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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기업문화를 밝히고 나선 것은 그 자체로는 나쁠 것이 없겠죠. 그러나 이것이 단순이 선언에 머물지 않고 경쟁우위의 바탕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관과 행동양식의 내용을 내부 구성원에게 어떻게 설득하고 확산시켜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최근 우리 기업들의 잇단‘My Way’선언에 대한 서울대 경영학과 신유근(64) 교수의 충고다.
신 교수는 “기업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요소에는 기술, 자금, 제도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기업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관, 규범, 행동양식인 기업문화는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GE(8 Value & 4 Actions)나 HP(HP Way), Johnson & Johnson(Our Credo)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전 임직원이 공유하는 가치관과 행동방식을 명문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의 이러한 기업문화는 CEO나 몇몇 경영진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기업 내부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성공의 경험이 바탕이 된 것이다. 기업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가치관과 행동양식이 기업 구성원들에게 내면화됨으로써 강한 경쟁력을 발휘하는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구성원들의 내면 의식 속에 진실로 자리잡지 못한다면, 기업 문화 혁신 노력은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희망사항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조직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가치나 신념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 신념, 관습, 규범 등은 오랜 역사와 경험 속에서 형성된 것으로서, 단기간에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기업 문화 혁신이 쉽지 않은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문화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몰입을 이끌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상의하달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변화가 필요한 이유, 왜 지금 변화해야 하는지, 변화 후의 결과는 어떠한지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구성원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기업의 내부 구성원들이 납득하고 받아들여 체질화하지 못하는 기업의 가치관과 행동규범은 단순히 다른 기업의 모방에 머물거나 일과성 경영이벤트에 그치고 말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신 교수의 지적이다.
한 마디로 ‘액자 속의 슬로건’ 만으로는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최근 우리 기업들이 잇달아 새로운 가치관과 규범을 선포한 배경을 짐작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 기업들이 얼마나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자기 회사의 특성을 얼마나 반영했는지 의문”이라며 “이왕에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자신들이 만들어 나가려고 하는 가치가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이 가치를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내면화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신유근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 1941년 광주 출생/ 59년 광주제일고 졸업/ 64년 서울대 상과대학 졸업/ 67년 서울대 대학원 상학석사/ 73년 美 인디애나대 경영대학원 MBA/ 79년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 경영학 박사/ 71년~현재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