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v.daum.net/v/20230215134803815
먼저 류보리 작가는 제목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트롤리 딜레마’ 이론을 착안한 이유에 이어, 극 중 성범죄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을 소재로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류보리 작가는 “범죄 피의자가 사망하여 ‘공소권 없음’으로 경찰 수사가 종결되는 것을 보며 법체계의 ‘공소권 없음’에 대해 이성적으로는 납득했지만 감정적으로는 수긍하기가 어려웠다”라며 “아무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2차 가해를 포함해 또다시 상처를 입는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죄를 짓고 극단적 선택으로 도피하는 것이 얼마나 비열한 것인지에 대해 쓰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김혜주가 과거의 피해 사실을 폭로하고 맞대응하는 것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서는 “비난받아야 할 것은 침묵한 피해자들이 아니라, 그들이 2차 가해 등의 두려움으로 인해 침묵을 선택하게 만든 사회”라며 “드라마가 현실과 똑같을 필요도 없고 드라마로나마 소위 ‘사이다’식 대응을 원한 분들도 있겠지만, 여러 상황 때문에 폭로를 주저하고 용기 내지 못하는 피해자들에게 ‘그래도 당신의 잘못은 하나도 없고, 이건 모두 사회와 가해자의 잘못’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 다음은 류보리 작가 일문일답
1. 드라마 제목과도 연관되어 있는 ‘트롤리 딜레마’를 함께 녹이게 된 이유는?
평소 경제범죄를 저지른 기업인들이 경제논리를 내세워 형을 경감받는 것을 보며,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죄를 지어도 괜찮다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있었다. 이 질문은 누군가에겐 명확히 ‘그렇다’와 ‘아니다’로 정해진 것일테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답을 정하기 어려운 난제일 수 있다.
그렇다면 성범죄 피해자인 김혜주가 세상과 자신이 염원하는 ‘남궁솔법’과 법안 발의자이자 남편인 남중도의 성범죄 폭로라는 두 개의 철길 사이에 선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생각에서 ‘트롤리 딜레마’를 녹이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명확하게 답이 정해진 문제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정말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2. 극 중 성범죄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 처분이 거듭 등장한다. 이를 소재로 선택한 이유는?
사기·살인 사건 등에서 범죄 피의자가 사망하여 ‘공소권 없음’으로 경찰 수사가 종결되는 것을 보며 남겨진 피해자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다 성범죄의 경우 경찰 수사를 통한 진실 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의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수사가 종결되면, 피해자들에게 의혹을 제기하며 ‘(살인이나 상해도 아닌) 그깟 일로’ 혹은 ‘무고로’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식의 2차 가해가 쏟아지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법체계의 ‘공소권 없음’에 대해 이성적으로는 납득했지만 감정적으로는 수긍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범죄자의 극단적 선택 소식에 환호하는 제3자들과는 달리 사실을 폭로한 피해 당사자들의 마음도 그러기만은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가해자의 사망이 피해자에게 후련함을 안길 수도 있지만, 그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을 피해자가 받는 충격과 괴로움도 당연히 있지 않을까.
이러한 것들이 모여서 아무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2차 가해를 포함해 또다시 상처를 입는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죄를 짓고 극단적 선택으로 도피하는 것이 얼마나 비열한 것인지에 대해 쓰고 싶었다.
3. 여러 차례의 성범죄 사건들 가운데 가해자 가족의 각기 다른 모습도 그려졌다. 이에 대해서 의도한 바가 있다면?
극 중에도 언급되었듯이 국내 성범죄 사건의 수는 연간 3만여 건으로, 서울 잠실 야구장의 만원 관중 기준인 2만 5천여 명보다 많다. 이때 이 성범죄자들 대부분도 누군가의 가족일 것이다. 이에 내 가족의 성범죄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제3자의 입장에서는 경찰 신고가 당연하게 여겨지겠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성범죄 가해자의 배우자들은 그 사실을 부정하며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한다.)
‘트롤리’에 등장하는 성범죄자의 가족들은 각자 다른 선택을 한다. 이유신(길해연 분)은 진실을 알면서도 은폐하여 김혜주를 가해자로 만들었고, 의대생(=지승규)의 부모는 아들의 성매수 이력을 숨기면서 남중도의 공개 저격을 비난한다. 진승희(류현경 분)는 “넌 네 가족을 못 믿어?”라는 한 마디에 친구 김재은(=김혜주)보다 진승호(이민재 분)를 믿기로 선택한다.
남중도가 남지훈(정택현 분)의 성범죄(거짓)를 폭로했을 때, 김혜주는 피해자라는 자신의 과거와 가해자의 엄마라는 새로운 입장 사이에 처한다. 그리고 남중도와 김수빈(정수빈 분) 중 누굴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다가 결국 남편을 믿기로 한다. 이후에 남중도의 성범죄를 알게 된 김혜주는 ‘남궁솔법’을 위해서 침묵하려 했지만, 피해자인 현여진(서정연 분)은 물론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성범죄가 알려지는 것을 눈물로 말리는 딸 남윤서(최명빈 분)를 위해서라도 폭로하기로 마음을 돌린다.
이처럼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의심한다는 것도, 가족의 추악한 범죄를 폭로한다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런 불편한 상황을 맞닥뜨린 다양한 인물들의 선택을 통해 ‘만약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4. 김혜주가 과거의 피해 사실을 폭로하고 맞대응하는 것을 주저하는 모습에 대해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혜주가 답답해 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평소 성범죄 피해 사실을 뒤늦게 용기 내 폭로하는 피해자들을 향한 의혹 제기와 ‘그때 폭로했었어야지’, ‘당신이 피해자인데 왜 침묵했냐’라는 일부 비난에 마음이 쓰였다. 비난받아야 할 것은 침묵한 피해자들이 아니라, 그들이 2차 가해 등의 두려움으로 인해 침묵을 선택하게 만든 사회가 아닐까.
그래서 기획 단계부터 감독님과 함께 ‘피해자들에게 즉각적인 폭로를 강요하고 투사가 되라고 강요하는 것도 또 다른 폭력이고 가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나눴다. 그런 의미에서 15회에서 폭로를 주저하는 현여진에게 김수빈이 “그럼 제가 신고할 것”이라고 하자, 김혜주가 현여진의 뜻을 존중하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기기도 했다.
그 후 현여진은 폭로를 선택하긴 하지만, 여전히 2차 가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직접 기자회견장에 가지는 못한다. 그가 기자회견을 대신 서게 한 것을 사과하자 김혜주가 전혀 미안할 일도 아니고, 충분히 용기를 낸 것이라고 다독이는 장면은 그처럼 폭로를 두려워하는 피해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드라마가 현실과 똑같을 필요도 없고 드라마로나마 소위 ‘사이다’식 대응을 원한 분들도 있겠지만, 여러 상황 때문에 폭로를 주저하고 용기 내지 못하는 피해자들에게 ‘그래도 당신의 잘못은 하나도 없고, 모두 사회와 가해자의 잘못’이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을 집필 내내 지니고 있었다.
5. 극 중 남중도가 성범죄를 저지른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데 의도한 것인지?
캐스팅 단계부터 배우들에게 남중도의 과거 성범죄 장면은 영상으로 절대 재현되지 않을 것이며,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이유도 전혀 언급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15회에서 남중도가 변명을 하려고 하지만, 김혜주는 “듣고 싶지도 않고 들을 이유도 없다”라고 단칼에 자른다. 러닝타임 관계상 편집되었지만 남중도가 경찰에 출두할 때 기자들이 범죄 이유나 횟수, 장소 등과 같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질문을 쏟아내지만 (죄를 반성하고 있는) 남중도가 아무 대답을 하지 않는 장면도 있었다.
남중도가 성범죄를 저지른 이유가 전혀 등장하지 않아 ‘개연성이 없다’라는 지적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성범죄 가해자의 목소리는 드라마에 전혀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생략했다.
첫댓글 박희순 좋아ㅜㅜ 깨어있고 여성인권문제에도 관심많은것같아 작가님 다음작품도 파이팅입니다! 응원할게요
드라마 너무 좋았어. 작가님 고생하셨어요.
오 안그래도 남중도가 성폭행을 왜? 의문이었는데 성범죄자의 범죄에 이유가 어디있으면 절대 그러지않을 사람도 없는거지. 의문이 풀리면서 나한테 좋았던 드라마로 남길 수 있겠다
나 진짜 성폭행 밝혀졌을때 남중도 캐붕이라고 드라마 본 시간 아깝다고 댓글.달릴때 짜증났음. 성역있는 남자가 어딧음? 쟤가 더 쌍놈인데. 현실에선 더한놈들도 많은데 고아원가톨릭 등등 그런데서는.성범죄 안일어나는줄 아나. 걍 쟤는 존나 지가 실수해서 지 커리어 망칠까 지가 젤 안타까운 놈임. 남중도 반성하는건 피셜인가보네 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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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2월 15일(수) 16시 - 인기글 61위 🎉
이런 내용이었구나... 주제의식이 참 좋다...
드라마가 16부 내내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누군가는 이런 드라마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배우들 연기도 너무 좋았음
인터뷰 전체적으로 너무 좋은데 마지막 문단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