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소시적에 경북 영덕에서 군복무를 한적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해안 방어부대라는 곳인데, 해안선을 방어하기 위해 밤새도록 바다를 응시하며 근무를 합니다.
나는 간부였기에 어느 한곳의 참호속에 들어가 근무는 하지 않고...
초소와 참호속에 근무하는 우리병사들의 주의를 진작시키고 열심히 근무하도록 사기를 돋워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밤새도록 근무하기는 마찬가지인데, 병사들은 한 자리에서 근무하는 반면 나는 전 해안선을 돌아 다닙니다.
그렇게 해서 아침이 되면 동해에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보면서 근무를 철수하고 그 밤의 근무는 종료됩니다.
병사들은 해안에 있는 분초나 소초로 돌아가 잠을 자지만, 나는 중대본부로 와서 일과를 또 시작해야 합니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 돌아가는 길이면 요즘 같이 추운 날에는 철모에도 눈썹에도 하얀 성에가 끼여 있습니다.
해안가 동네사람들은 폐드럼통에 구멍을 내여 장작불을 때면서 그 불위에 솥을 얹고 홍합을 넣어 끓이고 있다가
지나가는 나를 보고는 이리와서 홍합국물 좀 마시고 가라고....
처음에는 모든게 피곤하고 귀찮아서 사양했지만 억지로 건네주는 홍합국물 한 모금을 마시고는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듯 하자 나머지를 단숨에 마셨는데, 이번엔 마음도 푸근하게 녹아내리는 느낌을 받고는 좀더 달라고....
그 모양을 보고는 어민들은 거 보라는듯이 껄껄대고 웃으며 또 한사발이 철철 넘도록 퍼서 줍니다.
이번에는 단숨이 아니고 쉬엄쉬엄 마시며 주민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면서 그들의 관심과 지금 주로 하고 있는 일의 종류, 잡히는 어종, 또 판로와 가격 등을 알게도 됩니다.
그때 당시 마셨던 홍합국물 참 좋았습니다.... 그때는 어느동네든지 흔하게 있는 것이여서 귀한줄 몰랐는데...
요즘처럼 추운 날에는 흥건한 홍합국물이 생각나네요. 그때 당시의 영덕분들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고된 일과였지만 열심히 근무하였고,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러분들과 영덕을 다시 생각나게 합니다.
첫댓글
영덕 인심이 청년 들샘님의 마음에
한평생 그리운 향수처럼 남아 있습니다.
영덕은 대개가 유명하던데...
그 때는 없었던가요.
지금 청주 보은 상주 영덕으로 고속도로가 트였나요.
들샘님 근부하시던 그 시절 영덕은
교통이고 뭐고 정말 첩첩 산골 넘어 오지였습니다.
그때 당시 영덕은 오지였습니다. 영덕에서 대구를 가려면 5시간이나 걸렸습니다.
물론 포항까지 포장도 안되어 먼지나는 신작로 길이였습니다.
그래서 당시도 영덕으로 배치되면 울고 갔다가 웃고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당시도 대게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유명한 줄도 몰라서 생기면 먹고 없어도 찿지 않았던 시절입니다.
지금은 청주 앞을 통해 영덕까지 정확히는 강구까지 고속도로가 뚫려 있어서 청주에서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몇년전 가 봤는데 당시 알고 지내던 분들은 거의 돌아가시거나 딴곳으로 이사를 가셔서 좀 낯설어지더군요.
그러나 추억은 새록새록 어제 일처럼 생각나게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동해안의 홍합국?
부산지역에는
담치국이라고 합니다
겨울에 하얀국물의 홍합국물?
시원하고 또한
홍합알을 빼어먹는 맛?
일품입니다 ~ㅎ
예전에는
바다낚시를 가면 홍합도 많았는데
요즈음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있었던 영덕에는 홍합이 많았습니다.
이걸 한솥 끓이고 나눠먹으면서 동네사람들은 서로 대화를 합니다.
이때 지나가는 나까지 동네사람들이 불러들여 홍합국물을 퍼주면서
밤새 수고한 보상격으로 주고 이웃으로도 생각해주는 따뜻한 마음으로 주었습니다.
그래서 마시면 역시나 시원한 국물에 속이 후련해지며 마음까지 사르르 녹아내렸습니다.
당시 그 시절 그분들... 참 고마웠는데, 이젠 가의 고인들이 되였을테니 안타깝니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고맙습니다. 성탄절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ㅎ급 홍합탕이 땡기네요.
추운 날 홍합탕 한그릇이면 몸이 사르르르~
들샘님,
메리 크리스마스~요~^^
추울때 홍합탕 한 그릇이면 몸도 마음도 스르르 녹아버립니다.
요즘 같이 추운 날이면 더 딱이네요... 영덕서 오리지널 홍합탕 먹은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그때 건네주신 분들도요. ㅎㅎ 감사합니다.
메리크리스마스 !
축복받는 성탄절이 되세요 ~
고맙습니다. 베풀고 사랑하며 축복받는 성탄 되시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