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서강인의 관점에서 성우라는 이색 직업을 그녀가 어떻게 택했는지 궁금했다.
대답은 의외로 싱거웠다.
"운이 좋았어요. 성우 자체가 대학 시절 동안 관심권 밖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었거든요. 굳이 계기라고 한다면 대학 4학년 때 우연히 아르바이트 삼아 해본 라디오 광고 몇 편이 있었죠. 그래서 흥미가 생겼고 공채 시험이 있나 알아봤더니 KBS에서 열흘 뒤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응시했는데 한번에 붙어버렸죠."
시험에 대비해 블랑쉬(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연습했다고 한다.
"제 특유의 저음과 불안하고 신경증적인 블랑쉬가 만나니까 이상한 이물감이 생기고 거기에 쾌감이 있더군요. 그 묘한 쾌감이 좋아서 그것만 연습했더니 나중엔 자기방어를 위해 요란하고 시끄럽게 된 캐릭터도 잘 이해하겠더군요." 그녀답게 면접도 상당히 독특했다.
오디션때는 과거 아르바이트로 했던 공포물 광고를 곁다리로 들려줘 심사위원에게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성우로서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냐는 마지막 면접 질문에는 심사위원들이 대략 4,50대 남성들이라는 점을 순간 파악, 끈적끈적한 아줌마라고 답해 박장대소케 했단다.
"어쨌든 나중에 합격되고 그 자리에 계셨던 임영웅 선생님을 우연히 만나뵙게 됐는데 기억하시고 한마디 해주셨어요. "독특함을 잘 다듬으면 다이아몬드가 되는 거다. 근데 너는 원석이야"라고요. 순간 "세팅해서 끼고 다니려면 꽤나 걸리겠구나" 생각했죠."
◈ 성우 이야기
하지만 그녀의 겸손함과는 달리 성우로서 세팅하는 시간은 남들보다 꽤 빠른 듯 보였다.
KBS 공채로 97년 입사해 3년간 성우로 연마한 뒤 2000년부터 프리랜서로 뛰기 시작한 그녀가 업계에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시간은 불과 1년 남짓이었다.
통상 성우들이 3~5년 정도 프리랜서로 활동한 뒤 두각을 나타내는 것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빨랐다.
프리랜서 전환후 몇 달 안되어 주요 TV CF를 맡아서 했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라디오 CF까지 했으니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했던가.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와 경력에 너무 "떠서" 부담감 내지 어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너무도 간단히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인터뷰내내 어중간이라는 느낌이 없는 그녀였다.
"그럴수도 있겠지만 저같은 경우 선배가 선배라서 어려운거지 결코 제가 일찍 자리잡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서강인 출신은 아직 성우 세계에서 매우 낯설다.
거의 없을 뿐더러 일명 "서강고등학교"에서 "끼"있는 직업인이 나오기가 힘들다는 선입견 탓이리라.
그녀 역시 "제가 서강출신이라고 말하면 모두 다 입을 딱 벌리며 "공부 잘 하셨나봐요"라고 말해요. 너무 뜬끔없다는 반응들이라 보고 있는 제가 더 재밌죠. 케이블 OCN 채널에 여자 후배 한 명이 전속 성우로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대학 연극반 후배들 중 관심 있는 친구들이 많아서 앞으로는 많은 서강 후배들이 나올 듯 싶어요."
현재 TV에서 방송되고 있는 그녀의 대표 CF로는 뉴 이에프 소나타를 비롯해 스피드 011, 메가패스 VDSL, 이자녹스, 엘라스틴, 케라시스, 갤럭시, 오피러스 등 수십 편이다. 고정 프로그램으로는 KBS의 녹색 다큐멘터리와 대교방송의 만화 "미토의 대모험"에서 나레이션을 맡고 있다.
◈ 학창 시절
대학시절 그녀는 공부를 못했다.
사실 학점따기 등의 일에는 별 관심도 없었다.
대신 연극과 스쿠버 등 일종의 취미 활동에 미쳐 살았다.
그러나 이 두 활동이 오늘날의 "성우 김상현"을 만드는 데 지대한 공이 된 것은 자명했다.
연극을 하면서는 자기가 하기 싫은 역할도 소화해 낼 수 있도록 비위가 좋아졌고 스쿠버를 하면서는 폐활량과 근육이 늘었다.
연극반에서 했던 역할 중 기억에 남는 건 "본디오 빌라도"에서의 살로메 역할이란다.
"비위를 거스른다 치면 첫 번째 갈 작업이었죠. 딸한테 껄떡거리면서 끊임없이 권력을 탐하는 헤롯의 캐릭터가 저는 더 설득력있고 좋았지만 나에게 그 역할을 줄리는 만무했고, 손에 잡힌것은 "탐하는" 메두사의 머리와 엉덩이를 가진 "살로메"였어요. 탐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역할이 비위에 안 맞았어요. 그래서 연습내내, 공연내내 상대 배우와 제 사이에서는 정말 건너고 싶은 강이 흘렀죠. 돌이켜보면 이런 경험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큰 도움이 된 듯해요."
반면 스쿠버는 가녀린 그녀에게 지구력과 힘을 주었다.
새내기시절 45㎏에 불과했던 약한 체격은 근육이 늘면서 건강해졌고 폐활량이 좋아져 풍부한 성량을 갖게 됐다.
그녀는 "바다에서 즐기는 몬도가네가 스킨스쿠버에서 찾은 쾌선이라면 무대에서 찾은 몬도가네는 연극에서 얻은 쾌선인 셈이죠."라며 대학 시절을 정리했다.
타고난 성격이 안정된 걸 싫어하고 도전이 좋다는 그녀는 시간 날 때마다 여행을 즐긴다.
아무 계획없이 불현 듯 짐을 싸 전북 내장산으로 기차여행을 하는가 하면 강원도 오지를 혼자서 돌아다닌다고 했다.
지난해 여름 태국과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를 순례한 뒤 올 봄에는 베트남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가을이 다 가기전 터키와 이집트를 방문하기 위해 현재 열심히 자료수집 중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성우 외 또 다른 소중한 삶이 있다.
대학 시절부터 8년째 해온 봉사활동이 그것이다.
"그루터기"라는 장애인 봉사모임에서 한달에 한번 장애아동과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다.
하루라도 아이부모에게 자기 시간을 가질수 있게 하는 배려다.
여름·겨울에는 아이들과 캠프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일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일상에서는 톨레랑스를 아끼지 않는 그녀.
그녀가 "서강인"이라는게 자랑스러워 보였다.
문주영(95.국문)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 본보 편집위원 서강대학보
그냥 네이버에서 검색하다 보니 하나 걸리네요 ^^
첫댓글 저 사진에있는 여자분은 누구시죠?
김상현님 맞습니다.
김상현님이에요, 사진을 누르면 KBS 극회로 연결되는데 김상현님 자료가 있습니다.
헉..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이 분이시군요.. 얼굴에 비해 굉장히 굵은 목소리를 가지신 분이네요.. 일상생활에서 매우 익숙한 목소리..+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