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 5월 8일 수입차 판매의 중심지, 도산사거리에 ‘현대모터스튜디오’라는 이름의 브랜드 체험관을 오픈했다. 브랜드 체험관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현대모터스튜디오는 온전히 현대자동차라는 브랜드를 체험하고 알 수 있는 곳이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 순위 5위를 기록 중인 현대자동차가 이제서야 브랜드 체험관을 열었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점이다. 이제껏 자동차와 관련된 문화공간 하나가 없었다는 점도 과연 우리나라가 자동차 대국인지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자동차 브랜드는 자사의 역사와 전통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있다. 아울러 소비자와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수십 년 전부터 운영 중이기 때문에 이런 아쉬움은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서라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의 체험관이 열렸다는 점은 반가운 부분이다. 물론 이제 첫 발을 뗀 만큼 현대모터스튜디오에 대한 아쉬움이 적지는 않다.
▲현대모터스튜디오 입구
현대모터스튜디오의 첫 인상은 낯설다는 느낌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자동차는 보이지 않고 온통 쇠와 독특한 미술작품이 보이기 때문에 기존 자동차 매장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전반적인 인테리어는 자동차가 철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금속 소재로 마무리하고 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세련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삭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현대모터스튜디오 1층
물론 이러한 인테리어 구성은 최근 자동차의 흐름인 감성과도 거리가 있다. 조금 더 따뜻하면서도 현대만의 무엇인가를 보여줄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해 보인다. 코 끝을 강하게 찌르는 쇠가 타는 냄새 또한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이러한 냄새가 의도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으나 개선을 해야 할 것 같다.
▲어지럽게 장식되어 있는 쇠 구조물
2층으로 올라가면 자동차와 관련된 여러 서적과 모형 등을 볼 수 있다. 국회도서관에서도 보기 힘든 자동차 전문서적과 해외잡지가 구비되어 있다. 심지어 현대자동차 정비 관련된 서적도 살펴볼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책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지만 정리가 썩 잘 된 느낌은 아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준비되어 있지만 독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 방문객을 위한 독서공간이라기 보다는 단순한 전시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현대모터스튜디오 2층 도서관
3층부터는 본격적인 자동차 전시공간이다. 3층은 에쿠스, 제네시스, 그랜저가 전시된 프리미엄 존으로 구성됐고, 4층은 패밀리 존, 5층은 현재자동차의 튜닝 브랜드를 볼 수 있는 튜익스 존이다.
3층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유리벽에 세로로 걸려 있는 제네시스다. 제네시스의 하부 완성도를 보여주기 위해 이런 전시방식을 취했다 하는데 효과가 커 보이지는 않는다. 전시된 차량은 제네시스 개발 과정에서 각종 테스트를 마친 프로토타입이다. 현재는 제네시스가 걸려 있지만, 향후 신모델이 나오면 전시 차량을 교체할 것이라 한다. 아마도 부산모터쇼를 통해 공개될 AG가 현대모터스튜디오의 벽을 가득 채우지 않을까 싶다.
▲현대모터스튜디오 3층 프리미엄 존
프리미엄 존에 어울리게 에쿠스 헤르메스 버전도 전시되어 있다. 송아지 몇 마리 분의 가죽이 실내에 사용됐다는 직원의 설명을 듣고 직접 실내 가죽을 만져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문이 닫혀 있었다. 심지어 창문도 살짝 열려 있어서 실내를 제대로 구경하기도 힘들었다.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감성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에게 제대로 된 관람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 의아했다.
그나마 벽 한쪽을 가득 채운 제네시스의 내장제를 구경하는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했다. 제네시스 대시보드에 적용되는 원목의 가공 과정을 간단히 살펴볼 수 있고, 가죽과 외강 컬러도 살펴볼 수 있다. 만약 제네시스를 구입할 생각이라면 현장에서 원하는 컬러와 내장제를 선택해 자동차를 주문할 수도 있다.
▲현대모터스튜디오 3층 프리미엄 존에 전시된 제네시스 내장제
4층은 쏘나타와 싼타페, 아반떼가 전시되어 있다. 패밀리 존이라는 컨셉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3층과 인테리어 구성이 거의 비슷해 특별한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단순히 전시된 차종으로만 컨셉을 표현하려 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현대모터스튜디오 4층 패밀리 존
한쪽에는 어린이를 위한 장난감과 놀이시설이 준비되어 원할 경우 아이를 맡겨 놓고 자동차를 구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전시된 차종이 일반 현대자동차 판매점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고, 특별한 체험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3층과 비교해 재미가 덜하다.
▲현대모터스튜디오 4층 패밀리 존
5층은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가장 볼만한 공간이다. 현대자동차의 튜닝브랜드 튜익스(TUIX)와 WRC에 참가 중인 i20 WRC카의 레플리카 버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튜익스가 장착된 현대자동차 모델을 살펴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튜익스에 생각보다 다양한 튜닝 파츠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전시된 튜닝 파츠 대부분이 서스펜션이나 브레이크, 배기시스템 등 직접 시승하지 않으면 특징을 알기 힘든 부분이었다. 따라서 추후에는 튜닝 전후의 특징을 비교할 수 있는 시승 프로그램이 준비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대모터스튜디오 5층 튜익스 존
5층 오른쪽 끝에 자리잡은 i20 WRC 레플리카는 현대모터스튜디오 전시 차량 중 최고의 볼거리 중 하나다. 비록 WRC에 실제로 투입된 레이스카는 아니지만 안팎으로 실제 레이스카와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어 WRC에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듯하다. 차체 강성 확보를 위한 각종 롤케이지로 마무리된 실내에 앉아볼 수도 있어, 3층 에쿠스 에르메스에 앉아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현대모터스튜디오 5층 튜익스 존에 전시된 i20 WRC 레플리카
현대자동차가 최초로 시도한 브랜드 체험관은 분명 지금까지 국내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일반 매장과는 달리 눈치를 주거나 가격과 옵션에 대해 어지럽게 설명하는 딜러 대신 그루라는 설명원이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물론 그동안 볼 기회가 적었던 튜닝 파츠나 내장제를 자세히 볼 수 있는 점에서도 현대모터스튜디오는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해외 유명 자동차 브랜드의 박물관이나 체험관과 비교했을 때 현대모터스튜디오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자동차 외에는 레이싱이나 축제, 문화행사 등 특별한 자랑거리가 없는 현대자동차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것 같기도 하다. 다음에 문을 열 제2, 제3의 현대모터스튜디오는 현대자동차만의 개성이 느껴지는 브랜드 체험관이 되기를 바란다.
▲현대모터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