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소방대원...인명 살리지 못한 자책에 악플까지 ‘이중고’
입력2025.11.15. 오후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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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 잔해와 추가 붕괴 위협 속, 끝내 생존자 구하지 못해
현장 위험 몰랐던 비난 여론…소방대원들 심리적 압박 커져
정부, 악성 댓글 자제 요청…소방대원 심리 치료도 지원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엿새째인 11일 발전소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야간 수색구조 활동을 위해 구조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2025.11.12 사진=연합뉴스
울산 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 현장에서 구조 작업에 나섰던 소방대원들이 끝내 생존자를 구하지 못한 데 대한 깊은 자책감과 함께 자신들을 향한 악성 댓글로 이중의 고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고 직후 현장에 투입되었던 소방 구조대 팀장 A씨는 "살아 있는 분을 끝내 구하지 못한 것은 소방 인생 처음이라 마음이 무너졌다"고 침통한 심경을 전했다.
지난 6일 발생한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는 44년 된 노후 타워 해체 작업 중 갑자기 무너지면서 작업자 7명이 매몰되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구조대원들은 H빔과 철근이 실타래처럼 얽힌 잔해와 지속적인 추가 붕괴 위험 속에서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가까스로 매몰자의 위치를 확인한 뒤에도 구조는 쉽지 않았다. 생존자는 당시 의식이 있었으나, 전신을 누르는 잔해로 인해 몸을 꺼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지렛대, 에어백 등 사용할 수 있는 장비를 모두 동원했지만 구조물은 꿈쩍하지 않았다. 절단기로 철근을 자르려는 시도마저 붕괴 위험에 멈춰야 했고 결국 생존자는 구조 직전에 숨을 거두었다.
A씨와 구조대원들은 구조작업을 마친 뒤 유족을 찾아가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목숨을 살려내지 못한 극심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현재 대원들은 심리치료를 받으며 충격을 추스르고 있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현장에서 소방 구조대원들의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5.11.12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사고 관련 기사에 달린 일부 악성 댓글은 대원들의 상처를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살아 있는 사람도 못 살리는데 구조대란 의미가 있느냐", "팔을 절단하는 게 나았을 텐데 판단 미스" 등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비난이 이어지면서 심리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구조대원에 대한 심리 지원 및 악성 댓글 자제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브리핑에서 "수습 과정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징후를 보인 대원들에게 전문 상담사의 심리 지원을 지속해서 이어갈 것"이라며 "혹여 부족한 점이 있었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끝까지 노력한 대원들에 대한 악성 댓글만큼은 자제해달"고 간곡히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