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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17차 당대회가 찾아왔습니다. 일련의 경제위기와 계획 미달은 중앙 지도자들로 하여금 지역을 거리낌 없이 비난하게 만들었습니다. 지역도 나름의 불만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스크바가 자신들에게 제대로 된 투자도 안 해주면서 결과만 요구한다고 불평했습니다. 그래도 대공황으로 세계가 고통 받던 와중에 이런 엄청난 일을 해냈다는 사실과 앞으로도 계속 소련이 발전할 것이라는 희망 때문인지 중앙-지방 관계가 대폭발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극히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모스크바는 점점 지역에서 올라오는 변명의 말들과 연기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계획은 부적절하게 수행되었고 때로는 너무 급하게 때로는 너무 늦게 완료되었습니다. 새로운 기업체들에서 숙련공들의 부족은 비효율을 초래했습니다. 이제 이러한 문제는 정치적으로 비화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에서는 다양한 전략들을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우선 첫째는 모스크바로 올라가는 정보들을 속이는 것이었습니다. 지역적 '성공'들은 과장되거나 창조되었습니다. 미달은 숨겨졌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 지역 지도자들의 "파벌"들이 발달하게 됩니다. 그들의 위치를 지키고 중앙에 대응할 전략들을 몰래몰래 행하기 위해서 주 공산당 상층부는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게 됩니다. 중앙에 보낼 변명으로 그들이 든 카드는 희생양을 만드는 것이었죠.
1. 문제가 발생했다.
2. 연줄 없는 적당한 호구를 잡는다.
3. 트로츠키주의자로 라벨링한다
4. ??????
5. PROFIT!
계획 미달의 구조적, 시스템적 문제를 설명하고 해결하는 일보다 전시용 공개재판이 훨씬 편리했습니다. 모스크바도 이러한 움직임은 대충 알고는 있어서 작작하라고 눈치를 줍니다. 그러나 이 지역 공산당들 "그룹"들의 실체를 파악하고 그들이 행한 주작질을 전부 파악하기에는 소련 관료제의 능력은 너무 미비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John Getty의 "대숙청의 기원: 재고해본 소련 공산당 1933-1938"에 대충 그 실상이 나오더군요. 이 또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개할 수 있기를...
그러나 이런 움직임들은 예상치 못한 경제의 흐름에 뒤집히게 되는데, 마침내 숙청의 때가 밝아오게 되는 것입니다. 숙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탈린과 NKVD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계획의 미달로 만들어진 관료조직 내부에서의 갈등을 보아야만 할 것입니다.
제2차 5개년 계획은 처음의 그 엄청난 목표에서 점점 현실적인 방향으로 조절되고 있었습니다. 1931년 계획과 1934년 계획의 차이는 엄청났습니다. 이는 과욕을 부린 계획들이 무질서를 초래했다는 중앙 지도자들의 러프한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습니다. 한 고스플란의 관료는 "우리 회의는 끝내는 '우린 계획 사실 없어' 이런 걸 제출할 수치를 만들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이런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우선 급변하는 대외관계를 반영하는 움직임이었습니다. 동 서 양쪽의 파시스트들의 발흥은 공공연한 반공주의와 함께 이루어졌는데 이는 소련 지도부에게는 큰 위협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소련 지도부는 외국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서 방점을 두어야할 점은 단순한 목표치의 크기가 아니라 생산 영역에서의 "예측가능성"임을 잘 알았습니다. 이제 지도부는 크고 아름다운 건설 사업 대신 크고 아름다운 효율을 만드는 것을 요구했습니다.
성과는 역시 높았습니다. 이제 제1차 5개년 계획~제2차 5개년 계획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제철소들이 이제는 대다수의 생산을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생산 영역에서의 기계화율도 착실히 올랐습니다. 또한 노동자들의 생산성도 두 배 가까이 높아졌죠. 이는 비철금속이나 기계생산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모두 지역 지도자들하고는 별 상관 없는 이야기들이 되었습니다. 이제 중앙의 계획가들이 지역 관료들과 상의하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종합적인 계획은 여전히 고스플란이 맡았으나, 개별 프로젝트들을 지휘하는 건 이제 지역관료들이 아니라 각 정부 부처(인민위원회 혹은 글랍카)였습니다.
역시 이 시리즈의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였던 예산 문제가 여기서도 관건이었습니다. 대체로 중앙의 정부 부처들은 예산을 최대한 타이트하게 잡아서 책정했으나 지역에서는 그 두 배가 넘는 예산을 요청하곤 했습니다. 지역 관료들은 이들 중앙의 계획들에 이를 바득바득 갈았습니다. 그리고 이 경향을 특히 잘 보여주는 일이 있었죠.
전설적인 채탄 노동자인 "알렉세이 스타하노프"의 예를 따라 생산량을 높이자는 "스타하노프 운동"이 바로 그것이었죠. 이는 단순히 정신력 드립이라기보다는 현장에서 최소 비용으로 최대 생산을 뽑아내라는 제2차 5개년 계획의 효율화 경향과 맞닿아 있는 정책이었습니다. 노동 조직은 이제 "집중화" "합리화" 되어야 했습니다. 이는 지역 지도자들의 높은 투자를 향한 열망과는 정반대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스타하노프 운동만으로 모든 게 해결될 수는 없었죠. 스타하노프 운동은 아직 고도화되지 못한 소련 경제가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스타하노프 운동으로 안전 문제, 특히 설비 안정성 문제가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결국 이는 오히려 노동 비용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돌격노동자"들로 가득찬 공장에서 계획을 못 맞추는 일은 비일비재했죠.
그래도 제1차 5개년 계획들이 만들어낸 "거인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었습니다. 이들이 주축이 되어서 소련 경제를 하드 캐리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것이죠. 그러나 교통이 여전히 문제였습니다. 교통에 걸리는 부하가 너무 세서 농업과 산업의 물자 문제는 고질적이었던 것은 다들 기억하시겠죠. 경제의 거인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자 이들에게 부어야하는 물자, 그리고 이들이 내뱉는 물자를 수송하는 문제는 교통 문제에서 새로운 짐이 되었습니다. 또한 숙련된 관료와 기술자들의 결핍은 최신 기술로 만들어진 이들 거인들을 관리하는 것도 벅차게 만들었습니다. 가장 기초적인 조작부터 장비 수리에 필요한 전문화된 인력, 노동 조직 모든 것이 부족했습니다. 농촌에서 다이렉트로 산업지대로 오게 된 노동자들로 인해 고가 장비가 숱하게 사고로 파괴되었습니다. 제2차 5개년 계획은 제1차 5개년 계획보다 더 많은 실패, 결핍, 사고 가능성을 안고 가야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거인들을 비롯한 새로운 공장과 새로운 장비들이 이제 제2차 5개년 계획을 끌고 가야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 중앙-지방의 예산 갈등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위에서 열거한 문제들이 발생하면 중앙에서는 예산을 계속 깎았습니다. 중단되었던 건설 프로젝트가 재개되었다가 다시 중단되고 잘 보급되던 물자들이 갑자기 끊기고 공사 완료일은 계속 연기되었죠.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지역에서는 제2차 5개년 계획의 핵심 목표는 올해 달성해야할 것이 이것이다 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면 우리의 예산을 깎는 것을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셔야 했습니다.
지역에서는 원래 하던 짓을 그대로 반복했는데 일단 써놓고 보는 것이었습니다. 1934년에서 1936년 사이 중공업에서 한 기업체가 지던 빚은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예산 상의 불확실성은 중앙 내부, 중앙-지역 간 갈등을 확대시켰고 특히 일선 관리자들은 더더욱 골머리를 썩혀야 했습니다. 우랄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이 더욱 심각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옥불우랄... 다들 키젤 탄전에 대해 이들이 어떤 식으로 구라를 쳐놨는지 기억 하시죠? 슬슬 손모가지가 날아갈 때가 온 것이죠. 1930년대 중반까지 모스크바는 니들이 계획에서 제시한 그 포텐을 좀 폭발시켜봐라고 요구했습니다. 근데 파보니까 없ㅋ엉ㅋ
우랄 철강 산업과 기계제작 산업 발전의 중심에는 지역에서 보급 가능한 탄전이 있어야 했습니다. 계획이 실제로 그걸 가정하고 무리수를 둔 거였으니까요. 쿠즈네츠크에서 가지고 오는 건 안 그래도 후달리는 교통망을 생각했을 때 힘든 일이었습니다. 지질학자들을 갈구던 때는 좋았겠지만 이제 묵은 빚을 청산할 때가 온 것이었죠.
그러나 비슷한 짓을 우랄에서는 한 번 더 했었다는 건 함정. 1931년 제2차 5개년 계획을 수립할 당시 카자흐스탄에서 광대한 구리 매장지가 발견되자 우랄에서는 남쪽의 경쟁자에게 질 수 없다며 이번에도 구라를 쳐버렸습니다(...) 이런 이들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동부 철강 기업체의 이반첸코는 NKVD 심문에서 증언하길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만연해 있었습니다.
잘못된 기중기 시스템은 연료를 고로에 공급하는 것이나 용융 금속을 붓는 걸 방해했다, 제철소 내부에서 사용되던 궤간이 너무 작아서 바깥의 넓은 궤간과 맞지 않았다, 고로 주변의 목재 구조물은 맨날 불탔다, 전기 공급이 너무 부족했다 등등이 있었습니다. 전력 문제가 꽤나 심각했는데 갑작스러운 단전은 장비를 파괴하거나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고가곤 했습니다. 이를테면 갑자기 장비가 뚝 꺼져서 펄펄 끓는 용융 금속을 흘려서 그걸 노동자가... 이하 생략하겠습니다.
그동안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세르고 오르조니키제도 이제 사뭇 다른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중앙에서는 산업 계획 미달에 대해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다루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곡물 수급 계획을 못 맞춘 사람들에게 하듯이요.
"요즈음, 산업에서의 규율이 특히 칭찬 받을만한 자격이 없소. 당과 정부의 명령이 '그게 달성될 수 있을까'하는 토론으로 중단되는 것이 매우 흔하오. 우린 확실히 이런 관행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오. 나는 당이 소프호스의 관리자들에게 강제했던 규율을 산업 영역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주입하는 걸 경제 관리자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소. 나는 출당조치를 당하거나 그의 직책에서 해임되거나 감옥에 가버린 소프호스 관리자들을 어떤 공장 관리자들도 질투할 거라 생각하지도 않소. 당에서 올해에 제시된 목표는, 절대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오. 당과 정부의 어떠한 결정이라도 성취되어야만 하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가진 모든 게 혼돈으로 끝날 것이오."
목표는 이제 의문시 되면 안 되었고 미달에 대한 변명은 인정될 수가 없었습니다. 17차 당대회에서 스탈린이 말하길
"우리 당, 소비에트, 경제 조직들과 그 지도자들의 일에 모든 것이 의존하고 있소. 소위 말하는 객관적 조건들을 언급하는 것이 계획 미달을 정당화 해줄 수 없소." 이런 행태는 "그들을 현재 자리에서 제거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그 자리에 앉히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었죠. 경제계 관료들과 지역 관료들은 그들의 직책이 단두대 위에 걸려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지역에서는 중앙의 의도들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재정 문제의 불규칙성, 물자 보급의 지속적 문제, 짧은 관료 교육 기관과 관료 수의 부족, 그리고 너무하다 싶은 생산량과 효율에 대한 요구는 제2차 5개년 계획의 목표가 그 이전의 것보다 훨씬 낮아졌음에도 그 성취를 극히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제1차 5개년 계획에서 일단 써놓고 본다 하는 무대뽀 정신은 지역들에게 더더욱 큰 짐이었는데 앞의 요소들에 더해 자기들이 그동안 친 구라까지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었죠.
마침내, 우랄을 비롯한 지역 당국자들이 그토록 염원했던 이 새로운 경제의 중역들이 바로 우랄 당 관료들의 목을 죌 골칫거리로 떠오르게 된 것입니다.
첫댓글 박통이 뭐라 지껄이는지 모르겠네요
에너지를 분산시키자?!@#
글을 잘 읽은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첫 짤을 살짝 바꿔 헌정합니다
좀 있다 이거로 수정해야겠네여
이게 참... 글을 읽으면서 한국초창기 관료사회와의 비교도 떠오르고, 한국프로야구 초창기의 프런트 - 코칭스탶간 갈등(그 중심에 항상 존재하던 김성근 동지)과의 비교도 떠오르고 이 생각 저 생각이 드는데, 기본적으로 쏘련이란 사회를 한국에서의 경험과 등치시키기는 힘들다보니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하고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네요. 말로 하면 될 것도 같으니, 나중에 맥똬널스에서...
요시
삭제된 댓글 입니다.
프삐룟 끄 까무니즈무!
서서히 자신들의 목이 죄여오는걸 느끼면서도 일단 지르고 보자는 생각을 못버리는군요.스스로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주는듯 하군요.
사실 저들도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된 거죠..
@첝 뭐..이미 주도권은 중앙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저 지역 깡패들이 선택할 수 있는것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당연하네요. 남은건 지들이 질러놓은 뻘짓에서 살아남기위한 발버둥일라나요....
마치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의 고요함 같네요. 결과론적이지만 왜 저런 기미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7인가 8까지 본것 같은데 벌써 12 ㄷㄷㄷ 천천히 봐야겠네요 ㅋㅋㅋㅋ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이제는 소련 군수산업얘기도 나오겠군요? ㅎ(기대기대)
우랄 관련 이야기라서... 군수산업 이야기는 안나올듯 합니다.
스횽의 자비로운 미소가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