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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남자 복식 평정할 기세,
글 문영광 기자 사진 김홍경 기자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2012 코리아오픈이 열린 직후인 올해 1월 중순. 당시 세계랭킹 2위 정재성·이용대 조의 코리아오픈 전후를 주된 내용으로 한 모 방송국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전파를 탔다. 정재성·이용대 조의 어린 후배이자 결승 상대로 짧게 방송에 비쳐진 김기정·김사랑 조는 그저 실력 있는 유망주로만 여겨질 뿐이었다. 적어도 그 방송에서는 말이다. 모든 포커스는 정재성과 이용대에게 맞춰져 있었고 김기정과 김사랑의 영광은 먼 훗날 이야기인 듯했다. 그러나 이들은 보란 듯이 커나갔다. 김기정과 김사랑의 성장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어나갔다. 올림픽 이후 약 반 년 간 한국 남자 복식을 책임지며 국제무대에서 승승장구를 펼쳤다. 올해 초까지 40위 밖이었던 이들의 세계랭킹은 12월 현재 4위. 마치 오랜 봉인이 해제된 것처럼 치고 올라가고 있다. 어디까지 올라갈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김기정은 당진초등학교 5학년 때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배드민턴 치는 것을 무척 좋아했던 그는 체육 선생님의 ‘배드민턴 해 볼 생각 없냐’는 물음에 주저하지 않고 응했다. 하지만 좋아서 시작한 배드민턴이지만 원하는 만큼 실력이 금방 늘지는 않았다. 자신이 소질 있다는 것을 언제 처음 느꼈냐는 질문에 그는 “소질은 정말 못 느꼈다. 어렸을 때는 굉장히 못했다.(웃음) 중학교 1학년인가 2학년 때부터 갑자기 확 늘어서 열심히 하다 보니 국가대표가 되었다”며 겸손을 떨었다. 광명의 배드민턴 명문 하안중학교에 진학한 후 김기정은 그의 말대로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매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줄곧 주니어 대표팀에도 소집되어 들어갔다. 광명북고로 진학한 후에는 이미 동급 최강이었다. 많은 지도자들의 눈에 띄며 한국 남자 복식을 이을 선수로 평가받았다. 원광대 진학한 첫 해 대학 무대를 평정한 김기정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들며 큰 무대 경험을 쌓을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돌아왔다. 아쉬웠지만 그런 큰 무대에 대표팀의 일원으로 참가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여겼다. 그리고는 언젠가 다시 올 기회를 위해 자신을 더욱 단련했다.
2011년 초, 김기정은 장차 ‘영혼의 콤비’가 될 김사랑과 파트너를 이루게 된다. 파트너가 된 지 2주 만에 이들은 코리아오픈 16강에서 베이징올림픽과 광저우아시안게임을 모두 휩쓴 마르키스키도·헨드라세티아완 조(인도네시아, 당시 세계랭킹 2위)를 잡는 대이변을 연출하며 신데렐라가 된다. 이후 이들은 빠르고 정교한 플레이 스타일을 앞세워 점차적으로 호흡을 다져나갔다. 김기정은 파트너 김사랑에 대해 “오래 한만큼 호흡은 최고다. 서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플레이 할 때 편하다. 경기 외적으로도 잘 맞는다. 사랑이 형이 일부러 나에게 맞춰주려고 하는 것 같다. 사랑이 형은 평상시에는 정말 착하다가도 운동할 때는 다혈질적인 면도 보여준다. 운동선수라면 이런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심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어렸을 때는 욱하는 면이 심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고쳤다”고 말했다.
이어 엄청난 복식 선수들이 즐비한 삼성전기에서의 각오를 묻자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인 곳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직장인들이나 누구나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회가 줄어든다거나 그런 것 때문에 최고의 팀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삼성전기는 한국에서 최고의 팀이기 때문에 그곳에 들어가면 뿌듯할 것이라는 생각만 해봤을 뿐이다. 선배들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팀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대표팀 파트너인 김사랑의 영향력도 어느 정도 있다는 속내도 밝혔다. 김기정은 “김사랑 선수가 있는 팀이라는 점도 조금은 고려했다. 대표팀에서 계속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소속팀에서는 다른 선수와 호흡을 맞추게 되면 리듬이 깨질 수도 있다. 삼성전기에서는 계속 김사랑 선수와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김기정은 아직도 스피드, 파워, 잦은 실수 등 모든 부분에서 고루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부족한 것들을 채워나가다 보면 확실히 지금보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 오르는 것과 똑같지 않은가?”라며 계속해서 정진할 뜻을 내비쳤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세계랭킹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김기정은 “코리아오픈은 한국에서 열리고 한 해 첫 대회기 때문에 어떤 선수든 스타트를 잘 끊고 싶어 할 것이다. 우리도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다. 준비한대로 열심히 해서 세계 톱 랭커의 실력을 보여줄 것이다. 나를 스타로 만들어준 코리아오픈에서 다시 한 번 일을 내고 싶다”며 마지막 각오를 밝혔다. 이제 곧 열릴 김기정의 시대, 월간배드민턴이 응원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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