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리 매화 향기
경칩이 지나니 한낮 기온이 부쩍 올라 더위가 느껴질 정도다. 어제는 나와 초면인 여행사 관계자의 여행 코스 답사에 동행해 반성 수목원과 진주 일대를 둘러왔다. 진주성 성내 박물관 뜰에는 여러 그루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피워 화사했다. 우리 지역 어디나 매화가 만개해 절정에 이른 즈음이다. 매화는 섬진강 건너 청매실농원과 낙동강 강변 원동 순매원이 널리 알려졌다.
삼월 둘째 목요일은 안면을 트고 지내는 문우와 셋이 원동으로 매향을 맡으러 길을 나섰다. 여행사 관계자와 관광 코스 개발을 위한 답사를 이틀간 할 예정했으나 어제 하루 만에 끝내 시간이 났더랬다. 나는 혼자서도 어디서든 잘 보내는데 두 문우가 열차로 이동하는 길 안내를 청해 와 함께 걸음을 나서게 되었다. 창원중앙역에서 순천을 출발해 부전으로 가는 무궁화호를 탔다.
오는 주말 양산 원동 일대에는 코로나로 삼 년간 열지 못한 매화 축제가 예정되었다. 며칠 전 통도사 근처 터 잡아 사는 문 대통령이 수행원을 대동해 미나리 삼겹살을 구워 먹고 갔다는 원동이다. 원동에서 배내골로 드는 농지에는 겨우내 비닐하우스 미나리를 키워 이맘때 출하했다. 매화 축제를 맞아 외지에서 찾아올 상춘객 대상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갈 청정 미나리였다.
한림정에서 마사터널을 지나 낙동강을 가로지른 철교를 건넌 삼랑진에서 더 미끄러져 내려가니 원동이었다. 원동역에서 매화 축제 주 행사장인 영포리 솔밭으로 가는 공영버스는 운행 시각이 맞지 않아 한참 기다려야 했다. 우리는 순서를 바꾸어 원동역에서 가까운 순매원 매실농장을 먼저 찾기로 했다. 역에서 가까운 순매원은 평일이지만 매화를 구경하려는 이들이 더러 찾았다.
낙동강 물길과 경부선 철길이 나란히 지나는 강변 언덕에 자리한 순매원은 매화가 만개 직전이라 탐매에 적절한 때였다. 전망대에서 삼각대를 세워놓고 포신과 같아 보이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려는 전문작가들이 철로를 통과하는 열차를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쉼터에서 따뜻한 커피를 들며 매화가 핀 강변 풍광을 완상하다가 순매원으로 내려가 꽃향기를 맡고 나왔다.
순매원에서 원리로 되돌아와 배내골로 운행하는 공영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경전선보다 경부선 열차 도착에 맞추어진 운행 시각이었다. 부산서 출발한 열차를 타고 온 승객이 가득 내리자 그들 대부분은 순매원으로 가고 일부만 우리와 같은 공영버스를 올라탔다. 버스는 신촌삼거리에서 배내골 방향으로 들어 함포와 내포를 지나니 축제 행사장 솔밭은 풍물 장터가 열렸다.
매화 축제는 주말 이틀간 열리지만 주중도 탐매객이 더러 보였다. 우리는 영포마을에서 골짜기로 들어 신라적 고찰 신흥사로 갔다. 일주문 근처 언덕은 온통 매화밭으로 달달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코끝에 와 닿았다. 동행한 문우와 연신 코에 스치는 매화 향기에 흠뻑 빠졌다. 신흥사 경내로 들어가 벽화가 아름답고 전각이 보불로 지정된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광전을 둘러봤다.
절집에서 나와 영포마을 안길을 걸어 솔밭 행사장에서 미나리가 든 비빔밥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점심 식후 풍물 장터를 벗어나 내포마을로 향해 차도 갓길과 냇가를 따라 걸었다, 비닐하우스에 기른 미나리를 손질하는 농부 일가와 텃밭 작물에 물을 주는 이를 만났다. 내포마을에 이르러 어영에서 나오는 버스를 타고 신촌삼거리에 내려 지역 특산품인 도토리묵을 사 손에 들었다.
역에서 가까운 원리 추어탕집은 재료가 소진되어 영업을 마쳐 그 곁 중국집에서 저녁을 들었다. 열차는 출발 시각이 한참 남아 지방도 갓길 전망대로 올라 석양이 비친 낙동강 물길을 굽어보다 찻집에 들어 차를 마시고 나와 역 대합실에서 열차가 오길 기다렸다. 어둠이 짙어 부전을 출발해 온 열차를 타고 삼랑진을 지나 한림정을 거쳐 창원중앙역에서 내렸더니 늦은 귀가였다. 23.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