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년 전 대서양 해저 4000m 아래로 침몰한 타이타닉호를 관광하러 잠수했다 실종된 잠수정 '타이탄'의 탑승자 5명 전원이 사망했다고 미 해안경비대가 22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잠수정은 수중 내파(內破·강력한 외부 수압에 의해 잠수정이 안쪽으로 급속히 붕괴하며 파괴되는 현상)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높은 압력 등 심해 환경 탓에 시신 수습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잠수정 타이탄이 잠수를 시작하는 모습. 지난 18일 타이타닉호를 찾아 잠수에 들어간 타이탄은 1시간 45분만에 지상과 통신이 두절됐다.
앞서 지난 18일 오전 타이탄은 심해로 잠수를 시작한 지 1시간 45분 만에 지상과 통신이 끊겼다. 나흘 뒤인 이날 미 해안경비대는 타이타닉호 뱃머리 인근 해저에서 테일콘(기체 꼬리 부분의 원뿔형 구조물) 등 타이탄 잔해물 5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타이탄 탑승자 5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8일 타이탄이 연락 두절된 직후 미 해군은 대서양에 설치한 군용 수중 음향 센서 시스템을 통해 폭발음으로 의심되는 소리를 감지했다. 미 해군은 그러나 잠수정이 파괴됐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어 이를 공개하지 않고, 지난 수일간 수색·구조 작업을 계속했다고 한다.
미 해군의 한 고위 관리는 WSJ에 "적의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해 개발된 미 해군의 비밀 음향 탐지 시스템이 타이탄이 잠수를 시작한 지 수 시간 뒤 잠수정의 내파 혹은 폭발로 보이는 비정상적 신호를 감지했다"며 "확실하진 않지만, 당시 진행 중이던 수색·구조 임무 지원을 위해 지휘관과 미 해양경비대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 관리는 "타이탄은 수심 9000피트(약 2743m)에서 지상과 통신이 두절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2일 선박 호라이즌 아크틱 등이 대서양에서 실종된 잠수정 타이탄을 수색하고 있다.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막사르 테크놀로지가 공개한 위성사진.
폭발음이 들려온 곳은 이날 타이탄의 일부 잔해가 발견된 장소와 인접한 곳이었다. 잔해는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곳에서 약 1600 피트(약 487m) 떨어진 해저에서 발견됐다.
미 해안경비대는 미 해군의 정보를 토대로 잠수정을 수색하고 잔해의 위치를 추정하는 범위를 좁힐 수 있었다고 한다. 다만 미 해군은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비밀 음향 탐지 시스템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선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WSJ가 전했다.
타이탄에는 운영사인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스톡턴 러시(61) 최고경영자(CEO), 영국 국적의 억만장자 해미시 하딩(58), 파키스탄계 재벌 샤자다 다우드(48)와 그의 아들 술레만(19), 프랑스 해양 전문가 폴 앙리 나르젤렛(77) 등 5명이 타고 있었다.
타이탄에 탑승해 있던 (왼쪽부터) 파키스탄계 자벌 샤자다 다우드와 그의 아들 술레만, 프랑스 해양 전문가 폴 앙리 나르젤렛, 운영사 오션게이트의 스톡턴 러시 최고경영자, 영국 국적의 억만장자 해미시 하딩.
미 해안경비대는 탑승자와 잠수정을 회수하기 위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시신이 수습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고 전했다. 미 해안경비대 관계자는 이날 시신 발견 가능성에 대해 "저 아래 해저는 엄청나게 힘든 환경이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국 킬대학교의 법의학 지구과학자인 제이미 프링글 박사는 CNN에 "해저는 육지보다 훨씬 더 험준하기에 수중 수색은 매우 까다로운 일"이라며 "타이탄이 해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주파수의 음파 기기를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우주여행보다 해저 탐사가 더 어렵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미 국립해양대기청의 통계에 따르면 인류는 지난 수만 년간 해수면을 탐험해왔으나, 현재까지 정밀하게 지도화된 해저는 전체의 약 20%에 불과하다.
미 해안경비대는 22일(현지시간) 보스턴 기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타이탄 탑승자 5명 전원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햇빛이 닿지 않고 완전한 암흑이 되는 수심 2000m 이상의 심해는 높은 수압과 어둠으로 차단된 시야, 극도로 낮아지는 기온 등으로 오늘날에도 인간의 탐사가 쉽지 않다.
폭스10피닉스에 따르면 타이타닉호가 가라앉은 심해 수심에서의 기압은 375기압 수준이다. 이 정도 깊이의 해저에선 인간은 지상(1기압)보다 약 389배 이상의 압력을 받게 된다.
물 속에선 수심이 10m 깊어질 때마다 1기압씩 상승한다. 수중 용접공인 브릿 코츠는 "잠수정이 파괴돼 선체 외부로 튕겨나가면 (수압에 의해) 몸이 골절되면서 탄산음료 캔처럼 구겨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 잡지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사고 수심에서 잠수정이 받은 압력이 바다 생물 중 가장 포악한 것으로 알려진 백상아리의 이빨과 턱에 물린 것과 비슷한 수준(272기압)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 규명과 진상 확인에 초점이 맞춰지는 가운데 운영사인 오션게이트가 공인기관의 안전 검증 없이 시제품인 잠수정을 개발·운영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오션게이트는 탑승 전 승객에게 신체적 부상이나 장애, 정신적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 있으며, 사망 시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서류에 서명을 받았다고 WSJ이 보도했다.
타이탄 운영사인 오션게이트 로고가 새겨진 보트가 워싱턴주에 있는 오션게이트 본사에 정박해 있다.
심해나 우주, 극지 등을 탐사하는 '고위험·고비용 관광'에 슈퍼리치(초부유층)의 수요는 커지는 추세다. 아무나 겪을 수 없는 희귀한 모험 등 특별하고 자극적인 경험을 할 수 있어서다.
이번 잠수정 여행비도 1인당 25만 달러(약 3억 2000만 원)로, '초호화 익스트림 관광상품'이란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