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행 이틀 전, 10월 14일(화) 허리를 다쳤다.
앞으로 구부리지도, 앉았다가 일어나기도 힘든다.
낼 모레가 만행인데 어떻하지?
만행 하루 전, 10월 15일(수) 병원을 갔다.
긴급으로 허리에 주사를 맞고 진통제, 근육이완제 처방을 받았다.
밤에까지 좋아지지 않으면 안간다고 해야지.
10월 16일(목) 만행 당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니 어제보다는 많이 부드러워 졌다.
무리하지만 않는다면(이미 무리인데...-ㅎㅎ) 산길도 아니고 평지는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여주 남한강 출렁다리, 신륵사!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허리 통증을 극복하지 않았을까?ㅎㅎ
배낭 무게를 6kg으로 2kg 정도 줄였다.
이정도는 거뜬한 것을 보니 괜찮을 듯하다.
전철을 4번 갈아타고 가야해서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무엇보다도 홍 회장 해외여행 이후 회원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 기대와,
이준복 회원이 아들 결혼식 감사 후원으로 낸 커피도 있어서 놓칠 수가 없었다.ㅎㅎㅎ
내 머리가 없는 이유가??....ㅎㅎ
경강선!
무슨 뜻일까? 알아보니 경기도와 강원도의 첫글을 가져다 만들었단다.
이름 한 번 멋대가리 없이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판교에서 8명이 탑승했다.
경강선을 뒤집으면 강경선! 조 박사 고향이 그리웠는지 제일 먼저 왔다.
이어서 엇그제 호주/뉴질랜드 다음 만행 트래킹 코스 사전 답사(?)를 했던 홍 회장이 도착했다.
대한민국과 딱 지구 반대편(남위 36도)인 4시간의 시차는 일도 아니라는 듯 썽썽한 모습이다.
번개 김 회장과 김호근 회원이 오니 회장이 직접 에스코트를 한다.
뭔가 뒷거래가 있나?
비렁길에서 잘 봐달라는 뜻일 수도...ㅎㅎㅎ
판교역에서 8명이 탑승했다.
여기에 안보이는 고철교 회원은 급한 일을 처리하느라 사진에서 빠졌다.
그가 오기까지 전철을 붙잡고 있어야했다.ㅎㅎㅎ
이매역에서 홍재식, 김동용 회원이 탑승했다.
이매역이라고 두 명만 탔나 보다.
사매, 오매역이었으면 4~5명은 탑승했을텐데...ㅎㅎㅎ
여주역에 도착하니 11시가 조금 넘었다.
출렁다리까지 걸어가자고 주장했으나 묵살되고 버스를 탔다.ㅎㅎ
(허리 아픈 넘이 아프지 않은 척 할려고...ㅎㅎ)
여주(驪州)!
골내근(고국려), 황효(신라), 황려/여흥(고려), 여주(조선) 으로 이름이 바뀌어왔다.
여주( 驪州)라는 이름은 조선 예종 때 세종대왕 릉이 이곳으로 옮겨지면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驪(검은 말 여)자의 의미가
여주에 말을 키웠던 마장이 있지도 않고, 말이 많은 곳도 아닌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여졌을까?했는데
여주를 지나는 남한강의 모양이 말의 형상을 닮았단다.(지도 참조)
아래 지도에서 보듯이
이호대교 부근이 '말의 목', 신륵사 부근은 '말의 머리', 신륵사에서 여주대교 부근은 '말의 입'에 해당한단다.
남한강에 수량이 불어나면 물살이 신륵사 부근에 부딪혀서 기세가 수그러들고
다시 여주대교 부근이 '마암'이라는 곳에 부딪혀서 그 세가 약해진단다.
예로부터 북쪽을 玄(검을 현)으로 표현했다.(고구려 사신도의 현무)
그래서 북쪽에 있는 강을 '검은 강'이라고 불렀다는 데서 驪 (검은 말 여)가 되지 않았을까?(본인 추정)
결국 말의 머리에 해당하는 '신륵(신의 굴레)'이라는 뜻이
사나운 기세를 약하게 하는 '굴레'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붙여 졌을 듯?
오늘 내 복장이 전부 검은 색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은 말 같지 않은가?ㅎㅎㅎ
* 여주 박물관에 탁주익 동기가 있다는 것을 진즉 알았다면 나쁜 머리로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는데...ㅎㅎ
남한강 출렁다리 부근에 도착하자 마자 점심!
지금까지 만행하면서 먹고 시작하는 것은 처음인 듯하다.ㅎㅎ
다음부터는 '만행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유행하지 않을까? 생각된다.ㅎ
여주에서 아주 유~~명(?)하다는 가마솥 곤드레정식!
여주쌀로 만든 솥밥이 정말 맛있었다.ㅎ
만행 하기 전에 막걸리로 위하여!!!
아! 이진혁 회원이 홍천에서 올라와 합류했다.
음식점의 마스코트인지 강아지 인형이 귀여워서 한 컷!
점심을 맛있고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출발!
아침까지 비가 내리더니 다소 구름은 많았지만 걷기에 최적인 날씨가 되었다.
홍 회장이 뉴질랜드에서 가져온 선물을 저 위에 보내어 좋은 날씨를 받았나 보다.
우리에겐 국물도 없었는데....
금년 5월에 개통되어서 아직 주변 인프라는 아무것도 없다.
그냥 다리 한 번 건너 갔다 돌아오는 게 전부.
건너갈 때 한 번, 돌아 올 때 한 번 인증샷이면 끝!ㅎㅎ
커피 한 잔 마실 곳이 없다보니 그냥 이렇게 있다가 올 뿐이었다.
주변에 카페같은 것이 들어서면 조금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수가 있을 듯...
다리를 건너면서 바라보이는 풍경은 탁 트인 뷰로 인해서 시원하고 멋있었다.
멀리 신륵사도 한 눈에 바라보인다.
혼자서 다리 밑에서 윗쪽, 아랫쪽로 다니며 몇 컷 담아봤다.
이 길로 잔차길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우리 두 바퀴 회원들도 이 길을 이렇게 달렸으리라.
다리 아래로 황포 돛배가 다닌다.
관광객들이 타고 신륵사 방향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돛은 폼이고 모터로 운행되었다.ㅎㅎ
기왕이면 돛을 조금 더 크게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건너편 내려가는 계단에 뜬금없이 피아노가 놓여있다.
누가 한 번 쳐보라고 했더니 홍재식이 용기를 내어 앉는다.
멋진 클래식(?)을 연주하는 폼을 잡으라고 했더니 너무 과했다.ㅎㅎ
앉아있던 사람이 깜짝 놀라서 돌아본다.
너무 잘 쳐서 돌아 본 것은 아니고...ㅎㅎㅎ
다리 위에 바닥이 보이도록 유리를 깔아놨는데 타격감이 하나도 없어서 왜 만들었을까? 하는 의구심.
거기에다 밟으면 유리가 깨지는 효과음을 설치했는 데 그냥 챙피했다.ㅎㅎ
그래서 대신 유리 위에서 이렇게 담아봤다.
출렁다리 차안에는 넓은 잔디광장이 있고 몇 가지 조형물도 있었으나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차안'이라고 하니 옛날 이야기가 떠오른다.
사단장이 도하훈련을 하는데 부관에게 '야! 너는 차안에 있어!'하고 나갔는데
부관은 훈련 끝날 때까지 '차 안'에만 있었다고...ㅎㅎㅎ
카페가 없다보니 여주시 노인복지관에서 할마시 몇 분이 커피차를 운영하고 있었다.
한 잔 마셔주었어야 하는데....
예쁜 츠자였으면 안 마시고 그냥 갔을까? 싶다.ㅎㅎㅎ
신륵사 일주문을 들어갔다.
신라시대 창건되어 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찰.
대부분의 사찰은 깊은 산 속에 위치하지만 신륵사만은 강가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 특징이란다.
신륵 (神勒) !
신의 굴레! 여기에는 몇가지의 유래가 있었다.
1. 새로운 미륵 또는 신기한 미륵
2. 고려 우왕 때 나옹선사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용마가 나타나서 신비한 굴레를 씌워 다스렸다
3. 고려 고종 때 사나운 용마가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히자 승려 인당이 고삐를 잡아채서 순해지게 했다.
신륵사에서 나옹 화상이 입적으로 했고 고려말 삼은 중의 하나인 목은 이색이 여기서 죽었단다.
신륵사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 중의 하나는
앾 600년이 넘은 은행나무에 보여지는 관세음보살 상이었다.
일부러 조각한 것이 아니라 나무 가지가 꺾여진 부분이 이처럼 보인다는 게 신기했다.
두 번째 신기한 것은
여기 조사당에 세 분의 승려(지공, 나옹, 무학)를 모셔놨는데 그 중에 한 분이 지공!
그 당시에도 '지하철 공짜' 화상이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ㅎㅎㅎ
지공은 인도 승려로써 중국 원나라의 국사를 담당했고
나옹은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 지공의 제자로써 고려말 우왕의 왕사가 되었고
무학도 지공(무학보다 7살 위)에게 가르침을 받아 조선 이성계의 왕사를 맡았다.
유학의 힘은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어떤 블로거가 조사당 앞에 멋진 소나무가 있다고 해서 봤더니 향나무였다.
소나무와 향나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도 신기했다.ㅎㅎ
남한강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곳에 세워진 누각 '강월현'
나옹 화상과 목은 이색이 여기에 앉아서 정담을 나누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경치가 멋지긴 하다.
그리 크지 않은 신륵사 경내에 다양한 보물들이 있었다.
설명은 생략!ㅎ
신륵사를 탐방하고 나오는데 홍 회장이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누구? 했더니 여주 박물관에 탁주익 동기가 근무하고 있단다.
차 한잔 하자고 해서 들렸다가 가자고 하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
(벗이 먼 곳으로부터 오면 즐겁지 아니하냐)
하는 논어에 나오는 孔子의 말처럼 반가운 소식이었다.
박물관 앞에 머리가 허연 노신사 한 분이 앉아서 책을 읽나? 했다.
탁주익 동기였다.
반가움에 악수하고 인증샷!
홍 회장은 이번 만행을 여기까지 생각했었나?ㅎㅎㅎ
박물관 로비 카페에서 잠시 즐거운 차담회!
맛있고 귀한 다과를 대접 받았다.
감사!
카페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멋진 반영의 풍경을 보는 즐거움은 덤!
하늘이 좋았으면 작품이 되었을 수도...
이런 기회를 준 탁 형! 감사!ㅎㅎㅎ
집에서 여주까지 이동시간만 거의 6시간!
집에 돌아오니 허리가 뻐근하긴 하다.
그래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가봤다는 의미있는 만행이었다.
맛있는 점심에 회비도 만원의 행복과 같이 만 원!
자주 보지 못했던 탁주익 동기도 볼 수 있었고
경강선이라는 전철도 처음 타보고...
아직도 해야할 일이, 가봐야 할 곳이 많은 대한민국임을 다시한번 느낀다.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갔다 돌아와 피곤한 몸 회복할 시간도 없이 수고한
홍 회장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먼 길 마다않고 참석한 만행 회원(11명)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11월 만행은 깊은 가을 감성을 갖게 할 듯해서 기대가 됩니다.
건강한 하루 되세요.
첫댓글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당췌 보기 힘든 탁주익이도 보이네
이렇게 뜻하지 않게 만나는 친구가 더 반갑더이다.ㅎ
오랫만에 대중교통을 이용한 만행 遠足에 참석한 만행원 모두 소풍가는 기분으로 한껏 들뜬 천진함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멀리 홍천에서 이진혁,예상못했던 탁주익 동기의 만남 등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들 이였습니다!
(탁주익 동기의 茶菓 감사~~)
즐겁고 소중한 추억에 감사드리며,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예습까지 꼼꼼하게 하고 앞뒤로 날아다니며 멋진 기록을 남겨주신 우리의 주작가님! 늘 고마움을 느낌니다. 다음주(10/21~23) 금오도비렁길 트레킹 6명의 만행들 잘 다녀오겠습니다!
소풍! 딱 도시락만 있었으면 그야말로 완전한 소풍이 되었을 듯....
수고 하셨습니다.
11월에는 ????ㅎㅎ
개인일정으로 인해 도착시부터 여주지역을 상세하게 안내해 드리지 못하여 미안합니다~ㅠ
(하지만 주작가님이 여주역사를 나보다도 더 상세하게 알고 있더이다.)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했던 홍회장님과 회원님들 만날수 있어서 많이 설레고 또 즐거웠습니다.
10월말에는 여주에서 오곡나루축제가 개최되니 괸심있는 분들의 방문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주작가님의 맛깔나는 글솜씨와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해 주는 촬영실력은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ㅎㅎㅎ역시 저의 실력(?)을 알아봐주시는 분이 따로 있었네요.ㅎ
이런 분이 만행 회원이 되어야 하는데...ㅎㅎㅎ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고 좋은 대접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