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벌써 절반 넘게 지났다는 사실보다도, 21세기가 4분의 1쯤 지났다는 사실에 더 놀라게 되는 요즘이다. 대개 우리는 22세기를 보지 못하고 떠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날 잠시 거리에 멈춰, 다음 세기에도 또 다음 세기에도 같은 얼굴일 자연을 멍하게 바라보면 시간의 불가역성에 한숨짓는다.
한참 전에 지나온, 어린 날로 역행하고픈 마음일 때가 있다. 아주 천천히, 문득 그날의 어린 나를 만나고 싶어진다. 어른이 되면 유년 시절 놓고 왔던 것과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런 저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