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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유명(死生有命)
사람의 살고 죽음은 모두 천명에 달려 있다.
死 : 죽을 사(歹/2)
生 : 날 생(生/0)
有 : 있을 유(月/2)
命 : 목숨 명(口/5)
출전 : 논어(論語) 第12 안연(顔淵)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부귀영화를 누리든, 훌륭한 업적을 남기든 누구나 목숨은 유한하다. 대의를 위해 생명을 초개같이 버리는 위인이 있는가하면 몹쓸 죄를 저지르고도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는 소인도 있다. 삶은 죽음의 시작이며 삶은 죽음 때문에 존재한다고 깊이 생각하는 철인이나 생사의 기로에서 ‘살 것이냐 죽을 것이냐, 그것이 문제’라 한 햄릿(Hamlet)도 있다.
대부분의 중생들은 세상이 아무리 고해(苦海)라 해도 죽지 못해 산다며 삶에 대한 애착이 더 크다. 정곡을 찌르는 비유의 속담 '죽은 정승이 산 개만 못하다', '죽은 석숭보다 산 돼지가 낫다' 등이 잘 말해준다. 석숭(石崇)은 중국 진(晉)나라 갑부다.
좋은 세상을 만나 오래 살고 싶어도, 하루하루 연명한다는 고된 삶이라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사람의 삶과 죽음(死生)은 모두 천명에 달려 있다(有命)는 성어가 그것을 말한다. 논어(論語) 안연(顔淵) 편에 공자(孔子)의 제자 사마우(司馬牛)가 난리를 일으키려는 형 때문에 근심하며 자신에게는 형제가 없다고 말한다.
공문십철(孔門十哲)에 드는 제자 자하(子夏)가 위로한다. "죽음과 삶에는 정해진 운명이 있고,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死生有命 富貴在天/ 사생유명 부귀재천)"는 말이 있으니 모든 사람과 더불어 예를 지키면 모두가 형제라고 말한다. 여기서 사해형제(四海兄弟)란 말이 나왔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는 제갈량(諸葛亮)이 침식을 잊을 정도로 나라를 위해 식소사번(食少事煩)하여 건강을 잃고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 같은 말을 한 것으로 나온다. 장막 안에서 등을 켜 놓고 기도를 올릴 때 부하가 들어 와 보고하면서 등을 꺼뜨렸다. 공명(孔明)이 탄식하며 말한다. "죽고 사는 것은 운명에 달렸는데 기도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死生有命 不可得而禳也/ 사생유명 불가득이양야)."
우리 고전에서도 다수 검색되는데 조선 후기 이익(李瀷)의 악부시(樂府詩) 대악(碓樂) 하나만 보자. "대저 죽고 사는 것은 천명이 있고 부유하고 귀해지는 것은 하늘에 달렸으니(夫死生有命 富貴在天/ 부사생유명 부귀재천), 그 오는 것을 막을 수 없고 그 가는 것을 좇아갈 수 없다(其來也不可拒 其往也不可追/ 기래야불가거 기왕야불가추)."
해는 서산에 지고도 다음 날 떠오르고 가을에 시든 풀은 봄에 다시 나는데, 인생은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고 조선 문신 이정보(李鼎輔)는 시조로 탄식한다. 공자도 제자가 죽음에 대해 묻자 "아직 삶도 제대로 모르면서 어떻게 죽음을 알겠는가(未知生 焉知死/ 미지생 언지사)"고 말한다. 이처럼 성인도 알 수 없는 죽음은 하늘만이 알아서 인명재천(人命在天)이라 했겠다.
불교의 믿음이 깊은 사람은 "죽기 살기는 시왕전에 매였다"는 말을 하니 그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매한 보통사람들이 인명재차(人命在車), 인명재처(人命在妻)라고 하는 것을 보면 현명하게 목숨을 잘 지켜야 함은 아는 모양이다.
사생유명(死生有命)
사람의 살고 죽음은 다 천명(天命)에 달려 있으므로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사마우(司馬牛; 공자의 제자. 성은 사마, 이름은 耕)가 근심스런 표정으로 자하(子夏)에게 말했다. '남들은 다 형제가 있는데 저만 형제가 없습니다.'
자하가 대답하였다. '제가 들은 말인데, '죽음과 삶에는 정해진 운명이 있고, 부자가 되고 귀하게 되는 것은 하늘에 달려 있다(死生有命, 富貴在天)'고 합니다. 군자가 사람을 공경하여 실수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공손하여 예의를 지킨다면, 온 세상 사람이 다 형제인데, 군자가 어찌 형제가 없다고 걱정하겠습니까?'
(용례)
삼국연의(三國演義) 第103回
제갈량(諸葛亮)이 여섯 번째로 위(魏) 나라를 치기 위해 기산(祁山)으로 진출하여 사마의(司馬懿)를 크게 이기고 승부를 내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해 사마의를 유인하였으나 사마의는 꿈쩍도 하지 않고 진지만 지키고 있었다.
공명이 사마의에게 아녀자 옷을 보내 싸움을 청했으나 사마의는 사자를 잘 대접하고 사자에게 묻는다. '공명이 먹고 자는 것은 어떻고, 처리하는 일이 많지는 않소(孔明寢食及事之煩簡若何)?'
사자가 말한다. '승상은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 잠들고, 군중에서 스무 가지 이상의 벌을 직접 처리하십니다. 드시는 음식은 하루에 몇 되를 넘지 않습니다.'
丞相夙興夜寐, 罰二十以上皆親覽焉. 所啖之食, 日不過數升.
사마의가 여러 장수를 돌아보며 말한다. '공명이 적게 먹으며 일은 많이 한다니, 어찌 오래 가겠소.'
孔明食少事煩, 其能久乎.
이런 이야기 돌아온 사자에게 들은 공명은 '그가 나를 잘 아는구나(彼深知我也)'고 했다.
이에 주부양웅(主簿楊顒)이 공명에 일을 덜어 밑에 사람에게 맡기라고 권했으나, 공명은 선제 유비의 부탁으로 중임을 맡았는데 다른 사람에게 일을 분산시키면 자신과 같이 마음을 다 하지 않을 것 같아 그런다고 했다.
이후 공명은 몸과 마음이 편하지 않아 날로 쇠약해지고, 어느 날 밤 병든 몸을 무릅쓰고 장막에서 나와 하늘을 우러러 천문을 보다가 매우 놀랐다.
급히 장막에 돌아와 강유를 보고 비통하게 말했다. '내 목숨이 경각에 달렸네!'
강유가 놀라며 연유를 물으니, 천상(天象)이 '그렇다'고 말했다.
강유가 말했다. '천상이 비록 이렇다 할지라도 승상께서는 어찌하여 기도하여 수명을 연장하시지 않으십니까?'
이에 공명은 자신이 기도하는 법을 안다며 제반의 준비를 지시하고 강유는 직접 준비하러 갔다.
강유가 장막 밖에서 49인을 이끌고 경호하고 있었다. 공명이 장막 안에 향기로운 꽃과 제물을 놓는다.
땅 위에 큰 등잔 일곱 개를 나누어 놓고, 장막 바깥에 작은 등 마흔아홉 개를 놓고, 장막 안에 본명등(本命燈)을 한 개 안치한다. 공명이 절하며 기도한다.
사마의가 어느 날 밤 천문을 보고 부하장수 시켜 군사 1,000명을 이끌고 오장원(五丈原)으로 가 촉군 진영을 염탐하라고 했다.
공명이 장막 안에서 기도를 올린 지 엿새 밤이 되었다. 주등이 밝게 빛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매우 기뻤다.
孔明在帳中祈禳已及六夜, 見主燈明亮, 心中甚嘉.
강유가 장막 안으로 들어와 바라보니, 공명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검을 쥐고, 보강답두(步罡踏斗; 도사가 북두칠성의 별자리 모양을 따라 걸으며 신령을 부르거나 보내는 의식 )를 행하며, 장성(將星)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있었다.
姜維入帳, 正見孔明披髮仗劍, 踏罡步斗, 壓鎮將星.
문득 영채 밖에서 고함 소리가 들리기에, 사람을 시켜 알아보려는데 위연이 급히 걸어 들어와 황급히 보고한다. '위나라 군사가 왔습니다.'
忽聽得寨外吶喊, 方欲令人出問, 魏延飛步入告曰: 魏兵至矣.
그런데 위연이 급히 들어오다가 주등을 차서 불을 꺼트리고 말았다.
延腳步急, 竟將主燈撲滅.
공명이 검을 버리고 탄식했다. '죽고 사는 것은 운명에 달렸으니, 기도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孔明棄劍而歎曰: 死生有命, 不可得而禳也.
(...)
제갈량이 죽은 날 밤, '하늘과 땅이 슬픔에 잠긴 듯 달도 빛을 잃었다(是夜天愁地慘 月色無光)'고 '삼국지'는 기록하고 있다.
천명(天命)
공자가 말하였다. '나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삼십에 자립했고, 사십에 미혹이 없어졌고(不惑), 오십에 천명을 알았다(知天命).
공자가 제자 백우가 앓자 공자는 문병 가서, 문밖에서 그의 손을 잡고 탄식했다. '이럴 수가! 운명(命)이로구나! 이런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이런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伯牛有疾, 子問之, 自牖執其手曰: 亡之. 命矣夫. 斯人也而有斯疾也. 斯人也而有斯疾也.
공자가 말하였다. '도가 실현되는 것도 명(命)에 달려있고, 도가 실현되지 못하는 것도 명에 달려있다. 어찌 공백료 따위가 명에 간여하겠느냐!'
공자가 말하였다. '군자는 세 가지를 두려워한다. 천명을 두려워하고(畏天命), 대인(大人; 최고 통치자)을 두려워하고, 성인의 말씀을 두려워한다. 반면에 소인은 천명을 모르니 두려워할 줄 모르고, 대인을 업신여기며, 성인의 말씀을 경시한다.'
孔子曰: 君子有三畏. 畏天命, 畏大人, 畏聖人之言. 小人不知天命而不畏也, 狎大人, 侮聖人之言.
명(命) 개념은 천(天)과 함께 이해해야 한다. 풍우란은 천과 명을 이렇게 구분하였다. 공자에 따르면, 개인의 생활 중에는 자신의 역량의 지배하에 있는 일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역량이 지배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이 후자의 측면에서 볼 때, 마치 개인의 규제 밖의 어떤 역량이 존재해서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역량은 의지가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으며,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고 없을 것도 같다.
의지가 있는 것 같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측면에서 말할 때의 역량이 '하늘(天)'이다. 의지가 없는 것 같고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측면에서 말할 때의 역량이 '명(命)'이다.
전통사상에서 '하늘'과 '명'은 함께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공자의 논의에서 '하늘'과 '명'은 늘 분리되어 언급되었다. 어떤 경우는 서로 바꿀 수 있고 어떤 경우는 서로 바꿀 수 없다.
예컨대 자하는 '듣건대 사생은 명이고(死生有命) 부귀는 재천이다(富貴在天)'고 하였는데, 여기서의 '천'과 '명' 두 글자는 서로 바꿀 수 있다.
즉 '사생은 재천이고(死生在天) 부귀는 명이다(富貴有命)'고 말해도 안 될 것이 없다. 이처럼 서로 바꿀 수 있는 까닭은 여기서의 '천'과 '명'은 모두 개인이 지배할 수 없는 역량을 통칭하기 때문이다.
반면 공자는 '내가 누구를 속이란 말이냐, 하늘을 속이란 말이냐!'고 하였고, '나를 알고 있는 것은 아마도 하늘뿐이리라'고 하였는데, 이 때의 '하늘' 자는 '명' 자로 바꿀 수 없다.
즉 '내가 누구를 속이란 말이냐, 명을 속이란 말이냐' 또는 '나를 알고 있는 것은 아마도 명뿐이리라'라고 말할 수 없다. '하늘'과 '명'을 서로 바꿀 수 없는 까닭은 여기서의 '하늘'은 바로 의지가 있는 것 같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하늘의 측면이 위주이기 때문이다.
명심보감 3. 순명편(順命篇)
子曰: 死生有命, 富貴在天.
공자가 말했다. '죽고 사는 것은 명에 있고 부귀를 이룸은 하늘에 있느니라.'
萬事分已定, 浮生空自忙.
만사는 이미 분수가 정해져 있는데 덧없는 사람들이 바삐 날뛰느니라.
景行錄云: 禍不可倖免, 福不可再求.
경행록에 이르기를, '화는 요행으로 면할 수 없으며 복은 두 번 다시 구하지 못하느니라'고 하였다.
時來風送滕王閣, 運退雷轟薦福碑.
때를 만나면 바람이 일어 등왕각으로 보내지고, 운이 없으면 천복비에 벼락이 떨어지느니라.
列子曰: 痴聾痼瘂, 家豪富, 智慧聰明, 却受貧. 年月日時, 該載定, 算來由命不由人.
열자가 말했다. '어리석고 귀먹고 고질이 있고 벙어리인데도 호화로운 부자요, 지혜있고 총명하지만 도리어 가난하니라. 운(運)은 해와 달, 날과 시가 마땅히 정해져 있으니 부귀와 가난은 사람으로 말미암음에 있지 않고 천명에 있느니라.'
▶️ 死(죽을 사)는 ❶회의문자로 죽을사변(歹=歺; 뼈, 죽음)部는 뼈가 산산이 흩어지는 일을 나타낸다. 즉 사람이 죽어 영혼과 육체의 생명력이 흩어져 목숨이 다하여 앙상한 뼈만 남은 상태로 변하니(匕) 죽음을 뜻한다. 死(사)의 오른쪽을 본디는 人(인)이라 썼는데 나중에 匕(비)라 쓴 것은 化(화)는 변하다로 뼈로 변화하다란 기분을 나타내기 위하여서다. ❷회의문자로 死자는 '죽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死자는 歹(뼈 알)자와 匕(비수 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匕자는 손을 모으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死자를 보면 人(사람 인)자와 歹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시신 앞에서 애도하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다. 해서에서부터 人자가 匕자로 바뀌기는 했지만 死자는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는 모습에서 '죽음'을 표현한 글자이다. 그래서 死(사)는 죽는 일 또는 죽음의 뜻으로 ①죽다 ②생기(生氣)가 없다 ③활동력(活動力)이 없다 ④죽이다 ⑤다하다 ⑥목숨을 걸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망할 망(亡)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살 활(活), 있을 유(有), 날 생(生)이다. 용례로는 죽음을 사망(死亡), 활용하지 않고 쓸모없이 넣어 둠 또는 묵혀 둠을 사장(死藏), 죽음의 원인을 사인(死因), 죽는 것과 사는 것을 사활(死活), 사람이나 그밖의 동물의 죽은 몸뚱이를 사체(死體), 죽음을 무릅쓰고 지킴을 사수(死守), 죽어 멸망함이나 없어짐을 사멸(死滅), 죽어서 이별함을 사별(死別), 죽기를 무릅쓰고 쓰는 힘을 사력(死力), 죽는 한이 있더라도 서로 저버리지 않을 만큼 절친한 벗을 사우(死友), 죽을 힘을 다하여 싸우거나 목숨을 내어 걸고 싸움 또는 그 싸움을 사투(死鬪), 죽음과 부상을 사상(死傷), 수형자의 생명을 끊는 형벌을 사형(死刑), 태어남과 죽음이나 삶과 죽음을 생사(生死), 뜻밖의 재앙에 걸리어 죽음을 횡사(橫死), 참혹하게 죽음을 참사(慘事), 쓰러져 죽음을 폐사(斃死), 굶어 죽음을 아사(餓死), 물에 빠져 죽음을 익사(溺死), 나무나 풀이 시들어 죽음을 고사(枯死), 죽지 아니함을 불사(不死), 병으로 인한 죽음 병사(病死), 죽어도 한이 없다는 말을 사무여한(死無餘恨), 죽을 때에도 눈을 감지 못한다는 말을 사부전목(死不顚目), 죽을 고비에서 살길을 찾는다는 말을 사중구활(死中求活), 죽는 한이 있어도 피할 수가 없다는 말을 사차불피(死且不避), 죽더라도 썩지 않는다는 뜻으로 몸은 죽어 썩어 없어져도 그 명성은 길이 후세에까지 남음을 이르는 말을 사차불후(死且不朽),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이라는 말을 사생지지(死生之地), 다 탄 재가 다시 불이 붙었다는 뜻으로 세력을 잃었던 사람이 다시 세력을 잡음 혹은 곤경에 처해 있던 사람이 훌륭하게 됨을 비유하는 말을 사회부연(死灰復燃), 죽은 뒤에 약방문을 쓴다는 뜻으로 이미 때가 지난 후에 대책을 세우거나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말을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죽고 사는 것을 가리지 않고 끝장을 내려고 덤벼든다는 말을 사생결단(死生決斷), 죽어서나 살아서나 늘 함께 있다는 말을 사생동거(死生同居), 죽어야 그친다로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말을 사이후이(死而後已) 등에 쓰인다.
▶️ 生(날 생)은 ❶상형문자로 풀이나 나무가 싹트는 모양에서 생기다, 태어나다의 뜻으로 만들었다. ❷상형문자로 生자는 '나다'나 '낳다', '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生자의 갑골문을 보면 땅 위로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生자는 본래 '나서 자라다'나 '돋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새싹이 돋아나는 것은 새로운 생명이 탄생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生자는 후에 '태어나다'나 '살다', '나다'와 같은 뜻을 갖게 되었다. 生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본래의 의미인 '나다'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姓(성 성)자는 태어남은(生)은 여자(女)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生(생)은 (1)생명(生命) (2)삶 (3)어른에게 대하여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말. 흔히 편지에 씀 등의 뜻으로 ①나다 ②낳다 ③살다 ④기르다 ⑤서투르다 ⑥싱싱하다 ⑦만들다 ⑧백성(百姓) ⑨선비(학식은 있으나 벼슬하지 않은 사람을 이르던 말) ⑩자기의 겸칭 ⑪사람 ⑫날(익지 않음) ⑬삶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날 출(出), 있을 존(存), 살 활(活), 낳을 산(産)이 있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죽을 사(死), 죽일 살(殺)이 있다. 용례로 살아 움직임을 생동(生動), 목숨을 생명(生命), 살아 있는 동안을 생전(生前), 생명을 유지하고 있음을 생존(生存),말리거나 얼리지 않은 잡은 그대로의 명태를 생태(生太), 자기가 난 집을 생가(生家),생물의 환경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생활 상태를 생태(生態), 세상에 태어난 날을 생일(生日), 사로 잡음을 생포(生捕), 태어남과 죽음을 생사(生死), 먹고 살아가기 위한 직업을 생업(生業), 활발하고 생생한 기운을 생기(生氣), 자기를 낳은 어머니를 생모(生母), 끓이거나 소독하지 않은 맑은 물을 생수(生水), 어떤 사건이나 사물 현상이 어느 곳 또는 세상에 생겨나거나 나타나는 것을 발생(發生), 배우는 사람으로 주로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사람을 학생(學生),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선생(先生), 사람이 태어남을 탄생(誕生), 이 세상에서의 인간 생활을 인생(人生), 일단 못 쓰게 된 것을 손질하여 다시 쓰게 됨 또는 죄를 뉘우치고 마음이 새로워짐을 갱생(更生), 다시 살아나는 것을 회생(回生), 아우나 손아래 누이를 동생(同生), 사람이 삶을 사는 내내의 동안을 평생(平生), 어렵고 괴로운 가난한 생활을 고생(苦生), 살림을 안정시키거나 넉넉하도록 하는 일을 후생(厚生), 사람을 산채로 땅에 묻음을 생매장(生埋葬), 생명이 있는 물체를 생명체(生命體), 이유도 없이 공연히 부리는 고집을 생고집(生固執),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게 마련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세상만사가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생자필멸(生者必滅), 불교에서 인간이 반드시 겪어야만 한다는 네 가지 고통 즉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의 고통을 이르는 말을 생로병사(生老病死), 산 사람의 목구멍에 거미줄 치지 않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곤궁하여도 그럭저럭 먹고살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생구불망(生口不網), 학문을 닦지 않아도 태어나면서부터 안다는 뜻으로 생지生知하는 성인을 이르는 말을 생이지지(生而知之), 죽은 자를 살려 백골에 살을 붙인다는 뜻으로 큰 은혜를 베풂을 이르는 말을 생사골육(生死骨肉), 사람이 태어난 뒤 사흘 동안과 죽은 뒤 이레 동안을 부정하다고 꺼리는 기간을 이르는 말을 생삼사칠(生三死七), 몹시 곤란한 지경에 빠져 삶이 차라리 죽음만 같지 못하다는 말을 생불여사(生不如死), 기운이 꺾이지 않고 본디의 기운이 아직도 남아 생생한 모양을 일컫는 말을 생동생동(生動生動), 삶은 잠깐 머무르는 것이고 죽음은 돌아간다는 뜻으로 사람이 이 세상에 사는 것은 잠깐 동안 머물러 있음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죽는 것은 본래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는 말을 생기사귀(生寄死歸), 산 채로 삼키고 산 채로 껍질을 벗긴다는 뜻으로 남의 시문을 송두리째 인용함을 이르는 말을 생탄활박(生呑活剝), 나면서부터 알아 쉽게 행한다는 뜻으로 배우지 않아도 사물의 도리를 알아 쉽게 그것을 실행한다는 말을 생지안행(生知安行), 일속을 잘 알지 못하고 관계가 없는 사람을 그릇 책망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생면대책(生面大責), 태어나서 만나 본 적이 없는 전혀 모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생면부지(生面不知), 살리거나 죽이고 주거나 뺏는다는 뜻으로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생살여탈(生殺與奪), 거듭나서 유전한다는 뜻으로 만물이 끊이지 않고 변해 감을 이르는 말을 생생유전(生生流轉) 등에 쓰인다.
▶️ 有(있을 유)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달월(月; 초승달)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𠂇(우; 又의 변형)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有자는 '있다, '존재하다', '가지고 있다', '소유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有자는 又(또 우)자와 月(육달 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여기에 쓰인 月자는 肉(고기 육)자가 변형된 것이다. 有자의 금문을 보면 마치 손으로 고기를 쥐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내가 고기(肉)를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有자는 값비싼 고기를 손에 쥔 모습으로 그려져 '소유하다', '존재하다'라는 뜻을 표현한 글자이다. 그래서 有(유)는 (1)있는 것. 존재하는 것 (2)자기의 것으로 하는 것. 소유 (3)또의 뜻 (4)미(迷)로서의 존재. 십이 인연(十二因緣)의 하나 (5)존재(存在) (6)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있다 ②존재하다 ③가지다, 소지하다 ④독차지하다 ⑤많다, 넉넉하다 ⑥친하게 지내다 ⑦알다 ⑧소유(所有) ⑨자재(資財), 소유물(所有物) ⑩경역(境域: 경계 안의 지역) ⑪어조사 ⑫혹, 또 ⑬어떤 ⑭12인연(因緣)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재(在), 있을 존(存)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망할 망(亡), 폐할 폐(廢), 꺼질 멸(滅), 패할 패(敗), 죽을 사(死), 죽일 살(殺), 없을 무(無), 빌 공(空), 빌 허(虛)이다. 용례로는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음을 유명(有名), 효력이나 효과가 있음을 유효(有效), 이익이 있음이나 이로움을 유리(有利), 소용이 됨이나 이용할 데가 있음을 유용(有用), 해가 있음을 유해(有害), 이롭거나 이익이 있음을 유익(有益), 세력이 있음을 유력(有力), 죄가 있음을 유죄(有罪), 재능이 있음을 유능(有能), 느끼는 바가 있음을 유감(有感), 관계가 있음을 유관(有關), 있음과 없음을 유무(有無), 여럿 중에 특히 두드러짐을 유표(有表), 간직하고 있음을 보유(保有), 가지고 있음을 소유(所有), 본디부터 있음을 고유(固有), 공동으로 소유함을 공유(共有), 준비가 있으면 근심이 없다는 뜻으로 미리 준비가 되어 있으면 우환을 당하지 아니함 또는 뒷걱정이 없다는 뜻의 말을 유비무환(有備無患), 입은 있으나 말이 없다는 뜻으로 변명할 말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유구무언(有口無言), 있는지 없는지 흐리멍덩한 모양이나 흐지부지한 모양을 일컫는 말을 유야무야(有耶無耶), 형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라는 뜻으로 천지간에 있는 모든 물체를 일컫는 말을 유상무상(有象無象), 이름만 있고 실상은 없음을 일컫는 말을 유명무실(有名無實), 머리는 있어도 꼬리가 없다는 뜻으로 일이 흐지부지 끝나 버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유두무미(有頭無尾), 다리가 있는 서재라는 뜻으로 박식한 사람을 이르는 말을 유각서주(有脚書廚), 만물은 조물주가 만드는 것이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님을 일컫는 말을 유생불생(有生不生), 다리가 있는 양춘이라는 뜻으로 널리 은혜를 베푸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유각양춘(有脚陽春), 뜻이 있어 마침내 이루다라는 뜻으로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을 유지경성(有志竟成), 벗이 있어 먼 데서 찾아온다는 뜻으로 뜻을 같이하는 친구가 먼 데서 찾아오는 기쁨을 이르는 말을 유붕원래(有朋遠來), 시작할 때부터 끝을 맺을 때까지 변함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유시유종(有始有終), 무슨 일이든 운수가 있어야 됨을 이르는 말을 유수존언(有數存焉), 있어도 없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있으나 마나 함을 이르는 말을 유불여무(有不如無), 말하면 실지로 행한다는 뜻으로 말한 것은 반드시 실행함 또는 각별히 말을 내 세우고 일을 행함을 이르는 말을 유언실행(有言實行), 끝을 잘 맺는 아름다움이라는 뜻으로 시작한 일을 끝까지 잘하여 결과가 좋음을 이르는 말을 유종지미(有終之美), 입은 있으되 말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정이 거북하거나 따분하여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유구불언(有口不言), 행동이나 사물에 처음과 끝이 분명함 또는 앞뒤의 조리가 맞음을 일컫는 말을 유두유미(有頭有尾),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서로 융통함을 이르는 말을 유무상통(有無相通), 장차 큰 일을 할 수 있는 재능 또는 그 사람을 일컫는 말을 유위지재(有爲之才), 끝까지 일을 잘 처리하여 일의 결과가 훌륭함을 이르는 말을 유종완미(有終完美),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은 그대로 있지 않고 인연에 의하여 변해 가는 것이라는 말로 세상사의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유위전변(有爲轉變), 가기에 잎을 더한다는 뜻으로 이야기에 꼬리와 지느러미를 달아서 일부러 과장함을 이르는 말을 유지첨엽(有枝添葉), 가르침에는 차별이 없다는 뜻으로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배움의 문이 개방되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유교무류(有敎無類) 등에 쓰인다.
▶️ 命(목숨 명)은 ❶회의문자로 입 구(口; 입, 먹다, 말하다)部와 令(령)의 합자(合字)이다. 입(口)으로 뜻을 전한다는 뜻으로, 곧 임금이 명령을 내려 백성을 부린다는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命자는 '목숨'이나 '명령'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命자는 亼(삼합 집)자와 口(입 구)자, 卩(병부 절)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亼자는 지붕을 그린 것으로 여기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사람을 그린 卩자가 더해진 命자는 대궐에 앉아 명령을 내리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다. 상관이 내리는 명령은 반드시 목숨을 걸고 완수해야 한다. 그래서 命자는 '명령'이라는 뜻 외에도 '목숨'이나 '생명'이라는 뜻이 파생되어 있다. 그래서 命(명)은 (1)목숨 (2)운명(運命) 등의 뜻으로 ①목숨, 생명(生命), 수명(壽命) ②운수(運數), 운(運) ③표적(標的), 목표물(目標物) ④명령(命令), 분부(分付)⑤성질(性質), 천성(天性) ⑥말, 언약(言約) ⑦규정(規定), 규칙(規則) ⑧가르침 ⑨작위(爵位), 작위의 사령서나 그 신표(信標: 증거가 되게 하기 위하여 서로 주고받는 물건) ⑩하늘의 뜻, 천명(天命) ⑪도(道), 자연의 이법(理法) ⑫호적(戶籍) ⑬명령하다 ⑭가르치다, 알리다 ⑮이름짓다, 이름을 붙이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윗사람이 아랫 사람에게 무엇을 하도록 시킴을 명령(命令), 시문의 제목을 정하여 주는 것을 명제(命題), 사람이나 물건에 이름을 지어 붙임을 명명(命名), 살아 있는 목숨을 이어 가는 근본을 명백(命脈), 겨냥한 곳에 바로 맞음을 명중(命中), 생명의 근본을 명근(命根), 목숨의 한도를 명한(命限), 앞으로의 존망이나 생사에 관한 처지를 운명(運命), 관직에 명함 또는 직무를 맡김을 임명(任命), 타고난 수명이나 하늘의 명령을 천명(天命), 날 때부터 타고난 운명을 숙명(宿命), 제 명대로 살지 못하는 목숨을 비명(非命), 맡겨진 임무나 맡은 일을 사명(使命), 생물이 살아 있는 연한을 수명(壽命), 사람의 목숨을 인명(人命),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뜻으로 숨이 곧 끊어질 지경에 이름이나 거의 죽게 됨을 이르는 말을 명재경각(命在頃刻), 한 시대를 바로잡아 구할 만한 뛰어난 인재를 일컫는 말을 명세지웅(命世之雄), 연거푸 생기는 행복을 일컫는 말을 명야복야(命也福也), 병이나 상처가 중하여 목숨에 관계됨을 일컫는 말을 명맥소관(命脈所關), 팔자가 사나움을 일컫는 말을 명도기박(命途奇薄), 목숨을 의에 연연하여 가볍게 여기다는 뜻으로 의로움을 위해서는 생명도 아끼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명연의경(命緣義輕)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