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 반응속도 0.58초… ‘터보엔진 영법’으로 초반 승부낸다
[도쿄올림픽]오늘 자유형 100m 결선
‘수영 천재’ 황선우가 28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수영 남자 100m 자유형 준결선에서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있다. 황선우는 이날 47초56의 아시아 신기록으로 전체 4위에 올라 결선에 진출했다. 아시아 선수가 이 종목 결선에 오른 것은 1956년 일본의 다니 아쓰시 이후 65년 만이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내 안의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 것 같다.”
황선우(18·서울체고)가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수영 스타로 떠올랐다.
황선우는 28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경영 남자 자유형 100m 준결선에서 47초56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황선우는 준결선 1조에서 3위를 차지하며 전체 4위로 상위 8명이 오르는 결선에 진출했다.
황선우는 하루 전 세 차례나 레이스를 치렀다. 오전에 자유형 200m 결선을 뛰었고, 오후에는 자유형 100m 예선과 계영 800m 예선까지 치렀다. 온몸은 녹초가 됐지만 그는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오전 2시 정도에 겨우 잠이 들었다”고 했다.
극심한 피로 속에 이날 오전 경기에 나섰지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괴력을 발휘했다. 하루 전 100m 예선에서 47초97로 자신이 갖고 있던 종전 한국기록(48초04)을 0.07초 단축한 황선우는 하루 만에 이 기록을 0.41초나 앞당겼다. 또 2014년 닝쩌타오(중국)가 세운 47초65의 아시아기록을 7년 만에 0.09초 앞섰다. 전광판에 아시아기록을 의미하는 ‘AS’가 표시되자 장내는 술렁였다. 놀라운 회복력을 보인 황선우는 “100m는 한 바퀴만 돌면 되니까 200m보다 체력적인 부담이 덜하다는 생각으로 임한 게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10대 ‘수영 천재’는 2차례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포함 4개의 메달을 딴 박태환(32)도 가지 못한 길을 걷고 있다.
같은 자유형이 주 종목이지만 둘의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박태환은 교과서적 영법과 경기 운영을 하며 뒷심으로 후반부 역전을 노렸다. 이에 비해 황선우는 미국, 유럽, 호주 선수들이 구사하는 파워 수영으로 초반부터 승부를 본다. 박태환이 안정적인 주행을 하다가 속도를 높이는 중형 세단이라면 황선우는 수 초 안에 시속 100km를 돌파하는 터보 엔진 스포츠카에 비유할 수 있다.
황선우는 왼팔보다 오른팔을 더 길고 힘차게 내지르는 ‘엇박자’ 스트로크를 한다. “물을 타는 재능이 조금 있다고 생각한다”는 자신의 말처럼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엄청난 추진력을 낸다. 자신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서 스타트 집중력까지 좋아졌다. 28일 자유형 100m 준결선에서 황선우의 스타트 반응 속도는 0.58초였다. 준결선에서 뛴 선수 16명 중 황선우보다 반응 속도가 빠른 건 스위스의 로만 미튜코프(0.56초)밖에 없었다. 미튜코프는 준결선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황선우는 빠른 스타트 후 특유의 파워 영법을 앞세워 아시아 신기록까지 세웠다. 결선 진출자 8명(평균 스타트 반응 속도 0.64초) 가운데 1위다.
남기원 동아대 수영부 감독(전 수영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은 “확실히 박태환보다 치고 나가는 스피드가 빠르다”며 “오른팔을 강하게 만들어 속도를 높이는 것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약점도 있지만 정말 대단한 선수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스타트와 영법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황선우가 박태환의 장점까지 보완한다면 금상첨화다. 이병호 서울체고 감독은 “불과 몇 달 전 대표 선발전 때 100m에서 48초04를 찍더니 어제오늘 사이에 연달아 한국기록을 경신했다. 상승세가 정말 가파르다”며 “황선우는 항상 주변 사람들의 예측을 넘는 퍼포먼스를 보여 온 선수다. 체력을 보완하고 경기 운영 능력을 키우면 머지않아 세계적인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준결선에서 올림픽 다관왕에 빛나는 세계적인 스타 케일럽 드레슬(25·미국) 옆에서 경기를 했던 황선우는 “드레슬을 보며 뛰어서 굉장히 영광이었다. 29일 결선에서도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도쿄=유재영 기자, 도쿄=김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