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으로 2박3일 여행을 갔다왔다. 일주일에 한 번 가는 학교를 빠지고 가서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었지만 그 기분은 시간이 갈 수록 잊혀지고 말았다.
첫날은 흐리고 비가 조금 내렸다. 그래서 우리가족은 많이 움직이지 못했고 단순히 밥을 먹는 것과 저녁식사 후 리조트 앞의 소소한 야외공원 관람 밖에 할 수없었다. 그래도 바람이 선선해서 그런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공연관람을 마치고 우리가 머무르는 리조트로 돌아가는 길에 동생이 아주작은 사슴벌레를 발견했다. 손가락 두마디 정도의 길이라서 그런지 적대감이 들지않았다. 오히려 귀엽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은 사슴벌레는 매우 신기했고 그것을 귀엽다고 여기는 나 자신도 신기했다..
둘째날엔 정선 아리리촌에 갔다. 우리 리조트에서 아라리촌 까지는 차로 50분이 걸렸다. 출발 할 때는 단순히 흐리기만 했지만 아라리촌에 도착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우산을 쓰고 아라리촌을 돌아봐야만 했다. 아라리촌 입구엔 펌프가 있었다. 아무리 힘을 줘서 펌프를 세게 눌러도 도통 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아빠가 시도해 보았다. 아빠가 펌프를 누르자 바로 물이 앞에 놓여있던 대야로 흘러들어갔다. 나는 조금 약이 올라 다시 한 번 시도해 보았지만 물은 나오지 않았다.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며 우리는 펌프를 지나치고 아라리촌 주변을 거닐었다. 다리도 있었고 여러가지 꽃들도 조금 있었지만 그닥 인상적인 풍경은 아니었다. 걷다 보니 작은 전시관이 나왔다. 그곳에는 아리랑의 소개, 아리랑에 관한 뉴스, 명창들의 노래를 들을 수있는 플레이어 등등이 있었다. 나는 역대 아리랑 cd와 테이프를 구경하고 아리랑 명창들의 노래를 모두 들어보며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 보았다. 같은 점은 모두 음 하나하나에 떨림이 있다는 점이고 다른 점은 아리랑을 부르는 음의 높낮이와 가사였다. 1층에 놓여있던 기념품과 퍼즐을 조금 구경한 뒤 우리는 전시관을 나섰다. 출구로 나가자 우리나라의 고전 <양반전>의 장면들을 실감나게 조각해 놓은 조각상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나는 이미 양반전을 읽어봤지만 다시 한번 주의깊게 조각상과 그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았다. 겉멋만 잔뜩 내세우고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누르는 양반은 정말 할게 못된다는 생각이 깊게 들었다. 조각상을 다 구경하자 그제서야 바로 앞에있는 정자 크기의 작은 한옥이 눈에 띄었다. 그곳에 한 할머니께서 앉아 계셨다. 우리가족은 그곳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아리랑을 따라 부르면서 아리랑을 배웠다. 가사가 재밌다고 생각한 기억과 열심히 따라 부른 기억은 나는데 아리랑의 가사와 높낮이는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지금은 잘 기억도 나지않는 아리랑을 배운 후 우린 아라리촌을 나섰다. 그리고 식사를 하러 한식요리집에 갔다. 그곳에서 고등어가 포함되어 있는 한정식을 먹고서 우리는 카페로 향했다. 도자기로 만든 공예품들과 화사한 조명이 있어 약간 아늑한 느낌을 풍기는 카페에서 우리는 팥빙수를 먹고 이야기를 조금 나누고 숙소로 향했다. 리조트에선 할일이 정말 없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잠을 자고, tv를 보며 잠시 각자의 시간을 보내었다. 정말로 지루해진 우리는 7시 쯤 리조트 밖으로 산책을 나갔다. 어느덧 비가 그쳐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되어 기분이 좋았다. 나무마다 달린 색색 조명은 밤 풍경과 어우러져 아주 예뻤다. 가까운 푸드코트에서 각자 작은 간식을 먹은 후에 우리는 리조트 잔디 앞 대형 스크린 앞으로 다가갔다. 잔디 앞 스크린에서 영화를 상영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상영을 준비하는지 스크린에는 컴퓨터 화면의 모습이 비치고 있어고 잔디엔 돗자리가 잔뜩 깔려있었다. 우리가 본 영화는 <라라랜드> 였다.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여자주인공과 재즈를 사랑하여 재즈클럽을 열고 싶어하는 남자주인공이만나 꿈을 향해 달려가며 사랑하는 내용이었다. 힘들어도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어 저절로 응원의 말을 마음 속에 떠올리게 되는 영화였다. 하지만 연인 사이였던 둘은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다투어 평범한 친구사이가 되었다. 자신이 원하는 직업과 배우자를 가지고 둘은 5년 후에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그들은 더 이상 서로에게 그렇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아 상대방을 향해 미소를 지어주었고 영화가 끝났다. 난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이 결혼하는 전형적인 해피엔딩을 원했지만 이런 마지막 장면이 여운이 남아 영화를 더욱 감동적이게 만들어 주는 것도 같았다. 영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음악들은 내가 들었던 ost 중에 손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잔디 위에서 영화를 본것은 처음이었다. 모기를 걱정했는데 철저하게 뿌린 모기약 덕분인지 모기는 하나도 물리지 않았고 신선한 공기와 풀은 영화관 보다 훨씬 좋았다. 상영을 마치고 우리는 바로 숙소로 돌아와 바로 씼고 바로 잘 준비를 했다. 말 그대로 '꿀잠'을 잤다. 정선의 둘째날이 지나갔다.
셋째날이 되었다. 셋째날은 우리의 여행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하늘은 눈치가 하나도 없는 듯 했다. 늘 흐리고 비오다가 여행의 마지막 날이되니 그제서야 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보였다. 나는 이렇게 날씨가 좋으니 제일 열심히 놀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맨 처음으로 우린 곤돌라를 탔다. 하늘에서 보는 땅은 무척이나 아름다웠을 것이 분명했으나 나는 바람이 불어 곤돌라가 조금 흔들린 후로 멀미가 나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다. 20분후 우리는 편의시설이 즐비해 있어 산 같지 않은 산에 도착했다. 작은 표지판에 표기된 산의 높인1400을 넘어있었고 그래서 인지 산위는 매우 추웠다. 안개가 길게 늘어져있었고 매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내가 입고 온 짧은 반팔과 반바지는 추위와 바람을 막는데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다. 8월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추웠고 여름에도 이렇게 추울 수있단 사실이 매우 놀라웠다. 우리는 산 주변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었고 그리고나서 산 위 식당에 들어가 점심식사를 한 후 다시 곤돌라를 타고 뜨거운 여름으로 내려왔다. 그 다음엔 우리는 4인승 카트를 타고 야생화를 구경했다. 카트의 속도 때문에 옆에 바람이 불어 정말 시원했다. 꽃들과 하늘을 카메라에 담은 후 다시 카트 대여소에 카트를 반납했다. 카트 타기후 엄마는 잠시 편의점에서 쉰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아빠와 나, 동생만 잠깐 작은 산에 올라갔다. 내 가운데 손가락 굵기 만한 메뚜기들이 사방으로 튀어다녔고 잠자리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동생은 신이나서 잠자리를 마구 잡아댔다. 꽃들 사이사이에 있는 참새들을 내가 본 어떤 참새 보다 통통했다. 나는 기절 할 것 같아 그만 내려가자고 했고 다행히도 아빠가 그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것을 끝으로 우리의 정선 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해서 좋았다. 정선에서의 3일은 오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첫댓글 와... 잼있었겠다.
부러워 나도 놀러 가고 싶다.
자세히 썼네. 이 글만 읽으면 나중에 추억을 떠올리기에 부족하지 않겠다.
우와.... 재밌었겠다....부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