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달재를 오르려면 제천시 백운면을 거치거나 봉양읍 원박리를 지나야 한다. 사람들은 고개 아래 마을에 모여 살았는데 그곳이 바로 백운면이다. 예전엔 서울로 가는 도로를 끼고 있어 오고 가는 사람이 많은 곳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여느 농촌처럼 젊은이들은 빠져나갔고 아이들이 뛰어놀던 학교는 문을 닫아 폐교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백운면의 나무들. 수십 년 전 모습 그대로 사과나무엔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고 일제강점기 송진을 채취했던 상처가 남은 소나무들은 지금도 푸르게 그 자리에 서 있다.
마침 백운면을 찾았을 때 사과 수확이 한창이었다. 이 마을에서 47년을 살았다는 이영숙(여, 69)씨는 “그전에는 박달재 가려면 여기를 꼭 지나서 갔어요. 그땐 여기가 장사도 잘되고 좋았는데 지금은 자랑할 것이 사과농사밖에 없죠”라고 말한다. 남편 김귀성(81)씨는 “터널이 생기니 버스들도 박달재를 지나지 않고 우리 마을은 이제 지나가지도 않아. 휴양림도 있고 콘도도 들어선다니 앞으로 발전하겠지. 대신에 공기가 좋고 계곡도 좋고 그만큼 깨끗한 자연이 있다”며 자랑한다.
백운면의 자연환경과 나무들은 이미 유명하다. 1992년 박달재자연휴양림이 개장됐다. 수령 100년에서 170년의 소나무들이 울창하게 늘어서 여름철이면 캠핑하는 사람들이 몰려온다. 완만한 등산로를 오르면 백운산, 구학산과 함께 제천시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또한 7월에서 11월의 사과 수확철에 이곳을 들르면 길가에 늘어선 사과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박달재 농원의 김영만(39)씨는 “이곳 사과는 일교차가 크고 해발 4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자라기 때문에 당도가 높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