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수 시인은 시 ‘꽃의 예의’에서 “생로병사를 꽃들이 동참하고 있다/ 인간의 기념일을 챙기는 꽃/ 망자를 장식한다”라고 노래했다. 축하하거나 기릴 만한 일이 있을 때에 우리가 항용 건네는 꽃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해석한 셈이다. 이 시에서도 백합은 꽃 자체로서의 의미 그 이상의 뜻을 지닌다.
백합의 알뿌리를 심은 이는 엄마이지만, 엄마는 백합으로부터 위로와 사랑과 희락(喜樂)을 받는다. 꽃은 엄마의 일상을 웃게 하고, 엄마를 보살피고 매만지고 꾸미며, 향기를 보탠다. 심지어 엄마가 오가는 곳마다 고양이처럼 따라가서 그 곁에서 가만히 꽃을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