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외국여행 페키지를 따라가는 건 어떤 심보일까?
산 트레킹이라고 하지만 바보에게 많이 미안하다.
몇 번 권하지만 신년행사에 다녀야 한다고 사양하니 혼자의 욕심을 누르지 않는다.
페북에서 제이에스 강종숙이라는 전혀 모르는 이의 산행 안내를 보고
끌리기도 했지만 많이 망설이기도 했다.
개인비자를 신청하라고 할 때는 차라리 취소하겠다고 했다.
다행인지 단체비자 가능하다고 여행사에서 처리해 준다하여
미안한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
전날 기훈이와 아이들을 같이 만나 저녁을 먹고 오니
바보는 밑반찬으로 멸치와 묵은 김치를 볶아두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가방을 챙기고 4시 40분 카카오 택시를 불러
고속버스를 타러 나간다. 차는 9시 정각에 인천공항에 닿는다.
사방은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가 가득하다.
여행사 직원에게 여권을 주고 기다린다.
10시가 넘어 일행을 만나 통성명도 않고 인사만 한다.
나 또래의 부부이고, 나보다 10살 정도 위인 부부와 그 딸 등
나끼지 모두 6명이다. 패키지 여행치고는 너무 단촐하다.
티멧을 마무리하고 들어가 면세점 몇 곳을 구경하다가 한국문화박물관에 잠깐 들러 모조유물을 구경한다.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이륙할 생각을 않는다.
기다리는 사이 잠이 들었다. 12시 반이 넘어 이륙한 모양이다. 흐릿하게 서해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산동항공 기내식 점심은 허술하다. 작은 종이곽에 빵 한조각과 머라 들어 있었는지도 기억에 없다.
우리말도 해 주지 않는다.
1시 반이 넘어 지난(濟南)공항에 도착한다. 한국시각으로는 2시 반일 것이다.
인천공항만큼이나 흐리다. 작은 배낭을 맨 젊은 청년이 잘 보이지도 않은 팻말을 들고 있다.
짐을 찾고 쌀쌀한 도로로 나서니 25인승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1시 50분, 기사가 짐을 실어주어 버스에 오르니 3열에 우등버스처럼 넓은 의자다.
25인승에 기사와 가이드 포함해 8명이 여유있게 앉아 이동을 한다.
가이드는 김영민이고 연변의 조선족이고 28살이며 제남에서 3년째 가이드를 하며
가끔 통역 등도 한다고 한다.
여권과 보따리 등 여보당신을 잘 지켜라는 유의사항과 일정에 대해 말하는 사이
차는 큰 도로를 계속 달린다.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산동항공 비행기 안에서 부실하게 먹은지라
시내로 들어가 점심을 먹고 일정을 시작할 줄 알았는데 점심 안내가 없다.
일정표의 중식은 착오라고 하니 화가 나지만 어쩌랴
중간에 휴게소라도 들르자고 한다.
중국과 산동성에 대해 대충 이야기를 한다. 15만 제곱평방미터에 1억의 인구란다.
남한보다 인구는 두배 면적은 1.5배란다. 중심지는 제남인데 정치와 교육이고, 경제는 청도란다.
중국인의 거리 감각과 도시 크기 등에 대해 우리와는 다름을 실감한다.
네 시간 반을 버스 타고 가려는 무안(武安, 우안)은 30만 정도의 소도시로 철강산업도시라고 한다.
산동성을 벗어나 하북평야의 끝없는 평지 곧은 길을 2시간 달려
흐린 해가 붉어질 무렵 휴게소에 닿는다. 항의를 받은 탓인지 만두나 옥수수 등 간식을
가이드가 계산하겠다고 한다. 난 술생각이 나 특산품 코너 술이 있나 보러 가니
온통 먼지가 수북하다. 그 속에서 50도가 넘는 중국술 신기수라는 술병을 든다.
중국돈 68원이다.
서양 총잡이들이 뒷주머니에 담고 다니며 입에 대고 마시는 술병이다.
술보다도 산에서 마실 술병이라며 허풍을 치며 한 모금 마신다.
강렬하게 뜨거운 것이 마음에 든다.
차는 다시 변함없는 풍경을 달리는데 앞쪽에 해가 붉은 달처럼 달려간다.
끝없는 평지인데 논이 아니라 밭이라고 한다. 밀과 옥수수를 이모작한다고 한다.
볏짚을 덮은 비닐하우스가 큰 규모로 나타나고 가끔 덮개용인지 키큰
구조물이 비닐 위로 솟아있기도 한다.
한단 톨게이트를 지나 무안으로 들어갈 때는 이제 거리는 불을 켰다.
조의 수도인 한단과 전국시대의 전투에 대해 읽은 적은 여러번이지만
가이드를 통해 더 듣고 싶은데 젊은이엔 무리다. 또 일행의 관심사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몇 해전의 청도 여행에서 곡부를 생각한 것이나,
이번 여행에서 한단이나 임치를 생각한다는 것은 나의 허영이다.
위치우위 선생처럼 난 옛 싸움터나 패배한 영웅의 심사나
떠돌이 시인의 흔적을 찾아다닐 능력이 없다.
차선이 보이지 않은 거리를 차는 잘도 달린다.
시내로 들어서니 연말분위기인지 사람들이 많다.
걷는 이와 전기 자전거 오토바이 그리고 앞쪽에서 달려오는 차들이 겹쳐 사거리는 막힌 듯하지만
어느새 차는 잘 빠져 나간다.
중국의 운전수는 대학을 세 개 나온다고 가이드가 농을 한다.
빵빵대, 들이대, 돌려대 라고 하니 우리 기사도 대학 공부를 잘 했던 모양이다.
6시 반이 다 되어 우주빈관이라는 호텔의 식당에 닿는다.
이층으로 올라 유리판이 돌아가는 둥근 테이블에 앉아 저녁을 먹는다.
난 남은 술을 마시고 서울의 특수학교 여선생 조금 마셔 주신다.
가이드를 불러 술을 내돈으로라도 먹고 싶은데 오지 않는다.
차를 타고 재부국제호텔로 돌아온다.
30층 정도되는 건물인데 우린 21층이다.
부산의 어르신과 한방을 쓰기로 했는데 그 분은 가족과 자기로 하신다.
더블 침대가 2개인 방에서 혼자 가져 온 잎새주를 큰 컵에 마시고 잠자리에 든다.
아침 새벽 5시에 길을 나서 저녁 6시가 넘어 숙소에 도착했다.
13시간 더 걸려 광주에서 중국 하북성 한단현 무안시의 숙소까지
난 참 빠르게 왔다. 무얼 보고 왔는가, 무얼 하러 왔는가?
CCTV를 보다가 중국의 지역방송을 돌려보다가 얼른 자자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