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수목원을 둘러
경칩이 지나니 한낮 기온이 부쩍 올라가는 삼월 초순 수요일이다. 평소 교류가 있는 두 문우가 여행사 관계자와 떠나는 일에 내가 끼어 동참했다. 목적지가 어딘지 알지 못하면서 승용차를 함께 타고 길을 나섰다. 일전 이웃에 사는 문우로부터 소규모 여행사가 기획 발굴하려는 여행 상품 개발에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십사는 정도로 받아들였는데 내가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 갔다.
이웃에 사는 문우와 원이대로로 나가 여행사 관계자가 몰아온 승용차에 동승 창원역 앞으로 가서 한 문우가 합류했다. 나와는 초면인 여행사 관계자는 우리보다 연하였지만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역으로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동행하는 차에서 여행사 관계자 얘기를 듣고 보니 도청 산하 관광기업지원센터 공모 사업에 제출할 관광 코스 개발을 위한 사전 답사에 해당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창원을 기점으로 당일치기 관광 코스를 개발하기 위해 물색한 곳으로 진주를 떠올렸던 모양이었다. 그 밖에도 하동이나 통영과 밀양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진주는 나도 청년기 한때 머물렀고 지금 사는 생활권과 인접해 익숙한 도시였다. 마침 경상남도 산림환경연구원이 위치한 수목원을 먼저 방문한다기에 그곳 박물관 안내 도우미로 근무하는 여동생이 생각났다.
마산 시내를 벗어나 2번 국도를 따라 진전 대정에서 발산재를 넘으니 반성 수목원이 나왔다. 입구 매표소에서 여동생에게 전화를 넣었더니 아니 글쎄, 여동생은 인천에서 외손자를 보고 있다고 했다. 내용인즉 지난해 연말로 정년을 맞아 남은 여유 시간은 출가시킨 딸네에서 쌍둥이 아기를 돌본다고 했다. 바로 손위 오라비는 여동생의 근황도 모르고 무심히 보냄을 스스로 책망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박물관 직원과 업무를 보는 사이 문우들과 산림박물관을 관람하면서 힐링을 잘했다. 산림박물관 바깥으로 나와서는 여행사 관계자와 같이 모집될 여행객이 수목원을 방문하면 보낼 일정을 구상했다. 숲과 친숙하게 보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누었다. 민속 식물원 곁 유리 온실로 들었더니 겨울을 푸른 잎으로 넘긴 수련이 붉은 꽃잎을 펼쳐 보였다.
수목원을 나와 진주 시내로 들어가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된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여행객이 진주를 찾으면 일정 금액 지역 사랑 상품권을 소비시켜야 해서였다. 도청에서 주관하는 공모 사업이기에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여행객이 필수적으로 찾아야 할 곳이다. 중앙시장 여러 노포 가운데 한 식당은 전주만큼이나 비빔밥으로 알려졌는데 육회가 얹혀 나옴이 그 집 특징이었다.
비빔밥으로 점심을 들고 인근 카페에서 커피를 들면서 오후 일정을 의논했다. 남은 시간은 사전 답사 임무 수행 성격에 걸맞게 촉석루를 둘러 진주 인근 목재 체험관과 사천 항공우주과학관을 들리기로 했다. 카페를 나와 시장 골목을 지나니 진주 특산 비단이 눈길을 끌었다. 한편 논개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어물전은 삼천포항이 가까워선지 선도 좋은 생선들이 손님을 기다렸다.
중앙시장에서 멀지 않은 진주성으로 갔더니 촉석루 위용이 드러났다. 임진왜란 진주대첩에서 순절한 김시민 장군과 논개가 떠올랐다. 복원된 성곽을 따라 성내를 걸으면서 남강에 굽이친 벼랑의 의암도 바라봤다. 성내 조경수로 자라는 산수유나무는 노란 꽃이 화사했다. 촉석루에서 진주 근교 명석으로 나가 폐교된 초등학교 터에 들어선 목공예 전수관을 방문해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목공예 전수관에서 우리나라 미래 세대가 짊어질 항공우주산업 메카 사천으로 이동했다. 청소년들에게는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줄 항공우주과학관에서 입체 영상과 가상 현실을 체험하고 달 표면에 서보기도 했다. 항공우주과학관을 나와 사천 맛집으로 알려진 냉면집을 찾아 칡즙을 섞어 빚은 면으로 이른 저녁을 먹고 창원으로 복귀했다. 여행사 관계자에 도움이 되긴 되었으려나. 23.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