 이들은 약간의 노력(?)이나 하고 구걸을 바라니 좀 낫다.
포탈라가는 길에 늘 있는 자신의 발을 직접 자른 거지를 볼 때면 정말 한심하기도 하고 답답하고 기분이 나빠진다.그뿐인가..
얼굴 모은 거지도 있다.처음에는 화상을 당한 사람인가 했다.
이렇게 자해를 해 가면서까지 돈을 구걸해야 한다니...이들의
제 정신이 아닌 심리상태가 의심스러울 뿐이다.
장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티벳 유목민중에 라싸구경도 좀 할겸 왔다가 벌이가 좋아서 아예 전업으로 뛰어든 사람들도 많다 한다.
가축수를 제한하는 정책을 벌이는 중국이 밉기만하다.
정말 중국은 해도 해도 너무한 거 같다.기껏 자기네 땅으로 편입시켜 버렸으면 최소한 이 사람들 먹여 살릴 궁리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단물을 쏙 빨아먹고 정말 필요한 기간산업이나 교육을 제한한다.
듣기좋게 '시짱자치구'라고 이름만 만들면 뭐하나..
거지들은 보고 있으면 정말 티벳 사람들에게는 당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안타깝다.
간혹가다 거지가 도움이 될때도 있다.정말 이건 간혹가다이지만.. 제법커다란 사원,드레풍이나 간덴을 가다보면 가끔가다 길이 헷갈릴때가 있다.어쩔땐 지도를 봐도 모를 때가 있다보니 정말 좋은 구경을 놓칠수도 있다.
나도 간덴에서 잠시 어리버리하게 있었는데 한 거지 노파가 이런 나를 구제해 주었다.저쪽으로 가란다.
그 말대로 갔더니 정말 괜찮은 불상을 보았다"감사해요^^"
거지들만 본다면 가뜩이나 어두운 티벳이 더 암담해보일수밖에
없겠으나 그래도 난 약간의 희망을 야크호텔직원들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일단 이 직원들은 자기들의 일을 너무도 성심 성의껏 한다.
야크가 그렇게 좋은 시설은 아니지만 보면 볼때마다 직원들이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깨끗하다.
그리고 호텔내의 왕빠를 가면 그곳의 언니는 날마다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물론 이 호텔이 외국인 여행자가 많아서 그 필요에 의해 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단지 그 이유뿐이라면 그 모습이 그렇게 순수하고 진지해 보일수가 없을 것이다.
그 외의 직원들도 영어공부는 늘 열심이었다.
이들은 중국어보다 오히려 영어로 말할려고 노력한다는 데
그말이 맞는 거 같다.어떤 식당에 가니 직원이 중국어는 잘 못하는데 영어는 유창하다.승려들도 영어를 제법 잘했다.쓰지도 읽지도 못하면서 말은 잘하다니 재밌는 일이다.암튼 회화는 승려들이 더 잘했던거 같다.반성..-_-;;;
확실히 지금 티벳탄들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은 교육과
그 시설이다.
그나마 열심히 공부한다고 생각한 이 호텔 직원들도 분명 교육시설의 미비로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리에 내버리진 이 거지들에게는 그 사고방식부터 다시
가르쳐야 할 것이다.
나는 단지 이것을 보고 안타까워할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좀 마음이 착찹할 뿐이다.장샘!!힘내주세요!!!
티벳,그 아름다운 도전20-오또상과의 의미있는 데이트(?)-
번호:1391 글쓴이: 파프리
조회:15 날짜:2003/03/26 21:03
.. 언니들이 대거 떠나간 그 다음날,
역시 또 많은 한국인 오빠들이 꺼얼무로 떠나버렸다.
정막이 흐르는 야크호텔에서 혼자 궁상떨기도 뭐해서
나름대로 드레풍을 간다며 활기차게 나왔다.
그런데....분명 302번 버스를 타면 된다는데 그 버스를 어디서
타야하는지도 모르겠고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
나를 구제해준 사람은 바로 일본인 오또~상이었다.
도미토리 옆방인 오또상 또한 가끔 얼굴보면 간단히 인사만 하는 정도였다.라싸에 온지 꽤 되 보이길래 당근 드레풍도 알고 있을 거 같아 물었는데 실수였다-_-;;
전혀 드레풍에 대해 모르는 것이었다.내가 어쩔까 이러고 있는데 자신은 지금 티벳탄 뮤지엄에 간다니 같이 가잔다.럭키!!>__<
오또~상,현재 32살,원래 진짜 이름은 따로 있는데 모든 일본인들이 오또상(아버지라는 뜻)이라 부른단다.왜인고 하니 중국어를 좀 할 줄 알아서 식사때 음식골라주는 일을 한다던지 말년파티때는 손수 요리도 했다고 한다.그 모습이 정말 아버지처럼 보였었나보다.
그렇다고 나보고도 자신을 오또상으로 불르랜다.
티벳까지 와서 아빠가 생기다니 기묘한 기분이다..^^;;;;
티벳탄 뮤지엄까지 걸어가다 보니 꽤 시간이 걸렸다.그동안 나는 오또상과 제법 의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시작은 서로에 대한 질문이다.그런데 이 사람 굉장히 특이한 사람이다.라싸에 온지는 오래됬지만 나만큼이나 구경을 안했다.천장을 볼때도 같이 있었는데 자신은 그것을 구경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을 하고 티벳에 아무런 미련이 없단다.하긴 많이 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서도..
자~!!불교왕국인 티벳에 있으니 당근 종교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다. 한국은 생활속에 유교가 깊게 배어있으니-특히,우리집이 좀 유난인 탓에 설이나 추석때 송편도 만들고 제사 지내러 산까지 올라간다-
유교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같은 유교문화권인 일본이지만 얘들은 오봉(추석)이나 쇼가쯔(설날)이 신정이다.구정을 쇠는 우리와는 또 틀리다.그러나 이런 날마다 여자들이 음식하느냐 괴로운 것은 마찬가지이다.우리나라가 좀 더 심해보이지만....안좋다-_-;;
그리고 한국은 유교문화권임에도 현재는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
제일 많다. 그런점이 일본은 어떨까 궁금해서 물어봤다.
잠시 침묵후에 내놓는 오또상의 대답은 나에게 혼란만 초래했다.
"음..일본은 잘 모르겠어.분명 크리스마스도 지내고 설날이 되면 신사에 참배하러도 가고 결혼할 때는 교회에 가서 하고 그렇다고 해도 죽으면 불교식으로 장례를 하거든.국가에서 조사를 해도 2가지이상의 종교를 가진 사람이 태반이야"
그 이후에도 만난 일본인들도 마찬가지인 말을 하곤 했었다.
뭐 전부터 알고있었던 사실이긴 했지만 직접 듣고 보니 얘들은
정말로 종교에 커다란 의미를 두는 것 같지 않았다.
실리를 추구하여 종교를 믿는다보기보단 때와 상황에 맞게 현실에 적용하는 것 같아 보였다.그럼에도 여러가지 종교문제가 있어보이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처럼 심각할정도의 분쟁은 있어보이지 않았다.
또 대학얘기가 나왔다.나는 집에서 1시간정도 학교까지 통학을 하고 있고 아마 대부분의 대학생들도 1시간정도면 거의 그럴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그정도 거리가 된다면 대부분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한단다.그러다 보니 자취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고 자연스럽게 동거를 하는 학생이 부지기수라고 한다.학교를 다니면서 그렇게 동거를 할 수 있다니...사실 대학생,직장인뿐만아니라 자취를 하는 고등학생때부터 동거를 한다니 성문화가 개방적인 것인지 문란한 것인지...
티벳에서 느끼는 일본의 문화충격이었다.
암담한 취업사태라든지 갈 곳이 없는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하였다. 이부분은 일본과 우리나가 별 차이가 없어보인다.워낙 우리가 일본의 제도를 많이 따왔고 방식도 그대로 많이 쓰다보니 이런 닮은 꼴이 되어보인다.아무래도 사회얘기를 많이 했다.오또상의 나이가 있다보니 그런 것이겠지만 내 짧은 일본어로 이 많은 말을 표현하기도 또 알아듣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거의 4살짜리가 말을 하겠다고 아둥바둥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하지만 그래도 오또상이 천천히 말도 끝까지 들어주고 쉬운 단어로만 말해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긴 이야기끝에 도착한 뮤지엄은 내부수리로 문이 고냥 닫혀 있었고 난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돌아오는 길에는 포탈라를 보았다.
포탈라를 다녀오니 오또상이 악기 연주를 하고있다.'우쿠레레'라는 하와이산 기타인데 꽤 잘했다.노래까지 같이 해달라니 '나쯔하나비'를 기똥차게...아니 보고 있는게 미안하고 애처로울 정도로 열심히 부른다.역시 재미있는 사람이야..-_-;;;
티벳,그 아름다운 도전21-주인없는 무덤,포탈라-
번호:1392 글쓴이: 파프리
조회:14 날짜:2003/03/26 21:05
기껏 드레풍 간다고 큰 걸음 해서 티벳탄 뮤지엄까지 갔는데 이렇게 문이 닫혀있다니....-_-;;;실망 200%였다. 사실 거기까지 걸어가는 것만도 충분히 지쳤던 나는 다시 야크호텔로 돌아가려고 했었다.그런데 아직껏 포탈라를 다녀오지 않은 것이 찜찜하기도 하고 날씨도 너무 좋아 내친 김에 포탈라를 관광했다.
사실 포탈라에 대해 이것저것 쓰는 것이 머뭇거려진다.
이유인즉,당시 나는 몸상태가 많이 안좋아서 구경을 하는 건지 등산을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거기에다 순전 달라이라마의 스투파(무덤)만 가득이고 어둡고 음산하여 탕카는 보이지도 않았다.
박물관이나 포탈라의 지붕은 괜찮았지만 역시 그것조차 많이 미흡했다. - 나중에 보니깐 티벳의 정말 볼만한 유물은 중국이나 세계로 많이 빼돌려진 후다.정작 티벳에는 그다지 가치가 없는 것들이 있는 듯 했다 -
포탈라는 내부보다는 역시 그 웅장한 외관에 훨씬 더 감동했다.
어딜가나 포탈라는 잘 보이는 전망에 자리하고 있었고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몰랐었다.
하얀건물과 붉은 건물의 절묘한 조화,네모진 건축,그 뒤의 쪽빛하늘... 포탈라만의 매력을 좇아 티벳을 온 사람이 있을 정도로 포탈라는 티벳의 대표이자 자랑스러운 상징이다.
감동이 덜 하긴 했지만 스투파의 화려함이나 달라이 라마 접견실의 위엄, 유물들의 섬세함에는 입이 딱 벌어진다.이렇게 찬란한 문화유산이 유혹하고 있으니 여행자들이 안 오고 배기갰는가....하지만 아무리 포탈라가 굉장하다 하더라도 주인없는 궁은 그저 외롭기만 하다.
후에 자금성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는데 지금 우리가 감탄하며 보고 있는 건 그저 본질 없는 껍떼기일뿐이다.아무리 화려하다 화려하다 외쳐도 사람,즉 주인인 달라이 라마가 있었을 때와 비교 할수 있을까?
남아있는 것들로 미루어 생각해 보면 달라이 라마가 살고 있었을 당시의 포탈라는 분명 엄청났을 것이다.과거의 영화가 화려했으면 화려했을 수록 비참한 현실에 슬퍼질수 밖에 없다.묘한 역설이다.
후에 일본오빠가 알려준 일본 속담 비스끄무리한 것이 있다.
'나쯔쿠사야 쯔와모노도모가 유메노아토'
일본어 실력이 딸려서 제대로 된 해석은 못하겠고 의역을 하자면 "(버려진 성 밖)여름풀의 무성함은 강한자들(즉,무사)의
꿈(부귀와 영화)에 뒤따라오는 끝 일뿐..."
물론 포탈라는 문화혁명당시 주은래가 '포탈라만큼은 지켜야한다'라며 사수해서 제법 보존이 잘 되어있기는 하지만 그 쓸쓸함과 황량함은 이 속담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지금은 찬란했던 시절이 마치 꿈이었던 것마냥 조용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적어도 난 그렇게 느꼈다.
-포탈라는 여러가지 많은 이해가 필요한 곳입니다.확실히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했다가는 저처럼 재미없게 끝나버릴 수도 있겠습니다. 기왕 티벳에 가신다면 조금이라도 사전준비를 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티벳,그 아름다운 도전22-시가체를 향하여 출발 준비-
번호:1393 글쓴이: 파프리
조회:11 날짜:2003/03/26 22:56
어째서였을까?내가 라싸에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한 일주일간 같이 지내 었던 한국인들은 대부분 우울해보였다.사실 바라던 모습과 많이 달라 실망을 했었을 것이다.나 또한 그랬다.그런데 나는 라싸에 대한 실망보다는 주위의 사람들이 우울하다보니 같이 휩쓸려 우울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라싸는 고산지대이다 보니 산소가 모자라 몸에 무기력을 초래하고 만다.몸이 성치 않으니 당연 마음도 즐겁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또, 티벳의 특성상 관광지라 해봤자 절과 경치밖에 없다.그것도 충분히 눈물나게 아름답지만 개인의 취향에 따라 그것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수도 있다.(게다가 절은 다 거기가 거기다.사전 준비없이 보기엔 재미없고 굉장히 엄할수 있다)어떤 오빠는 티벳보다는 인도나 네팔이 훨씬 낫다고 해서 난 인도가 무슨 천국인가 했다. 하지만 역시 개인의 기호사항이다.
여행지도 자기의 스타일에 맞는 나라가 있다고 하니깐...
그리고 아무래도 티벳의 겨울은 비수기다 보니 활기보단 한적함이 흐르고 있어 피가 끓고 있는(?) 젊은 한국인들을 한없이 우울하게 내몰은 것 일수도 있겠다.
모두 다 내가 짐작해본 것 뿐이다.이유는 내가 가장 알고 싶다^^;;; 아무튼 그렇게 기대해서 온 라싸이건만은 너무 무기력해서 후회가 조금 될라고 할 찰나...시가체에 가게 되었다.아는 사람들이 다 떠나가버려서 이기도 하고 라싸를 잠시 떠나 다른 모습의 티벳을 알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내가 시가체를 가는 데 결정적으로 공로한 사람은 오또상이었다. 전에 모든 사람들이 이제 곧 떠나버려서 혼자 된다고 생각없이 푸념한 적이 있었는데 그런 내가 측은해 보였는지 시가체로 떠나는 일본인 오빠들에게 말했나 보다.그래서 그 오빠들이 나를 주워다(?) 같이 시가체에 가게 되었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일본인들과 몇박몇일을 여행해야 한다니 언어적인 문제에서도 걱정이 되었고 일단 여행에 나온 이상 난 한국의 민간외교관이란 자격지심에 빠져 잔뜩 긴장을 지닌채 몸을 실은 시가체행 버스였다.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은 너무 탁월한 선택이었고 티벳을 더욱 사랑 할 수 있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티벳,그 아름다운 도전23-버스안과 버스밖의 기묘한 괴리-
번호:1394 글쓴이: 파프리
조회:17 날짜:2003/03/26 23:45
[현지정보]시가체가는 버스는 굉장히 타기 쉽다.
아침 6시부터 8시반정도 까지 야크호텔에서 키레이 호텔 가는 길에 시가체가는 버스 터미널이 생긴다.굳이 이곳이 아니더라도 라싸 버스 터미널에 가면 어렵지 않게 버스를 탈수 있다.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야크호텔 아니면 그 주위의 호텔을 잡을 테니 이곳이 가장 편리할 것이다. 주위할 점은 8시반 이후에는 버스가 모두 떠나버리니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또 6시부터 나가 있어도 어차피 사람 모두 찰 때까지 절대 떠나지 않으니 괜시리 부지런 피웠다가 낭패보지 마시길!!
차비는 38원(2003.1월 기준)이다.
아침 8시반쯤 버스를 잡았다.이제사 해가 뜨려고 하니 엄청나게 춥다. 특히 발이 시렸다.티벳은 어디를 가나 이놈의 발이 제일 고통스럽다.
언제 떠나다 이러고 있는데 사람 다 채울 때까지 기다리더니 라싸 버스터미널에 가서 짐 옮기고 하느냐고 족히 2시간은 덜덜 떨면서 기다린것 같다.기껏 출발하나 싶더니 가다가 운전 기사가 자꾸 멈춰 서서 차마시고 영 늑장이다.벌써 12시인데 오늘 저녁이 되기 전에 시가체에 도착이나 할련지 불안하다.그러나 이윽고 험하고 구불구불한 길을 엑셀을 겁나게 밟아가며 버스는 달린다.확실히 밖으로 나오니깐 경치가 확 트여서 상쾌하다.'역시 나오길 잘했구나!'
에메랄드 빛의 강을 옆에 두고 버스는 계속 밟는다.
대체로 천장을 다녀왔을 때와 비슷한 경치이다.마치 달력에 있는 자동자선전 사진 같은 풍경이다.랜드크루져가 달리면 딱이겠지만 이런 보잘것 없는 미니버스라도 용케 잘 해내고 있다.
버스를 탄 사람들중에 외국인은 우리밖에 없고 모두 티벳탄들뿐이다. 늘 보던 티벳탄과 달라 좀 의아했다.거지는 맨날 보고 말끔하고 장사속에 빠진 티벳탄을 주로 보다가 정말 '서민'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정말 티벳을 구성하고 있는 티벳탄과 마치 티벳탄처럼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간다...역시 매력적인 일이다.여행이란것은..
아이를 안고 있는 아줌마,담배를 뻑뻑 피워대는 아저씨들,
큰 보따리를 이고 있는 할머니.대체로 모두 꼬질꼬질하다.
아무것도 생각 않던 이 때에는 이 모습조차 - 지저분하고 가난해 보이는 - 아름답고 신기해 보였다.
그 얼마나 나름대로 있는 자의 시덥지도 않은 착각이었던지....
(나중에 다시 티벳탄을 생각해볼 여유가 있었을 때 가장 미안했던 사람들이 바로 이 버스에서 보았던 티벳탄 서민들이었다)
아무튼 왁자지껄하고 활기가 있는 버스와는 달리 버스밖은 조용하다. 그저 산들만이 지겹게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이런 천혜의 자연이건 만은 어째서 야생동물 한마리 보이지 않을까?
야생동물의 보고라고 일컬어지기 까지 했던 티벳..멀지않은 옛날 티벳과 우방이었던 영국의 한 조사자가 티벳을 와서 느낀점은 바로 티벳이 "천연동물원"이라는 것이었단다. 어디를 가나 동물이 없는 곳이 없다고 했다.아마도 자연과 함께 공생하며 살아가는 불교적 세계관에 따라 오랫동안 티벳탄들은 동물을 사육하고 사냥하기보다는 같이 살아 가는 길을 택했다.그야말로 야생동물의 천국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중국이 인민해방을 외치며 이곳을 강제로 편입시켜 버린 후 중국의 필요에 의해 무수한 동물들이 암암리에 밀렵을 당했다.지금 다름살라에서 '티벳전역을 국립공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달라이라마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무것도 없다.간간이 유목하고 있는 야크가 보일 듯 말 듯이다.
주인없는 포탈라처럼 살아 움직이는 동물이 부재한 티벳은 아름다워도 슬픔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티벳,그 아름다운 도전24-밖에 나오니 먹을 것이 가장 기쁘더라-
번호:1395 글쓴이: 파프리
조회:19 날짜:2003/03/27 00:39
티벳탄의 신기한 문화체험....어째서 티벳탄들은 흐르는 강위의
다리를 지날 때 색종이를 뿌려대는 것일까?의식적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아침에 차에서 덜덜 떨며 기다릴 때 어떤 아이가 살포시 다가와 색종이를 사라고 했었다.전혀 용도를 모르고 정말로
필요하지 않아서 거절했는데 그 용도를 버스에서 알게 되었다.
에메랄드빛 강의 다리를 지나는데 모두들 버스 창문을 열고 어린아이 마냥 즐거워하며 색종이를 뿌린다.아무래도 불교적 의식이라기 보단 샤머니즘적 의식같은데 자세한 건 정보 부족이다-_-;;
그렇게 오후 5시쯤 되자 시가체에 도착했다.라싸다음의 도시이건만은 좀 쓸쓸한 느낌이 든다.건물도 훨씬 소담하고 무엇보다 해가 지자 칼이다.어두컴컴~~하지만 이곳이 훨씬 상상에서 그리던 티벳같다.
숙소는 텐진호텔로 정했다.시설은 야크보다 좋아보이는데 비성수기라 사람들이 별로 안 찾는다고 청소를 게을리해서 지저분하다. 직원들도 일보다는-할 일도 없겠지만-따듯한 난롯가에 앉아 괴기영화 를 보고 있다.시가체는 곳곳마다 모두 티비와 비디오가 있는데 유난히 괴기물을 많이 보는 듯 했다.마치 한 80년대,90년대 우리나라 에서 유행했던 '귀신시리즈'같이 촌스럽고 유치한데도 보는 사람들은 너무도 무서워한다-_-;;
저녁은 너무 즐거웠다.하루종일 시가체 오느냐고 쌓였던 피곤과
일본인 사이에서 언어의 장벽으로 받은 긴장과 스트레쓰를 모두
날리는 사건이 있었으니......
그나마 말을 터서 좀 친밀감이 있었던 우치오빠와는 달리 첫인상도 무섭고 다가가기 힘들었던 도라상이 갑자기 무언가를 불쑥 내놓는다.
'동원고추참치','동원야채참치'이다.오호라!!고질라에도 출연한
바로 그 유명한 동원참치가 아니더냐?!!!
도라상은 현재 여행 4개월째인데 그동안 다니면서 만난 한국인에게 받은 것이란다.필경 이게 어떤 맛인지 전혀 몰라 그냥 두고만 있다가 나라면 알거 같아서 내놓은게 분명하다.어쨌든 난 기뻤다.
장샘께 맨날 한국음식 얻어먹긴 했지만 외국인에게 한국음식을
그것도 맛있는 고추참치를 얻게 되다니!!별일이 다 생긴다.
내가 어린애처럼 좋아하니 자기들은 영문도 모르면서 같이 좋아한다.
연신'다행이다''다행이다'이런다.오늘 내가 오빠들을 무진 신경
쓴 것 처럼 이 오빠들도 나를 신경썼나 보다.
그렇게 참치해서 맛있게 밥을 먹었다.도라상은 생긴 것도 티벳탄같이 생겼지만서도 하는 짓도 일본인 안 같았다.내가 참치국물 뚝뚝 흘리며 남긴밥도 달라면서 너무도 맛있게 먹는다.비위가 보통 강한게 아니다.또 지내면서 알게 된거지만 감정표현도 굉장히 솔직하고 정도 무진장 많고 섬세하기보다는 터프했다.그러면서도 다정하고 잘해주니 이제껏 생각했던 일본인의 이미지가 이 오빠덕에 많이 유화가 되었다.(이제까지의 일본인 이미지-개인주의적이고 남이 먹던 거 절대 안먹고 별것도 아닌 것에 쪼잔하게 섬세하고 속생각과 겉의 표현 다르고 정이 좀 없어서 차갑게 느껴진다..등등 우치오빠가 딱 일본인의 전형이라 도라상과 많은 비교가 되었다)
밤에는 또 사교활동(?)을 열심히 하였다.
도라상이 궁금해 하길래 내가 라싸까지 온 이동경로를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이 오빠 반응이 신선하다.내가 이제껏 여러 사람에게 이야기 했을 때 모두들 그냥 그런가 보다 식의 가벼운 반응이었던 것에 비해 "스게~!!!(굉장해라는 뜻의 남자말,여자말은 '스고이나~')" 라며 굉장히 놀라한다.위험한 것도 그런 것이지만 아마 내가 여자이고 평균보다 나이도 어리고 혼자 다니는 것이 신기한 듯 했다.그렇다 해도 트럭 히치는 고마운 한국오빠랑 운좋게 같이 했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그 설명은 안들리나 보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만화이야기다.소시적 꿈이 만화가였던 나로선 만화이야기가 너무 즐거웠다.다만 이 오빠들은 완전 소년취향이라 내가 모르는 만화만 알고 있고 한국에서 인기있는 만화가 오히려 일본내에서는 인기가 없다보니 대화가 자꾸 단절된다.
(근데 이건 만화뿐만 아니라 연예계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가슴을 절절히 적셨던 '오겡끼데스까?'의 러브레터를
이 오빠들은 전혀 몰랐다.우리나라에서 개봉했던 히로스에 료코의 '비밀'을 모르기도 마찬가지였고... 또 막상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가진 연예인들이 한국에서는 그리 인기가 없다.이상한 노릇이다)
결국 '캔디캔디'라든지 '아톰'이라든지 '베르사유의 장미'
'은하철도999''아기와나'처럼 고전만화로 거슬러올라가버렸다-_-;;
이렇게 처음은 어색하게 그러면서도 자연스레 서로가 마음을 열게 되는 밤이었다.
티벳,그 아름다운 도전25-타쉬룬포,시간을 거슬러-
번호:1396 글쓴이: 파프리
조회:18 날짜:2003/03/27 01:37
첫날부터 적응이 안되고 있다.이 오빠들 정말 무시무시하다.
세상에 11시,해가 중천에 다 떴는데도 일어날 기미가 안보인다.
11시가 넘으니 어기적어기적 일어나서 세수도 하는 둥 마는 둥이다. 그래도 우치오빠는 이것저것 세수도 하고 렌즈도 끼고 로션도 바르고 제법 속세인의 행위(?)를 하고 있지만 도라상은 아무것도 없다. 화장실이 전부다.이오빠가 게으른 건지 아니면 여행을 하도 오래해서 터득된 비법인지...며느리도 모른다-_-;;
이러다 보니 9~12,3:30~6:30만 개방하는 타쉬룬포사원의 시간을
놓쳐버렸다.도착한 시간은 12시 반,결국 3시반까지 타쉬룬포코라를 돌고 시가체종을 갔다가 돌아오기로 일정을 짰다.타쉬룬포코라는 내가 이제껏 돌았던 코라와 틀렸다.그래봤자 가본 절이 죠캉이나 포탈라밖에 없긴 했지만서도....-_-;;거의 산을 오른다고 보면 된다. 힘들긴 하지만 그 전망이 굉장히 아름답다.
또, 코라 곳곳에 전경기가 위치하고 있어 그거 돌리는 재미도 쏠쏠 했다.시가체는 라싸보다 훨씬 탕카의 그림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론리플래닛에 탕카그림과 보살의 이름이 있어서 그것을 확인하며 보고 있자 순진해 보이는 티벳탄들이 갑자기 몰려들어 같이 구경한다.
그러면서 보살의 이름을 이야기하면 - 예를 들어 아미타뉴스같은거 - 괜히 소리를 질러대며 좋아하고 박수친다.
코라의 끝은 시가체종과 이어져 있다.불교양식이 들어오기 전의
티벳고대양식으로 건축된 이 성은 마치 환타지를 보는 듯 했다.
무슨 영화나 에니메이션에나 나올법한 성이라 티벳에 있으면서도 중세에 있는 듯한 기묘한 기분이 들었고 샤머님즘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오색 깃발이 성을 거의 감싸고 있었다.
이렇게 천천히 구경하고 돌아오니 대충 시간이 맞는다.
판첸라마의 거주지이자 겔룩파 6대사원 중 하나인 타쉬룬포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했다.크기도 크고 건물도 아기자기하니
잘 배치되어 있어 절 같다기 보다는 하나의 도시를 연상시킨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대법당이었다.한 5시에서 5시반쯤 그 앞을
지나가는데 노란모자를 눌러 쓴 승려들이 어디선가 우르르 몰려 와 신발을 벗고 대법당안으로 들어갔다.벌떼같이 움직이는 그 앞에 우리들은 그저 벙쪄서 쭈빗쭈빗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때 어떤 승려가 우리보고 그 안으로 들어오라고 살짝 손짓을
했다.왠지 들어가면 안 될거 같은 분위기에 역시나 뻘쭘하게
들어섰는데......
한 100여명은 족히 되보이는 승려들이 불단에 앉아 노래처럼 염불을 외우고 있었다.은근한 촛불의 아늑함과 엄숙하면서도 묘하게 활기있는 분위기에 그냥 압도당했다.도라상은 영화를 보는 것 같다며 연신 감탄을 해댔다.아무리 영화라도 이런 광경을 이렇게 생생하게 표현 할수 있을까?과연 여기가 첨단 무기가 드글드글 거리는 21c와 같은 시대를 공존하고 있는 곳인지..모르긴 해도 이곳은 천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말 시간이 헷갈리는 곳이었다.
승려들의 나이도 천차만별이다.저쪽에는 늙은 스님이 있고 그 옆에는 젊은 스님,수염이 까뭇까뭇 나려고 하는 사춘기(?)스님,아직도 앳된 동자스님.특히 사춘기스님들은 알고 싶은 것도 많은지 우리들을 신기한듯 쳐다보며 이것저것 묻기도 많이 묻는다.영어를 참 잘하고.. 괜히 기특했다^^;;;
역시 타쉬룬포에 있다보니 판첸라마 생각이 많이 난다.
쥐도 새도 모르게 중국정부에게 독살된-난 그렇게 믿고 있다- 10대 판첸 라마의 뒤를 이은 11대 판첸라마는 어린아이이다.
그나마도 지금은 중국에 납치당했으니...암담한 티벳이 더욱 더
암담해 질뿐이다.그래도 아직은 인도 다름살라에 달라이라마가 건재하니 세계인들의 시야안에 자리하고 있지만 달라이라마도 이제는 노년..
언제가는 그도 죽게 될것이며 환생하게 될 것이다.하지만 환생을 하더라도 그를 찾게 되는 것은 시간이 흐른 뒤의 일일 것이며 누가 그를 찾는단 말인가..,또 찾더라도 중국이 가만 둘리가 없다.현재 중국 제1의 정치범은 달라이 라마인만큼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티벳은 우리의 마음 속에서 곧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티벳,그 아름다운 도전26 - 시가체에서 맛볼수 있는 2가지의 즐거움 -
번호:1398 글쓴이: 파프리
조회:15 날짜:2003/03/27 11:53
야크버터티를 먹어 보았는가?
어느 가이드북에나 야크버터티를 있는대로 씹어나서 조금은 걱정과 그러나 티벳탄들이 늘 먹는 거라니 문화체험겸 마신 적이 있다. 감상은...-_-;;;그 코를 찌르는 노린내 하며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기분 나쁜 느낌,그리고 입안에 남아 구역질을 유발시키는 그 맛. 마치 시궁창물을 마시는 것 같다(약간의 과장된 표현...) 더 이상의 설명은 않겠다.그래도 칼로리는 굉장히 높아서 고산병에는 좋단다.그래서 억지로 몇잔 마시기는 했지만 역시 아닌 것은 아니다.
만약 이 티만 마셨다면 티벳차에 대해서 매우 회의적인 생각만 하게 될 것이다.하지만 이 야크버터티의 기분나쁜 맛도 모두 날려벌이는 아주 획기적인(?)차가 있으니 바로 "챠이"라는 차다.
일종의 밀크티인데 우리나라에서 맛본 무늬만 밀크티와는 저얼대 틀리다.나는 이 티를 시가체에서 처음 마셨다.같이 다니던 오빠들이 용케 챠이가 맛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옆에서 얻어마신것이긴 한데 라싸의 티벳탄 식당에서는 어디나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으니 티벳에 왔다면 꼭 마셔보시길 권하는 바이다.
특히 시가체의 티벳탄 레스토랑에서 마셨던 챠이가 일품이었다.
달작찌근한 맛이 너무 맛있어서 밥먹기도 전에 챠이만 연거푸
5~6잔을 마셨더니 물배만 차서 밥이 안 넘어간다.-_-;;
밥은 남겼어도 역시 먹는 것에서 얻는 만족이 최고이다^^
또.
다른 즐거움은 텐진호텔 맞은 편에 있다.그 맞은편에는 티벳탄
마켓이 있고 그 옆에는 실외 당구대가 한 10개정도 자리하고 있다. 오빠들이 일본어로 '비르 볼'을 치러 간다길래 도대체 '비르 볼'이 뭘까 너무 궁금해서 따라나왔다.웬걸,그냥 '포케볼'이잖아!!
당근 칠 줄도 알고 볼 줄도 알건만 그것을 굉장히 신기해한다.
역시 애취급이다.만으로 19이 그렇게 어린가?!!
아무튼 시가체같은 오지까지 와서 속세에서 하던 당구를 칠 수 있다니 즐거움 백배이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으니(2어시간 쳐서 10원이었던 것 같다.확실히 기억나지 않음)관심있는 분들은 가보시길!!
티벳,그 아름다운 도전27 - 갼체종의 감격,펠코르 최데사원 -
번호:1399 글쓴이: 파프리
조회:17 날짜:2003/03/27 12:39
갼체는 시가체에서 당일 관광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곳이다.
전날 8시출발 갼체행버스를 타자고 했을 때 내가 더럭 겁을 냈더니 9시출발 버스를 타잰다.나의 표정변화가 웃겼는지 오빠들이 놀렸먹는다. 갼체행버스는 Zhonglu 즉,병원 맞은편에 있다(지도를 못 올려서 죄송) 시가체도 라싸와 마찬가지로 티벳탄거주지가 있고 중국인 거주지가 있는데 대부분의 버스는 중국인 거주지에서 출발하는 듯 보였다.
갼체까지 가는 동안 정말 미친듯이 발이 시리다.날이 가면 갈수록 고통은 점점 커진다.해가 뜨고 있는데도 이렇게 추울줄이야~~ 그렇게 3시간정도 달려 도착한 갼체도 엄청 추웠다.관광의욕이 모두 꺽일 정도였다.
그래도 갼체는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곳이었다.라싸와 시가체와는 또 틀리다.무엇보다 높은 건물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수가 없으며 2층건물만 가득하다.한마디로 완전 시골이다.이런곳에 펠코르최데 사원과 갼체종만 우뚝 서서 그 화렴함을 위시하고 있으니 당근 튈 수밖에 없다.정말 바라던 티벳의 이미지를 이곳에서 찾았다.
먼저 간 펠코르최데사원,티벳하면 빠지지 않는 갼체쿰붐이 있는 절이다. 이 갼체쿰붐의 4방향 즉,동서남북에는 '감시하는 눈'이 있다. 그 눈은 사람들이 죄를 짓는지 선업을 잘 쌓고 있는지 감시하는 보살의 눈이라는데 생각하고 보니 괜히 무섭다.이 갼체쿰붐에는 무수한 방이 있고 그 방마다 벽화가 있다.그리고 마치 그 벽화에서 뛰어나온 듯한 모습의 야차라든지 보살이 불상으로 모셔져 있다.다양한 종류에 처음에는 신기하다이러면서 보았지만 점차 지겨워 져서 그만두었다.
펠코르 최데사원은 네팔양식으로 지어졌다.그래서 그런지 사뭇 달랐다. 특히 다른점은 바로 목조불상이 많다는 점이다.티벳은 어디가다 번쩍번쩍한 금동불상에 화려하게 수놓은 옷을 입고 있는데 여기 불상은 단순한게 그저 나무로 만들어졌을 뿐이다.네팔이 어떤지 절대 모르니 대충 그런가보다 했는데 옆의 일본인 오빠들이 마치 일본식 같단다. 그렇게 펠코르최데에 대한 엷은 감동만을 지닌채 갼체종을 올랐다.
그 때는 이 사원의 진가를 몰랐던 것이다.갼체종도 시가체종과 같은 성이다.그러나 갈색빛이 도는 회색벽돌로 지어진 시가체종과 달리 흰벽돌로 지어진 갼체종은 햇빛에 반사되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며 뒤의 쪽빛하늘 덕에 더 이쁘다.
마치 갼체종과 이어진 듯한 메인게이트에서는 길이 없고 그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약200미터 걸어간후 좌회전하면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그 거대함에 우치오빠는 오르기도 전에 질려버렸다.감기와 담배로 몸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듯 했다.고도가 높아서 인것도 있고.. 갼체종은 불교적인 느낌보다는 뵌교도적이고 샤머니즘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맨날 절만 보다가 이렇게 고대양식을 보니 또 새롭다.
갼체종의 감격은 그 정상에 있었다.그저 아무생각없이 헉헉거리며 오른 거 치고는 그 보상이 너무 컸다.정상에 올랐을 때 보였던 펠코르 최데사원의 감격이란~~>.<오르느냐 힘들었던 것도 시원한 바람에 그냥 씻겨져 버렸다.그리고 그 옆에 흐르고 있던 아름다운 낙추강!! 이제는 시가체에 돌아가야 한다.그리고 내일은 바로 라싸행이다.
비록 시가체와 갼체는 하루씩밖에 관광을 못했고 라싸를 오고가며 이틀을 소비했지만 티벳여행에서의 백미라 생각될 만큼 즐겁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티벳,그 아름다운 도전28 - 갼체에서 만난 사람들 -
번호:1400 글쓴이: 파프리
조회:29 날짜:2003/03/29 00:27
갼체에서 만난 티벳탄들은 라싸나 시가체의 티벳탄과 틀렸다.
가장 틀린 것은 그들의 순박함이었다.뭐 어디나 순진한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서도 라싸나 시가체에서는 아이들이 쫓아와 돈이나 사탕을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그러나 갼체의 아이들은 담벼락에서 우리에게"헬로우~~!!"인사만 하고 수줍은 양 다시 담뒤로 숨어버린다. 어디를 가나 "헬로우"의 연발이다.아무래도 이런 비수기에 이곳을 찾는 외국인이 많지 않아 우리들이 신기했었나보다. 일단 무언가를 구걸하지 않는 모습이 건강하고 좋아보였다. 가난함에 찌들려 남에게 손을 벌리는 모습이 아니라 가난하더라도 힘겹게 그래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도시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저렇게 활짝 웃을 수 있는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단지 갼체가 본격적인 관광화가 되지 않아서인 것인지도 모르겠다만..
오히려 돈은 다른 사람이 달라고 한다.
펠코르최데사원에서 갼체종까지 가는 길,살짝 샛길로 들어서니 영락 없는 시골 티벳풍경이다.소가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고 말도 간간히 보인다.그곳에 우유을 짜고 있는 아줌마가 있었는데 머리털나고 처음보는 거라 굉장히 신기했다.날씨가 추워 통에 채워지는 우유에서 김이 모락모락 난다.사진을 찍고 싶어 카메라를 들이 밀자 뭐라뭐라 말을 한다.대충보아하니 사진을 찍으려면 돈을 내라고 하는 것 같다.차라리 찍고나서 달라면 모를까..그렇게 찍기도 전에 딱 못을 박아버리니 약간 기분이 찜찜했다.그러면서 그것도 그냥 사람모습 일뿐인데 무슨 동물원의 동물 구경하듯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내가 좀 부끄럽게 느껴졌다.
갼체에서 만난 제일 재미있는 사람은 운전수 아저씨였다.시가체로 돌아가는 버스에 앉아있긴 했지만 다 합해서 우리 셋밖에 없고 버스는 출발할 기미가 안보인다.불안한 마음으로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유창한(?)영어로 우리에게 말을 건다. 어디서 왔느냐~시가체가는 버스는 많으니 너무 걱정 말아라~ 이것저것 말하려고 하는 모습이 기특해(?)보였다.다만 혼자 공부를 한건지 아니면 팅글리쉬(티벳탄+잉글리쉬)인건지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한다.
무엇인고 하니...."아임 어 파마"도대체 파마가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겠다.파마하면 머리에다 하는 스트레이트파마밖에 떠오르지 않는 우리들은 대체 이사람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계속 머리를 굴릴 수 밖에 없었고 내린 결론....."아!!농부!!" 파머가 파마로 둔갑해 버렸다-_-;;
그래도 이것은 낫지...다시 유창하게"아임 어 콜레그 스튜던트"
콜레그????!!!!클락이 아니고???!!우리들의 벙찐 표정을 보고
이 아저씨가 더 놀란다.어떻게든 설명을 해주려다 꺼낸 것은...
한창 공부하는 나에게도 없는 전자사전이었다.굉장하잖아!!
스펠링을 치니....'college'어이가 없다.콜레그라...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군...있을려나?
아무튼 부족한 교육환경에서도 공부를 계속하고 있고 또 그것을
사용해서 외부인과 이야기하려는 아저씨가 존경스러워 보였다.
나도 그렇지만 한국은 오히려 교재가 넘쳐나고 교육환경이 아주
끝내줘서인지 이런 열의를 가지고 공부하는 이가 적다.
범람을 하다보니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결과이겠지만 어쨋든 반성에 또 반성이다.
이 아저씨 반만큼의 영어에 대한 열의가 있었다면 나도 백인들 앞에서 입도 뻥끗 못하는 벙어리가 되지는 않았을 텐데....
티벳,그 아름다운 도전 29 - 안정의 한국어 교실 -
번호:1402 글쓴이: 파프리
조회:35 날짜:2003/03/27 13:59
매일매일 일본어 에니메이션을 보고 노래를 듣는다 하더라도
2개월밖에 정규수업을 받지 못한 나로서는 일본인 오빠들과의 대화가 원활하지 못했다.그래서 표현하고 싶은 말이 있다해도 거기에 맞는 일본어를 몰라서 한참을 답답해 했다.
여기서 내가 택한 방법은... 영어로 묻는거였다.예를 들면 그립다(miss)바뀌다(change) ~해야한다(must)유감이다(sorry)등등 참 다양한 말을 배웠다. 그리고 '아쉬워요'라는 말을 알고 싶어서 상황을 물어봤다.
"헤어질때 어떤 말을 주로 하나요?"
당연히 아쉬워요라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벙찐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만 한다.
"헤어질때 무슨 말을 하지?"
"별로..뭐 또 보자.힘내라.건강해라.안녕,이정도인데.."
"!!!!!"-나의 반응-
이쯤되니 내가 상황을 잘못 물어봤다는 생각이 든다.하지만 그렇다해도 겨우 그런 말 정도라니... "일본인은 너무 드라이 해요!정이 없어요!!"
"칙쇼~!!"
바로 욕나온다.자기들이 정이 없다는게 아니란 것을 증명하려고
오빠들이 무진 애를 쓰기 시작했다.
아쉬운 마음은 오로지 가슴 속 깊이 간직하는 거란다.한국인은
그 감정표현이 직설적이고 일본인은 돌려서 말한다고 익히 들었던 나는 단지 그것이 문화의 차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곰곰 들어보니 아니다.가슴속 깊이 간직한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니면 그 사람은 가벼운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말을 듣자..갑자기 한국오빠들도 별로 다를바가 없다는 느낌이 파박 지나간다.하긴 한국남자들도 감정표현을 잘 안할거야... 역시 이건 일본-한국문화차이라기 보단 남자-여자의 표현차이라고 결론 짓고 끝까지 '아쉽다'는 말을 일본어로 알지 못해서 속상했다.
내가 이렇게 일본어를 묻자 이 오빠들도 이내 한국어를 물어본다. '좋아요'와 '추워요'의 발음 차이조차 전혀 느끼지 못하는 무딘 일본인오빠들을 상대로 'ㄱ,ㄴ,ㄷ..'부터 차근차근 가르치려니 영 못해먹겠다.그래도 자음은 나은 것이 거기에 상응하는 영어알파벳이 있지만 무궁무궁하고 한국인도 발음 하기 어려운 모음을 발음하느냐고
내 얼굴만 벌개진다.특히,'ㅓ,ㅕ,ㅐ,ㅚ..'이런식으로 일본어에 없는 발음의 설명이 어렵다.'ㅔ'와'ㅐ'의 차이가 뭐냐고 자꾸 묻는 통에 그거 발음해주냐고 입모양 보여주고 별 쇼를 다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법이 비슷하고 오빠들의 이해력이 제법 빨랐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일'발음을 못해서 자기들이 '일본인'란 말도 못한다.
이제는 응용문장이다.주로 '나는 불고기를 좋아해요''일본어 할수 있어요''돌솥비빔밥 주세요'이런 것들을 배워간다-_-;;
그런데 도라상은 유난히'사랑해요'라는 말을 열심히 연습한다.
우치오빠가 그 말 연습해봤자 어디에 써먹겠냐고 구박을 해도 들은척 만척이다.하긴 세상사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중국을 4개월 째 돌고 있는 도라상,몇달 전 천진에서 한국인 언니3명과 같이 다닌 모양이다.물론 서로 말이 잘 안통해서 의사소통이 힘들었겠지만 그 중 한명을 열렬히 사모(?)하는 가 보다.돌솥비빕밤을 먹기 위해 그리고 이 언니를 만나기 위한 또 다른 이유와 함께 한국을 꼭 찾겠다는 도라상...내년부터 NHK한국어회화를 열심히 연습해서 네이티브스피커가 되겠단다.
실제로 많은 연습덕에 도라상은 제법 리얼리티가 뛰어난 한국어를 구사해서 나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추워~~''더워~~'원래 발음보다는 그 리얼리티가 중요한 뱁이다-_-;;
그리고 오늘이 마지막이라 서로 이름 적어주고 이메일 주소적어주었다. 그런데 이오빠들 진짜 웃긴다.
일본은 이름이 한자로 3글자던 4글자던 성이 2글자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 성이 "안정"인줄로 알았단다.뭬야~?!!그래서 그렇게 맨날 "안정상"이라고 부른건가?단순히 '은'의 발음이 어려워서 이겠지만...그래서 내가 "정은"으로 불러달라고 해도 막무가내이다.
차라리 정은을 일본어식으로 부른'마코토,옹'이라고 부른다-_-;;
한국어를 가르치느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밤을 지샜다.
머나먼 타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다니 역시 사람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