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중앙일보/시(詩)와 사색』2024.07.27. -
우리는 삶의 많은 순간에서 후회를 예감하며 어떤 일을 벌입니다. 밥 한 공기를 다 비우고도 한 주걱을 더 담는 일. 밤 아홉 시에 커피를 마시는 일. 참고 삭혀두었어야 할 말을 결국 상대에게 건네고 마는 일.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일. 후회가 뼈아픈 것은 나의 예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시 새롭게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어쩌면 똑같은 선택을 하겠지요. 후회를 감내하고 시작하는 일, 그래서 결국 끝은 보고야 마는 일. 앞서가고 또 뒤따라오는 후회들과 발맞추어 걸으며. 깨우치며 또 뉘우치며. 뉘우치며 또 깨우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