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랫퍼드 어펀 에이번(Stratford-upon-Avon)을 떠나 이틀째 숙소가 마련된 체스터로 향했다. '체스터(Chester)'의 어원은 기원전 1세기, Caesar가 장군시절 브리튼 섬을 원정한 후 건설한 군용도로 중간 중간에 터를 잡았던 군사기지를 가리키는 단어에서 유래한다. 이천년이 지난 지금도 맨체스터, 윈체스터, 로체스터 등의 지명으로 로마군 기지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우연이겠지만 브리튼섬의 모양새는 한반도와 아주 유사하다. 난 영국 도시들을 비슷한 위치의 우리 도시들을 연상하면서 위치를 파악한다. 예를들면 런던은 울산의 태화강 안쪽, 맨체스터는 서울, 리버풀은 인천, 옥스포드는 청도, 에든버러는 원산, 글라스고우는 평양...이런식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위치를 기억하는데 유용한 방법이다. 체스터는 당진 정도에 위치하는 도시다. 지금은 인구가 많이 줄어서 작은 도시가 되었지만 이곳엔 영국에서도 굉장히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성당이 있다. 외곽 지역 호텔에서 숙박을 하고 둘러본 <체스터성당>은 알려진대로 상당히 큰 규모였다. 이 성당은 나름의 몇가지 특징을 볼 수 있었다. 유럽 성당 중에는 위로 높이 치솟는 형태로, 하늘 나라에 가까이 접근함으로써 신성을 드러내려 한 것들이 있다. 퀼른이나 스트라스부르에가면 그 대표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성당이 높을수록 봉헌하는 미사가 주님께 쉬 닿을 수 있다는 생각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내부를 아름답게 장식하여 신에게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성의를 나타내려 한 성당들도 있다. 그런데 체스터의 성당은 좀 다른 느낌을 주었다. 안은 들여다 볼 수 없어서 알 수 없었지만 겉모습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성당의 규모를 속된 말로 하면 높이보다 평수에 더 치중한 모양새다. 여러 건물이 연이어 진 것으로 규모를 키워놓고 있었다. 지나친 상상일 수도 있지만 국교인 성공회의 위세에 눌린 가톨릭의 위상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이 성당은 성공회 성당이었다. 이곳에서도 '성당'과 '교회'가 신ㆍ구교를 가리지 않고 사용되는 것으로 일으킨 혼란이다.
또 하나 눈에띄는 것은 건축재료였다. 하얀색과 붉은 사암을 큰 벽돌로 다듬어 쌓아올려서 애초에 돌을 세밀하게 다듬어 화려함을 구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건물이 오랫동안 청소가 되지 않은 듯, 시커먼 먼지로 오염되어서 전체적으로 검으죽죽한 색을 띄고 있었다. 이 모습을 고색(古色)이 창연(蒼然)하다고 표현하기는 어려웠다. 안내인의 설명으로는 산업혁명 이후 이곳에서 멀지 않은 맨체스터 공장지대에서 날아온 그을음이 돌틈에 들러 붙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을음이 성당 돌틈에서에 영생을 기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을 성소에서 분리시키는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과거의 흔적이라면 '땟국물마져 보존하려는 영국인의 보수성' 때문이라고 주장한 안내인의 설명을 믿어야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내 눈에는 지역경제의 쇠락과 운명을 함께한 주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드러낸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0627
첫댓글 재밌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