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 길고 지루한 이야기를 끝낼 때가 왔다. 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그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자. 말하자면 ‘하나의 두루마리가 접혔다’인 것이다. 시간의 끝은 언젠가 오고 그 무엇도 영원한 것은 없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원래 숨을 거두고 사라져야 할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을 훨씬 여유롭고 ‘게으르게’ 살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그 남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선 좀 덜 중요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원래 맛있는 것은 나중에 먹는 법이니까.
라이트 블링거가 투르 대륙 위에 착륙하자마자 유나일행이 램프의 요정처럼 푱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이후로도 꽤 많은 시간을 그들은 투르에서 보냈다. 놀 일보단 할 일이 많았고 즐기기 보다는 견딜 일이 많았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충만한 시간을 보냈다. 도착했을 땐 이미 팬드래건 일행들은 본국으로 돌아가있었기에 아쉽게도 버몬트와는 그 충만한 시간을 공유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클라우제비츠, 철가면이라고 불리는 일이 훨씬 많아진 현직(아직은 엄연히 현직이다) 팬드래건 국왕과는 그 시간을 공유할 수 있었다. 팬드래건과의 전쟁 이후, 정체불명의 일당들에 의해 다시 무너져버린 자비단궁을 재건하기 위해 분주히 오가던 투르 국민들은 노을이 질 무렵, 발코니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담소와 함께 맛좋은 칵테일을 나누던 한족 출신의 재상과 녹색 눈의 이방인을 오래도록 기억했다.
철가면이 그 시간들을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휴식이라도 되는 듯 달고 알차게, 적극적으로 보낸 것에 비하면 레오나르도 엘핀스톤의 투르 체류 기간은 그리 충만한 시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국왕의 권유와 유나의 강요에 가까운 설득에 의해 눌러앉은 것에 비해 그는 나름대로 행복해하는 듯 했다. 철가면과 유나가 발코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눈 아래에 펼쳐진 정원을 둘러보고 있을 때, 마치 어린애들처럼 서로 손을 꼭 잡은 채 산책로를 걷고 있는 엘핀스톤과 경님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아쉬운 것은 버몬트만이 아니었다. 크리스티앙과 죠안은 자신들이 철가면단원이기 이전에 제국의 ISS요원임을 잊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임무는 모든 사건들을 정식으로 상부에 보고한 뒤에야 끝나는 것이라며 일이 빨리 끝난다면 한번 놀러올 것을 약속하고는 제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유나는 그들이 아무리 일이 빨리 끝난다해도 이곳에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것이 마지막 모습이라 생각하고 웃는 얼굴로 배웅하며 그 둘의 얼굴을 강하게 기억했다. 소연은 많이 섭섭해했지만 원래 그녀의 성품은 이런저런 일에 크게 개의치않고 반시체처럼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소연은 투르 재상이라는 타이틀에 눌려 처리해야 할 일만 잔뜩 남은 유나가 부러워죽을 만큼 게으름을 피웠다. 그러나 소녀의 마음이란 어쩔 수 없는 법. 연애라고 하기엔 뭔가가 심각하게 빠져있었지만 엘핀스톤 정도되는 미남과 단둘이서만 한가롭게 정원을 산책하는 특권을 누리게 된 경님을 조금 심할 정도로 부러워해, 그녀는 그만 가벼운 우울증에 빠졌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누가 뭐라해도 가장 고생하고 있는 건 유나였다. 우울증이든 연애든 개인적인 활동을 전혀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바빴다. 매일같이 계속되는 회의와 하루하루 쌓여만 가는 서류의 산에 치여, 유나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친구들과 고양이처럼 엉켜 드넓은 침대에서 마구 몸부림을 치며 잘 때가 아니면 철가면과 함께 발코니에 앉아 정치에 대한 조언을 핑계로 신변잡담을 늘어놓을 때였다. 이미 남의 떡이 된 지 오래된 사람이고 나이차이는 삼촌조카뻘로 나지만 미남은 역시 미남인지라 차분하고 인자한 녹색 눈동자를 바라보며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자면 유나는 역시 이 고생을 하길 잘했다라고 뿌듯한 생각이 들어버리는 것이었다.
좋은 나날이었다. 그래서 그만 끝내야 할때가 왔는 지도 모른다.
어느 날 아침이었다. 그저께와 어제, 계속되는 나날. 분명히 가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 데 잊어버리고 말았다. 잠에서 깨어나 얼굴을 씻고 남보기에 부끄럽지 않도록 몸단장을 한 뒤, 오늘따라 보이지 않는 익숙한 얼굴을 찾아다니면서도 철가면과 엘핀스톤은 그들이 이미 이곳에 없을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질 못했다. 그래서 밤새 울고 또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세라자드가 정오가 가까이 되어서야 그녀의 침실에서 나와 ‘그들은 가버렸어요.’라고 말하기 전까지 그들은 나름대로의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드디어 투르에 있는 것이 슬슬 지겨워진 철가면과 엘핀스톤은 유나일행을 한번쯤 팬드래건에 초대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웃는 얼굴로 헤어졌었다. 헤어진다는 것을 알지도 못했다. 철가면은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가슴을 채운 것은 슬픔이 아니었다. 분명, 슬픔은 아니었다. 두 명의 팬드래건인들은 그날로 투르를 떠났다. 그렇게 한순간에 사라져버렸기에 투르인들은 오래도록 바다 건너의 땅에서 온 두 명의 외국인과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세 명의 이방인들을 잊지 못했다.
그로부터 몇 년 지나지 않아 세라자드와 살라딘은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투르에 남은 단 한명의 왕족이 마침내 왕가를 이룬 것이다. 젊은 신랑을 둘러싼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들과 그에 따른 정치적 명분 때문에 외교적으로 국외에 공표된 이름과 지위가 국내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조금 다르다는 점외에는 모든 것이 완벽해보였다. 신랑과 신부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또 행복해보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행복했다. 인생은 보는 각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보이는 법이라지만 그들의 행복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세라자드는 훌륭한 술탄이었다. 아니 운이 좋은 술탄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지도 모른다. 그 뒤로 일어난 몇 개의 지역적인 반란과 국제적인 마찰, 탁월한 수완없이는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분쟁들 속에서도 세라자드는 유능한 신하들과 언제나 그녀를 지지해주는 강하고 자상한 남편에 힘입어 마지막까지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했다. 그녀에게 그 직책이 어울리지 않는 것도, 그녀가 그 일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런 모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녀는 제법 유능한 왕이었다. 어쩌면 어지간히 누이를 사랑했던 오라버니 유령이 그때까지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꿈 속에 출몰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모든 것이 술술 잘 풀려나갔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이 한가지씩은 꼭 문제가 발생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 문제라는 것은 어린애들이 무릎 위에서 뒤적이는 동화책에 나오는 것과 상당히 비슷했다. 이 젊고 아름다운 부부에게는 오랫동안 아이가 없었다. 부부금슬의 문제는 아니었다. 투르 사상 최초의 여술탄과 그의 부군은 곁에서 보고 있기가 조금 아니꼬울 정도로 잉꼬부부였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요정에게 소원을 빌거나 개구리에게서 아이를 점지받지는 않았다. 시간이 흘러, 국민들과 가신들 사이에 후계자가 없는 것에 대해서 걱정하는 마음으로나 뭔가 꿍꿍이가 있는 마음으로나 수군거리며 말이 돌기 시작할 무렵, 세라자드는 아이를 임신했다. 모두가 학수고대하는 가운데 아이는 태어났다. 건강하고 엄마를 쏙 빼닮은 예쁜 딸이었다. 첫 딸을 품에 안은 아버지는 그 순간, 자신이 세상에 태어나 그 모든 불행과 고통을 겪어야 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이 아이를 위해서였다.
살라딘과 세라자드가 아이를 늦게 가진 것으로 마음을 태웠다지만 그에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늦게 아이를 갖는 바람에 무척이나 애를 태운 사람은 또 있었다. 성지에 머물러있던 엘리자베스는 클라우제비츠가 팬드래건에 귀환해 정식으로 그의 처남이자 사촌동생인 버몬트 대공에게 왕위를 양도한 뒤, 남편과 함께 버킹엄과 아델라이데 영지 사이에 있는 조그맣고 평화로운 마을에 정착해살았다. 시간의 흐름이 멈춘 것 같은 곳이었다. 조금만 움직이면 내해를 방불케 하는 호수, 알케오니아의 푸른 빛을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살라딘과 세라자드가 결혼을 하고, 그 뒤에 아이를 가지지 못해서 안타까워한 그 시간동안 내내 클라우제비츠와 엘리자베스는 그들을 아는 모든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욕심 부리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라서 건강하게 뛰노는 마을의 아이들을 볼 때마다 부부는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심란해졌다. 포기는 빨랐지만 단념은 그렇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알았다. 세라자드와 비슷한 시기였다. 그래서 이 나이차이가 꽤나 많이 나는 사촌형제는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게 되었다. 공통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클라우제비츠 역시 첫 아이로 딸을 갖게 될 운명이었던 것이다. 장녀는 아버지를 닮는다는 통설 그대로 금발의 어머니에게서 나온 아이는 아버지의 머리색을 가지고 있었다. 그 머리색을 보며 심란해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아이는 장녀였음에도 불구하고 금발을 타고나지 않았다. 아버지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갓 태어난 아이가 울음을 멈추고 눈을 떴을 때, 그는 모든 걱정을 집어치우고 오직 한마음으로 아이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눈은 어머니를 닮아 호수처럼 파랬다.
팬드래건에 남은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지만 잠시 게이시르 쪽으로 넘어가보겠다. 크리스티앙 데 메디치는 죠안 카트라이트와 4년의 파트너 생활과 1년의 열애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은 전 ISS 요원들과 리슐리외 재상까지 알고 있는 거의 공식적인 사실이었지만 결혼으로 가는 과정은 유독 굴곡이 많았다. 아마도 두 사람 다 만만치 않은 성격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하기 며칠 전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두 사람은 잠시 팬드래건을 방문했다. 공적인 일은 아니었다. 그들이 향한 곳은 팬드래건 성이 아니라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클라우제비츠와 엘리자베스의 신혼살림집이었으니까. (신혼치곤 무척 늦었지만) 그 둘은 그곳에서 이틀을 묵었다. 그곳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에 비하면 서둘러 떠난 것이 역력한 여정이었다. 특이할 점이라면 떠나는 마지막 날 곧 결혼할 커플을 배웅나간 사람이 이미 장년에 나이에 접어든 클라우제비츠가 아니라 크리스티앙의 연배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었다는 점이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이 인상적인 미남이었다.
크리스티앙과 죠안이 결혼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는 다른 커플들과는 약간 달랐다. 죠안은 결혼한 지 8개월만에 쌍둥이 자매를 낳았다. 두 딸을 보고 입이 귀까지 찢어진 젊은 아빠는 1시간동안 두 아이를 한꺼번에 안고는 춤추듯 방안을 빙글빙글 돌더니 출산을 도와주러온 그의 어머니이자 죠안의 시어머니인 이자벨에게 꾸중을 듣고서야 유모에게 두 아이를 넘겨주었다. 그리고는 성큼 걸어가 막 출산한 아내의 이마에 애정이 듬뿍 담긴 입맞춤을 선사했다. 그러나 흐뭇해진 시어머니가 방을 나온 지 10분도 안되어서 죠안의 신경질적인 고함소리가 터졌는 데, 원인인 즉,
“근데 이미 투르에서 팬드래건까지 딸 천지인데 우리까지 딸이야?”
라는 크리스티앙의 발언때문이었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이 남자는 정말 두들겨맞아도 싸다.) 두 딸의 대부는 실로 그 둘 다운 방식으로 선정되었다. 크리스티앙의 사관학교 후배이자 직속부하이며 오랜 친구이기도 했던 시리우스는 그때까지 애인도 없는 쓸쓸한 솔로생활을 구가중이었는 데, (분명 두 상관들 사이를 왔다갔다 하다가 정작 자기 머리는 못깎은 것일게다) 대부가 되어주지 않겠느냐는 소식을 듣자마자 감격에 차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리슐리외의 반응은 참으로 독특했는 데, 그는 죠안의 요청을 듣자 마자 거의 1분간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아무런 말도 못했다고 한다. 그 1분동안 죠안을 따라들어간 크리스티앙은 그동안의 악감정을 담아 ‘어이? 할아버지? 영감님? 악덕상관?’ 등 온갖 호칭으로 리슐리외를 불렀지만 정말로 1분 뒤 그는 크리스티앙이 자신에게 어떤 무례를 저질렀는 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기쁜 마음으로 그 제안을 수락한다고 말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와 자식은 물론 형제도 없이 오직 제국을 위해 헌신하며 떡주무르듯 정국을 주물러온 남자는 자신의 한쪽 팔보다 작은 여자아이를 어떻게 다뤄야할지 몰라 당황해했다고 한다.
게이시르의 이야기 역시 이것으로 끝이 아니지만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이 있으니 다시 팬드래건으로 돌아가겠다. 시간은 10년의 세월을 뛰어넘는다. 20살의 나이로 왕위에 오른 존 왕은 자신이 이때까지 단 한번도 맞이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30번째의 생일을 맞이했다. 솔즈베리의 죠엘 남작은 고령을 이유로 들어 자신의 젊은 주군에게 귀한 선물과 직접 쓴 축하카드를 보냈지만 그 자신은 팬드래건 성으로 가지 않았다. 탄신축제는 3일간 계속되었다. 죠엘 남작이 한밤중에 반가운 불청객을 맞이한 것은 탄신축제 이틀째가 되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죠엘 경.”
남자는 그렇게 첫인사를 했다. 죠엘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들어오라는 말도 못하고 몇 년 전부터 관절염을 앓고 있는 바람에 짚고 다니게 된 지팡이를 성급히 뒤로 물렸다. 남자는 여전히 온 몸을 백색으로 휘감은 차림이었다. 긴 망토에 달린 후드를 내렸다. 반가운 마음에 앞서 죠엘은 경악했다. 졸음기가 남아있는 정신때문인가도 싶었지만 아무리 눈을 깜박여봐도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그대로였다.
레오나르도 엘핀스톤은 그가 죠엘과 헤어진 10년전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 모습으로 서있었다. 시간의 흐름이 그를 비껴나간 것 같았다. 멍해져있는 죠엘 남작 앞에서 엘핀스톤은 자신의 망토 한쪽을 들어올렸다.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죠엘은 더욱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가 뭐라고 말했으나 죠엘은 맨 마지막 말을 제외하곤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딸애가 아픕니다. 이렇게 찾아뵙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죠엘 경.”
소문보다 빠른 것은 없다고 10년간 행방이 묘연했던 왕립마법사단의 마에스트로 엘핀스톤이 어린 딸과 함께 솔즈베리 성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팬드래건성으로 전해졌다. 아이는 4살 내지 5살로 보였다. 아이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정말로 그의 친딸인지, 심지어 정확한 나이가 몇 살인지까지, 엘핀스톤은 자신의 딸을 둘러싼 무수한 질문에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다만 죠엘과 상대하고 있을 때조차 어딘가 긴장하고 있는 눈이 딸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와 그를 서툰 발음으로 ‘아빠’라고 부르면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해지는 것으로 보아 그가 정말로 이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0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원래의 미모를 잃지 않은 아름다운 부친만큼이나 아이도 사람들의 입방아에 무수히 오르내렸다. 그것은 어느 면에서는 아버지의 유명세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아이는 아름다웠다. 아버지를 닮은 아름다움은 아니었다. 아이는 짙은 향기를 풍기는 장미처럼 아름다웠다. 백설공주가 울고 갈만큼 짙고 부드러운 검은 머리와 눈처럼 하얀 피부, 사파이어빛 푸른 눈동자, 꽃잎처럼 붉은 입술. 엘핀스톤이 아이와 함께 나타날때마다 본인들의 희망과는 상관없이 주변은 시끄러워졌다. 아이가 그의 친딸인지 아닌지를 제쳐두고서 사람들은 아이의 모친에 대해 맹렬한 호기심을 불태웠다. 그 호기심은 결코 충족되는 법이 없었기에 결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납득할 만한 가설을 세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환상적인 가설을 만드는 데 가장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역시 아이의 비정상적인 미모와 아버지의 젊음, 그리고 그의 마법사라는 신분이었다. 사람들은 엘핀스톤이 지난 10년간 서쪽 어둠의 숲에서 요정들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젊음을 잃지 않았다고 수군거렸다. 분명 아이의 모친도 요정일거라는 짐작은 그 비현실성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그럴싸하게 들렸다. 아무튼 그렇게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소문에 마침내 엘핀스톤이 진절머리를 치고, 솔즈베리에 찾아왔을 때의 모습 그대로 어린 딸아이를 들쳐업고 다시금 정처없는 길을 떠나려고 할때, 그때까지 그 모든 소문에도 움직이지 않고 일언반구의 말도 없었던 존 왕이 움직였다. 무엇때문이라고 설명해주지도 않았다. 아직도 독신으로 매일같이 주변 가신들에게 어서 빨리 성혼을 이루시라는 재촉에 시달리는 총각 왕은 10년전 자신을 포기하고 떠난 옛가신에게 백작의 작위와 함께 손이 끊겨 버려져있는 시골의 작은 영지를 주었다. 말을 타고 둘러보는 데 채 하루가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영지였다. 그 작은 영지에 백작이라는 지위라니. 몇몇 가신들의 반대가 맹렬했지만 왕은 모든 것을 무시했다. 젊은 군주의 냉엄한 시선에 움츠러들지 않을 수 있는 자들은 얼마되지 않는다. 무성한 소문의 근원지이자 모든 분란과 스캔들의 씨앗, 이후로도 한참이나 들썩거렸던 귀부인들의 길고 긴 티타임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빠르게 진정되었다. 하지만 엘핀스톤은 여전히 엘핀스톤이었다. 그는 불충이라는 오명을 감수하면서까지 왕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설득은 늘 그렇듯이 죠엘 남작의 몫이었다. 절대로 싫다는 남자를, 그가 죽고 못사는 딸까지 꼬여내 영지에 한번 가보기만 하자는 걸로 합의를 보았다. 엘핀스톤은 어디까지나 그냥 한번 가보는 것에 불과하다고 못을 박고 박고 또 박았다. 그러나 마차로 먼 길을 동행하는 동안 죠엘 남작은 그리 길지 않은 몇마디 말을 했고 엘핀스톤은 조개처럼 입을 다물었다. 영지에 도착했을 때, 엘핀스톤은 놀랍게도 순순히 작위를 받아들였다. 그의 작고 아담한 영지가 마음에 들었는 지, 단순히 심심했는 지, 아니면 뭔가 더 할 말이 있었는 지 죠엘 남작은 그 영지에 며칠 더 머물렀다가 떠났다. 그 이후로 또다시 10년. 엘핀스톤의 딸 마리아벨이 16번째 생일을 맞이한 기념으로 아버지를 졸라 팬드래건 성을 방문하기까지 엘핀스톤의 생애는 봄날의 오수와 같은 평화롭고 아늑한 시간이 계속되었다. 그토록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시간도 없었지만 그토록 그가 행복했던 시간도 없었다.
시간은 유수처럼 흘렀다.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겠지만 어리디 어렸던 소년기사 롤랑은 어느새 성기사단 고위간부의 일원으로 중요한 직책을 수행하는 과묵한 중년의 남자가 되었고 솔즈베리의 죠엘 남작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새파랗게 타오르는 불꽃에 비춰진 칼날같다고 먼 옛날 어느 과격한 한족 출신의 소녀가 반쯤은 감탄하면서 반쯤은 빈정대며 평했던 팬드래건의 존 왕은 눈 가의 세월의 주름을 새기고 있는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있었다. 결혼이 가장 늦은 만큼 아이들도 가장 어렸다. 죄다 첫 아이로 딸을 본 그의 친족들에 비해 그의 장자는 사내아이였다. 둘째도 아들이었다. 막내는 딸로 활발한 미인이지만 정치적으로 무척 냉혹한 통찰력을 자랑하는 어머니를 그대로 빼닮았다.
존 왕은 자신의 정비를 자신의 32번째 생일날 처음 만났다. 그녀는 아델라이데 버킹엄(처녀적 성은 우드빌이다)경의 사촌누이로 아스타니아에 부임해있는 아버지를 따라 아스타니아에서 자랐다. 멸망 이후 사회문화적으로 안정되었던 적이 별로 없었던 땅이지만 고유의 전통은 살아있었다. 로델리아 우드빌은 엄격하고 소박한 환경 속에서 성장해 지적이고 명예로운 삶을 꿈꾸는, 야심만만한 듯 하면서도 소녀다운 활발함이 살아있는 복잡한 여성이었다. 팬드래건의 상류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조혼의 풍습에서 벗어나 22살이 될 때까지 아스타니아에 남겨진 고문서를 연구하면서 수녀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던 그녀는 아버지의 부임지가 바뀜에 따라 갑자기 입문하게 된 팬드래건의 화려한 사교계 속에서도 자신의 색을 잃지 않았다. 당장 오늘 저녁에 열릴 궁중무도회에 입고 나갈 화려한 드레스가 없는 것에 놀란 사촌누이가 그녀에게 자신의 것을 빌려주려했지만 치수가 전혀 맞지 않았다. 당황한 사촌누이를 보며 분명 그녀만큼이나 당황했을 텐데도 로델리아는 시원시원하게 ‘아무 거나 입고 가서 구석에 처박혀있지 뭐.’라고 말했다. 남은 시간동안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로델리아가 고른 것은 정교하고 아름다운 수제 레이스가 잔뜩 달린 것 외에는 수녀복과 별로 구분이 가지 않는 단정하면서도 우아한 라인을 자랑하는 드레스였다. 아스타니아에서 떠나올 때 그녀의 친구가 마지막 선물로 만들어준 것이었다. 로델리아는 사촌언니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가 있었다. 그러나 아델라이데 또한 그리 사교계에 맞는 성격은 아니었던 지라, 남편과 함께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구석에 있는 로델리아에게서 신경을 끊지 못했다. 로델리아는 말없이, 얼핏보면 초라한 모습으로 샴페인 잔도 기울이지 않은 채 사촌언니가 돌아볼 때마다 싱긋 웃는 얼굴로 살짝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안절부절 못하는 아델라이데를 주목하고 있던 왕의 눈에 띄였다. 왕은 금욕주의자가 아니었다. 32살이 될 때까지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젊고 잘생긴데다가 총각이기까지 한 왕을 가만히 내버려둘 귀족처녀는 없었다.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은 여성들 중에는 이미 기혼인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왕은 경멸하지도 내치지도 않았지만 뭔가 행동을 취하지도 않았다. 취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32세의 왕은 온통 화려한 황금빛으로 치장한 아가씨들 가운데 우아하고 지적인 외모와 수수한 드레스 외에는 그다지 눈에 띄는 게 없는 한 여인에게 단순한 호기심으로 말을 걸었다. 총각인 만큼 아직도 옛날의 짖궂음이 남아있는 왕은 기둥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채 말했다.
“나는 가장 무도회를 연 적이 없는 데?”
22살의, 무도회에 처음 나온 젊은 아가씨에게는 치명적인 모욕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었다. 왕이 생전 처음보는 아가씨에게 말을 거는 것에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이쪽으로 집중되었고 특히나 아델라이데는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나 로델리아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채 만면에 위선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그 머리색을 어떻게 하시지 않는 이상 여실 수도 없겠군요. 전하.”
왕은 할 말을 잃었다. 로델리아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소개를 한 뒤 총총 걸음으로 무도회장을 빠져나가는 자비는 베풀어주지 않았다. 그녀는 너무나 환해서 오히려 신랄하게 보이는 웃음을 지우지 않으며 왕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미 10년도 지난 옛날에, 왕은 자신이 달변인 여성에게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가 사과 비슷한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을 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로델리아의 마지막 공격이 날아왔다. 그녀는 계속 초조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촌누이를 바라보더니 그녀가 자신을 불렀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할 말을 찾고 있는 왕에게 우아하게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실례하겠습니다. 전하.”
물론 아델라이데는 손짓은커녕 입도 벙긋한 적이 없다. 로델리아는 아델라이데에게 다가가 윙크와 함께 ‘나는 먼저 돌아갈게 언니.’라는 귓속말을 한 뒤, 만인이 주목하는 가운데 사촌언니의 양 볼에 작별키스를 하고 유유자적 회장을 빠져나갔다. 그 뒷모습을 멍하게 쳐다보던 왕은 그날 밤 자신의 왕비를 결정했다. 왕의 청혼은 그 다음날로 새로운 부임지로 떠나려는 로델리아의 아버지에게 전달되었다. 그는 거의 패닉이라고 할 만큼 당황했다. 정해진 정혼자도 없는 데 왕의 청혼을 거절할 수는 없는 법이다. 조용히 여생을 보내는 게 꿈이었던 소박한 남자는 딸을 다그쳤다. 물론 보통 아버지답게 딸이 아기새처럼 떨며 이것저것 변명을 늘어놓자 곧 울먹이는 딸을 다독이며 ‘내가 알아서 하마’라고 말했지만. 그러나 그것은 완전한 착각이었다. ‘소신의 여식은 부족하와..’로 시작되는 기나긴 변명은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은 뜻이었다. ‘나는 댁한테 내 딸 못주겠수’. 그러나 왕에게는 젊었을 적부터 발휘해온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왕은 무작정 ‘우겼다’. 부임지로 떠나지도 못하고 신경쇠약 직전이 된 아버지를 ‘귀엽다’고 생각하는 발칙한 딸은 제 2라운드를 맞이하는 기분으로 그 청혼을 받아들였다. 그녀의 센스라는 것도 보통 사람들과는 약간 어긋난 곳에 존재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로델리아가 무엇을 생각하며 또 느끼고 있든 왕의 국혼은 굉장한 뉴스거리였다. 심지어 노환을 핑계로 한동안 자신의 영지밖으로 나오지 않던 죠엘 남작과 이미 오래전에 왕위를 내놓은 뒤 잠적했던 전 국왕 부처까지 자녀동반으로 참석했다. 온 나라가 떠들썩 했다. 대성당에서 열린 결혼식은 성대하고 화려했다. 하지만 그 모습은 다른 누구도 아닌 아델라이데에게 굉장히 불쾌한 기시감을 안겨주었다. 다행히도(?) 신부는 도중에 다른 남자와 도망가지도 않았고 10살 연상인 신랑의 키스를 기쁜 표정으로 받았지만, 그 후 왕의 첫 장자가 태어날 때까지 아델라이데는 수시로 왕궁을 드나들며 사촌누이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았다. 왕의 첫 아들에게는 모두가 예상한 대로 (너무나 예상한 그대로라 맥이 빠질 정도였다) 투르의 여술탄과 성혼을 이루어 살고 있는 왕의 형을 기념하여 필립 팬드래건 2세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별다른 사건이 없는 한, 그가 팬드래건의 왕위를 잇게 될 것이었다. 아델라이데가 경계를 풀지 않은 것이 유효했는 지 셋째 아이를 낳을 때까지 로델리아는 정치에 간섭하는 법도 없고 여전히 왕과 이런저런 소문을 내는 여러 귀부인들에게 촉각을 곤두세우지도 않은 채 조용하게 왕비로서 해야 할 직무를 수행했다. 왕의 심정을 짐작할 길은 없으나 아델라이데는 시한폭탄을 보는 것처럼 초조한 기분으로 팬드래건의 국모를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폭탄이 터진 것은 아델라이데가 이미 모든 사실을 정리하고 잊은 뒤 한참이나 지났을 때의 일이었다. 그 날은 왕의 막내이자 하나뿐인 외동딸인 마들렌느 공주의 6번째 생일날이었다. 국왕의 금지옥엽을 위해 파티가 열렸고 당연히 내노라 하는 귀족들이 요란한 선물들을 들고 참석했다. 그러나 정작 어린 공주의 마음을 끈 것은 어머니가 손수 자신의 옷깃에 달아주는 낡은 상아 브로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순진했던 공주는 반짝반짝한 눈을 들어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마마마, 이게 뭐예요?”
“너희 외할머니의 유품이란다. 외할머니 역시 내가 12번째 생일을 맞이하셨을 때 내 옷에 직접 달아주셨어.”
“외할머니는 누구한테 받으셨는 데요?”
“너희 외할아버지께서 주셨지. 사랑의 증표란다. 이걸 내게 주실 때 너희 외할머니께선 나중에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에게 이걸 주라고 말씀하셨지. 외할아버지가 외할머니께 하신 것처럼 말이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해있는 6살짜리 딸을 제외하고 나름대로 단란했던 왕실식구들과 주위를 둘러싼 수많은 귀족들의 포크질 소리와 샴페인잔 부딪히는 소리,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딱 멈췄다. 로델리아(왕비가 된 지 이미 십수년이 지났는 데도 그녀는 ‘비마마’라는 호칭보다 ‘로델리아님’이라고 불리는 것이 더 잘 어울렸다)는 사뭇 이 침묵을 즐기기라도 하듯 인자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띄우며 덧붙였다.
“아쉽게도 이 엄마는 평생 그 사람을 못 찾았단다.”
서른의 나이는 젊다. 젊은 혈기가 남아있다. 마흔의 나이도 젊다. 아직까지 자신이 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흔 다섯을 넘어도 참지 못하는 일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왕은 그 자리에서 포크를 내던지고 하던 식사도 중단한 채 파티장을 나가버렸다. 그때부터 왕과 왕비는 공식석상에만 함께 모습을 드러냈을 뿐, 식사 한끼조차 같이 하지 않는 냉랭한 별거 상태에 들어갔다.
사촌동생 부부의 냉전상태는 나름대로 알차게 여생을 즐기고 있는 선왕 클라우제비츠의 귀에 들어갔다. 그가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네’라고 말하며 은근슬쩍 넘어간 것은 사촌동생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언젠가 다섯 아이의 파파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던 건 크리스티앙이었건만 만년 신혼부부의 금슬을 자랑하듯 진짜로 다섯 아이의 파파가 된 사람은 클라우제비츠였다. 아이 다섯을 키워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제 코가 석자인 상태였다. 첫째 딸과 둘째딸이 이미 시집갈 나이가 됐을 만큼 장성했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의 자식들은 위로 둘이 딸, 남은 셋이 아들이었다. 장녀는 아버지의 성격 중에서도 진중한 쪽을 닮아 어렸을 때부터 기품이 있었고 차녀는 어머니를 닮았다. 화려한 금발과 아름다움, 좀 맹한 성격까지. 장남은 딱 잘라 말해 감당이 불가능한 개구쟁이에 날라리, 개망나니였다. 아버지를 닮아도 이상한 방향으로 닮아 자기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빈부격차를 메우려는 시도까지 있었다. 둘째아들은 그런 형을 맹목적으로 따랐다. 약간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둘째에게 형은 우상이고 규범이며 숭배의 대상이었다. 둘이 같이 치는 사고를 수습하고 있자면 클라우제비츠는 한쪽 머리가 띵해졌다. 그러나 다행히도 약점이 없는 괴물은 없다고 그 개망나니 2인조에게도 천적은 있었다. 큰누나였다. 부모보다 누이를 더 무서워할 정도였다. 클라우제비츠는 큰 딸이 여자로서의 매력을 갖추어 나가는 나이가 됐을 때부터 늘 걱정이 태산이었다. 큰 아이가 시집을 가고 나면 저 두 인간을 제어할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셋째는 아직 성품을 알만큼 자라지 않았다. 비록 장남과 차남이 아버지가 젊었을 적에 한 짓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하나같이 건강하고 총명했다. 한때 일생의 숙적이었던 남자에게서 ‘자식바보가 될 재목’으로 찍힌 적이 있었던 남자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소란스러움을 가슴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클라우제비츠는 사촌동생부부의 냉전을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아무리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지만 그 누구보다 존의 성격을 알고, 존이 어떤 기준으로 왕비를 골랐는 지 알 것 같았던 클라우제비츠는 심적으로 거의 중무장을 하고 아직도 청년같은 건강을 자랑하는 노구를 이끌고 팬드래건 성으로 쳐들어갔다. 예상치 못한 방문에 허둥지둥대는 시종장을 한 손으로 쫓아버리고 막바로 왕비궁으로 간 클라우제비츠는 그제서야 자신이 한참 아래인 제수씨과 한번도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음을 기억했다. 그러나 로델리아는 기꺼이 자신의 시아주버니이자 선대 팬드래건 국왕에게 따뜻한 미소와 함께 차와 과자를 권했다. 대화는 남편과의 냉전과 상관없이 화기애애했다.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랬기에 클라우제비츠는 그녀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을 끝내면서 씁쓸한 기분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클라우제비츠는 이런 여성을 이미 한번 접해본 적이 있었다. 단 한번도 그녀를 여성으로 인식한 적은 없었지만 로델리아를 눈 앞에 두니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분명 로델리아는 존을 사랑한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예정되어있었던 일이 지금 터진 것 뿐. 클라우제비츠는 자신의 사촌동생을 만나지 않은 채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참으로 오랜만에 옛추억에 잠겨 자신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고 또한 사랑하고 있는 큰딸에게 그때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굉장한 사람이었지. 헌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정작 나를 감동시켰던 강함보다는 가끔씩 보여줬던 소심하고 약한 부분들이 더 떠오르는 구나. 이상한 일이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있는 아버지의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만지막거리고 있던 큰딸은 잠시 생각하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건 아마.... 더 이상 아버지가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강해지셨기 때문일 거예요.”
클라우제비츠는 자신의 말이 혹 주제넘은 것은 아닌가 근심하고 있는 딸의 얼굴을 올려다보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는 자신의 어깨 위에 놓인 딸의 손을 다독이며 말했다.
“이제 내게는 네가 있지.”
기억하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소연은 철가면과 크리스티앙에게 ‘유나같은 딸을 낳으라’는 저주(?)를 내린 적이 있었다. 크리스티앙에게도 기가 센 쌍둥이 딸이 있고 클라우제비츠도 두명의 딸을 아들 앞에 먼저 낳은 것으로 보아 소연의 저주는 일부만 실현이 된 것 같았다. ‘딸을 낳으라’는 부분만 말이다. 그러나 정작 그 저주 아닌 저주는 다른 사람에게서 실현이 되었다.
세라자드와 살라딘은 그 좋은 부부금슬에도 불구하고 오직 단 한명의 딸 밖에 갖지 못했다. 여술탄이 나고 투르 최강의 전사이자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여자가 앉아있었던 적도 있었지만 뿌리깊은 남아선호의 풍습은 사라지지 않아, 후계자 문제는 참으로 세라자드와 살라딘을 오랫동안 괴롭혔다. 하지만 술탄 세라자드의 외동딸, 시드 알 후슨은 자라면서 후계자논쟁을 완전히 말소시켜버렸다. 이것저것 설명할 필요없이, 직설가로 유명한 얀 지슈카의 평을 들어보겠다.
“그 녀석이 여자가 아니었다면 하늘 아래 누구라도 널 오쟁이진 남편으로 생각했을 거야.”
얀 지슈카의 잔혹할 정도로 속을 후벼파는 말에도 살라딘은 한마디도 못했다. 팬드래건 왕족 출신 남자들 중에서도 특히 살라딘은 자신을 공격하는 여성에게 찍 소리도 못했다. 유전자에 내재된 매져기질이라고 생각하면 참으로 심란하지만 다행히도 그의 아내는 일국의 군주면서도 남편에겐 상냥하고 부드러운 세라자드다.
시드는 그냥 말괄량이라고 평하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괄괄한 아이였다. 싸움이든 검술이든 설전이든 비슷한 나이또래의 사내아이들은 상대가 되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애정을 한 몸에 받고 자라 기세등등하기 그지 없는 데 주변을 둘러싼 아버지의 부하들은 다들 조르기면 하면 별이라도 따다줄 것처럼 애지중지다. 시드의 콧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아졌다. 분명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어머니가 없었다면 시드는 시건방짐외에는 남은 게 없는 빈껍데기 왕족이 되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차분함, 여성스러움, 우아함은 시드에게 있어서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다. 문제는 동경과 선망의 대상으로 삼기만 하고 그것을 배우거나 따라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지만. 그리고 또 하나. 엄하기 그지 없는 스승이 있었다. 시드가 검을 쥘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다. 살라딘은 자신의 영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얀을 찾아갔다. 주군의 부군을 맞이하면서도 얀의 태도는 옛날과 변한 점이 하나도 없었다.
“벌써 수전증이 왔냐? 네 딸이잖아. 네가 가르쳐.”
많은 제자들과 수행원의 경악 속에 살라딘은 보고 있는 사람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얀에게 두들겨맞으면서도 (물론 주먹이 아니라 말로) 매달렸다.
“그 녀석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이제 궁 내에서 세라자드 뿐이야. 하지만 안그래도 정무로 바쁜 그녀에게 애보기까지 맡길 수는 없잖아.”
“근데 왜 하필 나야? 발라도 있잖아.”
“발라는 자유방임이야. 원래는 엄했는 데 뭐라고 한마디만 하면 무카파랑 마르자나가 눈에 쌍심지 키고 달려드는 바람에 포기했다고 하더라구.”
“......시반 슈미터에는 바보만 있는 거냐?”
“한때 몸담았던 조직을 그렇게 말하는 게 아냐.”
얀은 완벽하게 딸바보 아버지가 된 오랜 친구를 지긋이 노려봤다. 아직까지 독신이고 자기보다 강한 사람이 아니면 남자로 취급하지도 않는 얀이 부모의 심정을 이해하는 것은 확실히 무리였다. 그래서 그녀는 살라딘을 시험했다.
“그 녀석을 생각하고 있는 거냐?”
미묘한 몸짓의 변화로 살라딘이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나뿐인 딸이 그런 여자를 쏙 빼닮았다면 너도 나름대로 꽤나 심란하겠다만, 술탄이나 파샤께선 흐뭇해하시겠군.”
케먈은 유나가 가지고 있던 재상의 칭호, ‘파샤’를 이어받았다.
“아아, 정말 그대로야. 시드도 케먈만은 무서워해.”
“그럼 됐잖아.”
“케먈도 바빠. 그리고 무엇보다.....”
살라딘은 안그래도 퀭한 얼굴에 더욱 짙은 근심을 드리우고 말했다.
“요샌 둘이 콤비로 노는 바람에 케먈도 제어를 못해.”
“둘?”
“알 샤한. 케먈 아들내미.”
결국 얀은 시드의 검술 스승이란 직위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3일만에 시드가 울면서 뛰쳐나가게 만드는 위업을 달성했다.
세월은 날아가는 화살과 같은 법이다. 한번의 강산이 변하고 두 번의 강산이 변했다. 해야 할 이야기는 늘어가고 소중한 사람들은 하나둘 추억의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그렇게 흐르는 게 세월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시간이 흘렀다.
게이시르에 오래간만에 국장이 있었다. 저번 국장은 개국공신이자 메디치가문의 수장인 로베르토 데 메디치의 장례식으로 무려 15년전의 일이다.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가문의 수장으로서 공작위를 물려받은 크리스티앙은 ISS 요원으로서 쌓은 공적을 인정받아 ISS 국장대리의 자격으로 리슐리외의 든든한 오른팔이 되었다. 이미 노쇠할 대로 노쇠한 리슐리외가 죽거나 은퇴하면 차기 재상은 다름 아닌 그일 거라고 제국의 그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 다들 은연중에 기대하고 있는 리슐리외의 죽음대신 다른 죽음이 왔다.
제국 황제 크리스티나가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건강했던 그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돌연사였다. 암살이 아닐까 의심했지만 흔적도 증거도 없었다. 온 제국민들이 슬퍼했고 마치 그 심정을 하늘이 알기라도 한 듯 여제의 장례식은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여제는 한평생 독신이었다. 부군도 자식도 없었다. 적어도 그렇게 알려져있었기에 황제의 유언장이 개봉될때까지 대귀족들의 머릿속에선 세력판도가 쉴 새 없이 짜여졌다 허물어지고 있었다. 유언장에 쓰여진 말은 뜻밖이었다. ‘나의 오랜 친우이자 그 누구보다도 날 이해해준 정치적 동반자’ 전직 팬드래건 국왕인 클라우제비츠에게 후계를 부탁한다는 것이었다. 정국은 술렁였다. 클라우제비츠의 후계라면 팬드래건 왕족이다. 타국의 왕족에게 제위를 부탁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귀족들을 동요시킬 무렵, 제국 정계의 최고령자인 리슐리외가 나섰다. 리슐리외는 클라우제비츠에게 크리스티나의 유언을 알려주었다. 그때까지 라이트 블링거가 가동되고 있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클라우제비츠는 크리스티나의 관이 묻히기 전에 도착했다. 먼저 간 친우의 창백한 이마 위에 입을 맞추며 이미 노쇠의 기운을 감출 수 없게 된 클라우제비츠는 소리내어 울었다. 마침내 행복해질 수 있었던 자신과는 달리 도망갈 곳도 없었던 친구는 평생의 사랑조차 곁에 둘 수 없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행운을 미안해했다.
팬드래건에서부터 날아와 장례식장에 참가한 사람은 클라우제비츠만이 아니었다. 슬픔을 추스르고 친우의 관에서 떨어지자 마자 클라우제비츠는 자신이 데려온 한 건장한 청년을 모두에게 소개했다. 그의 이름은 카를로스. 크리스티나 여제가 남긴 단 하나의 혈육이었다. 그 말이 떨어지자 마자 대귀족들이 모여있던 회장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만큼 조용해졌다. 그러나 그 뒤를 이은 것은 격렬한 논쟁과 천박한 인신공격이었다. 모든 귀족들의 중심에 선 메디치 공작가의 수장에게 누군가가 발언을 요구했다. 아까부터 계속 무표정한 얼굴로 침묵하고 있던 크리스티앙 데 메디치는 조용히 낯선 청년 앞으로 걸어나와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눈에 익은 윤곽이 보였다. 크리스티앙은 자신과 자신의 형이 그리 닮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그리고 천천히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조카 앞에 무릎을 꿇고 손등 위에 입을 맞추며 충성을 맹세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리슐리외 역시 노구의 몸이라 무릎까지 꿇진 못했지만 그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제국은 다시 한번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뻔 했으나 과거와는 달랐다. 크리스티나 여제는 메디치가를 신뢰하여 토사구팽의 얕은 수를 쓰지 않았고, 따라서 메디치는 황제의 신임을 받으면서도 귀족들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 메디치가를 적으로 삼을 만큼 무모한 자는 제국에 없었다. 자신의 출생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정말로 제국의 제위에 오르게 될 지는 몰랐던 카를로스는 한번도 얼굴을 본 적 없는 아버지 대신 자신을 위해 헌신해주는 숙부를 깊이 신뢰하고 따랐다. 물론 그가 자신의 숙부라는 것도 몰랐지만. 제국은 그리 오래지 않아 다시금 안정을 찾았고 다행히도 노총각이었던 황제는 곧 성혼을 올려 손이 귀한 황실의 핏줄을 번성시켰다.
클라우제비츠에게 남겨진 운명은 여러모로 아이러니했다. 그는 오래살았다. 자신의 아버지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죽음을 보상하듯이 오래 살았다. 에스프리의 유전적 형질이 발현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에스프리 유전자를 타고난 그의 아내와 사촌동생들보다도 오래 살았다. 그것은 곧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였지만 인생은 늘 그렇듯이 고통 반이면 행복이 반인 법이다. 그는 손자뿐만 아니라 증손자까지 보았고 그의 크고 넓은 집은 늘 어린애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팬드래건의 왕족 남자들은 하나같이 행복한 죽음을 맞이했다. 아내를 먼저 잃고 깊은 슬픔에 잠겼다가 그 뒤를 따라가듯 숨졌던 살라딘도, 딸과 사위, 외손주와 함께 나간 피크닉에서 숲의 향기를 맡으며 잠들 듯이 숨을 거둔 엘핀스톤도, 평생 미묘한 알력 속에서 남자와 여자로서 서로를 사랑한 적은 없지만 끝내 믿고 신뢰할 마지막 사람인 아내의 손을 잡으며 죽어간 존 왕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애도 속에 평화롭게 잠들었다.
그 모든 사람들의 죽음을, 클라우제비츠는 마지막까지 지켜보았다. 노년의 어느 날 그는 객사에 대한 두려움과 마지막으로 고향을 가보고 싶다는 소망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후자를 택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눈을 보았고 발 아래에서 밟히는 소리에 흐뭇해하며 자신의 옛 이름을 떠올렸다.
‘눈의 아이’
아름다운 이름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잊어버려도 되는 이름이었다. 춤추듯 내리는 하얀 눈송이들 사이로 클라우제비츠는 자신의 아명을 띄워보냈다. 그런 마음이 되기까지 실로 오랜 세월이 걸렸다며 그는 나지막히 웃었다.
한제국의 매서운 추위는 팬드래건의 온화한 기후속에서 노년을 보낸 클라우제비츠에게 악영향을 미쳤다. 가벼운 감기로 자리에 누운 그는 타고난 건강체에 대한 가족들의 믿음에도 불구하고 영영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지 못했다.
클라우제비츠는 102세를 조금 넘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미 존 왕의 서거 이후 그의 장자 필립 2세가 왕위에 오른 지 오래. 호탕한 왕실의 큰 어른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언제나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고 있었다. 투르에서도 게이시르에서도 심지어 한때 팬드래건에 의해 궤멸직전까지 몰렸던 커티스에서도 깊은 애도를 표해왔다.
고인의 유언에 따라 팬드래건의 선대왕이라는 거창한 지위와 이름 뒤에 붙는 길고 긴 미들 네임과 라스트 네임은 비명에서 빠졌다. 대신 클라우제비츠라는 퍼스트 네임과 고인이 평소에 좋아했던 시의 한구절로 모든 것을 대신했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고되고 거친 세상에도 사랑은 충만했나니 그 안에서 나는 행복했도다.’
한 시대가 저물었다.
그 후 채 30년을 지나지 않아 안타리아라는 행성은 멸망한다. 모든 문명과 생명은 단 한순간에 종결되었다. 그날 따라 유난히 크고 붉은 달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딱히 불길함을 느끼지 않았다. 공포와 패닉은 순간이었다. 소행성의 중심부가 안타리아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순간 지상의 모든 것들은 파괴되었다. 그들이 이루었던 모든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일순간에 무(無)로 돌아갔다. 사랑도 증오도 용서도 복수도 소멸했다.
그렇게 끝났다. 폐허가 된 행성은 이제 그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누가 울고 웃으며 사랑하고 죽어갔는 지 이제는 알 도리가 없다. 추억은 기억해줄 사람을 잃고 우주의 먼지처럼 저 너머의 암흑으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래, 하지만.
내가, 아니 우리가 그들을 사랑했다. 그들이 그들을 사랑했다.
그 사실이야 말로 진화를 포기하고서라도 얻을 만한 가치가 있는 영원의 한조각이라고 나는 믿는다.
아아...나의 사랑하는 대공님..필립왕자님..사랑스러운 가출중년님..ㅠ_ㅜ귀여운 메디치님..모두..모두..언제 어디서나 행복하셔요~으악..ㅜ_ㅜ아 참,(노멀모드로 바로 전환-_-)크리스티나..-ㅅ-;;그런 비리가!!알바티니의 아들 카를로스라니, 어디서 듣도 보도 못;;아, 이건 소설이었지;;아무튼..신선한 충격입니당..^^
첫댓글 ...감동...입니다...꽉 막혀서 할 말이 없어요... ㅠ_ㅠ
그동안 정말 잘 봤어요 풍부한 표현과 감성이 정말 대단하세요~ 고생 많이 하셨구요 다음 글도 기대할게요~ 근데 너무 슬프다 ㅠ_ㅠ
이제... 완전한 멸망이군요.................... 하아, 멋진 완결이었습니다.
아아...나의 사랑하는 대공님..필립왕자님..사랑스러운 가출중년님..ㅠ_ㅜ귀여운 메디치님..모두..모두..언제 어디서나 행복하셔요~으악..ㅜ_ㅜ아 참,(노멀모드로 바로 전환-_-)크리스티나..-ㅅ-;;그런 비리가!!알바티니의 아들 카를로스라니, 어디서 듣도 보도 못;;아, 이건 소설이었지;;아무튼..신선한 충격입니당..^^
엘핀스톤의 딸의 어머니는 누굴까?경님이가 낳았을 리는 없고..암튼지간..너무 재미있었습니다!호접지몽!!정말!!정말로...!!우아악~우리 필립 왕자님 너무 겨버..''*
우..움..움..안타리아가 멸망했군요;;아르케는..안쓰세요?ㅜ_ㅜ하긴 갈수가 없지;;
근데 클턍이랑 죠안이 클라우제비츠 집에 갔다 올때 마중나온 긴 흑발의 미남자는 누구죠?-_-;;;
감동... 마중나온 흑발의 미남자는 카를로스일듯.
오랫동안 보아왔습니다~ 멋진 결말이군요~ 후속작을 기대하겠습니다~ ^-^
...크리스티앙하고 죠안... 임신 때문에 결혼한?;;; 어쨌든 오랫동안 잘 봤습니다. 그리고 긴 흑발의 미남자라면 혹시... 에밀리오?
;ㅁ;.....뒤늦에서야 봐버린.. 감동이예요.. 정말!! 푸른고래님 최고! +_+
뒤늦게 이런 글을 씁니다. 정말 완벽한 글이라고 밖에 말씀할수 없네요. 재미있었습니다
몇 년 뒤에 다시 봐도 명작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