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神을 보는 눈은 神이 나를 보는 눈과 같다. 나의 눈과 神의 눈은 하나의 눈이다.
하나의 봄, 하나의 인식, 하나의 사랑이다.」
~ Meister Eckhart 설교13 (DW I:12)
에크하르트의 저작과 설교집에 나타나고 있는 근본정신은 ‘人間과 神의 同一性 發見’에 있었으며, 이를 위해 ‘解釋學的 突破’를 통해 기존의 전통과 도그마의 껍질을 깨뜨리고자 하였다. 돌파(Durchbruch)란 모든 我性에 대한 집착, 인간에 대한 집착, 그리고 神에 대한 집착마저도 떠나서 ‘神性으로 뚫고 나감(Durchbruch in die Gottheit)’을 의미한다. 그것은 깨뜨림과 해체를 통하여 超脫(Abgeschiedenheit)의 空性을 실현하는 일이다.
에크하르트는 비록 가톨릭 전통에 소속된 수도원장이자 파리대학 교수의 신분이었지만, 그가 추구한 종교적 영성은 기독교 신비전통을 훨씬 뛰어넘어 ‘神人合一 宗敎’의 새 지평을 열었고, 가난과 超脫의 가르침을 통해 모든 종교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길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종교의 본질이 제도나 교리나 전통에 있지 않고 인간의 내면 근저에 있는 神性의 빛과 無我의 空性을 발견하는 데 있다는 통찰이었다. 이러한 가르침은 인간의 깊은 종교성에 기반을 둔 대화의 지평을 크게 열어주고 있다.
에크하르트 사상은 불교를 비롯한 인본주의적 동양종교 사상과 매우 가까운 지평에 도달해 있었다. 비록 그의 사상이 實體論的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있으나 대승 空사상과 이를 실천체계로 발전시킨 禪佛敎와 매우 유사한 실천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神性과 絶對無, 超脫과 無執着, 無願, 無所有, 無知, 신의 아들, 고귀한 인간 등의 가르침은 無相, 無念, 無住의 삶을 가르치는 대승 空思想과 그 지향점이 매우 유사하다
장로님으로부터 자주 들은 중관론(中觀論)은 인도의 불교 철학자 나가르주나(龍樹, 2세기 경)에 의해 창시되었다. 인도 남부 출신이었던 그는 히말라야 산으로 가서 대승불교의 가르침을 받은 뒤에 여러 경전을 연구하고 다시 인도로 돌아갔다. 그는 『중론(中論)』 이라는 자신의 사상이 담긴 철학서를 저술하였는데, 이 책에서 공(空)이라는 개념을 다루고 있다. 당시 석가모니 이래 '수행 중심 불교'가 성행하던 것을 '공'의 개념을 바탕으로 비판하였다.
나가르주나는 『중론(中論)』에서 모든 현상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모든 존재는 상호의존적 관계, 즉 인연 속에서 발생하고 소멸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그는 실체적 존재를 부정하고 연기(緣起)의 이치를 설명했다.
그의 중관사상은 이후 인도와 티벳을 거쳐 중국과 신라 등으로 전해졌다. 동아시아 불교에서 중관사상은 당시 유행하던 유식사상과 함께 중요한 철학적 기반이 되었다.
유식론(唯識論)은 세친(世親, 4세기 경)과 그의 제자 무착(無着, 4~5세기 경)에 의해 체계화된 이론이다.
이들은 『유식이십론(唯識二十論)』과 『유식삼십송(唯識三十頌)』 등의 저술을 통해 유식사상을 정립했다.
유식론은 외부 세계의 존재를 부정하고 오직 마음(식, 識)만이 유일한 실재라고 보는 관념론적 입장이다.
즉,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마음의 작용이라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우리가 대상을 분별하여
인식하였기 때문에 현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유식론은 중관사상의 공(空) 개념을 계승하면서도 마음의 실재성을 더욱 강조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유식론자들은 마음의 변현(變現)으로 현상 세계가 드러난다고 보았다.
유식론은 인식 주체로서의 마음과 그 작용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이를 통해 불교 인식론과 심리학이 발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중관론과 유식론은 동아시아 불교에서 함께 수용되었지만 두 이론 사이에는 일종의 대립이 있기도 했다. 특히 현상계의 실재성 여부를 둘러싸고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동아시아 불교 사상가들은 이 두 사상을 조화롭게 해석하고자 노력했다. 예를 들어 신라의 원효(元曉)는 중관과 유식의 통합을 시도했다. 그는 '화쟁(和諍)' 사상으로 알려진 '일심삼관(一心三觀)' 이론을 정립했다.
일심삼관 이론에 따르면, 진리는 하나지만 인식의 차이에 따라 중관, 유식, 진성의 관점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주장한 원효 대사는 이렇게 중관과 유식을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아우르고자 했다.
중국에서도 삼론종(三論宗)과 유식종(唯識宗)이 병존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결과적으로 중관과 유식 사상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동아시아 불교 철학의 기반이 되었다.
중관론과 유식론은 많은 불교 사상가에게 영향을 미친 두 가지 이론이다.
만물이 인연에 따라 발생하고 소멸한다는 중관론과 마음의 인식에 의해 정해진다는 유식론 중
어느 것이 더 훌륭한 이론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장로님께 중관사상과 유식론에 대하여 좀 더 말씀을 청해야겠다.